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enario writer : 야논

 

2022. 01. 16

윤재현 X 도해린

KP : 곰탱

PL : 레시 펜들턴

 

 
세션카드
 
담피르와 함께 춤을
 
Written By. 야논
 
2022. 01. 16
 
KPC 에단 휴
 
PC 헬리아 엘리샤
 
21:00
 
START
 
담피르:헬리아! 헬리아!
 
자신을 부르는 익숙한 목소리.
 
당신은 낡은 고성 깊은 곳, 자신의 관 안에서 눈을 뜹니다.
 
깜빡, 깜빡…
 
흐릿한 시야를 몇 번 고치고 나면 낯익은 형제의 얼굴이 보입니다.
 
헬리아 엘리샤:(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눈을 뜹니다.) ...뭐야...
 
형제의 등 뒤로는 반짝이는 샹들리에가 달린 천장이 보이네요.
 
작은 돌 부스러기가 때때로 바람결에 흩날리고, 사이사이 덩굴이 엉긴 익숙한 곳입니다.
 
오늘따라 형제의 표정이 밝고 기운 있어보입니다.
 
기분 좋은 일이라도 있었던 걸까요.
 
담피르:뭐긴, 일어날 시간이니까 불렀지. 얼른 일어나-.
 
일어나라며 손을 잡고 끌어당기는 행동에 어쩔 수 없다는 듯 몸을 일으키면, 핑 현기증이 돌며 근래 아무것도 먹지 못한 몸이 힘없이 휘청입니다.
 
헬리아 엘리샤:언제 그런걸 정해뒀다고- (악력에 이끌려 일어나면 현기증에 머리를 붙잡습니다.) 아... 젠장...
 
헬리아 건강 판정
 
헬리아 엘리샤:
건강
기준치: 40/20/8
굴림: 65
판정결과: 실패
 
균형을 잃은 몸이 차가운 바닥에 넘어집니다.
 
쿵!
 
체력 -1
 
헬리아 엘리샤:내가 길게 자고 일어났을 때는 막 잡아당기지 말랬지... (신경질 적으로 노려보며 으르렁거립니다.)
 
담피르:... 미, 미안해..
 
형제가 비틀거리는 당신을 끌어당기며 부축합니다.
 
다친 곳은 없는지 살피며 먼지를 툭툭 털어주는 모습을 보는 건 오랜만인 듯한 기분이지만 아주 찰나의 시간이 지난 것 같기도 합니다.
 
주변을 둘러보려던 눈이 짧게 빛이 끊깁니다.
 
근래 아무것도 먹지 못했으니 안 그래도 작고 가녀린 체구가 힘없이 흔들거립니다.
 
잠시 어지러움을 떨쳐내듯 서있으면 이조차도 언제나와 같은 하루임을 깨닫습니다.
 
낡은 고성에서 잠이 들고, 깬 후에는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고, 뱀파이어와 인간들로부터 숨은 채 연명하다가 목숨을 걸고 먹이를 구하러 가는……
 
정말이지 피곤하고 권태로운 삶입니다.
 
헬리아 엘리샤:정말이지 매번 짜증나네... (작게 중얼거리다) 그래서... 오늘은 어디로 갈건데?
 
담피르:늘 똑같지.. 마을로 내려갈 거야.
 
언제 지어졌는지도 모를 이 낡고 오래된 성 안, 그 중에서도 당신의 몸에 꼭 맞는 긴 육각형의 관.
 
그게 당신이 사는 세상의 전부입니다.
 
스스로조차 언제 어디서 어떻게 태어났는지 모르니 흥미를 가질 것이라고는 오로지 눈앞에 보이는 현실과 자그마한 창 밖으로 보이는 바깥 세상 뿐입니다.
 
펄럭,
 
늦은 햇살을 가렸던 천이 열린 창 사이로 펄럭입니다.
 
적당히 시원한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기 시작하는 계절입니다.
 
틈새로 보이는 바깥 풍경은 잠에서 막 깨어난 당신을 노을빛으로 안내하는 것 같습니다.
 
그 속에서는 땅거미가 저문 해를 삼키듯 내리고 있습니다.
 
곧 구름과 함께 밤이 흐리게 내려앉겠지요.
 
그리고 그 어둠이 내려앉을 녹음이 우거진 곳에서는 쏴아아... 나뭇잎이 맞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 자신보다 일찍 일어난 형제와 간단하게 대화하거나 고성 내부를 살필 수 있습니다.
 
헬리아 엘리샤:하... (살랑이는 바람을 깊게 들이마셨다 뱉고는) 이왕이면 땅에 떨어진 시가도 건졌으면 좋겠네.
 
담피르:... 그러게. (꾸닥...)
 
헬리아 엘리샤:(긴 잠에 헝클어진 머리를 빗어내며 주변을 잠시 둘러봅니다)
 
시야가 돌아오고, 주변을 둘러보면 잠든 사이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이 고성은 변한 것이 없어보입니다.
 
이곳은 당신과 형제가 매번 잠들고 일어나는 2층의 가장 안쪽 방입니다.
 
창가에 내린 담쟁이 덩굴 사이로 빛이 흘러들어오며 방 안을 고즈넉히 비춥니다.
 
공간 자체는 넓지만, 방 안을 채운 가구가 없어 휑합니다.
 
당신이 조금 전 일어난 이 끝입니다.
 
헬리아 엘리샤:(자신이 자고 일어난 관을 돌아봅니다)
 
잠에 들 때마다 당신의 몸을 담는 궤櫃입니다.
 
육각관으로, 안쪽은 보라색, 바깥쪽은 검은색으로 칠해져 있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 변색되었는지 군데군데 본래의 원목 색을 띠기도 합니다.
 
헬리아 관찰 판정
 
헬리아 엘리샤: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86
판정결과: 실패
 
달라진 게 없네요.
 
당신이 방금 막 나와 열려 있는 것을 제외하면요.
 
헬리아 엘리샤:(관이야 뭐 항상 똑같은 관이죠. 뚜껑을 닫으려 가까이 다가갑니다)
 
닫으려 하면, 안에 작은 편지가 들어 있음을 알게 됩니다.
 
꽤 시간이 지난 것 같은데도 접힌 곳 하나 없이 깔끔한 종이입니다.
 
매일 잠드는 곳인데, 왜 이제껏 발견하지 못 했을까요?
 
헬리아 엘리샤:...? 이건 뭐야? (관 안에 있는 편지를 꺼내듭니다)
 
앞뒷면을 살펴보아도 수신인과 발신인은 적혀 있지 않습니다.
 
헬리아 엘리샤:(동족을 돌아보며) 이거 네가 넣어둔거야?
 
담피르:응? 아니..? (고개를 설레 젓는다)
 
헬리아 엘리샤:그럼 누구지... (편지를 뜯어 내용을 읽어봅니다)
 
잉크가 딱딱하게 굳어 펼치는 동시에 떨어집니다.
 
다행히 잉크의 흔적이 종이에 그대로 남아 읽을 수 있겠네요.
 
짧은 단문의 글이 적혀 있습니다.
 
네 손을 잡으러 갈게.
 
이런 쪽지를 받은 적이 있던가요?
 
아니라면 이곳에 들어와서 당신이 모르는 짓을 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걸까요.
 
이상한 기분입니다.
 
헬리아 엘리샤:... 뭐야? (기억에도 없는 편지에 미간을 슬 찡그립니다)
(편지를 다시 관 안에 넣어두고 뚜껑을 닫습니다)
 
쿵, 묵직한 소리를 내며 관이 닫힙니다.
 
헬리아 엘리샤:(뚜껑을 닫는 동시에 가려져있던 벽과 마주합니다.)
 
방을 감싸고 있는 벽입니다.
 
얼핏 보기에 색을 발라 부드러워 보이지만 만져보면 벽돌을 겹겹이 쌓아올린 단단한 형태의 구조입니다.
 
헬리아 관찰 판정
 
헬리아 엘리샤: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47
판정결과: 보통 성공
 
구석의 벽과 바닥 사이 이음부가 어둡게 부식되어 있습니다.
 
고성은 당신이 언제부터 지냈는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오래 되었으니 관리를 하지 않으면 이곳저곳 망가지기 마련이지만, 어쩐지 좋은 기분은 아니네요.
 
헬리아 엘리샤:... (오래되긴 했죠. 내 나이가 몇인데. 당연히 부식되어가는게 당연하지만 썩 좋진 않네요.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창가로 다가갑니다)
 
노을이 지고 있는 바깥이 보입니다.
 
그동안 청소를 하지 않아 창틀에 먼지가 쌓여있습니다.
 
일주일 전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생명체 하나 보이지 않고, 땅은 메말라가며 풀은 물 없이 말라 죽어가고 있습니다.
 
이제 이 근처로는 새 한 마리도 날아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헬리아 엘리샤:(인간이 오는 일도 적을테니 오히려 다행일까요. 창가에서 나오며) 슬슬 갈까-
 
어느 정도 상황을 파악하면 창밖으로 완전히 밤이 내려앉습니다.
 
꼬르륵…
 
그리고 불현듯, 당신은 허기를 느낍니다.
 
일주일 간이나 잠들어 있었으니 그럴만 한가요?
 
고성을 둘러보아도, 밖을 살펴보아도 변한 것 없이 마찬가지입니다.
 
가끔 성 근처를 떠돌던 자그마한 동물도 더 이상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황폐해졌으면 황폐해졌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어딜 보나 먹이로 삼을 만한 것은 보이지 않습니다.
 
피 한 방울 없이 잠든 채 버틴지도 벌써 일주일째.
 
목이 타는 것 같은 심각한 갈증이 이어집니다.
 
이대로 가다간 정말 죽을지도 모르겠는걸요.
 
당신은 준비랄 것도 없이 형제와 함께 고성을 나옵니다.
 
살고 싶지 않지만, 굶어 죽고 싶지도 않거든요.
 
이 허기를 달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습니다.
 
헬리아 엘리샤:이러단 시가 재 대신 우리가 재가 되겠어~..
 
한때 지극히 지위 높은 누군가가 살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성은 세월의 흐름에 따라 이곳저곳 돌무더기가 무너져 있습니다.
 
헬리아 듣기 판정
 
헬리아 엘리샤:
듣기
기준치: 60/30/12
굴림: 88
판정결과: 실패
 
바스락.
 
고성 밖을 나오는 순간, 작은 소리가 들립니다.
 
순간 당신의 머릿속에는 수십 가지 생각이 지나갑니다.
 
뱀파이어? 아니면 인간? 헌터?
 
아니면 더 거대한 짐승?
 
헬리아 엘리샤:(소리에 바로 뒤를 돌아보며) ... 뭐지?
 
뒤돌아보면,
 
쏴아아...
 
나뭇잎만이 바람에 흔들립니다.
 
돌아본 곳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 ...잘못 들었던 걸까요?
 
헬리아 엘리샤:... 바람소리였나..
 
숲은 당신에게 익숙한 곳입니다.
 
고성 근처가 숲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일까요.
 
숨을 죽이고, 수풀 사이와 나무 사이로 조심스럽게 발을 내디딥니다.
 
그렇게 마을로 향하는 길은 오로지 어둠이 내려앉은 숲인데...
 
신경 쓰이는 숲을 자연스레 둘러봅니다.
 
헬리아 관찰 판정
 
헬리아 엘리샤: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38
판정결과: 보통 성공
 
시간이 깊어 미처 몰랐으나 자세히 보니 이 숲에 있는 나뭇잎 대부분이 바싹 메말라 있습니다.
 
창밖으로 봤을 때도 이 정도까진 아니었던 것 같은데요.
 
잠깐 사이에 더 심해진 것 같습니다.
 
이전에 들렸던 수상한 소리 역시 마른 나뭇잎이 서로 부딪혀 내는 소리였던 걸까요?
 
잠깐,
 
... 그러고 보니 한 구석의 잡초가 조금 이상합니다.
 
말라있을 뿐만 아니라,
 
검게 변해있습니다.
 
헬리아 엘리샤:이것 좀 봐 봐. (검게 변해있는 잡초를 보며) 좀 이상하지 않아?
 
담피르:응? (가까이 다가가더니) .. 그러네. 왜 이렇게 됐지...? 병이라도 들었나?
 
마른 풀은 구멍이 뚫려 있으며, 그 주변을 중심으로 땅까지 검게 물들어있습니다.
 
이 정도면 심각함을 넘어서 전염병은 아닐까 의심될 수준입니다.
 
생명이 자라지 못하는 곳에 점점 발길이 끊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죠.
 
조만간 거처를 옮기는 것도 고려해보아야겠습니다.
 
헬리아 엘리샤:...조만간 다른 곳으로 옮겨야겠어. 이러단 둘다 굶어 죽어.
 
담피르:(끄덕끄덕) 배 좀 채우고 나서 새로 살 곳을 알아보자.
 
헬리아 엘리샤:그래. (고개를 끄덕이고는 마을로 조용히 내려갑니다)
 
높은 고성에서 마을까지 내려가는 숲길은 밤이 깔려 어둑어둑해 앞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심지어 허리춤까지 자란 풀이 대거 죽어 있고, 바닥에는 돌이 이리저리 불규칙적으로 나와 있어 자칫하다간 발이 걸려 넘어지기 십상입니다.
 
제대로 걷기 힘듭니다.
 
헬리아 행운 판정
 
헬리아 엘리샤:
기준치: 75/37/15
굴림: 39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래도 자신에게 익숙한 길입니다.
 
숲길을 어렵지 않게 헤쳐 금방 마을까지 도착합니다.
 
장면전환
 
가까워진 마을은 각양각색으로 칠해진 아름다운 집들이 보기 좋게 모여 단정하고 정갈한 느낌입니다.
 
군데군데 울타리가 세워져 있고 그 안에는 마당과 가축들이 보이네요.
 
사람이 다니는 길가마다 일정하게 밝은 등을 걸어두어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적당히 시야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집의 거리가 유독 가까운 이유도 숨기는 것이 없을 정도로 사이가 가깝고 좋기 때문이라던가요.
 
실제로 당신도 이 마을에서 싸우는 사람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뭔가 이상합니다.
 
마을 광장 한 가운데에서 언성 높인 목소리가 들립니다.
 
헬리아 엘리샤:분위기가 뭔가 이상한데.. (발소리를 죽이며 살금살금 광장 근처로 숨어듭니다)
 
광장을 눈대중으로 훑어보면 그 소리를 중심으로 주민들이 가득 둘러싸고 있습니다.
 
