적당히 서늘한 바람이 창문을 넘어오고, 유달리 깨끗한 아침 하늘이 드넓게 펼쳐져 있습니다.
비록 처리해야 할 일이 많은 하루지만, 오늘은 퍽 좋은 하루가 될 것 같습니다.
아침 식사를 앞에 두고 테이블에 앉으면, TV에선 익숙한 소식을 떠들고 있습니다.
곧 경매에 오를 다이아몬드, 웨딩 웨누스의 근황입니다.
2:11PM▶: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을 이용해서
웨딩 웨누스와
아를라리에에 대해 조사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자료조사 판정합니다.
2:12PM데미안:(그게 뉴스에 나올 만큼 중요한가? 딱히 보석에는 관심이 없으니 떠들석한 소식에도 시큰둥합니다. 할 것도 없으니 뭔지 찾아나 볼 심산으로 핸드폰 화면에 웨딩 웨누스를 검색해봅니다.)
2:13PM데미안:
자료조사
기준치: |
60/30/12 |
굴림: |
81 |
판정결과: |
실패 |
최근 아프리카 광산에서 새로 발견된 다이아몬드라는군요.
무려 551캐럿으로 세계 최대의 다이아몬드 타이틀을 갈아 치웠다나요.
결점 하나 없이 깨끗하고 투명하게 빛나는 순백의 다이아몬드 사진이 기사에 같이 게시되어 있습니다
2:14PM데미안:딱히 별 다를 것도 없어 보이는구만 (심드렁..)
2:15PM데미안:(검색어를 지우고 아를라리에를 검색해봅니다)
웨딩 웨누스 외에도 많은 다이아몬드, 사파이어, 에메랄드 등을 경매에 부쳤었네요.
보석 외에 많은 예술품을 취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만…… 관련한 지식이 없는 당신에겐 영 생소한 이름입니다.
2:16PM데미안:
자료조사
기준치: |
60/30/12 |
굴림: |
6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죽죽 스크롤을 내리던 당신은 아를라리에와 관련된 기사 하나를 찾습니다.
2:19PM데미안:저주받은 그림이라니 별 희안한 소리가 다 있네-
갓 구운 빵이 노릇노릇한 향기를 퍼뜨리며 튀어 오릅니다.
오늘의 아침 메뉴는 버터를 발라 구운 토스트와 덜 익은 노른자가 토실토실한 써니사이드업, 칼집을 내 자글자글 튀긴 소시지입니다.
사과에 새우와 게살을 버무린 재료를 올린 샐러드까지 완벽한 아침이네요.
2:23PM데미안:(경쾌한 소리에 검색창을 끄고 식탁으로 간다. 너무 평화로운 아침이라 좀 지루하기도 하네.)
다른 음식은 모두 훌륭한 맛과 향을 자랑하지만, 이런.
사과 특유의 달콤새콤한 향은 전혀 느껴지지 않네요.
2:25PM데미안:음...(샐러드에서 사과를 골라내며) 이건 좀 별로네.
2:27PM데미안:? (핸드폰을 들고 이름을 보더니 피식 웃는다) 이 아가씨가 아침부터 무슨 일이실까.. (전화를 받으며) 여보세요-?
2:27PM벨 데니사:덴! (아침부터 텐션 완전 좋음) 이번에 다이아였나~ 그거 경매한다던데 혹시 알아?
2:28PM데미안:다이아몬드? 뉴스에서 보긴 했지만- 그런거에 관심있었어?
2:28PM벨 데니사:당연하지~ 다이아몬드는 여자들의 친구라는 말도 있잖아?
2:29PM데미안:어디서 그런 말을 듣고 온거야- (그냥 투명한 돌덩이로 밖에 안보이던데) 그래서? 가보고 싶어?
2:29PM벨 데니사:(큭큭 웃더니) 내가 왜 전화했을 것 같아, 자기?
2:30PM데미안:아- 항상 자기가 그런 이야기 하면 심상치 않은 일이 생기던데.. (지난 일 회상중)
2:30PM벨 데니사:너무한 거 아냐~? 그럼 이걸 나 혼자 가? 그랬다가 진짜 또 무슨 일 생기면?
2:31PM데미안:... ... 하... (의자에 늘어지듯 고개가 꺾여) 자기 정말 나중에 나한테 보상이라도 줘야할 판인거 알지?
2:31PM벨 데니사:이번에도 곤란하게 되면 그렇게 할게~
2:33PM데미안:그래 알았어- (식탁에서 일어나며) 금방 준비하고 나갈게.
2:34PM벨 데니사:(꺄르르 웃으며) 여기 드레스 코드가 정장, 블랙 앤 화이트래! 진짜 고전적인데 재밌을 것 같다~ 그럼 저녁 6시에 데리러 갈게! 경매가 저녁이거든!
2:35PM데미안:그런 것도 있어? 정장은 딱 질색인데-... (귀찮다는 듯이 손으로 눈가를 문지른다.) 그럼 저녁에 봐, 예쁜아.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당일 저녁이 되었습니다.
뉴스와 SNS는 아를라리에 제
95회 경매를 향한 관심으로 뜨겁습니다.
얼마에 낙찰될지, 과연 누가 웨딩 웨누스의 주인이 될지…….
2:37PM데미안:(준비를 마치고 나가려던 찰나 울리는 벨소리에 문을 열어)
문을 열면 이브닝 드레스를 제대로 차려입은 벨이 보입니다.
2:38PM벨 데니사:
외모
기준치: |
60/30/12 |
굴림: |
97 |
판정결과: |
실패 |
노을을 등지고 선 머리카락 위로 따뜻한 햇볕이 내리쬡니다.
일렁이는 눈동자는 황혼의 풍경 마냥 여러 색으로 흔들립니다.
2:39PM데미안:이렇게 입으니 확실히 달라보이네.
2:40PM벨 데니사:평소에는 안 예쁘단 뜻~?
2:40PM데미안:평소에도 당연히 예쁘지- (자연스레 네 허리에 손을 감아)
2:41PM벨 데니사:역시 그렇지~? (살갑게 웃으며 걸음을 뗀다)
2:43PM데미안:(들고 있던 차키를 눌러 차의 조수석 문을 열어주며) 타실까요, 아가씨?
2:44PM벨 데니사:(익숙하단 듯 미소로 대응해준 뒤 조수석에 앉는다) 진짜 오랜만에 데이트 하네, 그치?
2:45PM데미안:그렇네. (싱긋 웃으며 차 문을 닫아주고 앞을 빙 돌아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어)
2:46PM벨 데니사:누구가 항상 일이 바빠서 말이지~
2:47PM벨 데니사:자기가 바쁘니까 당연히 나도 바쁠 수 밖에 없잖아? 양이 너무하다고, 양이~
2:48PM데미안:그래도 그만큼 많이 찌를 수 있어서 좋은거 아니야?
2:48PM벨 데니사:누가 들으면 내가 그런 것만 좋아하는 사람처럼 보이겠는데~ 말이 조금 너무하네, 자기.
2:49PM데미안:그래? 난 그런 줄 알았는데? (장난스런 웃음을 지으며)
(말 안 해)
2:51PM데미안:자기가 좋아하는건 생생한 심장이랑 나. 이렇게만 있는 줄 알았는데- (힐끔)
2:51PM벨 데니사:(힐끔...) .... ... 몰라. (흥...)
2:52PM데미안:아니었어? (붉은 신호에 잠시 멈춰서 어깨선을 따라 내려온 머리카락을 슬 매만진다)
2:52PM벨 데니사:(하필 지금 신호가 걸릴 게 뭐람! 신호등 노려보다가) 아니면?
2:54PM데미안:그럼 나도 좀 서운한데? (눈가가 슬 쳐지지만 입꼬리를 당겨 웃으며) 하지만 자기가 그럴리는 없잖아?
2:54PM벨 데니사:... 나를 잘 아는 것 같다가도 아닌 것 같고.. 영 그렇네...~
2:56PM벨 데니사:.... 이정도로 풀어주기엔 조금 약한데~
2:56PM데미안:그럼 뭘 해드려야 아가씨가 화를 푸시려나?
2:57PM벨 데니사:글쎄~? 오늘 하루 정도 하는 거 봐서 풀지 말지 생각 좀 해볼게. (큭큭 웃으며)
2:59PM데미안:아- 관심도 없는 경매에, 불편한 정장까지 입고 가는 것 정도면 봐줄 만하지 않나?
2:59PM벨 데니사:그래서 가산점은 쳐줄 거였는데, 싫으면 말고?
3:01PM데미안:베리, 널 사랑하는 건 맞지만 그렇다고 하루 종일 숨통까지 조이진 말아줘. (녹색으로 바뀐 신호에 다시 액셀을 밟아) 날 잘 알잖아?
3:01PM벨 데니사:(흥~) (창가에 기대어 있다가) 설마 내가 그렇게까지 하겠어? (은근슬쩍 손 겹친다)
3:04PM데미안:설마 자기가 그러진 않겠지만- (크게 움직이지 못하는 손이 손가락 만을 움직여 얽고)
3:05PM벨 데니사:그치~? (사실 이렇게 구는 걸 보면 화는 이미 풀린 것 같지만) 나는 다른 여자들이랑 다르다는 거 알잖아?
3:06PM데미안:그래서 내가 널 사랑하는 거지. (고개를 살짝 돌려 피식 웃는다)
3:07PM벨 데니사:(눈이 마주치자 눈을 접어 웃더니 짧게 입을 맞추고 떨어진다) 나는 정말 운이 좋네~
3:10PM데미안:(짧은 입맞춤이 지나가자 기어를 잡고 있던 손을 잠시 뻗어 머리를 한번 쓰다듬는다.)