두런두런 그들의 말소리가 이어집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 대화 내용을 엿듣거나 숨어서 사람들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헬리아 엘리샤:(건물 사이에 숨어 대화 내용을 엿들어봅니다)
 
광장 사이의 좁은 골목길이 눈에 띕니다.
 
마을 주민들끼리는 모두 친하고 아는 사이니 모르는 얼굴인 당신이 굳이 눈에 띌 필요가 없겠죠.
 
헬리아 듣기 판정
 
헬리아 엘리샤:
듣기
기준치: 60/30/12
굴림: 58
판정결과: 보통 성공
 
“…… 하다고!”
 
마을 주민들 중 대표로 보이는 나이 지긋한 사람이 손에 종이 하나를 말아쥐고 역정을 냅니다.
 
헬리아 엘리샤:...? 뭐라는거야? (귀 쫑긋..)
 
아무래도 저 종이의 내용과 관련하여 화가 난 것 같은데…
 
종이는 말려 있어 안의 내용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헬리아 엘리샤:(잘 보이지도 않네..)(짜증)
 
광장 주변이나 조금 둘러볼까요?
 
헬리아 엘리샤:(말소리도 잘 안들리는거 광장 주변을 슬쩍 둘러봅니다)
 
군데군데 마을 기둥이나 벽마다 같은 종이 재질의 벽보가 붙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당신이 숨은 뒷골목에도 붙어 있습니다.
 
헬리아 엘리샤:벽보? (떼어내 읽어봅니다)
 
벽을 따라 돌자국이 남고 자연스레 모서리가 헤져 찢어진 흔적이 남은 평범한 종이입니다.
 
그런데… 내용은 평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머리에 뿔이 달린 채 눈동자에 동공이 없고 가죽은 말라 비틀어져 날카로운 뼈밖에 남지 않은 기괴하게 생긴 괴물이,
 
자신의 입을 길게 찢어 우악스럽게 벌리고 동물을 물어 피를 빨아 죽이는 그림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 밑에는… [뱀파이어 주의]라고 써있습니다.
 
그리고 그 글씨를 중심으로 가득 ‘죽어’ ‘죽어’ ‘괴물’ ‘악마’ ‘죽어’ 등의 질 나쁜 낙서가 붉은 글씨로 적혀있습니다.
 
헬리아 엘리샤:... ... (자신과는 조금 다른 종족이지만 피를 먹는 것은 같기에 기분이 가라앉습니다. 괴물이라고 할 것까진 없지않나... 작게 중얼거리며 벽보를 찢어버립니다)
 
그 순간, 마을 주민들의 대화 소리가 들립니다.
 
마을 대표: 그래서 아직도 소득이 없다는 게 말이 되나?
 
?: 지금 겨우 일주일 째입니다, 어르신.
 
마을 대표: 자네들은 전문가라 하지 않았나! 어제도 벌써 일이 하나 났는데 실마리 하나 못 잡는 게 말이 되냐, 그 말이야!
 
??: 보자보자 하니까 우리 대장께 말이 심하지 않나!
 
헬리아 엘리샤:(와... 전에 다녀갔다고 바로 신고했어?)
 
마을 주민 A: 자자, 이러지들 마시고……
 
대화를 듣고 있자면 점점 격해지는 발언에 눈치를 보다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장정 여럿이 붙어 서로를 뜯어 말립니다.
 
누가 봐도 더 말이 오갔다가는 몸싸움으로까지 번질 것 같았으니까요.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화를 달래며 숨을 고르는 마을 주민 대표를 가만히 바라보던 검은 망토의 사람이 이윽고 등을 돌립니다.
 
헬리아 관찰 판정
 
헬리아 엘리샤: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81
판정결과: 실패
 
등을 돌리며 얼핏 그와 시선과 짧게 마주친 것 같습니다.
 
헬리아 엘리샤:...! (서둘러 골목 안으로 숨는다)
 
그가 돌아선 것을 시작으로 검은 망토를 쓴 무리들 역시 서로 무언가 작게 말을 주고 받으며 속닥이더니 하나 둘 자리를 뜹니다.
 
아무래도 처음 등을 돌린 사람이 그들의 통솔자가 맞았던 모양이죠.
 
헬리아 엘리샤:... ...
 
무리들이 자리를 떠나자 상대할 사람이 없어진 주민들의 모임 역시 흐지부지 마무리됩니다.
 
광장에 남은 마을 주민들은 두런두런 과열된 분위기에 대한 여운이 담긴 대화를 나누다 조금씩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거나 근처를 맴돌며 각자의 볼 일을 봅니다.
 
헬리아 엘리샤:휴.... 들키진 않은 모양이네...
 
헬리아 지능 판정
 
헬리아 엘리샤:
지능
기준치: 75/37/15
굴림: 72
판정결과: 보통 성공
 
사람이 많이 줄어들었고 밤이라고는 하나 아직 광장에는 남은 사람들이 몇 있습니다.
 
당신은 현재 여러 사람을 상대하기에는 힘이 터무니 없이 약한 상태.
 
소동물이라 하더라도 사람들이 깨어있을 때를 노리면 사살당하기 딱 좋은 보기가 되겠죠.
 
어느 면으로 보나 정면으로 사냥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헬리아 엘리샤:... 아무래도 다들 잠들 때까지 기다려야겠어..
반갑지 않은 손님들도 계시고 말이야.
 
담피르:..그래야.... .... 앗, 헬리아. 저길 봐! (손가락으로 작은 가축들이 갇혀 있는 민가를 가리킨다) 저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헬리아 엘리샤:(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을 보며) 음~.. 딱 적당하네. 새벽까지만 기다렸다가 먹고 돌아가자.

 

 
장면전환
 
조금 더 기다리면, 모두 잠든 새벽이 되었습니다.
 
민가는 광장의 길목 바깥쪽에 있어 다른 집들과도 조금 떨어진 거리에 있습니다.
 
저 정도의 가축이라면 다시 일주일은 버틸 수 있을 거예요.
 
헬리아 엘리샤:... (조용히 고갯짓을 하고는 발소리를 죽여 민가의 울타리쪽으로 다가갑니다)
 
살펴두었던 민가로 소리 없이 다가가면, 가끔 이불보가 스치는 소리와 사람들의 고른 숨소리밖에 들리지 않습니다.
 
드디어 잠에서 깨어난 후 첫 식사 시간입니다.
 
일주일 만의 허기를 채울, 겨우 제대로 된……
 
뱀파이어도 인간도 숨을 죽인 여명이 밝아오는 시간.
 
당신은 떨리는 손으로 작은 가축을 하나 잡습니다.
 
부드러운 털, 포식자 앞에 놓인 가녀린 피식자의 숨소리와 떨림.
 
입을 벌려 그것을 베어물려는 순간,
 
…철컥.
 
당신을 향한 소름 끼치는 장전 소리가 들려옵니다.
 
헬리아 엘리샤:...!!
 
... 장전 소리?
 
휙,
 
헬리아 엘리샤:(젠장...)
 
뒤에 겨누어진 것에 척추를 타고 서늘한 감각이 찌르르 내려갑니다.
 
얼어붙은 눈동자를 천천히 돌려 바라보면 곧장 당신을 꿰뚫는 듯한 총구 안쪽 끝으로 새하얗게 반짝이며 빛나는 것과 눈이 마주칩니다.
 
본능적인 공포가 당신을 지배합니다.
 
저건 은입니다.
 
한 번도 마주한 적 없지만 알 수 있습니다.
 
헬리아 엘리샤:(저걸 맞으면 바로 즉사라는 걸 알리는 경고음이 머리속을 채웁니다. 어쩌지? 바로 앞에서 들켰어요. 어떻게든 도망쳐야..)
 
총을 따라 시선을 올리면 당신을 집어삼킬 듯 크게 펄럭이는 검은 망토, 그리고 그것보다 더 위압적인 시선이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덮어쓴 망토 모자 아래 보이는 머리카락이 달빛에 반사되어 날카롭게 빛납니다.
 
자신을 죽이려는 존재의 등장입니다.
 
헬리아 이성 판정
 
헬리아 엘리샤:
SAN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4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 -1
 
당신의 피부는 은에 스치기만 해도 불에 타듯 뜨거운 통증을 느낄 것입니다.
 
운좋게 이 상황을 빠져나간다고 해도, 다른 무기보다 은에 입은 상처는 회복이 훨씬 더디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나 끔찍한 화상을 오래도록……
 
마비가 온 것처럼 몸이 굳고 경련하듯 떨려옵니다.
 
여기서, 이렇게, 죽는 걸까요?
 
헬리아 엘리샤:(입장은 반대가 되어 숨이 덜덜 떨립니다. 이렇게는 죽고 싶지 않아요)
 
그런데,
 
에단 휴:... 어린 애?
 
마치 사신과 같던 그의 입에서 뱉어진 말은 예상한 것과는 전혀 다른 어투입니다.
 
헬리아 엘리샤:...?!
 
시선을 마주친 헌터는 인상을 찌푸리며 천천히 총구를 내립니다.
 
그 메마른 목소리가 내뱉은 것에 담긴 건 의아함이었을까요.
 
아, 그렇습니다.
 
당신은 인간인 그들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오랜 세월을 살아왔으나 제대로 피를 섭취하지 못해 체구가 작은 편입니다.
 
인간으로 따지자면 담피르는 가장 젊고 활동하기 쉬운 20대 때 성장이 멈추지만, 아직 당신은 그 정도까지 성장하지 못할 정도로 굶주렸죠.
 
그렇다면 인간의 눈으로 보기에 자신이 어린 나이 대인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헬리아 엘리샤:(아... 그랬죠. 너무 놀라서 지금 자신의 모습을 잠시 잊었습니다.) ...누구..세요? (최대한 어린아이의 목소리를 내며 겁먹은 표정을 짓습니다)
 
착각이야 자유라지만 어린 생명으로 보아 살려준다면 자신에게는 더 없는 이득인 일입니다.
 
그야, 당신은 여기서 허무하게 죽고 싶지 않은걸요.
 
일방적으로 사냥 당하는 것은 질색입니다.
 
생명을 가졌다면 누구나 그렇지 않을까요?
 
에단 휴:.....
 
헬리아 엘리샤:(제발...제발 속아라...)
 
에단 휴:널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는 사람.
 
헬리아 엘리샤:네...?
(젠장... 생각보다 눈치 빠른 놈인가) 전... 잘 못한게 없는데요..?
 
에단 휴:... 글쎄. 적어도 지금으로선 그렇게 보이는데. .. 혹시 모르지.
 
헬리아 엘리샤:...지...집에 갈래요.. (후들거리는 다리를 일으킵니다. 조용히... 도망가면 살 수 있을지도 몰라요)
 
헌터는 표정을 구기고 있지만 공격할 기색은 없어보입니다.
 
오히려 골치 아프다는 듯이 총을 홀스터에 꽂습니다.
 
살았나? 생각하며 겨우 참았던 숨이 쉬어지고, 뻣뻣해진 다리에서 힘이 풀리려 하면,
 
―탕!!!
 
헬리아 엘리샤:..?!!!
 
일순 고막을 터뜨릴 듯 울리는 소리, 마치 자신의 몸을 갈기갈기 찢으며 관통한 듯한 끔찍한 감각.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것만 같습니다.
 
질 나쁜 풍선처럼 순간적으로 피가 퍽, 터져나온 방향은 당신의 뒤쪽입니다.
 
당신의 발치에 질척하고 짙은 향의 액체가 튑니다.
 
헬리아 엘리샤:... ... (총성에 뻣뻣하게 굳은 몸이 천천히 뒤로 고개를 돌립니다)
 
헬리아 관찰 판정
 
헬리아 엘리샤: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42
판정결과: 보통 성공
 
자신과 함께 왔던 형제가 복부에서 검은 피를 쏟으며 죽어가고 있습니다.
 
근처의 땅이 진득하게 물들어갑니다.
 
상처가 아물지 않고 오히려 더 벌어지는 것 같습니다. 
 
환부 주변은 불에 타는 것처럼 조금씩 오그라들어가는 소리를 내며 연기를 내뿜고 있습니다.
 
은탄환입니다.
 
헬리아 엘리샤:아... ... (말을 뱉는 순간 자신도 들킨거에요. 하지만...오랬동안 자신과 함께한 동족입니다.) 안 돼...
 
헌터는 자신의 앞에 있는데.
 
그렇다면 이곳에 또 다른 사람이 있다는 건가요?
 
저 탄환은 어디서 발사된 거죠?
 
눈앞의 상대가 총구를 내렸다고 방심했습니다.
 
지금 자신은 안전한가요?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도망칠 수 있나요?
 
그리고 저 죽어가는 것은 어떻게 해야……
 
그런 수많은 질문들을 해결하기도 전,
 
덥썩.
 
어느샌가 발밑까지 기어온 형제가 당신의 발목을 잡습니다.
 
욱, 피와 함께 내장까지 쏟아내듯 토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손끝이 경련하듯 움찔거리다가 점점 말단부부터 검게 재처럼 흩어집니다.
 
헬리아 엘리샤:하... (차가운 숨이 떨려옵니다. 다리에 힘이 풀려 자리에 주저앉아 바닥에 흩어진 재를 움켜쥡니다) ... ...
 
마지막 순간, 그가 당신을 올려다 보며 입을 벙긋거립니다.
 
눈에서 눈물이 한 줄기 흐릅니다.
 
담피르: 죽, 고… 싶지….않, …
 
그리고는 흔적도 없이 사라집니다.
 
헬리아 엘리샤:... ....
 
헬리아 이성 판정
 
헬리아 엘리샤:
SAN Roll
기준치: 69/34/13
굴림: 2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성 변화 없음
 
에단 휴:젠장..
 
넋을 놓은 채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당신에게 다가온 헌터는 곧바로 당신을 붙잡아 억지로 입을 좌우로 크게 벌립니다.
 
헬리아 엘리샤:안 돼... 안되는...!! (자신의 입을 잡아 벌리는 행동에 손목을 붙잡으며 발버둥칩니다) 놔!!! 이거 놓으라고!!
 
곧 당신의 송곳니를 확인했는지 그의 눈이 가늘어집니다.
 
동시에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더니 당신의 입에 쑤셔넣고 손목을 묶어 잡습니다.
 
에단 휴:... 살고 싶으면 제발 가만히 있어.
 
입안에 들어온 이물질은 부드러운 고무 재질의 무언가입니다.
 
헬리아 엘리샤:윽..!!!
 
펄럭,
 
눈앞이 가려집니다.
 
이건… 그들이 입고 다니는 검은 망토인가요?
 
헌터는 낮게 속삭입니다.
 
에단 휴:그 상태로 조용히 따라와.
 