네비게이션을 따라 조금 가다 보면, 금방 아를라리에에 도착합니다.
아를라리에는 번화한 도시를 배경으로 삼고도 확연히 눈에 띌 정도로 커다랗고 호화로운 고층 건물입니다.
꼭대기를 가늠할 수 없는 높이, 건물을 둘러싸고 끝없이 펼쳐진 정원의 둘레.
입구에서 건물의 정문까지 도착하는데 또 몇 분의 시간이 걸릴 정도입니다.
건물에는 상호가 달려 있지 않고 수많은 창문이 불투명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3:12PM데미안:이야... 쓸데없이 눈 아프게 화려하네.
3:12PM벨 데니사:그리고 수상한 느낌이네~ 창문을 굳이 저렇게 해둘 필요 없잖아?
3:13PM데미안:경매장이라 보안이 중요한 모양이지. 딱봐도... (미간 찡글..) 안에 들어가면 어둡겠네..
3:13PM벨 데니사:.... 어두운 건 싫은데..~ (꿍얼)
3:15PM벨 데니사:(고개를 끄덕이며 차에서 내려 입구로 걸어간다)
3:16PM데미안:(차의 시동을 끄고 천천히 뒤따라 입구로 걸어가)
검은 철창과 높은 담벼락을 따라 일정한 간격으로 보안요원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3:16PM보안요원: 초대장을 보여주시겠습니까?
입구에 서면, 빳빳하게 각이 선 정장을 입은 담당자가 초대장을 확인합니다.
3:17PM벨 데니사:(깐깐하긴~) (딱 봐도 귀찮다는 표정으로 파우치에서 초대장을 꺼내 슥 보여준다)
초대장에 적힌 인원수와 실제 방문한 인원수가 다르지 않은지 확인 절차를 거칩니다.
마지막으로 차 내부에 남은 이가 없는지 확인하곤 주차요원이 핸들을 건네받네요.
형식적인 절차가 아니라 제법 철저한 보안입니다.
3:17PM보안요원: 벨 데니사 씨와 동행인 1분 입장합니다.
확인 감사합니다. 들어가셔도 좋습니다.
보안요원은 무전기를 통해 두 사람의 입장을 알리곤 정중하게 인사를 건넵니다.
3:18PM벨 데니사:그러게~ 이렇게까지 귀찮을 줄이야.
3:19PM벨 데니사:
외모
기준치: |
67/33/13 |
굴림: |
7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잘 차려입은 탓이라기엔…… 원래 이렇게 눈동자가 반짝거렸나요?
3:20PM데미안:(갸웃?) 오늘 뭐 좋은 일 있었어?
3:21PM벨 데니사:응? (데미안을 돌아보며) 딱히..~ 눈에 띄게 좋은 일은 없었는데? 아, 자기랑 데이트하는 거 빼고~
3:21PM데미안:그래? 오늘 따라 더 달라보이길래~..
3:22PM벨 데니사:그런가? (머리카락 끝을 손가락으로 꼬며) 화장품을 바꾼 건 아닌데.
3:23PM데미안:아니라면 됐어. (이마에 짧게 입을 맞추고) 갈까?
3:23PM벨 데니사:(웃으며 손을 잡는다) 응!
보폭에 맞춰 깔린 납작한 징검다리와 꽃도 아니면서 장밋빛으로 흐드러진 핑크 뮬리 그라스.
사이를 거니는 것만으로도 가을의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습니다.
날도 선선한 탓에 산책로를 걷는 기분이 드네요.
길목에는 벨과 당신 말고도 몇몇 사람이 더 보입니다.
아를라리에의 정문
까지는 걸어서 5분 정도 걸립니다.
3:25PM데미안:굳이 경매장이 이렇게 화려할 필요가 있는거야?
3:26PM벨 데니사:그러게..~ 이런 곳에 한번도 안 와봐서 난 잘 모르겠네. (주변을 힐끔 보다가) 우리도 경매는 안 다루지 않아?
3:26PM데미안:장기 경매는 해봤어도- 이렇게 화려한 곳에선 안했지.
3:27PM벨 데니사:음..~ 그건 경매라고 하기도 애매하잖아? 이렇게 화려한 곳에서 하는 건 분위기도 안 맞고~
3:28PM데미안:그건 그래~ 온 김에 둘러보기라도 할까?
3:28PM벨 데니사:(슬쩍 허리에 팔을 두르며) 난 찬성~
3:28PM데미안:(어깨를 한 손으로 감싸고 야외 정원을 둘러본다)
머리 위로는 오색의 단풍이 물들고, 시야의 좌우로는 분홍색 갈대가 물결을 이루고 있습니다.
꽃내음 대신 희미한 물 냄새와 풀 냄새가 납니다.
바람이 한 번 불면 나무가 오스스 몸을 흔들며 낙엽을 떨어뜨립니다만, 바닥은 상당히 깨끗하게 관리되어 있습니다.
풍경이 워낙 아름다워 어디서 사진을 찍어도 좋은 장면을 남길 수 있습니다.
갈대 사이에 긴 흔들 그네도 설치되어 있습니다.
정문 옆에 난 길로 들면
커다란 연못
도 보이네요.
3:30PM데미안:(쓸데없이 잘해뒀네.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연못을 들여다봅니다)
수면이 드문드문 흔들리는 커다란 연못, 아니, 호수라고 불러야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름 모를 물고기 몇 마리가 유유자적 헤엄치고 있습니다.
물은 제법 투명하고 맑은데도 깊이가 상당한지 바닥이 보이지 않습니다.
둘레를 따라 낮은 울타리가 세워져 있고, 팻말에는
※입수 금지, 수심이 생각보다 깊습니다.※
라고 쓰여 있습니다.
꽃이 드문드문 진 부레옥잠이 둥둥 떠다니는 모양새가 푹신푹신합니다.
방금까지 이것저것 말을 걸던 벨이 조용합니다.
시선을 빼앗긴 것처럼, 그 물 너머에 무언가 있기라도 한 것처럼.
3:33PM벨 데니사:음.. 그냥~ 날이 조금 덥지 않아 싶어서. 들어가면 딱 좋겠다! 라는 느낌?
3:33PM데미안:그런 것 치곤 너무 넋이 나가 있었는데? (쓰담)
정신
기준치: |
80/40/16 |
굴림: |
6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얌전~)
날이 덥고 이런 곳이 불편해서 그런 걸지도 모르지!
3:35PM데미안:불편한데 어떻게 올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네.. 끝나면 같이 수영장이라도 갈까?
3:37PM벨 데니사:(눈을 반짝! 빛내며) 그럴까? 나는 좋아! 아니, 이런 거 궁금하기도 하고 이왕 초대장이라도 받은 거~ 구경해볼까, 싶잖아? 역시? 그래서 왔는데 생각보다 너어무 부담스러워~
3:38PM데미안:(쓰담) 음~ 역시 그렇지? 그냥 돌아갈까?
3:39PM벨 데니사:(팔꿈치로 허리 쿡 찌른다) 아깝다니까! 여기까지 온 거 다이아가 어떤지 봐야겠어!
3:40PM데미안:간지러워- (피식 웃고는) 그래그래 알았어- (정원을 둘러보다 정문으로 가는 길에 주변 사람들의 대화를 듣게 된다.)
3:40PM데미안:
듣기
기준치: |
60/30/12 |
굴림: |
64 |
판정결과: |
실패 |
3:41PM방문객 1: 이번에 여기가 설립 20주년을 맞는다면서?
3:41PM방문객 2: 응. 출품하는 물건들이 모두 질이 좋고 제공되는 식사도 훌륭해서 늘 호평을 받고 있다던데.
3:42PM방문객 1: 하지만, 역시 악몽의 아틀란티스 사건이나...
스펙트럼 만화경, 라즈베리 다이아몬드 사건때문에 조금 그래. 소문도 돌잖아.
이 뒤로는 웅성거리는 소리에 묻혀 잘 들리지 않습니다.
3:43PM데미안:흠... 여기 그렇게 좋은 소문이있진 않은 것 같네?
3:43PM벨 데니사:어디든 그렇지~? (힐끔) 이렇게 좋은 곳은 뒤가 구리다구.
3:44PM데미안:여기서 산 그림을 받고 미친 사람도 있던데~ 이번 경매는 어떠려나?
3:45PM벨 데니사:만약 이번에도 그런 사람이 나온다면 볼만 하겠네~ 심심하진 않을 것 같아서. (큭큭 웃으며) 들어갈까?
3:46PM데미안:그럼 여기 온 보람은 있겠네. 가자.
길게 늘어진 길을 따라 정문을 통해 홀로 들어갑니다.
3:47PM데미안:
운
기준치: |
50/25/10 |
굴림: |
77 |
판정결과: |
실패 |
3:49PM데미안:(머리에 떨어진 손수건을 보고는 위를 올려다본다) 뭐지?
고개를 들면 1층 테라스의 사람과 눈이 마주칩니다.
3:50PM여성: 죄송해요. 다치진 않으셨어요?
나풀나풀 떨어진 손수건을 따라, 테라스 밖으로 고개를 내민 여성이 사과를 전합니다.
3:51PM데미안:떨어뜨린 것 같은데- 어쩔까? (딱히 신사적이진 않아서)
3:51PM벨 데니사:(물끄러미 보다가) 저 사람 엄청 유명한 배우야. 돌려주는 게 좋지 않을까~? (속닥)
3:52PM데미안:그래? (갸웃) 모르는 얼굴인데?
3:52PM벨 데니사:그냥 관심 없는 건 아니구?
3:53PM데미안:그게 더 맞지. (피식) 어차피 안에 들어가면 보겠지 뭐.