헬리아 엘리샤:... ... (입이 막혀 아무말도 할 수 없지만 거친 숨을 내뱉으며 눈 앞의 적을 노려보고 있습니다)
 
섣불리 나섰다간 당신 또한 죽을지 모릅니다.
 
그 본능적인 두려움과 긴장감이 당신을 지배합니다.
 
당신은 헌터의 손에 붙들려 망토 안에 모습이 감춰지고,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그를 따라갑니다.
 
장면전환
 
철컥, 철컥.
 
나뭇바닥이 오래된 것처럼 삐걱거립니다.
 
나무로 된 곳의 실내에 들어온 것 같은데, 들어서자마자 손쓸 새도 없이 당신의 손목과 발목, 그리고 목에 단단한 구속구가 채워집니다.
 
헬리아 엘리샤:..!! (목에 채워진 구속구를 풀어내려 손으로 잡고 긁어내며 반항하는 몸부림이 이어집니다.)
 
아무리 힘을 줘 끊으려 해도 끊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은 도금인지 힘을 주면 줄수록 미약한 통증이 느껴집니다.
 
이어서 그는 당신의 입에 손을 넣어 고무 재질의 무언가를 쑥 꺼냅니다.
 
에단 휴:.. 그럴 수록 너만 더 아파.
 
헌터는 곧 망토를 완전히 걷어줍니다.
 
헬리아 엘리샤:콜록콜록..!! (입을 막고 있던 것이 빠져나가자 거친 기침을 토해내며 당신을 죽일 듯이 노려봅니다) ...당장 이거 풀어...
 
에단 휴:.. 풀면? 나가서 네 친구 뒤라도 따라갈 건가?
 
헬리아 엘리샤:... (분노심이 가득한 눈을 번뜩이며 ) 네놈 목을 뚫어버릴거야...
 
에단 휴:그럴 힘도 없어 보이는데 괜히 힘 들이지 마. 꽤 오래 굶지 않았어?
 
헬리아 엘리샤:....닥치고 이거 풀라고!!! (이제 어린 아이 흉내를 낼 생각은 없어졌다. 목에 핏대를 잔뜩 세우며 송곳니를 드러낸 채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려)
 
에단 휴:(작게 한숨을 내쉬고) 영 말이 안 통하네...
본론부터 말하자면, 널 죽일 생각은 없어. 그러니까 여기로 데려온 거야.
 
헬리아 엘리샤:... ... 뭔 개소리야.. 아까도 죽였잖아. 눈 앞에서!
 
에단 휴:... 그걸 내가 죽였다고 생각하는 거구나. (어쩐지.... 마른 세수를 하더니) 우린 원래 2인 1조로 다녀. 네 친구를 쏜 건 내가 아니라... 내 동료일 거야.
 
헬리아 엘리샤:(노려보는 눈은 풀리지 않고) 그래서? 뭐가 달라지는데? 동료라며. 그럼 너도 똑같은 개새끼지.
 
에단 휴:.... 그런가.. (뭔가 생각하는 눈이 잠시 어두워지더니) ... 난 그렇게 생각 안 하는데. 네가 적인 걸 알면서도 살려주는 건 그것 때문이야.
 
헬리아 엘리샤:... ... 왜. 뭘 바라고? 뱀파이어들한테 갖다 바치기라도 하려고?
 
에단 휴:..? 그게 무슨 말이야?
 
헬리아 엘리샤:... ... 난 뱀파이어가 아니야. 완전히는...
아까...그 친구도 마찬가지고....
 
에단 휴:... .... 그래. 무슨 뜻인진 알겠어. (어째 아까보다 더 복잡해 보이는 표정으로)
.. 그런데, 너 말이야. 혹시 전에 나랑 만난 적 있어?
 
헬리아 엘리샤:... 무슨 개소리야. 너 같은 놈 본 적도 기억에도 없어.
 
에단 휴:... 역시 그렇겠지.
.. 그럼, 네 이름은?
 
헬리아 엘리샤:... ... (여전히 경계를 풀지 않고 오히려 방구석으로 숨어들어간다)
 
에단 휴:.......
혹시 모르니까 내 이름 먼저 알려줄게,
 
그 순간
 
뚜벅, 뚜벅, 뚜벅…
 
헬리아 엘리샤:...!!
 
"에단!"
 
오두막집 바깥에서 빠른 발걸음 소리와 함께 또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정황상 저 사람은… 이 자의 파트너라는 그 헌터가 아닌가요?
 
에단 휴:.. 아, 이런...
 
에단은 소스라치게 놀라 급하게 당신을 번쩍 안아올려 오두막 내부를 두리번거립니다.
 
아무래도 당신을 숨길 곳을 찾는 것 같습니다.
 
어디로 숨어야 하죠?
 
한시가 급합니다.
 
헬리아 엘리샤:(얼굴이 창백하게 질리며 몸이 덜덜 떨립니다.) ! 뭐...뭐하는거야?!
 
에단 휴:쉿, 쉿. 소리 치면 밖에 다 들린단 말이야.
 
헬리아 엘리샤:... ....
 
당장 보이는 것은 옷장, 테이블 밑, 소파 아래 등입니다.
 
헬리아 엘리샤:.... (주변을 둘러보다가 조용히 옷장을 가리킵니다)
 
에단은 그곳으로 당신을 내려주며 얼른 숨으라는 말과 함께 당신을 가리듯 등을 집니다.
 
헬리아 엘리샤:(서둘러 옷장 안으로 들어가 걸려있는 옷들 사이로 몸을 파묻습니다)
 
헬리아 민첩 판정
 
헬리아 엘리샤:
민첩
기준치: 50/25/10
굴림: 65
판정결과: 실패
 
너무 서둘렀던 걸까요,
 
쿵!
 
들어가려던 옷장 문에 머리를 부딪힙니다.
 
아… 눈앞이 띵합니다.
 
헬리아 엘리샤:(아야....)
(울먹...)
 
에단 휴:(뭔가 큰 소리가 났는데...?)
 
당신이 옷장에 숨어들어가자마자,
 
벌컥!
 
소리와 함께 오두막집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납니다.
 
조금만 늦었어도 큰일날 뻔 했습니다.
 
등골이 서늘합니다.
 
헬리아 듣기 판정
 
헬리아 엘리샤:
듣기
기준치: 60/30/12
굴림: 73
판정결과: 실패
 
두 사람의 대화가 언뜻 들립니다.
 
파트너: 왜 먼저 갔어? 한참 찾았다고!
 
에단 휴:....서. 너는? 총소리 들리던데.
 
파트너: 뱀파이어 ..... 어두워서 긴가민가 했는데 죽을 때 재가 되는 걸 보니 맞는....
 
에단 휴:확인도 안 하고 쐈어?
 
헬리아 엘리샤:... ...
 
파트너: 그렇게 ..... 다니는 건 괴물..... 봐, 이걸로 어머니도 더 이상 그 멍청한 주민들에게..... 잘 된 거 아냐?
 
바스락,
 
무언가 종이를 펼치는 소리가 들립니다.
 
아마 저 종이 안에 죽은 형제의 재를 담았겠죠.
 
그들은 시체가 남지 않으니까요.
 
에단의 파트너는 근처에 있었다고 했으니 아마도 그를 죽인 장본인일 겁니다.
 
파트너: 얼마나 조심스럽게 숨어다녔으면 마을 근처를 샅샅이 뒤졌는데 일주일 넘게 발견이 안 됐는지.
사실 그 괴물놈이 아니더라도 이 마을 자체가 좀 이상해. 당장 근처 소도시만 해도 이런 목축업 다 때려치운지가 언젠데.
이 마을만 혼자 기분 나쁘게 죽어가는 것 같다고. 동식물도 비실비실한 게 영 심상찮아.
 
쾅!
 
파트너란 사람은 나쁜 버릇처럼 테이블을 한 번 발로 쳐올립니다.
 
그러자 대화는 잠시 끊기고 오두막집은 잠시 조용해집니다.
 
헬리아 엘리샤:.... ...
 
뚜벅, 뚜벅…
 
불량배처럼 방 안을 어슬렁어슬렁 맴돌던 발소리는 어느새 옷장까지 가까워지는 것 같습니다.
 
파트너: 얼마 안 가 집단으로 폐사할 것 같은 게 꼭 무슨 저주라도 걸렸는지……
 
헬리아 엘리샤:...! (제발...제발 오지마... 가까워지는 걸음소리에 몸이 떨려옵니다)
 
콱,
 
힘 있게 옷장 문고리를 잡는 소리가 들립니다.
 
당신의 바로 그 앞에,
 
문 바로 너머에, 그 사람이 있어요.
 
에단 휴:....
 
잠깐만요,
 
이러다간, 정말로…
 
어, 어….
 
벌컥!
 
...
 
그러나 웬일인지, 옷장 안의 당신을 지켜주던 어둠은 멀쩡합니다.
 
파트너는 아무래도… 당신이 숨은 옷장의 반대편 문을 연 것 같습니다.
 
파트너: 옷장 안이 이게 뭐야? 좀 정리하고 살아.
 
에단 휴:남의 옷장이나 여는 네가 할 참견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하.. 다른 의미로 심장이 두근거려서 제 이마를 꾹꾹 누른다)
 
에단의 조원이라던 그의 목소리는 그 이후로 자잘하게 이어집니다.
 
파트너: 아무튼, 난 괴물 잡았다고 보고 드리고 온다. 넌 또 여기서 밤샐 거지?
 
에단 휴:응.
 
곧 이야기는 끊기고 에단은 오두막집을 나서는 파트너를 배웅합니다.
 
인사를 마친 후 오두막집 문을 닫고 돌아설 때까지 긴장을 풀지 않던 에단은, 문에 등을 기대서야 안도의 한숨을 크게 내쉬며 숨어 있던 당신을 꺼내줍니다.
 
에단 휴:.... 하.......
(옷장 문을 열며) 이제 나와도 돼.
 
헬리아 엘리샤:(막힐 듯이 참은 숨소리를 토해내며 옷을 헤치고 나옵니다) ...
 
당신 또한 하루종일 바짝 들어있던 긴장이 풀리는 기분입니다.
 
에단 휴:아까 큰 소리 나던데.... ...
(물어봐도 되나...)
 
헬리아 엘리샤:(다리에 힘이 풀려 일어날 수가 없습니다) ...별거 아니야..
 
에단 휴:.... 그래..
 
도무지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없는 응대입니다.
 
잠시 당신을 바라 보고 있던 에단은 시간을 가늠하듯 창밖을 힐긋 봅니다.
 
에단은 그러는 도중 당신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문득 무언가 떠올랐는지 잠시만 기다리라며 안쪽 방에 들어갑니다.
 
당신은 그제서야 오두막집 내부에 방이 하나 더 있었다는 걸 알게 됩니다.
 
헬리아 엘리샤:(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이끌고 옷장에서 기어 나옵니다. 구속구가 걸려있으니 더 움직이기 힘들어요. 게다가 은 도금이라니...)
 
에단은 방에서 곧 컵 하나를 가져옵니다.
 
그 안에는… 피가 반 정도 담겨있네요.
 
헬리아 엘리샤:(단 피 냄새에 자신도 모르게 침이 넘어갑니다)
뭐야...
 
에단 휴:동물 피. 가끔 덫으로 쓰는 것 중에 하나 가져왔어. 배고프잖아. 아까도 사냥하려던 거 아니었어?
 
헬리아 엘리샤:... ... (그건 맞지만) 거기에 뭘 넣었을 줄 알고 마셔?
 
에단 휴:아무 것도 안 넣었어..
 
헬리아 엘리샤:... ... (경계하는 자색 눈이 노려보다가 조심히 손을 뻗어)
 
의심스럽지만 허기가 심각하니 어쩔 수 없이 받아서 넘깁니다.
 
꿀꺽, 꿀꺽…
 
맛이 나쁘지 않네요.
 
아니, 오히려 훨씬 맛있습니다.
 
이제껏 먹어본 것 중에 제일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요.
 
곧 당신의 기력이 회복된 것처럼 혈색이 미미하게 돌고 정신이 맑아집니다.
 
헬리아 엘리샤:(급히 목으로 넘기며 남은 방울까지 입 안으로 털어넣어)
 
컵을 내려놓고 그제서야 둘러본 오두막집 내부는 책으로 가득합니다.
 
헬리아 지능 판정
 
헬리아 엘리샤:
지능
기준치: 75/37/15
굴림: 54
판정결과: 보통 성공
 
보통 한 사람이 머무는 곳에 책이 이렇게 많이 쌓여있지는 않을 겁니다.
 
이건 적어도 여러 명이 함께 모은 양입니다.
 
그렇다면 추측컨대 에단은…
 
아무래도 헌터들의 정보를 관리하거나 뱀파이어 관련 서적을 모으는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헬리아 엘리샤:... (컵을 내려놓고 주변을 둘러보다가 잔뜩 쌓여있는 책들에게 눈이 갑니다)
 
헬리아 관찰 판정
 
헬리아 엘리샤: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1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여러 책 제목을 훑어서 살펴보면 예상대로 뱀파이어 기원의 가설들, 논리적 추출의 역사와 파훼법 연구, 뱀파이어 개체의 비교 분석 연구에 대한 비판적 고찰 등
 
다양한 뱀파이어 관련 서적부터 가계부, 명단 관리 서류 묶음 같은 것도 있습니다.
 
서재의 책은 논문과 연구 등 뱀파이어에 대한 실험적 접근을 시도했던 서적들이 대다수입니다.
 
그러고 보니 아까도 자신을 만났을 때, 손목을 붙잡고 끌고 오기 전 바로 이의 모양부터 확인했었죠.
 
에단은 신중한 사람입니다.
 
적어도 우선 총부터 쏘고 보던 파트너와는 다른 사람일 거란 생각이 듭니다.
 
헬리아 엘리샤:... ...
나한테 왜 이러는거야?
 
에단 휴:...? 뭐를..?
 
헬리아 엘리샤:왜 살려뒀냐고. 나 같은 괴물 죽이는게 당신들 일 아니야?
 
에단 휴:....... 너도 다른 사람들이랑 똑같은 말을 하네. ... 모르겠어, 나도.
 
헬리아 엘리샤:... 이상한 놈... (다시금 멀찍이 떨어진 방 구석에 앉아 목에 걸린 구속구가 답답해 손으로 잡아뜯습니다.)
 
에단 휴:..... 그거 뜯지 말라니까.. .... 물어볼 건 그게 다야?
 
헬리아 엘리샤:... 화끈거리고 답답하단 말이야! 그래 하나 더 있네. 언제까지 잡아두고 있을건데?
 