3:53PM벨 데니사:(힐끔 보다가 싱긋 웃는다) 그래. 소중히 하지 않은 쪽이 잘못이지.
외모
기준치: |
67/33/13 |
굴림: |
2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벨과 함께 홀로 들어오면, 분명히 아까랑 같은 사람인데 스포트라이트라도 받는 것처럼 눈에 띕니다.
3:55PM데미안:(원래도 눈에 띄긴 하지만 아까부터 뭔가 이상한데..)
(갸웃..)
3:56PM데미안:응? 아니- 아까부터 자기가 너무 눈에 띄는게 좀 이상해서?
3:57PM벨 데니사:원래도 눈에 띈다고 했으면서, 이제 와서 그러는 거야?
3:57PM데미안:원래도 그랬지만 지금은 더 그렇거든-
3:57PM벨 데니사:(음~) 그게 어떻단 거야? 혹시 불안하기라도~?
3:59PM데미안:불안할 건 없지만~ (어차피 어디 가지도 않을걸 잘 알아서.) 조금 이상하달까?
4:00PM벨 데니사:.. 그거 조금 이상하게 들리는 거 알아? (툴툴)
4:01PM데미안:아, 그런 뜻으로 한 말은 아니었는데? (입을 가리며) 혹시 화났어?
4:01PM벨 데니사:화났으면 어쩔 건데~? (웃으며 말하더니 먼저 휙 가버린다)
4:02PM데미안:같이 가야지- (바로 뒤따라 간다)
벨을 따라 로비에서 계단을 오르면 1층에 도착합니다.
좌편에는 전시장의 입구가 환하게 열려 있습니다.
벽에 커다란
포스터
가 두 장 붙어 있고, 테두리를 따라 전시품이 놓여 있습니다.
바닥에는 이동 방향을 가리키는 화살표 스티커가 보입니다.
4:04PM데미안:(벽에 붙은 포스터를 들여다봅니다)
제95회 아를라리에의 홍보용 포스터와 전시장 내 주의사항이 적힌 안내용 포스터 두 장입니다.
4:05PM데미안:보통 이렇게 써두면 다들 안지키던데-
4:05PM벨 데니사:(멀찍이서 뚱하게 쳐다보기. 지금 그게 중요해?)
4:06PM데미안:(올라온 김에 손수건이나 돌려줄까 하는 생각으로 주변을 둘러봅니다)
4:08PM데미안:(테라스에 있는 사람을 보고는 벨에게 다가가) 금방 돌려주고 올게. 너무 화내지 말고. (머리 위로 짧게 입을 맞춰)
4:08PM벨 데니사:(흥.............)
이미지 관리인지 실제 성격인지 모르겠으나 친절하고 상냥합니다.
4:09PM데미안:(손수건을 돌려주고는) 별 말씀을.
4:10PM벨 데니사:(멀리서 괜히 구둣발 탁탁 구르고 있음. 화난 토끼처럼(?))
4:10PM데미안:전 좀 달래야 할 사람이 있어서 이만. (테라스에서 나와)
4:11PM벨 데니사:응. (괜히 말 짧게 하기)
4:12PM데미안:뭐가 그렇게 화나는데? (손 쓰담)
4:12PM벨 데니사:아까 나한테 눈에 띄는 게 조금 이상하다고 한 거랑 자꾸 한눈 파는 거?
4:13PM벨 데니사:너 여기 올라오자마자 뭐부터 봤지~? 우리 자기 기억 좀 해볼까?
4:14PM데미안:...오... 자기 설마 포스터한테 질투하는건 아니지?
지금 그게 문제야?
그런 의미가 아니잖아.
됐어.
4:15PM데미안:난 여기 자기랑 퀴즈 풀려고 온건 아닌데?
4:16PM벨 데니사:그러니까 그만하겠다고. (흥)
4:17PM데미안:... (가만히 바라보다가) 여전히 화났다면 따로 풀고 와. 아마도 여기서 둘러보고 있을테니까.
너 진짜. (울컥, 하다가 결국 다른 곳으로 간다)
4:20PM데미안:... (가는 걸 붙잡지도 않고 1층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
1층엔 아를라리에에서 매회 경매마다 가장 큰 값에 낙점된 물품을 전시한 모양입니다.
물론 원본은 낙찰자에게 있으므로 전부 모조품입니다.
석류석이 촘촘히 박힌 커다란 왕관,
표면이 오색으로 일렁이는 만화경
, 제작 시기를 가늠할 수 없는 은색 총, 어두운색으로 물들어 침잠하는 흑진주……
시대와 국경을 넘나드는 귀한 물건들 사이에 어울리지 않는,
작고 평범한 다이아몬드 하나
까지.
4:22PM데미안:... 아- 괜히 온다고 했나- (별 흥미없는 물건들을 빙 둘러보며 만화경을 들여다본다)
아를라리에가 진행한 첫 경매에서 낙찰된 물건입니다.
표면마저 보석을 깎아 세공했는지 은은하게 여러 색을 냅니다.
무려 389개의 조각으로 쪼개진 유리 사이를 빛 입자가 교묘하게 떠다니며 우주의 풍경을 보여줍니다.
4:26PM데미안:(딱히 볼 기분도 아니라서 그대로 지나쳐 평범한 다이아몬드 앞에 섭니다)
7년 전쯤 경매에 올랐던 인공 다이아몬드입니다.
정식 명칭은 블러디 메리(Bloody Mary).
무려 6캐럿으로 인공 다이아몬드치곤 드문 사이즈에, 자연산 다이아몬드와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투명한 색이라 모두를 놀라게 했다는군요.
블러디 메리라는 이름이 붙은 건 빛을 받으면 희미하게 붉은색을 띠기 때문입니다.
인공 다이아몬드의 재료가 사람이라는 소문을 등에 업으며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쓰여 있습니다.
은은한 라즈베리 향이 나서 라즈베리 다이아몬드라고도 불립니다.
다이아에서 눈을 떼면 가장 안쪽, 출구 근처에 사람들이 모여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4:28PM데미안:(괜히 저런 것 때문에 여길 와서... 굉장히 심기가 불편합니다. 특히 사람 많은 곳은 질색이거든요.)
(그래도 혹시나 오지 않는 벨을 찾아야하긴 하니까... 그리 좋지 않은 표정으로 다가갑니다)
전시장의 사람들은 누구랄 것 없이 웨딩 웨누스 앞을 그냥 지나치지 못합니다.
축복받은 보석, 신의 눈물을 녹여 만든 다이아몬드, 아침에 빚어 새벽에 달아둔 희고 투명한 샛별.
수식어가 부끄럽지 않을 만큼 아름답고 황홀한 보석이 푸른 천 안에 얌전히 누워 있습니다.
모조품일 텐데도 어쩜 이렇게 아름다운지 모르겠네요.
유리 상자 너머에서도 찬란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그것을 들여다보던 어떤 이가 한숨처럼 중얼거립니다.
(도대체 왜 저런거에 환장하는지 이해가 안되네요)
4:33PM벨 데니사:(사람들이랑 조금 떨어진 곳에서 벽에 기대 담배 무는 중) (여기 금연인가? 몰라. 알 바인가?)
4:35PM데미안:(잘 보이지도 않는 눈으로 사람들 사이를 빠져나오는 기색이 조금 지친다.)
4:35PM벨 데니사:..? 덴? (사람들 많은 곳엔 웬일이지?)
4:36PM데미안:...? (안대로 가려진 곳을 슬 누르다 찾던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
4:37PM벨 데니사:여기 사람들 많은데 왜 왔어?
4:37PM데미안:... 너 찾으러. 근데... 됐네. (입에 담배를 물고 테라스 쪽으로 나가)
4:38PM벨 데니사:..? (눈을 끔뻑이다가 담배를 케이스에 집어넣고 테라스로 나간다) ... 덴?
4:39PM데미안:(담배에 불을 붙이고 연기를 뱉어낸다. 금연이고 뭐고 그게 뭔 상관이람) ...왜.
4:39PM벨 데니사:..... 기분 안 좋아?
4:42PM데미안:조금은. (연기를 들이마시고 내뱉으며)
4:42PM벨 데니사:... 내가 잘못했어. (힐끔. 시선을 피하며)
4:43PM데미안:(몸을 돌려 난간에 등을 기대고) 뭘?
4:43PM벨 데니사:.. 혼자 두고 간 거.
4:44PM벨 데니사:이런 곳에 같이 오자고 해서... (시선을 아래로 내리깐다)
4:45PM데미안:... 우리 자기는 나를 잘 아는 것 같다가도 아닌 것 같고... (들이마신 연기가 벨의 머리 위로 지나간다)
4:47PM데미안:내가 말했지, 말해줘야 안다고. 왜 화가 났는지 정확히 이야기 해주지 않았다는거야. (손을 뻗어 턱을 잡아 올린다)
4:48PM벨 데니사:... .... 그거야.., (이걸 딱히 표현할 수 있는 단어도 없고. 그냥 내 성격이 조금 꼬인 거라.... 시선을 잠깐 마주치다가 슬그머니 내린다) ... ... ....
4:49PM데미안:뭔가 마음에 안 들면 왜 마음에 안 드는지. 아니면 그냥 싫다고 할 수도 있었지? (잡은 턱에서부터 손이 올라가 뺨을 쓰다듬어)
4:50PM벨 데니사:....... 그러게.. (돌이켜 보면 전부 제 잘못이었다. 그냥 말해주면 될 걸, 혼자 꽁해있다가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고. 나이가 몇인데 이러는 건지)
4:52PM데미안:(그제서야 살풋 입꼬리를 올리고 담배를 입에서 빼낸다. 두 팔울 살며시 벌리며) 그럼, 이리 와.