에단 휴:이제부터 생각해봐야지... (소파에 털썩 앉으며 제 눈가를 덮는다)
 
헬리아 엘리샤:... ... (상처 투성이인 맨발을 원피스 안으로 숨기며 구석에 웅크린다. 빨리 여길 떠나야할텐데)
 
당신이 그런 생각을 하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에단은 당신이 내려놓은 컵을 치우고 테이블 위에 있던 책을 들어 소파에 깊숙하게 등을 기댑니다.
 
당신으로부터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아 팔락, 종이를 넘기네요.
 
아무래도 당신은 정말 오늘 밤 여기서 묵게 되는 것 같습니다.
 
▶: KPC와 대화를 더 하거나 잠들 수 있습니다.
 
헬리아 엘리샤:(다른 헌터들과는 다른 듯하지만 아직 경계를 풀 수는 없습니다. 언제 마음이 변할지 모르는 놈일지도 모르잖아요. 오두막 안이라도 냉기가 올라와 추운 몸을 웅크리고 무릎 사이로 얼굴을 묻습니다)
 
정말이지 정신 없고 피곤한 하루였습니다.
 
그래도 살았으니 그걸로 된 걸까요.
 
당신은 꿈없이 잠에 듭니다.
 
장면전환
 
반짝,
 
눈을 뜨면 어제의 일이 무색하게도 멀쩡한 해가 뜬 아침입니다.
 
새벽 내내 자그마한 불이 타오르던 등은 꺼져 있고,
 
어두침침하기만 했던 오두막집 내부에는 창을 통해 밝은 빛이 비추어 낡은 나무로 된 서재가 훤히 보입니다.
 
바닥에 깔려 있는 러그, 소파와 테이블, 자신이 숨어들어갔던 옷장……
 
동시에 아직 현실감이 없는 일들을 처음부터 되짚어 봅니다.
 
시작은 아주 익숙한 낡은 고성이었습니다.
 
배가 고파 허기를 해결하기 위해 그곳을 나와 민가에 갔으나 방심한 사이 들키고 말았죠.
 
그 뒤로는 커다란 총소리가 들렸고, 뒤에 있던 이가 피를 뿌리며 죽었고, 그리고 검은 망토가 펄럭, 하고……
 
… 휙.
 
고개를 돌려 에단을 바라보면 당신과 조금 떨어진 곳에서 조용히 잠들어 있습니다.
 
달빛을 받으며 빛나던 그 순간은 지독하리만큼 차갑고 위압적이었는데, 햇빛을 받으며 자고 있는 에단은 아이러니하게도 한없이 따스해보입니다.
 
헬리아 엘리샤:... ... 이상한 놈...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자고 있는 그에게 가까이 다가갑니다)
 
얼마나 많은 책들을 읽은 건지, 옆에는 책들이 탑을 이룰 정도로 가득 쌓여 있네요.
 
심지어 졸다가 잠든 건지 손에는 아직도 책이 들려 있습니다.
 
아무리 구속구를 채웠다지만 나름대로 무시무시한 괴물 취급을 받는 당신을 옆에 두고 이렇게나 허술할 일인가요.
 
헬리아 엘리샤:(손에 들고있는 책을 빼와 무슨 책인지 읽어봅니다)
 
<뱀파이어 기원의 가설들> 이라는 책입니다.
 
헬리아 엘리샤:... ... 이런거 읽는다고 뭐가 달라진다고... (책을 무신경하게 툭 던져놓는다)
 
헬리아 듣기 판정
 
헬리아 엘리샤:
듣기
기준치: 60/30/12
굴림: 2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짤랑,
 
잠들어 있던 에단이 뒤척이며 쇠가 맞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그 소리의 출처를 따라가자면… 에단의 주머니까지 시선이 내려갑니다.
 
그곳에는 얼핏 빠져나온 은색 열쇠가 보입니다.
 
당신이 손을 뻗으면 아슬아슬하게 닿을 수 있는 거리입니다.
 
눈대중으로 보아하니 구속구에 알맞는 열쇠입니다.
 
에단이 잠든 지금이라면 구속구를 풀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들키지 않고 빠져나가면 되지 않을까요?
 
잡히면 어떻게 될 지 모르겠지만요.
 
헬리아 엘리샤:..! (열쇠.. 분명 구속구의 열쇠겠죠. 망설임없이 손을 뻗어 열쇠를 가져옵니다)
 
당신은 조심스레 열쇠를 가져 와 구속구를 풉니다.
 
비로소 자유를 되찾은 몸은 한결 가벼운 느낌마저 듭니다.
 
▶: 오두막집 내부를 탐사할 수 있습니다.
 
헬리아 엘리샤:하... (바닥에 떨어진 구속구들을 발로 툭 차버리고는 집 안으 둘러봅니다)
(*집 안을)
 
창을 통해 내부까지 햇빛이 비추고 있는 오두막집입니다.
 
전날 밤 새벽 촛불등에 의지해서 보았던 것보다 확연히 밝아 멀리까지 잘 보입니다.
 
어라? 그러고 보니, 분명 자신이 잠들어 있던 곳은 거실의 한 귀퉁이였는데.
 
어느샌가 소파 위에 올려져 있습니다.
 
에단은 소파 아래에 기대어 잠들어 있고요.
 
혹시 에단이 소파 위로 옮겨준 걸까요?
 
거실에는 옷장, 책장과 테이블이 있고, 주변에는 부엌과 어젯밤 에단이 들어갔다 나왔던 안쪽 방이 눈에 띕니다.
 
헬리아 엘리샤:(잠들어 있는 그의 뺨을 꾹 눌러보고) ...진짜 이상한 놈이네 이거. (소파에서 내려와 책장과 테이블을 둘러봅니다)
 
벽 한 면을 차지할 정도로 큰 책장입니다.
 
대부분 뱀파이어에 관련된 서적입니다.
 
오래 되어 낡은 것도 있고, 여러 번 읽어 모서리가 닳아 있는 것도 있습니다.
 
직접 수기로 작성한 종이 묶음들도 여럿 보이네요.
 
헬리아 엘리샤:(어제도 봤지만 참... 이상한 놈들은 다 이렇게 책에 미쳐있나요? 쌓여있는 종이 묶음을 살펴봅니다)
 
생활비를 사용하거나 은과 무기들을 사들인 기록을 적는 가계부, 헌터들의 명단과 간단한 신상 정보가 적힌 서류가 있습니다.
 
에단과 파트너에 대한 서류도 있습니다.
 
이름이나 나이, 출신 지역 등이 적혀 있네요.
 
허나 이상한 점은.... 에단의 기록이 최근 몇 년간의 기록을 제외하면 하나도 있지 않다는 겁니다.
 
과거의 기록이 존재하지 않아요.
 
헬리아 엘리샤:...정말로 이상한 놈이었네 저거. (자고 있는 그를 돌아보고는 다시 책장을 보며 서적 중에 하나를 꺼내본다)
 
뱀파이어에 대한 각종 가설들, 뱀파이어의 특징, 논리적 추출의 역사와 파훼법 연구,
 
뱀파이어 개체의 비교 분석 연구에 대한 비판적 고찰, 뱀파이어를 퇴치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 등…
 
각종 책들이 가득합니다.
 
그 중 유일하게 어떤 제목도 적히지 않은 책이 하나 보입니다.
 
헬리아 엘리샤:이건 또 뭐람- (제목이 없는 책을 꺼내 펼쳐봅니다)
 
표지에 마법진이 하나 그려져 있습니다.
 
헬리아 지능 판정
 
헬리아 엘리샤:
지능
기준치: 75/37/15
굴림: 62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당신의 관에 새겨져 있던 마법진과 동일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헬리아 엘리샤:이건...
(무슨 마법진인지 찾아봅니다)
 
책을 펼치는 순간, 공기가 어그러진 듯 숨이 턱 막혀옵니다.
 
불길한 기분이 전신을 기어오르듯 감쌉니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지독히 모독적인 기분에,
 
헬리아 이성 판정
 
헬리아 엘리샤:
SAN Roll
기준치: 69/34/13
굴림: 11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이성 -1
 
안에 가득 적힌 내용은 대다수 처음 보는 언어들로, 일종의 암호같습니다.
 
따라서 읽을 수 있는 내용은 극히 소수입니다만, 그중 유일하게 당신이 알고 있는 언어로 해독된 페이지를 발견합니다.
 
헬리아 엘리샤:... ... 그래서 주변이...
(근데 이 책을.. 왜 저놈이 가지고 있죠? 설마..)
 
어쩌면 그가 집단의 서적을 관리하는 이라서 책장에 있는 걸지도 모릅니다.
 
헬리아 엘리샤:(그래도 혹시 모르는거죠. 친절한 척 남의 뒷통수를 치는 악랄한 놈들은 항상 있으니까요. 책을 그대로 테이블 위에 올려둡니다)
 
책을 올리며 본 테이블 위엔 컵이 한 잔 올려져 있습니다.
 
헬리아 엘리샤:(컵을 들고 살펴본다)
 
어제 에단이 건넸던 컵과 동일한 모양새의 컵입니다.
 
안에는 붉은 액체가 반쯤 차 있습니다.
 
헬리아 엘리샤:(킁.. 냄새를 맡아본다)
 
익숙한 혈향이 느껴집니다.
 
헬리아 엘리샤:(어제 먹었던 피 같은데... 힐끔 자고있는 그를 보다가 다시 컵 안을 들여다보고) ... 괜찮겠지... (컵에 든 피를 입안으로 가져간다)
 
어제와 같이 곧 당신의 정신이 맑아집니다.
 
손을 말아쥐면 주먹에 힘도 들어가네요.
 
지금 이 정도 컨디션이라면 관에서 일어났을 때 넘어지거나, 숲에서 다리를 삐끗하는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기분이 상쾌합니다.
 
헬리아 엘리샤:하... (한껏 배가 채워지자 편해진 숨을 내쉬며 컵을 내려놓습니다. ) 이제 좀 살겠네.
(마저 집을 둘러보다 옷장을 열어본다)
 
어젯밤 숨어들어갔던 옷장입니다.
 
위의 철봉에는 검은 망토가 여러 벌 걸려있으며, 아래에는 밧줄, 벨트, 쇠 브로치 등 여러가지 잡동사니들이 눈에 띕니다.
 
헬리아 엘리샤:정리 안하고 사는거 맞네. (어제 그 파트너라는 놈이 지껄인 이야기를 떠올립니다.)
(옷장을 뒤적이며 검은 망토를 살펴본다.)
 
헌터들이 입는 검은 망토입니다.
 
금색으로 뱀파이어 헌터의 자수가 놓여 있습니다.
 
헌터들의 여분의 망토가 걸려있는 듯 이니셜들이 각자 다릅니다.
 
그 중 에단의 이니셜이 적혀 있는 것도 보입니다.
 
헬리아 엘리샤:다 여기 모아두나... (그럼 다른 헌터들도 드나든다는 이야기 아닌가요? 여기 있어도 되는건가.)
(옷장 문을 닫고 부엌을 빼꼼 들여다봅니다)
 
그릇과 식기, 간단한 조리도구가 있는 평범한 부엌입니다.
 
별다른 점은 없습니다.
 
헬리아 엘리샤:(딱히 볼건 없네요. 부엌을 나와 안쪽 방 문을 열어봅니다)
 
잠겨 있습니다.
 
열쇠는 에단이 가지고 있겠죠.
 
내부를 둘러보고나면 바깥으로 나가볼 수 있습니다.
 
나가볼까요?
 
헬리아 엘리샤:(힐끔...)
 
에단이 신경 쓰이나요?
 
헬리아 엘리샤:(괜히 깨우면 다시 붙잡혀 있을지도 모르는데 왠지 신경이 쓰입니다.)
 
어떻게 할 건가요?
 
헬리아 엘리샤:(괜히 낮에 나갔다가 낯선 사람이라고 잡히면 큰 일이긴 한데... 고민하다가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자고 있는 그 앞으로 다가갑니다) ... ... 어이.
 
에단 휴:(움찔....) ....? (조금 뒤척이는가 싶더니 서서히 눈을 뜬다) ... 일찍 일어났네....
 
헬리아 엘리샤:(테이블 위에 올려둔 주문을 가리키며) 이거. 당신 아는 주문이야?
 
에단 휴:...? (잠이 덜 깬 채 눈만 깜빡인다)
이게 뭔데...?
 
헬리아 엘리샤:뭐? 당신 서재에 있던 책이잖아.
 
에단 휴:서재에 있었다고 해서 다 내 책인 건 아니니까.... (손등으로 눈가를 문지른다) 일단 나는 몰라...
 
헬리아 엘리샤:칫... 괜히 깨웠네.
 
에단 휴:.....? ...
.... 근데 너 그건 어떻게 풀었어?
 
헬리아 엘리샤:뭐. 아주 풀라고 열쇠도 대놓고 가지고 있더만
다시 차라고 해도 싫어. 안 해.
 
에단 휴:...???
.. 아니... 뭐... .... 어제 계속 긁는 게 불편해 보여서 다시 채울 생각도 없어..
 
헬리아 엘리샤:별 일이네. 깨우면 바로 다시 채울 줄 알았는데
 
에단 휴:.. 나 그렇게까지 못된 사람은 아니니까....
 
헬리아 엘리샤:나한텐 못된 놈인데.
 
에단 휴:살려줬잖아... (억울)
 
헬리아 엘리샤:그건 그거고. (쭈그려 앉아있다가 일어나며) 난 갈거니까 알아서 해.
 
에단 휴:...?
잠깐, 잠깐만... 혼자 나가려고..?
(어영부영 팔 붙잡음)
 
헬리아 엘리샤:(붙잡힘) 여길 떠나서 다른 곳으로 가야지. 내가 사는 곳 근처도 쑥대밭이 되고 마을에는 헌터가 돌아다니는데 더 여기 있을 수는 없잖아.
 
에단 휴:그렇긴 한데.... ..... 일단 같이 가. 혼자 다니면 위험하잖아. 무슨 일이 일어날 지도 모르고...
 
헬리아 엘리샤:...원래 처음보는 괴물한테 그렇게 친절해?
 
에단 휴:.... (대답 않고 앞에 있는 널 물끄러미 보다가 일어난다) 잠시만 기다려 봐.
 
헬리아 엘리샤:... (힐끔)
 
에단은 옷장 구석을 뒤지더니 곧 작은 신발을 꺼내옵니다.
 
에단 휴:어젠 새벽이라 몰랐는데 맨발이길래.
 