4:53PM벨 데니사:(눈을 끔뻑이며 머뭇거리다가 품 안으로 쏙 들어간다) 다음부턴 안 그럴게..
4:54PM데미안:그래, 착하네. (품에 들어온 흰 고양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이마에 짧게 입술을 내립니다.)
4:57PM벨 데니사:(품 안에서 바르작거리다가 이마에 내려앉는 감촉에 고개를 살짝 들고 웃는다) 곧 경매한다고 하니까, 얼른 보고 가자. 그게 편하지?
4:59PM데미안:그래. (한 번 강하게 안았다가 놓아주며)
5:00PM벨 데니사:(다시 평소처럼 웃는 얼굴로 돌아오더니 손을 잡고 우측에 마련된 만찬장으로 간다) 끝나고 돌아가면 뭐든 들어줄게.
5:01PM데미안:정말이지? (손을 잡고 옆에서 맞춰 걸으며) 나중에 그 말 잊으면 안 돼.
5:02PM벨 데니사:당연하지! 내가 거짓말하는 스타일은 아니잖아?
둥근 테이블이 적당한 간격을 두고 배치된 만찬장.
흰 식탁보 위에는 각자의 이름이 적힌 카드와 인원수에 맞춘 커트러리가 올라와 있습니다.
벨과 당신의 자리
는 입구와 가장 가까운 끄트머리입니다.
그래도 공간이 아주 넓지 않기 때문에 무대의 광경은 한눈에 들어옵니다.
8:42PM데미안:(자리로 다가가 의자에 앉습니다.) 근데 이런 곳에 초대는 어떻게 받은거야?
8:42PM벨 데니사:다 방법이 있지. (눈을 찡긋한다)
8:43PM데미안:흠~ 뭔진 모르겠지만 (피식 웃고는)
8:43PM벨 데니사:
외모
기준치: |
67/33/13 |
굴림: |
18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잡티는 커녕 솜털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매끄럽습니다.
8:45PM벨 데니사:왜 그렇게 빤히 보는 거야? 새삼 반하기라도 한 건 아니지~? (웃으며 턱을 괸다)
8:45PM데미안:(피식) 나야 뭐 항상 자기한테 반하고 있지.
8:46PM벨 데니사:진짜로~? (키득키득 웃으며)
8:47PM벨 데니사:(흐음~) 그래서 매일 작업장에 내려오는 거야?
8:47PM데미안:(꼭 그래서만은 아니지만) 이제 알았어?
8:48PM벨 데니사:덴이 이유는 한번도 말을 안 해줬으니까~
8:49PM데미안:어느정도 짐작하고 있을 줄 알았지-
8:49PM벨 데니사:내가 초능력자는 아니잖아.. (뚱한 표정)
8:50PM데미안:또- 표정 뚱해진다. (뺨을 쓰다듬으며) 내가 거길 가는 이유의 절반 이상은 너야, 자기.
8:51PM벨 데니사:(입술을 슬쩍 내밀다가 집어넣고) 그럴 거 같긴 했지만~.. 역시 말로 들으니까 좋잖아.
8:53PM데미안:계속 그렇게 입술 내밀면 키스한다? (뺨을 쓸던 손은 목덜미로 내려가며)
8:54PM벨 데니사:난 상관 없는데? 오히려 그런 말하면 더 하고 싶어지는 법이야, 자기.
8:56PM벨 데니사:(눈을 도르륵 굴리며) 잠깐이면?
8:57PM벨 데니사:그럼 조금만 참아~ (장난치듯이 웃고는)
8:58PM데미안:어쩔 수 없네~ (잡은 목덜미를 살며시 끌어 뺨에 짧게 입을 맞췄다 떨어져)
테이블 위에는 가을에 피는 장미 봉숭아가 화려하게 흐드러졌습니다.
두 사람이 자리에 앉으면 서버가 능숙하게 음식을 나릅니다.
알마스 캐비아를 올리고, 좋은 소고기와 고구마를 빵 사이에 끼운 타르타르, 베이컨으로 감싼 제철 허브, 석류 식초에 절인 대저 토마토,
파프리카를 썰어 장식한 큰 가리비구이, 미역에 싼 바닷가재에는 가니쉬로 아스파라거스와 완두콩, 푹 익힌 무에 레몬 절임을.
흰 살이 부드러운 도미는 부드러운 국물에 잠긴 채 촉촉하게 젖어 있습니다.
인삼과 구운 바다 소금, 고추냉이와 감자, 버섯 따위를 곁들인 안심 스테이크는 원하는 정도의 굽기로 딱 맞춰 나옵니다.
마지막으로 호박꽃을 달걀흰자에 적신 튀김까지.
9:02PM데미안:(딱히 크게 배가 고프진 않아 조금 입만 대고 내버려둡니다)
음식을 적당히 먹고 나면 서버가 익숙하게 접시를 치우고 디저트를 올립니다.
화이트 쇼콜라 라바 케이크와 꿀에 절인 새빨간 사과.
촉촉한 빵의 지붕에 산딸기가 총총 박혀 있습니다.
9:03PM벨 데니사:뭔가 엄청 잘 챙겨주는 느낌인데?
9:04PM데미안:그러게 원래 이렇게 잘 나오나? (갸웃)
9:04PM벨 데니사:늘 이렇게 나오면 뭐가 남긴 해? (디저트를 포크로 쿡쿡 찌르며)
9:05PM데미안:경매로 돈을 많이 버는 모양이지~
9:05PM벨 데니사:그럼 화려하게 여는 것도 이해가 가긴 하네~
어쩐지 높은 놈들밖에 없더라. (소근)
9:06PM데미안:그래? 나야 인물은 잘 모르니까
9:07PM벨 데니사:연예인도 연예인인데 거물이 꽤 많아. 우리랑 비슷한 분야도 있고~
9:07PM데미안:음~ 역시 똑똑하네- 그런 것도 알고?
9:08PM벨 데니사:등 처먹으려면 누가 어느 정도인지는 알아야지~ (가볍게 윙크하며)
9:08PM데미안:기특해라 (쓰담) 이제 내가 모르면 자기한테 물어보면 되겠네
9:09PM벨 데니사:내가 괜히 자기 옆에 있겠어~?
경매를 시작할 모양인지 서버들은 모두 그릇을 치워서 바깥으로 나르고, 무대 위로 사회자가 올라옵니다.
좋은 밤이다, 오늘은 아를라리에의 제95회 경매가 열리는 날이다, 이 자리에 설 수 있어서 무척 영광스럽다……
9:10PM벨 데니사:우와. 진짜 지루해. (중얼)
9:10PM데미안:이런 곳은 항상 저런 말을 하지..
아를라리에의 주최자가 마이크를 넘겨받고 모두 원하는 물건을 손에 넣기 바란다며 축하사도 덧붙입니다.
무대에 오르는 물품은 순서대로
오래된 고서 - 명화 속 어린 공주의 남색 드레스 - 황제의 암탉 달걀 - 웨딩 웨누스
입니다.
경매장 내에 있는 모든 사람은 경매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참여하고 싶다면 네임카드 옆에 놓인 패를 들면 됩니다.
첫 물품은 쟌의 비밀이라는 제목의 고서입니다.
꿈과 정령, 숲에 사는 아이들을 기록한 책이라는 설명이 이어집니다.
본판은 고대에 저작되었다고는 하나, 경매에 올라온 것은 영문 번역판, 즉 사본입니다.
낡은 표지는 사본일지언정 이 책이 얼마나 오랜 시간을 보냈는지 알려줍니다.
9:15PM경매사: 196만 달러 나왔습니다. 더 없으십니까?
9:15PM데미안:와... 저런 헌책에 돈을 써?
9:15PM벨 데니사:낡은 종이 쪼가리인데... 참 돈도 많다~ (비아냥 가득)
9:16PM데미안:부자들도 참 할일이 없나봐~
9:17PM벨 데니사:그러니까 이런 곳에 와서 저런 거나 사들이는 거겠지~ 그럴 거면 차라리 더 좋은 거나 샀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마약이라던지.
9:17PM데미안:그러게 말이야~ 차라리 그 돈으로 장기나 사주지
9:18PM벨 데니사:내 말이 그 말이야! (에휴! 한숨 팍 쉰다)
곧 경매사가 나무로 된 망치를 땅땅 두드리며 196만 달러에 낙찰되었다고 합니다.
다음 물품은 명화 속 어린 공주의 남색 드레스입니다.
베르쥬가당을 따라 종처럼 퍼진 드레스 자락이 아름답습니다.
남색 천과 흰 레이스가 어우러진 모양새가 꼭 인형 옷처럼 아기자기하고 섬세합니다.
가슴에 달린 오팔은 퇴색했지만, 표면만은 여전히 매끄럽군요.
9:20PM경매사: 300 만 달러 나왔습니다. 더 없으십니까?
9:21PM벨 데니사:저런 건 좀 살 만 하네.
9:22PM데미안:음~..좀 옷이 작은게 흠이네
9:22PM벨 데니사:나한테 맞았으면 시도는 해봤겠네?
9:23PM데미안:입으면 예쁠 것 같아서- (싱긋)
9:23PM벨 데니사:(흐음~) (똑같이 웃어주고는) 확실히 잘 어울리긴 하겠지.
대화하는 사이 드레스는 300만 달러에 낙찰됩니다.
어느 황제가 황후에게 선물한 부활절 달걀이라고 하네요.
금과 보석을 세공해 만든 달걀은 반으로 가르면 루비로 눈을 장식한 암탉이 들어 있습니다.
9:24PM벨 데니사:오. 보석이라면 말이 다르지.
(;)
달걀의 표면에는 섬세한 별자리가 장미 덩굴처럼 이리저리 얽힌 채 세공되어 있습니다.