헬리아 엘리샤:... ... (신발을 빤히 보다가 쭈뼛 신어)
 
에단 휴:(신발을 신는 모습을 보며) ... 이제 이름 알려줄 마음이 들어?
 
헬리아 엘리샤:... ... (눈을 올려뜨다가 슬 굴리며) 헬리아...
 
에단 휴:(헤헤...)
(이 정도면... 조금 친해지지 않았나.. 잠시 고민하다가 손을 슬쩍 내민다)
 
헬리아 엘리샤:(내밀어지는 손을 가만히 바라본다. 무슨 의도야? 그래도 뭘 하려는 것 같아보이진 않는데... 힐끗 보고는 손을 잡아본다)
 
에단 휴:(손을 잡아주자 두어 번 눈을 깜빡이다 작게 웃고는 오두막집을 나선다)
 
당신은 에단과 함께 바깥으로 나옵니다.
 
오두막집이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외곽에 있다고는 하나 고성만큼은 떨어져 있지는 않습니다.
 
오후의 느즈막한 햇빛이 따사롭게 길가를 비춥니다.
 
뱀파이어들에게는 활동하기 힘든 시간이죠.
 
그들은 햇빛 아래에서 살이 타들어간다던가요.
 
그러나 당신은 아닙니다.
 
몸이 나른하기는 하나 피부가 타들어가지도 않고, 움직이지 못할 정도도 아닙니다.
 
오히려 고성처럼 적막하고 폐쇄된 곳에서 나와 이렇게 걸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들뜨기까지 합니다.
 
며칠 전만 해도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 아닌가요?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 아래에서 숨을 크게 들이쉽니다.
 
폐부를 찌르는 공기가 차갑고 부드러워 정신이 반짝 듭니다.
 
나쁘지 않은 기분입니다.
 
밖에 나오는 것이 이렇게 기대되는 일인 줄 알았다면 차라리 뱀파이어나 인간, 둘 중 하나라면 편했을까요?
 
뱀파이어에게 쫓기지도 않고, 뱀파이어 헌터에게 사냥 당하거나 잡히지도 않는……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이미 바꿀 수 없는 일, 생각은 접어두도록 할까요.
 
고개를 설레 젓고 앞을 바라봅니다.
 
지금 중요한 건 자신이 밖에 나왔다는 사실이니까요.
 
오두막집에서 나와 인적 드문 길을 한참을 걸어 내려옵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마을 광장, 상점가, 에 들를 수 있습니다.
 
헬리아 엘리샤:(주변을 둘러보다 마을 광장으로 향해본다. 이렇게 대놓고 가기는 처음이지만..)
 
여러 집들이 모여 마을을 이루는 한가운데 넓고 평평한 돌이 동그랗고 납작하게 깔려 만들어진 광장입니다.
 
분수대를 중심으로 전방이 탁 트여있어 마을 경관을 한 번에 눈에 담을 수 있습니다.
 
주민들이 대화하고 휴식하기 알맞게 곳곳에 벤치가 놓여져 있으며 그 옆의 가꾸어진 나무들도 눈에 띕니다.
 
표지판이나 숨은 골목길, 그 사이 곳곳에 붙은 벽보들은 작은 마을이지만 여즉 다수의 사람이 자주 오가는 곳이라는 걸 알려줍니다.
 
물론, 지금은 한참 일과에 바쁜 오후 시간대이기 때문인지 주민들이 몇 보이지 않지만요.
 
에단 휴:.. 혹시 모르니까 수상하게 행동하지 마. (작은 목소리로 속삭인다)
 
헬리아 엘리샤:.... 나도 그쯤은 알아-
(고개를 휙 돌리고는 분수대 쪽으로 걸어간다)
 
평범한 분수대입니다.
 
다만 작동을 멈춘 지 오래된 것 같습니다.
 
물이 나오지 않네요.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면 바닥까지 메말라 있습니다.
 
바닥 틈 사이에 돌이 부식된 것처럼 검은 가루가 보입니다.
 
헬리아 관찰 판정'
 
헬리아 엘리샤: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32
판정결과: 보통 성공
 
마침 광장을 가로지른 벽에 물이 나오도록 작동시키는 호스가 보입니다.
 
헬리아 엘리샤:(원래 저걸 틀어놓지 않나? 항상 올 때마다 틀어져 있었으니까요. 호스로 가까이 다가가 살펴봅니다)
 
그러나 장치를 아무리 만져봐도 물은 한 방울도 나오지 않습니다.
 
고장이 난 거라면 보수도 하지 않은 걸까요?
 
마을에 기술자가 없는 것도 아닐 텐데요…
 
그 순간, 스위치와 호스를 연결한 부분이 빠지면서 펑! 갑자기 무언가 터져나옵니다.
 
에단 휴:
민첩
기준치: 70/35/14
굴림: 55
판정결과: 보통 성공
 
동시에 에단이 당신을 끌고 오더니, 장치를 잠급니다.
 
하마터면 정면으로 맞을 뻔 했네요.
 
갈 곳 잃은 것들이 물 대신 나풀나풀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에단 휴:놀래라... 제발 혼자서 막 돌아다니지 말아 줄래...
 
헬리아 엘리샤:엣취! (날리는 가루에 짧은 재채기를 하고는)
 
에단 휴:(고양이 같네...) (빤히)
 
헬리아 엘리샤:누가 알았겠냐고
 
저것들은… 검은 가루가 아닌가요?
 
이게 왜 물 대신 호스에서 나오죠?
 
에단 휴:....
뭔가 이상한데..
 
헬리아 엘리샤:물도 안나오고 이상하긴 하네
 
에단 휴:.... 그러게.
 
헬리아 엘리샤:(호스에서 멀어져 벤치로 다가갑니다)
 
분명 휴식을 취하라고 만들었을 텐데, 근처에는 사람 하나 없이 휑한 벤치입니다.
 
사람들이 한참 일할 시간대이니 그럴 수도 있겠지만… 단순히 그것만이 이유는 아닌 것 같습니다.
 
나무로 만들어진 것 같은데, 고약하게 썩은 내가 나네요.
 
앉았다가는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습니다.
 
근처에는 아무렇게나 버린 쓰레기들이 나뒹굽니다.
 
헬리아 관찰 판정
 
헬리아 엘리샤: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9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쓰레기 중 버려진 쪽지를 하나 발견합니다.
 
형편없이 구겨져 있습니다.
 
헬리아 엘리샤:(쪽지를 주워 펼쳐본다)
 
[오늘 오후 술집 파티. 잊지 말고 참석할 것!]
 
헬리아 엘리샤:술집 파티?
 
에단 휴:.. 그런 거 막 주우면....... ... (말을 하다가 우뚝 멈춘다) ..... ... (이내 조용히 헬리아의 손에서 쪽지를 빼오더니 근처 쓰레기통에 버린다)
 
헬리아 엘리샤:..? 뭐야? 뭔데 갑자기 뺏어가?
 
에단 휴:알아서 좋을 거 없어.
 
헬리아 엘리샤:뭔데?
 
에단 휴:헌터랑 관련된 거야.
 
헬리아 엘리샤:.... ... 헌터들이 모이는 파티인거야?
 
에단 휴:.... 그렇겠지.
 
헬리아 엘리샤:... 네 파트너라는 놈도 오겠네?
 
에단 휴:....... 설마 복수하려는 건 아니지?
 
헬리아 엘리샤:글쎄, 그건 두고 볼 일이지.
 
에단 휴:.. 무슨 생각이든 간에 하지 마. 그 자리엔 분명 대장도 올 테니까.
 
헬리아 엘리샤:꼭 정면으로 가라는 법있나. (술에 취해있을 때 죽이면 그만인걸. 생각에 잠기며 휙 돌아섭니다)
 
에단 휴:.... 헬리아. 그러지 말고 안 하겠다고 대답해. (뒤돌아 서는 헬리아의 팔을 약하게 붙잡으며)
 
헬리아 엘리샤:(붙잡은 팔을 힐끔 보고는) 내가 왜? 유일하게 같이 있던 동족이 눈 앞에서 죽은 기분을.. 당신이 알아?
 
에단 휴:......
.. 모르진 않아. (힘없이 팔을 놓아주며)
 
헬리아 엘리샤:...혈연은 아니었어도 형제였어.. 유일한 가족이었다고.
 
에단 휴:.....
 
헬리아 엘리샤:그래... 당신이 다르다는건 충분히 알겠어. 그렇다고 헌터들이 우릴 죽이려고 혈안이 되어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
(떨어진 팔을 뿌리치고 걸음을 돌려 표지판으로 다가갑니다)
 
간단한 마을 지도가 붙어 있는 표지판입니다.
 
[푸른 숲과 언덕, 양떼가 함께 하는 아름다운 전통 마을]
 
안내도 아래에는 오래된 홍보 문구도 보이네요.
 
헬리아 지능 판정
 
헬리아 엘리샤:
지능
기준치: 75/37/15
굴림: 77
판정결과: 실패
 
확실히, 이 마을은 아름답습니다.
 
농업과 축산업이 성행한 흔적이 아직까지 남아 있어 가축들을 키우고는 합니다만 시간이 흘러 그것도 많이 쇠퇴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근래 들어 유독 검은 가루가 눈에 띄는 점이나, 병들어가는 풀들, 더불어 동물들 하나 숲에 보이지 않았던 건 역시 이상합니다.
 
그야 당신은 그렇게나 마구잡이로 잡아먹지 않았는걸요.
 
정말 이 마을에 저주라도 걸린 걸까요?
 
지도를 보며 그런 생각을 하고 있노라면,
 
어디선가 희미한 노랫소리가 들립니다.
 
헬리아 듣기 판정
 
헬리아 엘리샤:
듣기
기준치: 60/30/12
굴림: 57
판정결과: 보통 성공
 
노래: 아아, 성자의 가호가 스러지니
마녀의 마법은 눈을 감고
잠들지 않는 기사만이 남아
아아, 무덤에게 꽃을 바쳐요
우리가 살아 숨쉬는 한
약속은 결코 시들지 않을 테니
 
노래: 아아, 함께 춤추지 않을래요
끝나지 않는 노래를 드릴게요
당신의 손을 잡고 있을게요
 
귓가에 실려오는 노랫소리는 수많은 아이들의 합창 같기도 하고, 오래된 친우, 혹은 연인의 노래 같기도 하며, 인자한 노파의 흥얼거림 같기도 합니다.
 
이런 노래를 들은 적이 있던가요?
 
잘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목소리들을 한꺼번에 들은 적도 없는 것 같은데, 노랫말은 몸 속 깊은 곳에 새겨져 메아리치듯 계속해서 울려와 머리가 아파옵니다.
 
헬리아 이성 판정
 
헬리아 엘리샤:
SAN Roll
기준치: 68/34/13
굴림: 2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성 변화 없음
 
헬리아 엘리샤:읏....(아파오는 머리를 붙잡고 작은 신음을 앓는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있으면, 당신을 현실로 끌어당기는 낮은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흥얼거리던 노파의 목소리와 닮아있습니다.
 
?: 오래 전부터 내려오는 노래이지요.
이거, 이거… 별 볼일 없는 마을에 너무나도 귀한 손님이 오셨습니다……
 
어느새 표지판 근처 아래에 앉아 느릿하게 말을 꺼내는 사람은 남루한 옷차림을 갖춘 늙은이입니다.
 
헬리아 엘리샤:....뭐야 당신...
 
분명 표지판 앞에는 아무도 없었는데, 언제 이렇게 가까이 온 건지 들고 있던 포대를 내려놓고 하나 둘 짐을 꺼내는 것이 아무래도 거리상인 것 같습니다.
 
에단 휴:(헬리아 툭 친다...)
 
하나 같이 오래되고 낡은 기색이 가득한 골동품들입니다.
 
이런 건 아무도 사가지 않을 것 같은데요…
 
헬리아 엘리샤:(툭 치는 그를 힐끔 보는 눈이 뭐. 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곤 다시 눈을 돌려 골동품들을 살펴봅니다)
 
헬리아 관찰 판정
 
헬리아 엘리샤: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63
판정결과: 실패
 
골동품들 사이에서 눈에 띄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아무 것도 써있지 않은 흰 종이 낱장 묶음인데 유난히 깨끗하여 당신의 눈에 밟힙니다.
 
오래된 것들 사이에 있기 때문일까요?
 
한참 그것을 바라보고 있다보면, 거리상은 여상스럽게 말을 걸어옵니다.
 
거리상: 이게 마음에 드십니까?
 
헬리아 엘리샤:... 이게 뭔데?
 
거리상: 가지고 계시다 보면 알게 되실 겁니다.
 
헬리아 엘리샤:...?
 
거리상은 당신에게 종이를 내밉니다.
 
값은 받지 않으니 가져가라고 합니다.
 
오히려 거리상은
 
헬리아 엘리샤:(얼덜결에 종이를 받아들어)
 
거리상: 제가 전해드릴 수 있어 영광입니다……
 
라고 중얼거리기까지 합니다.
 
헬리아 엘리샤:...(뭐람...)
 
에단 휴:.... 가자. (거리상을 힐끗 보다가 헬리아의 손을 잡으며 말한다)
 
헬리아 엘리샤:(잡은 손을 힐끔 보다가 걸음을 다른 곳을 돌린다)
 
광장을 지나쳐 걷다 보면 어느새 골목길이 나옵니다.
 
어제는 급하게 살짝 들어왔다가 나가서 몰랐는데, 골목길 내부에는 쓰레기 더미와 빈 술통들이 발에 치일 정도로 많습니다.
 
하수구 냄새와 썩은 음식물, 단 술 냄새가 난잡하게 섞여 코를 찌릅니다.
 
▶: 골목길 안쪽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헬리아 엘리샤:(고개를 빼꼼 내밀어 골목 안쪽을 살펴봅니다)
 
어제와 달리 대충 찢겨 나간 벽보들이 군데군데 보입니다.
 
그새 누가 뜯어갔나 봅니다.
 
아니, 자세히 보니… 뜯어간 게 아니라 바닥에 떨어뜨려 버린 것 같습니다.
 
바닥에 떨어진 벽보들은 구깃구깃하게 구겨져 있거나 마구잡이로 밟혀 이곳을 지나간 사람들의 발자국이 찍혀있습니다.
 
헬리아 관찰 판정
 
헬리아 엘리샤: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7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벽에는 찢겨나간 이전의 것들과 다른 새로운 벽보들도 몇 장 보입니다.
 