9:26PM벨 데니사:황제 센스가 나쁘지 않은 것 같아.
9:26PM경매사: 1668만 달러 나왔습니다. 더 없으십니까?
9:27PM데미안:흠~ 이건 부른 값만 한 것 같네
9:27PM벨 데니사:다들 보는 눈은 있단 얘기지~
부활절 달걀 역시 1668만 달러에 낙찰됩니다.
무대 위로 올라온 웨딩 웨누스는…… 모조품에 비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답습니다.
축복받은 보석, 신의 눈물을 녹여 만든 다이아몬드, 아침에 빚어 새벽에 달아둔 희고 투명한 샛별.
수식어가 부끄럽지 않을 만큼 아름답고 황홀한 다이아몬드입니다!
사치스러운 이도, 가치를 아는 이도, 보석을 사랑하는 이도, 그렇지 않은 이도 모두 숨을 들이켭니다.
9:29PM경매사: 5,000만 달러부터 시작합니다.
74번, 5,500만 달러!
79번, 7,000만 달러!
76번, 7,700만 달러!
16번, 9,500만 달러!
95번, 1억 달러!
9:31PM경매사: 1억 달러 나왔습니다. 더 없으십니까?
경매장의 공기는 들끓고, 경매가도 천정부지로 치솟습니다.
9:31PM벨 데니사:이런 맛에 경매 보는 거라고 누가 그러긴 하던데. 맞는 말이었네~
9:32PM데미안:저런 돌덩이에 저런 돈을 쓰는 사람들이라니
9:32PM벨 데니사:가치 있는 돌덩이면 쓸 만 하잖아~?
누군가 흥분하며 벌떡 일어나 소리를 지릅니다.
질 수 없다는 것처럼 악다구니를 쓰는 목소리가 문득…… 가까워진다 싶으면,
벨에게 부딪힌 사람도 무척 당황한 눈으로 주춤 물러섭니다.
아프다고 엄살을 부리기도 민망한 수준이었는데, 어라, 왜 벨의 팔은 저기 떨어져 있는 거죠?
뭉툭해진 오른팔의 단면을 붙잡은 벨도 영문을 모르는 얼굴로 눈을 깜빡입니다.
이상한 상황의 연속이라 인식이 한 박자 늦습니다.
요란한 파열음에 사람들의 시선이 바닥으로 떨어지면……
사람을 구성하는 성분이라곤 한 점도 보이지 않고…… 오직 희고 투명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촘촘하고 세밀하게 깎인, 셀 수 없이 많은, 굴절면을 따라 빛이 스며들고 새어 나오기를 반복합니다.
샹들리에의 빛을 받으면 옅은 프리즘이 일렁입니다.
떨어진 바닥마저도 의도한 연출 같이 느껴질 지경입니다.
벨의 외모 판정에 데미안은 정신력으로 대향 판정합니다.
9:43PM벨 데니사:
외모
기준치: |
67/33/13 |
굴림: |
5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9:43PM데미안:
정신
기준치: |
75/37/15 |
굴림: |
26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9:44PM데미안:
SAN Roll
기준치: |
75/37/15 |
굴림: |
19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9:45PM데미안:(이게 대체 무슨 일이죠? 자신이 약을 했거나 미쳤다고 해도 있을 수 없는 일이잖아요? 팔이? 팔이 떨어졌다고요?? 그것도 다이아몬드 단면처럼??)
(일단... 여기서 벨을 무사히 데리고 나가는 것이 우선이니 조용히 손을 움직여 벨의 남은 팔을 잡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경매장 내부는 쥐죽은 듯이 조용합니다.
모든 사람
의 시선은 당신이 주운
벨의 팔
과 어정쩡하게 서 있는
벨
을 향합니다.
9:48PM데미안:벨... (네게만 들릴 작은 목소리가 속삭인다) ...내가 뛰라고 하면... 바로 뒤돌아서 뛰어...
9:49PM벨 데니사:(잘린 자신의 팔을 멍하니 보다가 작게 들려오는 목소리에 느리게 고개를 끄덕인다)
벨은 자신의 팔을 당황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다만, 그 얼굴에 당황 대신 고통이나 통증은 한 점도 찾아볼 수 없군요.
손가락의 틈새로 다 가리지 못한 다이아몬드가 반짝거립니다.
9:50PM데미안:(타이밍을 잡기 위해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에게로 시선을 돌립니다)
번들거리는 시선에 깃든 것은 아름다운 보석을 향한 탐욕.
당신은 지능 판정 없이도 이 상황을 단숨에 이해합니다.
‘이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더 이상 웨딩 웨누스가 아니라는 것’을!
돌발 상황에 모두 멈춰 있지만, 곧 자리에서 일어나고, 이쪽으로 달려들면……
불현듯 한 남자가 침묵을 깨고 외마디 비명을 지릅니다.
(두손에 벨의 팔과 손목을 잡고 뒤를 돌며) 뛰어!!!
9:53PM데미안:
민첩
기준치: |
70/35/14 |
굴림: |
82 |
판정결과: |
실패 |
만찬장의 문을 열고 뛰쳐나가려는데, 벨이 꼼짝도 하지 않습니다.
돌아보면, 반대쪽 팔을 붙잡고 늘어진 사람들 때문에 인상을 찡그리고 있습니다.
9:53PM데미안:
근력
기준치: |
75/37/15 |
굴림: |
6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9:54PM데미안:돌려주긴...씨발..! (1층을 달려 숨을 만한 곳을 찾아봅니다)
9:55PM벨 데니사:죄다 개또라이인 거 아니야?!
9:57PM데미안:미친 놈들이지! (놓치지 않으려 손에 힘을 주고 달리며 가까운 전시장으로 들어간다)
9:57PM데미안:
은밀행동
기준치: |
55/27/11 |
굴림: |
21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전시장은 아까와 똑같은 구조로 물건들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물건은 탐욕에 눈을 빛내거나, 손을 뻗지 않으니 차라리 가장 안전한 장소겠네요.
9:59PM데미안:
지능
기준치: |
80/40/16 |
굴림: |
26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그러고 보니 벨의 단면이 아까 전시장에서 본 물품과 유사한데....
사람이 상상할 수 있는 어떠한 영상도 초월하는 비정상의 분위기.
감히 이름 붙일 수 없는 색깔이 일렁이며 눈을 어지럽게 하는……
10:00PM데미안:(유리상자에 들어있을 스펙트럼 만화경을 꺼내봅니다)
스펙트럼 만화경은 아까와 같은 자리에 얌전히 놓여 있습니다.
유리 상자 안에 들어있지만 얼마든지 꺼내거나 다시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10:01PM데미안:네 팔 단면. 젠장...뭐가 어떻게 되고 있는진 몰라도 이거랑 물질이 비슷해보여서. (만화경 안을 들여다본다)
10:02PM데미안:
SAN Roll
기준치: |
75/37/15 |
굴림: |
6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들여다 보는 순간, 색색의 향연에 어지러워 만화경을 떨어뜨리고 맙니다.
어딘가 익숙한 소리와 함께 만화경 안의 파편이 조각조각 부서집니다.
바닥에 흩어진 유리는 가까이 있는 조각까지 서로 달라붙습니다.
마치 끌어당기는 것처럼, 접착제라도 바른 것처럼 매끄럽게요.
10:03PM벨 데니사:.... .......
이게 지금 나랑 비슷하면...,
10:04PM데미안:하... (반신반의지만 챙겨들고 있는 팔을 들고 가까이 다가가) 가만히 있어봐.
(떨어진 곳에 팔을 가져다 댄다)
잘린 팔을 휑한 단면에 가져다 댄다면 달칵, 무언가 결합하는 소리가 나고 곧 달라붙습니다.
자석의 서로 다른 극이 달라붙듯이, 혹은 쏟아진 물이 한곳으로 뭉치듯이.
여태 걱정한 게 우스울 정도로 쉬운 과정이었는데, 정작 본인은 기분이 이상한지 미묘한 얼굴입니다.
10:05PM벨 데니사:뭐... 뭐 이딴게 다 있어..?
10:05PM데미안:자기 분명 이번에는 조용히 지나갈거라고 하지 않았어..?
10:05PM벨 데니사:... 두번 다시는 그런 말 안 할래.
10:06PM데미안:도대체 어디서 뭘 했길래..! (목소리를 줄이며) 몸이 다이아몬드가 되는거야..?
10:06PM벨 데니사:...?? (억울한 표정으로)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난 아무 것도 안 했단 말이야!
10:07PM데미안:(이마를 짚으며) 맙소사... 이제 여긴 사방이 전쟁터야. 다들 자기를 부셔서 가져가려고 안달일거라고
10:08PM벨 데니사:와.... 듣기만 해도 어메이징하네. (가벼운 어투지만 짐짓 심각한 얼굴로 제 턱을 짚는다)
10:08PM데미안:그럼 다시는 나 못 보는거야. 그러기 싫어도 그렇게 된다고.
10:09PM벨 데니사:그건 좀 끔찍한데? (사실 지금 개같지 않은 상황이 없지만) 해결책이라도 찾아봐야 되는 거 아니야? 얘네가 이딴 걸 전시해두고 경매까지 했으면 정보가 하나도 없을 리 없다고. 개멍청이들이 아닌 이상!
10:11PM데미안:아무래도 이런 만화경도 이 모양이면 그 저주받은 그림도 미신은 아니겠지. (한손으로 빈 눈가를 꾹 눌렀다 떼며) 일단 사람들 피해다니면서 다시 되돌릴 방법을 찾자. 마주치면 죽여도 정당방위지?
10:12PM벨 데니사:지금 그런 거 따지게 생겼어? 당연히 죽여야지! (드레스 자락을 걷어올려 다리에 차고 있던 총을 꺼내며) 저주받은 그림은 또 뭐야? 여기 진짜 이상한 곳이었구나?
10:13PM데미안:(자켓 안쪽에 있던 단검을 꺼내.) 여기서 그림을 사고 얼마 안 가 미쳐서 죽은 놈이 있어. 그 아들도 마찬가지고. 분명 여기 어딘가에 방법이 있을거야.
10:14PM벨 데니사:여기 그냥 개또라이 집합소였잖아~ (잠금쇠를 풀고 총을 철컥, 장전하며) 근데 그걸 어디서 찾지?
10:14PM데미안:흠... 우선 경매장으로 다시 가보자.
10:14PM벨 데니사:오... 지옥으로 다시 걸어 들어가겠다고?
10:15PM데미안:이미 거기 있던 사람들을 널 찾으려고 다른 곳을 뒤지고 있을거야. 설마 되돌아올 거라고는 생각 못하겠지.
10:16PM벨 데니사:흠. 머리를 굴리면 그게 맞긴 한데... (거기 있는 놈들 태반이 뇌에 기름이 부대낀 놈들이라. 작게 쯧, 혀를 차더니) 일단 가자. 그럼.
10:17PM데미안:
은밀행동
기준치: |
55/27/11 |
굴림: |
86 |
판정결과: |
실패 |
경매장으로 향하려고 나오면 근처에 있던 사람들 몇 명과 마주칩니다.
10:17PM데미안:제기랄.. 아직 근처에 있었나
10:18PM벨 데니사:.... 좆됐네. (쯧)
10:18PM벨 데니사:경찰 오기 전에 튈 거지~?
10:19PM데미안:살아있는 다이아몬드를 잡겠다고 있는 사람들인데.. 경찰에 신고할 생각이나 하겠어?
10:19PM벨 데니사:자기 오늘따라 계획적이네? (총으로 툭툭 치며 웃다가 사람들에게 겨눈다)
10:20PM데미안:설마 들켜도... 탐욕에 눈이 멀어 서로 죽인걸로 증언하면 그만이지..! (들고 있던 칼을 들고 달려든다)
10:21PM벨 데니사:어차피 지금 여기 있는 놈들만 죽일 거니까~! (동시에 흩어져 있는 무리를 향해 총을 쏜다)
갑자기 벌어진 상황에 사람들은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순식간에 고깃덩이가 됩니다.
10:22PM벨 데니사:다 했으면 경매장으로 가자~ (데미안을 부르며)
10:24PM데미안:(칼에 묻은 피를 털어내며) 그래.
사람은 대다수 빠져나가 텅 빈 테이블만 이리저리 배열되어 있습니다.
웨딩 웨누스만 한가하게 남아 무대 위에서 빛나고 있고요.
오늘의 주인공이라기엔 지나치게 초라한 처지가 되었네요.
저 비싼 다이아몬드의 경매마저 포기하고 사람들이 다 무얼 쫓고 있는지……
바깥의 동향을 살피는 사이, 서너 명의 사람들이 들어옵니다.
손님들이 아니라 경매사와 주최자, 보안요원 몇 명입니다.
들키기 전에 테이블 아래나 문 뒤에 숨어야겠네요.
10:26PM데미안:(발소리를 죽이고 조용히 테이블 아래로 숨어듭니다.)
10:26PM벨 데니사:(따라서 테이블 아래로 기어들어간다)
10:27PM데미안:
듣기
기준치: |
60/30/12 |
굴림: |
5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10:27PM주최자: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건가! 실험체가 탈출했다는 보고는 받은 적이 없어!
10:27PM경매사: 탈출한 실험체가 아닙니다.
애당초 임상시험은 시작해보지도 못했어요. 현재의 기술력으론 유리에 가두는 게 고작입니다.
10:28PM경매사: 최근 도시 변두리에서 외부 색채가 유입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을 보고받았습니다.
10:28PM주최자: 예상치 못한 변수 같은데…… 정리하는 대로 손님들 기억부터 지워.
10:28PM경매사: 당사자는 어떻게 할까요.
이야기를 마친 사람들은 웨딩 웨누스를 챙겨서 만찬장을 나섭니다.
10:29PM벨 데니사:.... 여기 전부 죽어 마땅한 놈들 뿐이잖아?
10:30PM데미안:그럼 지금... (어이없음) 네 몸에 그 외부 색채인가 뭔가가 들어있다는 거야?
10:30PM벨 데니사:(작게 한숨 쉬고) 아마도 그런 것 같은데? 운도 지지리 없지...
10:30PM데미안:(도대체 뭘 하면... 이라는 눈으로 보고 있다)
10:31PM벨 데니사:아까도 말했지만, 난 아무 것도 안 했어. (뒷말을 강조하며)
10:31PM데미안:(쓰담..) 그래 알았어. 네가 더 당황했던데, 일부러 그럴리도 없지.
10:32PM벨 데니사:당연하지. 그런 이상한 걸 내가 덥썩 먹을 리도 없고! (얌전히 쓰다듬 받으며) 아무튼... 여기서 찾을 건 없어 보이는데. 계속 이렇게 숨어서 붙어 있을 게 아니라면? 뭐 이것도 나쁘지 않긴 한데.
10:33PM데미안:여긴 다른 게 없는 것 같으니까 2층으로 올라가보자.
10:34PM벨 데니사:오케이~ (테이블 보를 들춰 바깥으로 나간다. 슬쩍 기지개를 켜더니 경매장 바깥을 힐끔 보고는) 계단은 저쪽이네!
10:35PM데미안:또 이상한 놈이 더 있을수도 있으니까 최대한 조용히. 알지?
10:35PM벨 데니사:(당연히 알지~ 하는 표정으로 입가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며 웃는다)
10:36PM데미안:(손을 잡고 조용히 2층으로 올라간다)
2층으로 올라가면
접견실
과
의무실
,
사무실
이 보입니다.
10:37PM데미안:사무실에 남은 정보라도 있으려나? (사무실로 향해봅니다)
10:37PM데미안:
은밀행동
기준치: |
55/27/11 |
굴림: |
94 |
판정결과: |
실패 |
반대쪽 복도에서 오는 사람들과 정면으로 맞닥뜨립니다.
10:38PM데미안:아-... 이럴수록 피곤한데.. (다시 칼을 꺼내)
10:39PM벨 데니사:왜 이렇게 사람이 많은 거야? 이래서 유명한 곳이란~ (총을 꺼내들며)
아까 죽었던 무리와 달리 당황하지도 않는 게...
아깐 어두워서 몰랐는데 밝은 곳에서 보니 유니폼을 입고 있습니다.
보안 요원이라면... 마찬가지로 제압할 만한 뭔가가 있겠죠?
10:41PM벨 데니사:(작게 혀를 차며 총을 집어넣는다) 당연히~
10:42PM데미안:(그대로 뒤돌아 계단 아래로 뛰어 내려간다)
10:42PM데미안:(계단과 가장 가까운 전시장을 들어갑니다)
아, 저기 비품 창고로 추측되는 문이 있네요.
10:44PM데미안:(서둘러 문을 열고 들어가 닫는다)
철컥, 안에 들어가 문을 잠구면 한 박자 늦게 1층 복도를 뛰어다니는 수많은 발소리가 들립니다.
10:44PM보안 요원: 젠장. 어디 간 거야!
10:45PM보안 요원 B: 저쪽부터 가보자고.
10:45PM벨 데니사:하.... 진짜 여러 번은 못해먹을 짓이네...
10:46PM데미안:빨리 알아내서 끝내고 나가는게 좋겠어. (조용히 비품실 문을 열고 주변을 살펴본다)
10:47PM벨 데니사:(데미안의 손을 잡고 다시 2층으로 올라간다)
사무실이었지?
무사히 2층으로 올라와 보면 기획3팀이라는 팻말이 보입니다.
10:49PM데미안:
자료조사
기준치: |
60/30/12 |
굴림: |
4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근처 책상을 뒤지던 당신은 운좋게 보고서 몇 장을 건집니다.
10:51PM데미안:우주에서 온 색채..? (미간을 슬 찡그리며) 어두운 곳이라.. 그래서 사람 몸 속에 들어갔다는거야?
10:55PM벨 데니사:..... 진짜 악취미 아니야? 설명해 놓은 거 보니까 생명체 같은데. 아니, 무슨 사람 몸에 들어가?
10:55PM데미안:이게 지금 네 몸에 들어있다는 소리지...
10:56PM벨 데니사:(어이 없어서 기가 막힘)
10:56PM데미안:주사기로 빼내야 하는 것 같은데 그냥은 또 안되고... 되게 까다롭네
10:56PM벨 데니사:아니! 사람 몸에 막 들어가면 어? (목소리 높아짐)
10:56PM데미안:쉬-! (손을 들어 입을 막아)
10:57PM데미안:베리, 억울한건 알지만 지금 들키면 넌 산산조각이야..
10:57PM데미안:일단 주사기를 찾아야할 것 같으니까 의무실로 가보자.
10:57PM벨 데니사:(궁시렁 궁시렁....)
10:58PM데미안:
은밀행동
기준치: |
55/27/11 |
굴림: |
85 |
판정결과: |
실패 |
뒤에서부터 낯선 목소리가 순식간에 덮치고, 벨을 끌어당깁니다.
도적의 소굴에서 보물을 쓸어담듯 우악스럽기 그지없는 손짓입니다.
11:00PM벨 데니사:
근력
기준치: |
55/27/11 |
굴림: |
97 |
판정결과: |
실패 |
11:00PM관람객:
근력
기준치: |
55/27/11 |
굴림: |
17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팔을 뜯어간 사람은 보석을 얻은 걸로 만족하는지 금방 달아납니다.