분명 기괴한 괴물에게 동물이 물려 죽어가는 그림과 함께 [뱀파이어 주의]라고 써있던 벽보는…
 
이제 검은 망토를 입은 사람이 한 손에는 무기를, 한 손에는 괴물의 잘린 목을 높이 들고 있는 그림으로 바뀌어 있습니다.
 
잘린 목에서 뚝뚝 떨어지는 피가 검은 망토를 입은 사람과 서 있는 바닥까지 흠뻑 적신 그림입니다.
 
헬리아 엘리샤:... ...
 
그리고 그 밑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습니다.
 
괴물에게 천벌을!
 
괴물에게 천벌을!
 
괴물에게 천벌을!
 
헬리아 엘리샤:천벌... ...
 
자신의 눈앞에서 피가 퍽, 터져 죽어가던 누군가를 떠올립니다.
 
그것은 당신이 보기에도 천벌이었나요?
 
헬리아 이성 판정
 
헬리아 엘리샤:
SAN Roll
기준치: 68/34/13
굴림: 89
판정결과: 실패
 
이성 -1
 
헬리아 엘리샤: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 했는데..?
 
에단 휴:..? 헬리아?
 
헬리아 엘리샤:... ... 사람도 헤친 적 없어... 그냥 배고파서 그런거라고...
 
에단 휴:.....
 
헬리아 엘리샤:애초에 이렇게 태어난걸 어쩌라는건데...
 
에단 휴:... (자신이 무어라 말하면 위선 같을까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잡은 손을 이끌어 골목길에서 멀어진다. 그저 태어난 것 뿐인데... 자신도 그 문장에는 동의하니까. 이렇게 무자비하게 짓밟고 탄압해야 하는 대상이 아님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헬리아 엘리샤:.... ...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워져 말이 사라집니다. 자신도 언젠가는 그렇게 죽어야하는 운명인걸까요? 왜? 가축의 피를 먹은 적은 있어도 사람을 죽인 적은 기필고 없습니다. 애초에 힘이 없어서 그럴 수도 없는 걸요. 왜 인간이고 뱀파이어고... 우릴 죽이려 안달일까요.)
 
한동안 두 사람 사이에는 말이 없습니다.
 
조용한 적막만이 흐르고, 발 아래 밟히는 흙 소리만 울려 퍼집니다.
 
장면전환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주위를 둘러보면 시끌벅적한 상점들이 줄지어 있습니다.
 
광장 바깥, 마을 내부와 외부를 아우르는 상점가입니다.
 
생활에 필요한 생필품을 파는 가게가 대다수 이곳에 모여있습니다.
 
옷집, 식료품점, 무기고, 대장간, 술집 ……
 
헬리아 엘리샤:(눈에 다른 것은 보이지 않습니다. 술집... 분명 헌터들이 모이는 파티가 있다고 했죠)
 
광장에서 본 쪽지에 의하면 오후에 술집에서 파티가 열린다고 했었죠.
 
에단은 그것이 자신의 집단과 연관된 것이라 했고요.
 
그렇다면... 술집에 가면 헌터들이 있는 걸까요?
 
헬리아 엘리샤:... (낮은 증오심이 서린 눈은 술집 간판만을 바라봅니다. 걸음 역시 그렇고요)
 
문을 열고 들어가면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당신을 반깁니다.
 
내부에 사람이 가득합니다.
 
이층으로 된 큰 술집이네요.
 
안은 창문이 몇 없어 어두운 데에 비해 붉은 빛을 내는 등이 테이블 위에 여럿 배치되어 있어 음식을 맛깔스럽게 보이게 합니다.
 
고소한 빵 냄새와 달달한 술 냄새, 고기와 수프 등의 감칠맛 나는 냄새가 코끝을 맴돕니다.
 
직원: 일행이 있소?
 
주변을 둘러보고 있자면 큰 쟁반을 들고 음식을 나르던 직원이 문득 당신을 돌아보며 말을 건넵니다.
 
무언가 대답을 둘러대려 하면, 뒤에서 문이 여닫히는 소리와 함께 당신의 어깨 위로 툭, 장갑을 낀 손이 얹어집니다.
 
헬리아 엘리샤:...?
 
?: 제 일행입니다, 주인.
합류가 늦을 뻔 했는데 다행이군. 안 그런가? (뒤에 따라오는 에단도 힐끗 보더니) 너도 그렇고.
 
느긋하게 내려 앉는 말투, 당당한 손짓과 여유로운 행동.
 
에단 휴:.... ... 대장,
 
마치 정말로 오랫동안 함께한 일행인 것처럼 당신에게 천연덕스럽게 말을 거는 이 사람.
 
헬리아 엘리샤:(대장이라고..)
 
세월에 따라 주름졌으나 그것이 무색하리만큼 결 좋은 흰 백발을 우아하게 위로 틀어올리고, 검은 망토를 두른 사람.
 
머리 위에 올려진 장갑을 낀 손은 그가 많은 시간동안 싸워왔음을 알려주듯 단단합니다.
 
헌터들의 어머니, 마담 가넷.
 
망토 아래로 보석처럼 붉은 눈이 반짝입니다.
 
마담 가넷: 우선 들어갈까.
 
주인은 넉살 좋게 웃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이고 당신 일행과 마담을 맞이하며 가게 내부로 안내합니다.
 
당신을 힐끗 바라본 마담은 그에 따라 당신의 어깨를 잡고 이끕니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면 문턱에서 보았던 것보다 더 많은 수의 사람들이 모여있습니다.
 
당신이 보았던 사람들은 아주 일부일 정도입니다.
 
비단 망토를 입은 헌터들 뿐만 아니라 그들에게 우호적인 주민들도 꽤 여럿 보입니다.
 
마주치는 사람마다 마담에게 깍듯하게 인사를 하거나 친근하게 굽니다.
 
그가 이들 사이에서 어떤 사람으로 여겨지고 있는지 쉽게 유추할 수 있는 상황이네요.
 
마담은 주인의 안내에 따라 당신을 데리고 적당히 구석진 테이블에 앉아 술과 간단한 안주 거리를 시킵니다.
 
마담 가넷: 이 친구와 둘이 얘기하고 싶은데. 어때, 자리를 좀 비켜줄 수 있겠나? (에단을 보며)
 
헬리아 엘리샤:... (힐끔..)
 
에단 휴:.... ... (어딘가 불편한 건지 내내 좋지 않은 안색으로 있다가 마담의 말에 조금 망설인다. 얼핏 헬리아를 향해 걱정 어린 시선이 오간 듯도 하고) .. ... 알겠습니다. (하지만 눈앞의 이는 절대 이길 수 없는 상대이고, 이겨서도 아니 된다. 적어도 이 공간에서는. 결국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고 헌터 무리가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긴다)
 
헬리아 엘리샤:... (멀어지는 뒷모습을 보다가 눈 앞에 여성에게로 눈을 돌린다)
할 이야기가 뭔데...요.
 
마담 가넷:바로 그것부터 묻나? 다른 건 궁금하지 않고?
 
헬리아 엘리샤:... 아깐 왜 도와준건데요..
 
마담 가넷:일행이 없어 보이진 않지만, (그 말과 함께 에단이 있는 곳을 보다가 웃으며 시선을 거둔다) 나와 함께 있어서 손해 볼 것도 없으니까. 이 마을이 우리, 특히 나에게 얼마나 호의적인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테지.
의심하는 것도 좋지만 지금의 친절은 단순히 호의에 불과하니 받아두는 것이 좋아.
 
헬리아 엘리샤:... ... (아무리 그래도 헌터들의 대장이자 뱀파이어를 죽이는 사람이다. 분명 꿍꿍이가 있을테고) 그래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뭐죠..?
 
마담 가넷:저기, 저거 보이나? (손가락으로 뭔가를 가리킨다)
 
헬리아 엘리샤:... (손가락을 가리키는 곳으로 눈을 돌려)
 
마담이 가리킨 곳으로 시선을 돌려보면 자신의 옆에서 사살되어 죽었던 그를 그린 종이가 보입니다.
 
얼마나 똑같이 그렸는지 섬뜩할 정도입니다.
 
헬리아 엘리샤:..!... ... ....
 
무엇보다 더욱 기분 나쁜 것은…
 
그 종이는 죽은 고기 머리에 붙어있습니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의자에 앉은 상태에서, 혹은 주변을 지나가며 술집 중앙에 높게 걸린 그 고기에 칼을 던지며 꽂는 등 놀이를 즐기며 낄낄 웃고 있습니다.
 
헬리아 이성 판정
 
헬리아 엘리샤:
SAN Roll
기준치: 67/33/13
굴림: 97
판정결과: 실패
 
이성 -1d5
 
헬리아 엘리샤:(주먹이 쥐어지며 손에 힘이 들어갑니다. 저 개같은 놈들... 다 찢어죽이고 싶은 분노가 일어요)
Rolling 1D5
굴림: 1
 
이성 -1
 
마담 가넷:저기에 네가 걸려 있지 않은 이유는 필시 에단이 도와줬기 때문이겠지?
 
마담은 아무렇지 않게 말을 잇습니다.
 
헬리아 엘리샤:... ....
 
마담 가넷:추측컨대 에단이 널 죽이지 않은 이유는 간단해. 바로 널 이용하기 위해서지.
혼혈은 뱀파이어들에게 별미이기 때문에 우리 헌터들이 훌륭한 미끼로 사용할 수 있지. 뱀파이어들에 대한 각종 서적을 관리하고 헌터들의 생활을 담당하고 있는 에단이라면 누구보다 그 사실을 잘 알거다.
그리고,
 
헬리아 엘리샤:... ... 그걸... 나한테 말해주는 이유가 뭐야. (존댓말은 갖다 치우고 평소, 아니 평소보다 섬뜩한 눈빛이 떠오른다.)
 
마담 가넷:에단은 소중한 사람을 괴물들에게 전부 잃었어.
기억을 잃은 건 그때의 충격 때문이고. 본인도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있을 거야.
그러니 너를 통해 어떤 대가를 받고 싶어하든, 그건 마땅한 일이지.
 
헬리아 엘리샤:... ... (고개를 돌려 그가 있을 사람들 사이를 바라본다)
 
헬리아 지능 판정
 
헬리아 엘리샤:
지능
기준치: 75/37/15
굴림: 1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문득 에단이 읽고 있던 담피르의 기원 페이지와 오두막집 서재의 검은 주문이 적힌 책이 떠오릅니다.
 
정말 에단은 당신의 정체를 일찌감치 알아채고 이용하려고 했던 걸까요?
 
확실히 그럴지도 모릅니다.
 
그야 아니라고 하기엔 에단이 알고 있는 것들이 너무 많으니까요.
 
소중한 사람을 잃은 사람이기 때문에 어쩌면 그 주문을 걸어서라도 괴물인 당신을 제압하고 이용하려고 한 걸지도 모릅니다.
 
마담 가넷:그러니 내가 도와주마.
 
헬리아 엘리샤:... 당신이 왜.
 
마담 가넷:아직 제대로 동물, 사람 하나 먹지 못하고 상황 파악도 못한 약한 생물을 이용할 정도로 나는 야박하지 않으니까.
모름지기 적이라 한들 사냥은 정정당당하게 해야하는 것 아니겠나? 지금은 통솔자로서 이 일을 하고 있지만 말이다.
 
마담은 그렇게 말하며 병을 하나 내밉니다.
 
마담 가넷:수면제다. 무색무취의 물과 아주 비슷해. 다른 것과 섞어도 기존의 액체와 구별도 되지 않지.
이대로 어딜 가든 상관 없어. 다만, 새벽에 빠져나가게 도와줄 테니 에단 몰래 마을 입구로 나올 것. 그 뒤로는 재주껏 살아남아 보도록 해. 에단은 이걸 먹이면 푹 잘 테니까. 몰래 빠져나올 궁리 같은 건 하지 않아도 돼.
 
마담은 자신은 마저 할 일이 있다며 행운을 빈다는 말을 하는 등 툭툭 당신의 어깨를 두드리고 먼저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에단은 다른 헌터들에게 붙잡혀 있으니 더 이상 동행하긴 힘들겠죠.
 
헬리아 엘리샤:... ... (부를 생각도 하지 않은채 자리를 일어납니다. 소중한 사람들 전부를 괴물에게 잃었다고... 자신도 괴물이죠. 이렇게 살려둔건 더 고통스럽게 죽이기 위해서였나요. 다정하게 대해주다가 끝에서 배신하는 것 만큼 끔찍한건 없으니까요. 당신도 어찌되건 전부 같은 사람들이구나...)
 
당신은 조용히 술집을 나옵니다.
 
이제 어딜 가나요?
 
헬리아 엘리샤:... (어딜 가야하죠... 갈 곳은 없고 원래 살던 곳은 돌아가봐야 더이상 살 수 있는 곳이 못되는데.. 영혼없는 걸음이 상점가를 나와 버릇처럼 숲을 향합니다)
 
어떻게 숲까지 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밤은 이미 어둡게 저물었고, 자박자박 발밑으로 밟히는 땅의 모래 소리 역시 더 이상 즐겁지 않습니다.
 
생명체 하나 보이지 않고 검게 스러지고 있는 풀들이 꼭 당신의 마음 같습니다.
 
민가와 마을 입구로 가는 방향에는 헌터가 깔려 지나가기조차 힘듭니다.
 
오두막집으로는 더더욱 돌아갈 수 없고요.
 
어쩌면 에단은 지금쯤 술집에서 나와 당신을 찾고 있을 수도 있겠지만...
 
마담에게서 들은 내용이 쉽사리 잊히지 않습니다.
 
이번에 만나면 정말로 죽게 되는 것 아닐까요?
 
어쩌면 제압한 후에 정말로 당신을 이용하려 들지도 모릅니다.
 
당신은 어디로 가고 있나요?
 
숲을 거쳐 고성으로 다시 돌아가고 있나요?
 
아니면 길을 잃었나요?
 
헬리아 엘리샤:(글쎄요... 어디로 가는 걸까요. 그곳에는 이제 아무것도 없는 걸요. 자신을 받아주는 곳은 그 어디에도 없어요. 어디에도...)
 
힘이 빠져 비틀비틀 정처 없는 걸음이 이어집니다.
 
그때,
 
…바스락.
 
어디서 소리가 들리지 않았나요?
 
헬리아 듣기 판정
 
헬리아 엘리샤:
듣기
기준치: 60/30/12
굴림: 35
판정결과: 보통 성공
 
뱀파이어? 헌터?
 
아니면 정말로, 에단인가요?
 
꼴깍 침을 삼키고 주변을 둘러보면 소리는 당신의 지척, 나무들 사이에서 들립니다.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시선이 완벽하게 맞아 떨어집니다.
 