11:01PM데미안:씨발새끼가... (으르렁 거리는 목울림이 들리더니 단검을 뽑아들고 달아나는 놈을 향해 달려든다)
11:01PM데미안:
근접전(격투)
기준치: |
55/27/11 |
굴림: |
22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섬뜩한 소리가 들리고 낯선 사람의 목에서 다량의 피가 터져 나옵니다.
11:03PM데미안:(단칼에 찔러넣은 검을 빼내고 손에 쥐고 있는 팔을 주워든다.) 탐낼 걸 탐내야지..
11:04PM벨 데니사:별 그지 같은 게 다 달려드네 진짜... (상황이 순식간에 마무리되자 귀찮다는 얼굴로 다가간다)
11:04PM데미안:(가져온 팔을 다시 붙여주며) 그래도 네가 아프진 않아서 다행이네.
11:05PM벨 데니사:그러게. 고통이 없는 건 조금 마음에 들어. 아예 무감각한 건 별로지만.
11:06PM데미안:그래도 난 단단한 것보단 말랑한게 좋아서- (장난스러운 말을 건네고는) 다시 갈까?
11:07PM벨 데니사:(미묘한 표정으로 픽 웃더니) 그건 나도 마찬가지거든~? (의무실로 걸어간다)
담당자의
책상
과 안쪽으로 침대 몇 개가 나열되어 있습니다.
11:08PM데미안:(들어가자마자 책상을 살펴본다)
의무실 이용 기록,
비품 장부
, 업무 보고서 따위가 꽂혀 있네요.
11:08PM벨 데니사:음~ 옛날 생각 나네~
11:09PM데미안:병원 일 했을 때? (비품 장부를 꺼내며)
11:09PM벨 데니사:응~ 지금 있는 곳은 아무래도 핏자국이 좀 많으니까?
적힌 것은 의약품부터 사소한 사무용품이 전부지만……
게다가 비품으로 들어온 주사는 대부분
기획3팀
으로 전달되고 있습니다.
11:10PM벨 데니사:아까 우리 있던 사무실 아냐?
11:10PM데미안:하...그럼 거기로 다시 가야한다는 소리야?
11:11PM벨 데니사:진짜 봐줘라~ 그건 너무 귀찮다고~ (책상에 걸터 앉으며) 저건 뭔데? (상자를 가리킨다)
11:11PM데미안:흠... 글쎄? (장부를 내려놓고 상자를 열어본다)
날카로운 바늘이 꽂힌 주사기가 상자 가득 담겨 있습니다.
사용하지 않았는지 개별 포장은 뜯은 흔적이 없습니다.
11:12PM벨 데니사:음~ 완전 빙고! (어느새 뒤에 와서는 백허그하며)
11:15PM데미안:이걸 쓰면 되겠네. (2개 정도 자켓 안주머니에 챙겨넣고) 이제 여기도 볼일은 끝인가?
11:15PM벨 데니사:더 있을 필요는 없지? 둘 다 다친 곳도 없고...~
11:16PM데미안:그래. 옆이 접견실이었지?
11:16PM벨 데니사:여길 다 돌아봐야 하는 게 많이 귀찮네..~ 이럴 줄 알았으면 구두 안 신는 건데.
11:17PM벨 데니사:조금? 아까 뛰었을 때 살짝 따갑긴 했는데.
어차피 지금은 감각이 없으니까 그냥 착각이겠지~ 이거 해결하고 돌아가는 게 더 나을 것 같아!
11:21PM데미안:흠..그래 알았어. (몸을 돌려 손을 잡고 졉견실로 향한다)
11:22PM데미안:
은밀행동
기준치: |
55/27/11 |
굴림: |
88 |
판정결과: |
실패 |
접견실을 나오자마자 아까 봤던 그 배우를 마주칩니다.
여자는 두 사람을 보자마자 당신에게 벨을 팔라고 제안합니다.
그것들이 얼마나 귀하고 가치 있는지 떠들며 돈이라면 얼마든지 주겠다고 말합니다.
11:25PM데미안: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야?.. (표정이 일그러지더니 그대로 목에 칼을 꽂아버립니다.)
생명을 생명으로 보지 않는 인간에겐 죽음 뿐이죠.
11:26PM벨 데니사:(와~ 피로 만들어진 분수쇼~)
11:27PM데미안:괜히 힘쓰게 만들고.. (칼을 털어내더니) 가자.
11:27PM벨 데니사:(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손을 맞잡는다)
내부에 있는 것이라곤 소파와 작은 테이블 정도가 전부입니다.
테이블에는 인스턴트 커피 몇 포와
신문
이 한 부 놓여 있습니다.
11:28PM데미안:(소파에 털썩 앉아 신문을 들어 펼쳐봅니다)
「브릭스 검사 결과 위조한 농장주 K 씨 구속.」
인근의 사과 농장의 햇사과가 쓴맛이 심해 브릭스 검사 결과를 위조한 모양입니다.
……만찬의 음식 중에서도 사과만 유난히 맛이 없었죠.
11:30PM데미안:
자료조사
기준치: |
60/30/12 |
굴림: |
69 |
판정결과: |
실패 |
11:31PM데미안:너무 주절주절 긴거 아니야?
11:31PM벨 데니사:쓸데없는 내용이 왜 이렇게 많아? (소파 팔걸이에 걸터 앉으며)
11:31PM데미안:아무튼 사과 맛이 이상했다는거잖아. 그게 지금 상황이랑 관계가 있나?
11:32PM벨 데니사:그러게..~ 무슨 연관인지 하나도 모르겠는데. (신문을 눈으로 대충 훑으며)
자료조사
기준치: |
65/32/13 |
굴림: |
91 |
판정결과: |
실패 |
별로 재미도 없고 관련도 없고. (꿍얼꿍얼) 그만 가자.
11:33PM데미안:그래 여긴 별로 수확이 없네. 위로 올라가자
11:33PM벨 데니사:좋아~ (접견실을 나가 계단으로 걸어가며)
11:34PM벨 데니사:어딜 들어가야 쓸만한 걸 얻을 수 있을까?
11:35PM벨 데니사:일단 창고는 패스~ 로맨스는 끝나고 찍지 뭐. (중간에 있는 회의실로 향한다)
11:35PM데미안:
은밀행동
기준치: |
55/27/11 |
굴림: |
17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긴 테이블에는 의자가 착착 배치되어 있습니다.
화이트보드
에는 지우다 만 회의 내용이 남아있고, 서류를 정리하는
캐비닛
은 마지막 한 칸을 제외하고 잠겨 있군요.
11:36PM데미안:흠~ 급하게 회의를 한 모양이네 (화이트보드를 살펴본다)
남은 단어는 변변치 않아서 내용을 유추하기 어렵습니다.
아까 신문에서 봤던 농장의 이름도 적혀 있네요.
11:38PM벨 데니사:흐음~ 그래도 역시 모르겠단 말이지~ (테이블에 다리를 꼬고 앉는다)
11:38PM데미안:그 색채라는게 지나가면 사과 맛이 이상해지기라도 하나?
11:39PM벨 데니사:음.... 가능성이 있는 가설인데.. 원리를 모르겠네.
11:40PM데미안:지금 네 몸에 왜 들어갔는지도 모르는데 알 리가 있나-
11:40PM벨 데니사:그러게~ 난 이 망할 거랑 같이 살고 싶지 않은데!
11:40PM데미안:어둡고 축축한 곳에서 주사기로 빼내면 된다니까 괜찮을거야.
11:41PM벨 데니사:어둡고 축축한 곳.... (그런 곳이 있던가. 혼자 생각에 빠진다)
11:41PM데미안:(네가 생각에 빠진 동안 캐비닛을 열어본다)
근방에 우주에서 온 색채가 발견되었으며, 이에 대한 대책, 활용 방법을 논하는 것이 주제였던 모양입니다.
11:42PM데미안:
운
기준치: |
50/25/10 |
굴림: |
63 |
판정결과: |
실패 |
누군가의 목소리와 함께
3명의 발걸음이 들립니다.
11:44PM벨 데니사:(끄으응...) 왠지 많~이 좁을 것 같단 말이지? (그래도 숨는 게 우선이니까 캐비닛에 몸을 욱여넣는다)
11:45PM데미안:그건 나중에 생각하자고~ (널 먼저 넣어주고 안으로 들어가 캐비닛 문을 닫는다)
11:45PM벨 데니사:드레스 자락이 너무 거슬려. (중얼...)
11:46PM데미안:조금만 참아.. (소근..)
11:46PM벨 데니사:알겠으니까 누르지 좀 마. (캐비닛에 난 틈으로 바깥을 빼꼼 보며)
11:47PM데미안:누르고 싶어서 누른건 아닌데-.. (힐끔)
11:47PM벨 데니사:.... 그쪽을 얘기한 게 아니었는데, (힐끗)
11:48PM데미안:아-.. 이건 더 어쩔 수 없는데?
11:49PM벨 데니사:이런 상황에도 본능은 충실하네?
11:50PM데미안:이런 상황이니까 더 그런건 아닐까? (어깨에 턱을 올려)
11:51PM벨 데니사:내 몸에 이상한 게 들어 와 있는데도? (힐끔. 시선으로 따라가며)
11:52PM데미안:그런 상황이라면 해결된 후였으면 좋겠네.
11:52PM벨 데니사:진짜 말이 안 통해..~ (괜히 팔꿈치로 허리를 꾹 누른다)
11:53PM데미안:베리- 더 누르면 나도 곤란해.
그러는 사이 들어온 사람들은 회의실을 한 바퀴 둘러보곤, 달라진 것이 없자 금세 나갑니다.