그러니까, 저건…
 
흑곰입니다.
 
… 곰?
 
헬리아 이성 판정
 
헬리아 엘리샤:
SAN Roll
기준치: 66/33/13
굴림: 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이성 -1
 
자신보다 압도적인 크기에 본능적으로 오금이 저려옵니다.
 
당신보다 훨씬 거대하고, 훨씬 육중하며, 눈이 희게 빛나고 있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확실히 그냥 지나갈 수 있을 분위기는 아닙니다.
 
헬리아 엘리샤:... (아무리 컨디션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큰 짐승을 상대할 정도는 아닙니다. 마른 침을 삼키고는 천천히 뒤로 걸음을 옮깁니다)
 
오히려 당신을 보고 자극을 받은 듯 발톱을 세우며 으르르 경계하는 소리를 내고 걸쭉한 침을 후두둑 흘립니다.
 
헬리아 관찰 판정
 
헬리아 엘리샤: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47
판정결과: 보통 성공
 
풀숲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으나, 자세히 보니 발 두 개가 검게 괴사해있습니다.
 
땅이 죽어감에 따라 저 곰의 발 또한 썩어 문드러진 걸까요.
 
덜렁거리는 발 안으로 굶주린 벌레들이 득시글거립니다.
 
흑곰:―――――!!!
 
곧이어 숲이 쩌렁쩌렁하게 울릴 만큼 크게 포효합니다.
 
헬리아 엘리샤:..!!!
 
귀가 저릿저릿하게 울려옵니다.
 
이곳의 생명체는 다 죽은 줄 알았는데, 숲 뒤쪽의 험난한 산을 거쳐 숲으로 내려오기라도 했나봅니다.
 
이성을 잃은 곰이 다시 한 번 크게 포효합니다.
 
곰이 높이 발을 들어올려 당신을 공격할 찰나,
 
헬리아 엘리샤:..!!! (두 팔을 올리며 몸을 움츠려)
 
눈을 질끈 감으면,
 
―탕!!!
 
일순 고막을 터뜨릴 듯 울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마치 자신의 몸을 갈기갈기 찢으며 관통한 듯한 끔찍한 감각,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것만 같았던 그 총소리 말입니다.
 
그런데 왜일까요, 이전과는 다릅니다.
 
헬리아 엘리샤:?!
 
그야, 왜냐하면,
 
당신은 지금 그 총을 쏜 사람에게 끌어 당겨져 깊게 몸이 묻어졌는걸요.
 
죽거나, 못 해도 크게 다칠 것이라 예상했던 순간.
 
자연스레 눈을 크게 뜨면 보이는 것이 몇 가지 있습니다.
 
검은 망토, 금색 자수, 살랑이는 머리카락, 간지러운 체향, 품에 맞닿아 느껴지는 빠른 심장 소리.
 
그리고,
 
… 에단의 이니셜.
 
스스로도 어이가 없습니다.
 
이렇게 숨이 탁 트일 정도로 안심이 되어서는 안 되는 것 아니었나요?
 
에단 휴:혼자 멋대로 다니지 말라고 했잖아..!
 
그렇게 소리친 에단은 당신을 소중하게 끌어안은 채 총을 다시 조준해서 여러 번 곰을 쏩니다.
 
이상하게도 총 소리가 더 이상 울렁거리거나 무섭지 않습니다.
 
미약하게 흔들리는 품 안이 오히려 안심이 됩니다.
 
가까운 곳에서 오르락내리락하는 숨결이 편안하고, 눈물 겨울 정도로 목이 메입니다.
 
왜 에단은 자신을 또 한 번 구해주나요?
 
왜 다른 이들처럼 자신을 죽이지 않나요?
 
정말로 자신을 이용하기 위해서인가요?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정말로.
 
헬리아 엘리샤:... ...뭐야...정말 뭐냐고... (복잡한 감정이 드는 기분에 입술을 꾹 깨물며 품에서 나오려 밀어냅니다.)
 
죽일 생각은 아니었는지, 에단이 곰을 몰아내듯 근처를 맞추어 위협 사격을 가하면,
 
곰은 곧 으르렁거리며 주춤거리다가 이내 천천히 자리를 피합니다.
 
몇 번의 총소리가 그치면 숲은 다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기이할 정도로 어둠에 잡아먹혀 적막이 맴돕니다.
 
바람결에 흔들리는 죽은 풀들과 나무, 그 위로 가리워진 별하늘과 풍경만이 에단과 당신 사이의 침묵을 채웁니다.
 
에단 휴:... 뭘? (그제야 품에서 놓아주며)
 
헬리아 엘리샤:당신... 뭐하는 사람이냐고... (고개를 떨어뜨린채 밀어낸 팔이 내려갑니다) 괴물이잖아... 망살 천벌을 받아야할 괴물이라고! 소중한 사람들이 전부 괴물한테 죽었다며, 날 이용해서 더 높은 자리라도 가고 싶었어? 그게 아니면 더 끔찍하게 죽일 생각이었던거야? 대체... 나한테 왜 그러는건데!
 
에단 휴:...... 그런 말은 누구한테 들은 거야? .. 아니, 너무 뻔한 걸 물었네. 마담이겠지.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복잡한 감정이 얽힌 숨을 내뱉는다) 네 말이 맞아. 난 너랑 비슷한 종족들에게 소중한 사람을 잃었어. 하지만 이제 와선 전부 기억도 나지 않아. 그래서, .... 네가 말하는 얘기가 하나도 와닿지 않아. 과거는 과거일 뿐이고 나는 복수 같은 것도 원하지 않아. 그저 내가 운이 나빴던 거겠지.
난 지금 집단의 통솔자인 그 사람처럼 너희를 다 잡아 죽이고 싶지 않아. 오히려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총을 홀스터에 넣으며 고개를 돌려 시선을 다른 곳에 둔다)
믿든 안 믿든 그건 네 자유야. 우리를 미워하는 것도 당연해. 그것까진 뭐라고 하지 않아. ...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네 목숨을 함부로 하라는 건 아니야.
 
헬리아 엘리샤:... 그걸 내가 어떻게 믿어... 다정한 척 끝까지 날 속이는 걸수도 있잖아.. 사람의 호의에는 대가가 있기 마련이야... 그냥 잘해주는 바보는 없다고. (고개를 들지 않고 내뱉는 목소리가 떨립니다.) 나중에 전부 기억나면? 그땐 생각이 바뀔지 어떻게 알아? 가족을 잃은 기분을 모르지 않는다며, 그럼 내가 너무 잘 알잖아. 당장이라도 찢어죽이고 싶은 기분... 다들 날 죽이고 싶어 안달인데... 더 살아야할 이유가 있어?
 
에단 휴:(앞서 말했듯이 자신을 믿고 안 믿고는 순전히 헬리아의 자유이기 때문에 굳이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는다. 가족이 누군가의 손에 죽은 기분, 소중한 사람을 잃은 상실과 슬픔. 모르진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잘 아는 것도 아니었다. 지금의 헬리아처럼 한이 서린 분노가 일 정도로 선명하진 않았다. 자신은 과거의 일을 알지도 못하며, 그로 인해 퇴색된 일부 감정만 몇 개 가지고 있을 뿐이니. 하지만, 그럼에도 눈앞의 이를 살리고 싶었다. 지금껏 죽인 이가 많으니 속죄라도 하려는 마음일까. 어쩌면 지금의 자신은 알 수 없을 터였다) 없으면 찾아. 삶을 이어가는 건 별 거 없어. 그 친구를 대신해서 계속 살아가겠다는 발버둥이든 뭐든 상관 없으니까. 찾거나 만들어.
 
헬리아 엘리샤:... ... 왜 나한테 그렇게까지 하는건데..? (숨겨뒀던 눈물이 뺨을 타고 흐릅니다. 100년에 가까운 삶을 살면서 자신을 반겨주던 인간은 없었습니다. 지금 눈 앞에 당신을 제외하고 말이죠. 그동안의 받아온 천대가 서럽고 언제 죽을지모르는 운명이 무섭습니다. 그리고... 들려오는 말들이 너무 따스해서 서러워요.)
 
에단 휴:... 글쎄.., 그건 나도 아직 잘 모르겠어. ... 그냥, 너한테는 이렇게 하고 싶어. (눈물을 닦아주고 싶지만, 지금은 그러기엔 너무 이르고... 과한 행동이겠지. 그 대신 아침에 오두막을 나설 때처럼 손을 내민다) .. 이유를 모르겠다면 찾도록 도와줄게. 그 동안은 같이 있어줄 테니까. .. ... 이것 만큼은 믿어줘. 진심이야.
 
헬리아 엘리샤:... ... (내밀어진 손을 바라보다 머뭇거리는 손이 가까워집니다.) ...이번만이야...
 
에단 휴:(가까워진 손을 웃으며 맞잡는다) .. 응.
 
장면전환
 
돌고 돌아 다시 이곳입니다.
 
들어가기 전 올려다 본 오두막집은 내부에 불을 키지 않아 어두컴컴합니다.
 
새벽이 아닌 깊은 밤에 다시 돌아오니 그제서야 이곳이 먹먹한 은하수를 배경으로 반짝거린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산을 뒤로한 오두막집은 금방이라도 작은 별들이 떨어져 내릴 것 같습니다.
 
아름답네요, 정말로…
 
달칵,
 
곧이어 에단이 먼저 들어간 오두막집에 불이 켜집니다.
 
당신에게도 들어오라는 듯 손짓하네요.
 
헬리아 엘리샤:... (힐끔 당신을 한번 보고는 집 안으로 들어갑니다)
 
오두막집 내부는 나오기 전과 달라진 점이 없습니다.
 
에단 휴:.. 돌아오자마자 미안하지만..., 잠깐 자리 좀 비워도 괜찮을까?
아까 마담이 불렀다고 들었는데 무시하고 그냥 와버렸거든. .. 그래서 가봐야 해.
 
헬리아 엘리샤:... (소매를 슬 잡고는) .. 꼭 가야하는거야?
 
에단 휴:... 응. ... 마담의 말이라서 따를 수밖에 없어.
 
헬리아 엘리샤:... (잡았던 소매를 놓아주며) ... 알았어..
 
에단 휴:.. 금방 돌아올게. 걱정하지 말고. (그제야 키를 맞추기 위해 굽혔던 무릎을 핀다. 하지만 집을 나서기 전에 뭔가 기억 났다는 듯 방으로 들어간다)
 
에단은 자리에서 일어나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 안쪽 방으로 들어갑니다.
 
헬리아 관찰 판정
 
헬리아 엘리샤: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65
판정결과: 실패
 
에단의 소매 틈 사이에서 무언가 반짝이는 것을 목격합니다.
 
저건… 열쇠인가요?
 
헬리아 엘리샤:..?
 
조금의 시간이 지난 후 에단은 방 안에서 컵을 두 개를 들고 나옵니다.
 
하나는 이전과 같이 컵에 반 정도 피가 담겨 있습니다.
 
혈향이 진득하게 풍겨옵니다.
 
하나는 평범한 물 같네요.
 
에단은 당신에게 피가 담긴 컵을 건네주고 물이 담긴 컵은 자신이 한 모금 들이킵니다.
 
이윽고 다녀오겠다며 컵을 내려놓고 자리를 뜹니다.
 
헬리아 엘리샤:... (피가 담긴 컵을 들고 서있다가 종종 소파로 다가가 앉는다)
 
소파에 앉아 기다리고 있으면, 곧 에단이 돌아옵니다.
 
에단 휴:미안, 오래 기다렸어?
 
헬리아 엘리샤:(벌떡 일어나려다 다시 앉으며) ...아니.
 
에단 휴:..? (헬리아의 행동에 고개를 슬쩍 기울이다가) 왜 그래..?
 
헬리아 엘리샤:아무것도 아니야..
 
에단 휴:(별로 개의치 않은 듯 옆에 와 앉는다) 사실 하고 싶은 말이 엄청 많았어. 어젯밤에 책을 읽고 많은 생각이 들었거든. 근데 아까 얘기하면서 거의 다 털어낸 것 같아. (작게 웃는가 싶더니 곧 씁쓸한 표정이 얼굴 위에 스친다) 아무도 공생이란 걸 말하지 않았어. 책을 보며 깨달은 거야. ... 원래부터 죽여야만 하는 존재라는 건 있을 리가 없잖아. 같이 살 수 있는데 이렇게까지 하는 건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타협점을 찾으면 잘 될 거야. 만약 그렇지 않더라도... 너만은 내가 지켜줄 거니까. (조금 전의 씁쓸함이 거짓이었다는 것처럼 눈꼬리가 부드럽게 휘어진다) 그러니까, 한 가지 부탁이 있어.
 
기이할 정도로 올곧은 생명.
 
당신은 눈 앞의 에단을 믿을 수 있나요?
 
에단 휴:우리가 함께 이 관계를 바꿔나가지 않을래?
 
에단이 그랬던 것처럼, 기꺼이 속아줄 수 있나요?
 
헬리아 엘리샤:...(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눈을 깜빡여) 진심으로..하는 말이야?
 
에단 휴:... 응. 더 이상의 죽음은 원하지 않아. 지금의 체계는 많이 잘못 됐어.
 
불이 은은하게 타오르고 있는 등잔 아래로 기름이 똑, 떨어집니다.
 
그 오랜 세월 동안 관에 갇혀 죽지도 못하는 삶을 살며 꿈없는 잠에 빠져들었던 것도,
 
마을에 내려와 숱한 위험을 넘기며 살아 남아 지금 이 자리에서 에단을 마주하는 것도,
 
전부 거짓말 같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에단 휴:우리가 그 시작이 되자.
 
이렇게 듣고 싶었던 말을 듣는 것 같은 기분이 느껴질 리 없잖아요.
 
어쩌면 헬리아, 당신은 오로지 이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
 
헬리아 엘리샤:... ... 너 진짜 이상한 놈이야..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자꾸 이상한 감정을 느낄리가 없는데. 슬 시선을 피하다가도 힐끔 그를 바라봅니다)
 
에단 휴:(어제부터 내내 들은 말이라 별로 타격이 없는지 웃는 표정이 그대로다) 대답은?
 
헬리아 엘리샤:...(대답 대신 작게 고개를 끄덕입니다)
 
에단은 당신의 손을 주먹을 쥐게 하고, 스스로도 주먹을 쥔 채 통, 마주 튕깁니다.
 
아주 잠깐동안 시간이 멈춘 것도 같았습니다.
 
이대로 시간이 멈추었으면 좋겠다고 바란 적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니, 이런 적이 있었던가요…?
 