캐비닛은 다 밖에서 담그는 구조라 신경 쓰지 않습니다.
11:56PM데미안:(밖에 조용해지자 캐비넷 문을 열어)
11:58PM벨 데니사:이제 남은 건 시청각실 하나니까... 이번엔 제발 안 들켰으면 좋겠어.
11:59PM데미안:최대한 조용히 가보자고- (회의실을 나온다)
11:59PM데미안:
은밀행동
기준치: |
55/27/11 |
굴림: |
18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스크린과 푹신한 의자가 적당한 위치에 설치돼 있습니다.
영상 속에선 끊임없이 오로라가 흘러가는 하늘을 보여줍니다.
12:00AM데미안:
관찰력
기준치: |
60/30/12 |
굴림: |
86 |
판정결과: |
실패 |
그 아래에 섰던 사람들 몇 명이 눈을 깜빡이다가 비틀비틀 몸을 흔들더니 풀썩 쓰러집니다.
화면 속에서 일어난 사람들이 고개를 이리저리 돌립니다.
표정까진 확인할 수 없지만 당황스러운 모습입니다.
무어라고 몇 마디를 주고받더니, 곧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시 하늘을 바라봅니다.
우주에서 온 색채를 직접 목격하면 사람들의 기억 일부가 휘발되는 모양입니다.
어쩌면 이 상황을 무난하게 빠져나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12:02AM벨 데니사:뭐... 잘 됐다고 해야 할까?
12:02AM데미안:어쩌면 완벽 범죄가 되겠는데?
아니 애초에 범죄는 아니지
12:03AM벨 데니사:범죄는 아니지. 목숨을 지키려고 했을 뿐인 걸? 정당 방위라구~
애초에 피해자는 이쪽인 걸~
12:03AM데미안:그렇지~? 먼저 달려든건 그 사람들이라고?
여름의 장마철이면 흔히 맡을 수 있던, 비에 젖은 흙과 바람의 향기.
선선하다 못해 다소 싸늘한 가을의 밤과는 영 어울리지 않는 배치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벨의 뺨은 매끄럽게 변하고, 여름을 풍기는 내음은 불길함을 야기합니다.
어둑한 형광등 불빛 아래에서도 형형하게 빛나는 눈동자 탓일까요.
12:04AM벨 데니사:(자신의 몸에서 이상을 느끼고) 시간이 별로 없을지도 모르겠네...~
12:05AM데미안:(불길함을 느끼고 표정이 좋지않다) ... 일단 여기서 나가자
12:05AM벨 데니사:(데미안을 힐끗 보다가 손을 잡고 시청각실을 나선다)
건조해서 툭하면 화재 사건이 일어나는 계절에 그런 곳은 흔치 않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어렵지 않게 그런 곳을 떠올릴 수 있을 겁니다.
12:06AM데미안:아, (시청각실을 나오는 순간 뭔가 떠오른듯 걸음이 멈춘다)
12:07AM관람객 C: 이봐, 얼마라도 좋아! 돈이 필요하다면 내 전 재산을 줌세!
복도에 들이닥친 것은 무수히 많은 사람의 무리입니다.
12:07AM데미안:....베리, 날 얼마나 믿어?
12:08AM벨 데니사:지금 그런 고리타분한 걸 묻는 거야? 내가 자기만 보고 번듯한 직장까지 버렸어. 이거면 답이 되나?
일련의 대사는 마치 녹음된 것처럼 틀에 박혔습니다.
탐욕에 눈이 돌아간 이들에겐 눈앞의 벨이 도저히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 모양입니다.
하필, 재수 없게도 내려가는 계단을 가로막혀 도망칠 곳이라곤 없습니다.
몇 발자국 물러나지도 않았는데 딱딱한 벽이 닿습니다.
벨을 부수지 않고 온전히, 완벽한 상태로 빼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12:10AM데미안:그럼... 일단 뛰어! (연못이 있는 정원 쪽으로 난 창문을 향해 달립니다)
12:10AM벨 데니사:..?! (놀라는가 싶더니 결국 창문을 향해 뛴다. 이쪽은.. 아마 정원이 있던 곳인데?) 덴! 창문 열려 있어?!
12:11AM데미안:...열어야지. (손을 뻗어 눈 앞에 있는 창문을 열어젖힌다)
밤바람에 스산하게 흔들리는 핑크 뮬리 그라스.
가을과 가장 어울리지 않는 색으로 물든 풍경이란 왜 하필 이토록 로맨틱할까요.
꽃이 피지 않은 정원에선 아스라이 풀냄새와 물 내음만 납니다.
깊이가 상당히 된다지만, 이 높이에서 뛰어내리는 게 과연 잘 하는 짓일까요?
이쯤이면 수면까지 거리가 얼마나 될지, 떨어졌을 때 다치진 않을지.
아니, 다 떠나서, 벨을 위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는지!
12:13AM데미안:(이제와서 생각한다고 뭐가 달라지겠어요? 손을 꼭 붙잡고 열린 창문 너머로 발을 내며) 뛰어!
역류하는 바람이 머리카락을 흔들고, 옷자락을 뒤집습니다.
거센 흐름에 눈을 제대로 뜨기가 어려울 지경입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커다란 소리와 함께 수면을 쪼개고 두 사람이 침잠합니다.
물거품이 부질없이 흩어지고, 물이 스민 시야는 뻑뻑하기 짝이 없어요.
숨을 가득 들이켠 폐는 팽팽하게 부풀었습니다.
물속에서 바라보는 벨은 어슴푸레하게 창백한 빛을 띠고 있습니다.
수면이 그리는 불규칙한 그물이 두 사람의 피부 위에 드리웁니다.
초가을에 수영이라니, 누가 들으면 미쳤다고 말할 게 분명해요.
사람들의 웅성거림도 멀리서 들리는 이곳에서……
12:15AM데미안:...(자켓 안주머니에 있는 주사기 하나를 꺼내 벨의 팔에 찔러넣습니다)
바늘을 찔러 넣으면 무척 부드럽게 파고듭니다.
벨도 따끔한지 얼굴을 찌푸리지만, 몹시 아픈 기색은 아닙니다.
피스톤을 당기는 일도 그다지 어렵지 않습니다.
부드럽게 당기면 좁은 구멍을 타고 붉은 피 대신 우주에서 온 색채가 쏟아집니다.
주사기를 가득 채우면 벨이 눈을 깜빡이다가 입을 엽니다.
뭐라고 말한 것이 분명한데 물속이니 소리가 전달될 리 없습니다.
순식간에 빠져나간 분량에 현기증을 느낀 건지 몸이 축 늘어집니다.
12:17AM데미안:..! (서둘러 벨을 끌어안고 물 밖으로 나갑니다)
벨을 챙겨서 물가로 나오면 테라스, 창가에는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습니다.
하나같이 경악한 얼굴로 아우성을 치고 있습니다.
내 보석, 내 것, 그게 얼마만큼의 가치가 있는데!
12:17AM데미안:(가운데 손가락 날림..)
모두의 시선이 당신을 향하고 있다는 게 중요하죠.
12:18AM데미안:(그리곤 들고 있던 주사기를 바닥에 던져버린다)
유리로 된 주사기는 바닥에 내던져지자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깨집니다.
우주에서 온 색채는 좁은 유리관을 빠져나와 물을 헤엄치고, 하늘로 부유합니다.
우주로 돌아가기 위해 허공을 나는 모습은 밤하늘에 드리운 때아닌 오로라.
일렁거리는 빛무리가 어찌나 아름다운지 손에 쥘 수 없는 부정형의 현상임에도 좌중의 시선은 벨을 떠나 색채로 향합니다.
사람들의 눈은 탐욕으로 번들거리고, 색채는 영롱하게 아롱거리고.
색채가 대기권을 지나 우주의 머나먼 곳으로 떠나는 순간, 일제히 별은 반짝이고 사람들이 바닥으로 쓰러집니다.
오로라 공주와의 이별이 사무치도록 슬픈 나머지, 함께 억겁을 잠들었던 과거의 어떤 다정한 등장인물처럼.
모두가 잠든 세상에 당신만이 물소리를 해치고 밖으로 나옵니다.
뭍에 다다랐을 때, 목소리를 되찾은 벨이 이렇게 말합니다.
12:20AM벨 데니사:... 진짜 개같아..
12:20AM벨 데니사:(콜록... 물이 섞인 기침을 하며 바닥에 털썩 드러눕는다) 아-... 집엔 또 언제 가..
12:21AM데미안:차 운전해서 가야지.. (작게 숨을 토해내고는) 그리고 베리..
12:21AM벨 데니사:응? (슬쩍 시선을 위로 올린다)
12:21AM데미안:다시는.. 초대권 받아도 가지마.
커다란 달이 머리 위에서 빛나는, 보잘것없는 밤이었습니다.
END 3. 흠뻑 젖은 서로를 위해 건배할까요?
12:22AM▶: 26분 후 깨어난 사람들은 우주에서 온 색채와 관련된 헤프닝을 모두 잊습니다. 아를라리에의 직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흠뻑 젖은 두 사람을 보고 모두가 놀라겠네요! 아를라리에에서 준비한 여벌 옷으로 갈아입으면 만찬장에서 웨딩 웨누스의 경매가 다시 시작됩니다.
두 사람은 뒤풀이에 참여해서 술잔을 기울일 수도 있고, 곧바로 집으로 돌아갈 수도 있을 겁니다.
KPC는 부러진 곳이 있다면 약한 실금이 남습니다. 여전히 머리카락이나 눈동자에는 우주에서 온 색채가 남긴 흔적이 일렁일지도 모릅니다. 3일이 지나면 완전히 사라지니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