한참 당신과 눈을 마주치며 부드럽게 웃던 에단은 무언가 웅얼거리더니 점점 힘이 빠지는 듯 눈을 감고 자연스럽게 잠에 빠져 듭니다.
 
오늘 하루는 특히나 더 고단했을 테니 그럴만도 하지만……
 
헬리아 듣기 판정
 
헬리아 엘리샤:
듣기
기준치: 60/30/12
굴림: 90
판정결과: 실패
 
그가 무어라 했던 것 같은데... 작은 소리라 미처 듣지 못했습니다.
 
헬리아 관찰 판정
 
헬리아 엘리샤: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2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당신은 그제서야 에단에게서 혈향이 풍기고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컵에 든 피 때문에 몰랐던 걸까요.
 
아니면 일부러 숨기려고 한 건가요?
 
그러고 보니… 심지어 에단의 혈향과 컵에 든 혈액의 혈향은 놀라울 정도로 유사합니다.
 
당신이 마셨던 피는, 전부 에단의 것이었군요.
 
헬리아 엘리샤:... ... 너.... 설마...
 
헬리아 이성 판정
 
헬리아 엘리샤:
SAN Roll
기준치: 65/32/13
굴림: 75
판정결과: 실패
 
이성 -1
 
헬리아 엘리샤:이 멍청한 바보가...!
 
에단이 입고 있는 검은 망토를 걷고 살펴보면 팔뚝 부근에 꽤 깊게 최근의 상흔이 남아있습니다.
 
가만히 두었다가는 상처가 심화될 것 같습니다.
 
최근의 상흔을 제외하고도, 몸을 살피다보면 여러 흉터가 곳곳에 보입니다.
 
헬리아 엘리샤:(서둘러 주변을 둘러보며 치료할 만한 도구를 찾아봅니다)
 
그러나 오두막집 내부를 살펴보아도 치료할 약이나 도구는 보이지 않습니다.
 
헬리아 지능 판정
 
헬리아 엘리샤:
지능
기준치: 75/37/15
굴림: 41
판정결과: 보통 성공
 
에단의 소매 틈에서 반짝이던 열쇠를 떠올립니다.
 
헬리아 엘리샤:열쇠... (당신에게 묻지고 않고 소매 안으로 손을 넣어 열쇠를 찾는다)
 
당신은 에단의 소매 틈에서 열쇠를 꺼냅니다.
 
헬리아 엘리샤:(열쇠를 들고 안쪽 방으로 향합니다)
 
에단의 소매에서 꺼낸 열쇠로 문을 열면, 달칵 소리를 내며 문은 쉽게 열립니다.
 
안으로 들어가면 내부는 또 다시 작은 서재처럼 꾸며진 방입니다.
 
테이블, 책상, 책장, 서랍 등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헬리아 엘리샤:(들어가 곧장 서랍을 열어본다)
 
책상 밑으로 이어진 서랍은 2단으로 되어있습니다.
 
헬리아 엘리샤:(첫번째 칸을 열어본다)
 
한 칸 가득 비상 약품이 들어 있습니다.
 
언제 어디서 다칠지 모르는 헌터가 직업이기 때문일까요?
 
어쨌든 당장은 좋은 일입니다.
 
헬리아 엘리샤:있다..! (붕대와 소독약품을 꺼내고 아랫칸을 열어본다)
 
헌터들이 사용하는 은탄환과 총기, 그리고 무기류가 들어있습니다.
 
헬리아 엘리샤:(은탄환을 보고는 잠시 몸이 굳었다가 그대로 닫아둔다. 혹시 다른게 있을까 싶어 책상을 살펴봐)
 
수많은 서적과 종이가 책상 위에 가득 어질러져 있고, 살펴보면 대부분 이해할 수 없는 문자입니다.
 
제목 없는 책들과 비슷해보입니다.
 
에단이 무언가를 해독하려 노력한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어질러 있는 것들 중 유독 한쪽에 눈에 띄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오래된 것들 사이에서 눈에 띄게 깨끗하고 변색되지 않은 종이입니다.
 
소중하게 보관했는지 투명한 상자 안에 밀봉되어 있습니다.
 
헬리아 엘리샤:이게 뭐지..?(상자를 열어 안을 살펴본다)
 
접힌 곳 하나 없이 깔끔한 종이입니다.
 
종이를 조심스럽게 펼치면 잉크는 굳어 떨어졌지만 그 위의 흔적이 종이에 그대로 남아 적혀 있는 글을 읽을 수 있습니다.
 
내용은 편지처럼 짧은 단문이 적혀 있는 모양인데…
 
내 손을 잡으러 와.
 
이 내용, 어디선가……
 
헬리아 엘리샤:어디서 본 것 같은데..?
 
헬리아 지능 판정
 
헬리아 엘리샤:
지능
기준치: 75/37/15
굴림: 50
판정결과: 보통 성공
 
고성에서 눈을 떴을 때, 자신의 관에서 발견한 편지와 대응하는 문구의 편지입니다.
 
헬리아 엘리샤:뭐야... 왜 이런 편지가... (자신의 관에도 놓여있던 편지를 떠올립니다. 비록..두고 나왔지만요)
(조용히 편지를 다시 넣어둡니다. 왜 이 편지가 여기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마음에 걸리는건 확실해요. 시선을 돌려 책장을 살펴봅니다)
 
책장을 살펴보면 밖의 서재와 같이 뱀파이어에 대한 책들로 가득 차있습니다.
 
그 중 책장 가운데에 빈 공간이 하나 보입니다.
 
빈 공간에는 잠금이 걸린 상자가 하나 놓여져 있습니다.
 
헬리아 엘리샤:상자..? (상자를 꺼내봅니다)
 
알파벳으로 된 자물쇠 장치가 걸려 있습니다.
 
초기 배열이 JDUQHW라고 맞추어져 있습니다.
 
헬리아 관찰 판정
 
헬리아 엘리샤: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77
판정결과: 실패
 
상자 아래에 뭔가 적혀있는 것 같긴 한데... 잘 안 보이네요.
 
헬리아 엘리샤:뭐라고 적혀있는거야..?
 
다시 한번 볼까요?
 
헬리아 관찰 강행 판정
 
헬리아 엘리샤: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49
판정결과: 보통 성공
 
적혀있는 글자는 PDGDP입니다.
 
자물쇠에 대한 힌트일까요?
 
헬리아 엘리샤:뭔소린질 모르겠네... (미간 찌풀
 
알파벳의 앞과 끝이 대칭이네요.
 
에단이 아는 이름 중에 대칭일 사람... 그리고 당신이 아는 사람.
 
누구인가요?
 
헬리아 엘리샤:그...마담 가넷이라는 사람인가...? (어떻게 푸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배열을 맞춰봅니다)
 
자물쇠 장치를 GARNET으로 맞추면, 달칵 소리를 내며 상자에 걸린 잠금이 풀립니다.
 
안에는 표지에 마법진이 그려진 서적이 하나 들어있습니다.
 
헬리아 지능 판정
 
헬리아 엘리샤:
지능
기준치: 75/37/15
굴림: 58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당신의 관에 새겨져 있던 마법진, 그리고 밖의 서재에서 보았던 표지에 그려져 있던 마법진과도 동일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헬리아 엘리샤:이건....
(책을 똑같이 펼쳐봅니다)
 
책을 펼치는 순간, 공기가 어그러진 듯 숨이 턱 막혀옵니다.
 
불길한 기분이 전신을 기어오르듯 감쌉니다.
 
이 기분, 확실히 느꼈던 적이 있습니다.
 
헬리아 이성 판정
 
헬리아 엘리샤:
SAN Roll
기준치: 64/32/12
굴림: 100
판정결과: 대실패
 
이성 -1
 
안에 가득 적힌 내용은 대다수 처음 보는 언어들로, 일종의 암호 같습니다.
 
읽을 수 있는 내용은 극히 소수입니다만, 당신은 수많은 페이지 중에 해독된 페이지를 하나 발견합니다.
 
옆에는 Madam Garnet이라고 적혀있습니다.
 
헬리아 엘리샤:... ... 그 대장 놈 거라는거지..?
 
헬리아 지능 판정
 
헬리아 엘리샤:
지능
기준치: 75/37/15
굴림: 53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당신은 불현듯 술집에서 연설을 퍼붓던 마담 가넷을 떠올립니다.
 
다수의 헌터들과 주민들을 한 곳에 모아 청중의 집중을 유지시키며 즉흥적으로 연설을 이어가던 그 모습……
 
불길한 기분은 착각일까요?
 
헬리아 엘리샤:... ..
 
어쩌면 에단도 이전부터 마담 가넷에게서 이상함을 느끼고 혼자서 이것들을 해독해왔을지도 모릅니다.
 
헬리아 엘리샤:(아까도 나한테 이용당하는거네 어쩌네 하더니 정작 이용하는 사람은 따로 있었잖아요.)
(표정이 구겨지며 테이블을 돌아봅니다)
 
테이블 위로는 나이프가 올려져 있으며, 그 주변으로 핏방울이 몇 자국 떨어져있습니다.
 
헬리아 엘리샤:... ...
진짜 바보냐고
(붕대와 소독약을 들고 방을 나옵니다)
 
당신은 구급약품을 든 채 방을 나옵니다.
 
헬리아 엘리샤:(소파에 앉아 곤히 자고 있는 그의 소매를 들어내고 상처에 소독약을 바르기 시작합니다. 서툴지만 조심히 약을 바르고 그 위에 붕대를 감아냅니다.)
 
에단의 상처를 치료해준 후 당신은 가만히 잠든 에단 곁에서 생각에 잠깁니다.
 
시작,
 
시작이라고 했던가요.
 
당신은 기억하는 한 거의 모든 시간을 빛 하나 들지 않는 어두운 곳에서 살아왔습니다.
 
죽고 싶지 않아 엉성하게나마 생명을 물어뜯고 씹으며 삼켰습니다.
 
이것저것 가릴 처지가 아니었으니 습하고 냄새나는 곳에도 숨어들었고, 아침이 밝으면 맨발로 내달리며 도망쳤습니다.
 
허기가 가신 채로 잠이 드는 날이야말로 운이 좋다고 생각했던 나날들이었습니다.
 
그런 당신에게, 눈앞의 에단은 이제는 함께 하자고 말합니다.
 
‘우리가 그 시작이 되자.’
 
그렇게 말하던 에단의 표정은 어떻던가요?
 
그리고 그 말을 듣는 당신은 어떤 표정을 지었었나요?
 
그 순간을 기억하나요? 아니면 벌써 잊어버렸나요.
 
빛을 맞이할 권리를 가지고 있었으나 누구도 당신에게 주어주지 않던 그것을, 에단은 기꺼이 내어주겠다며 손을 뻗습니다.
 
당신이 당연히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하면서요.
 
정말이지, 거짓말같은 이야기입니다.
 
그것도 당신이 한 번도 상상하지 못 했던 이야기말입니다.
 
그렇기에 결말조차 예상할 수 없는.
 
헬리아, 당신은 정말로 스스로 빛 아래에서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에단의 말처럼 서로를 해치지 않을 자신이 있나요?
 
안전할 수 있는 세상이 올까요?
 
만약, … 아주 만약 그렇게 된다면,
 
정말로 에단과 함께 할 수 있을까요?
 
손에 들린 편지가 오두막집의 창을 타고 들어온 바람에 따라 팔랑, 흔들립니다.
 
이 편지들은 누가 누구에게 보내던 편지였을까요.
 
당신과 에단은 왜 이것들을 가지고 있나요,
 
왜 이 편지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답하듯 이어지던 걸까요,
 
왜 이 편지들은 이토록 변하지 않고 영원할 것처럼 하얗고 깨끗한가요.
 
…… 혼란스럽습니다.
 
곧 새벽 동이 틀 것입니다.
 
헬리아 엘리샤:... (점점 밝아지는 창밖을 보며 많은 생각에 잠깁니다. 당신이 말하는 그런 세상이 오기는 할까요. 분명 다들 반기지 않을텐데... 하지만 한편으로 그런 날이 오길 바라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누구도 신경쓰지 않고 자유롭게 함께 할 날을요. 곤히 잠든 그를 흔들어 깨웁니다) ...
 
에단 휴:... ? (몸을 흔드는 기척이 느껴지자 눈을 뜬다) .. 왜...?
 
헬리아 엘리샤:....그만...여길 나가려고..
 
에단 휴:... 아,
 
헬리아 엘리샤:더 여기 있을 수는 없으니까.
 
에단 휴:.. 그렇지. (뭔가 깨달은 사람처럼 일어나더니 간단하게 짐을 챙긴다. 이윽고 문 앞에 서서 헬리아에게 손을 내미는 일련의 행위가 이젠 제법 자연스러워 보인다)
 
헬리아 엘리샤:... (너무 자연스럽게 같이 가려는 행동에 말을 꺼내지도 못했습니다. 정말..진심이었구나. 왠지 웃음이 나오며 손을 잡습니다.)
 
이른 새벽이 내려앉은 마을은 주민 한 명 보이지 않고 조용합니다.
 
순찰을 돌던 헌터들도 지금만큼은 보이지 않습니다.
 
마담의 말이 거짓말은 아니었던 걸까요.
 
마을에서 입구까지 내려오는 내내 사람 한 명, 벌레 한 마리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조용하니 오히려 더 긴장감이 맴돕니다.
 
괜스레 귀를 쫑긋 세우며 주변을 긴밀하게 살피고 있노라면 에단은 바짝 얼어붙은 모습을 풀어주듯 당신에게 여분의 헌터 망토를 감싸줍니다.
 
세심한 손길로 꼭꼭 여며주기까지 하네요.
 
에단 휴:괜찮을 거야.
 
헬리아 엘리샤:...응.
 
그렇게 말하는 말투는 이제 퍽 다정하기까지 합니다.
 
흐린 청색과 보랏빛이 섞인 하늘을 올려다 봅니다.
 
내내 반짝일 것만 같은 저 별들이 늘 우리의 곁을 맴돌고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렇다면 멀고 험한 길을 돌아갈 지언정 이 땅과 저 하늘이 만나는 곳까지 길을 헤매지 않을 수 있을 텐데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헤매지 않아도 됐을 텐데요…
 
숨 죽인 채 적절한 타이밍을 노리기 위해 주위를 살핀지도 조금 시간이 지났습니다.
 
에단과 당신이 입구를 나서려는 순간,
 
자박,
 
땅을 고요하게 즈려밟는 이질적인 발소리가 들립니다.
 
마담 가넷:좋은 새벽이지.
 
교양 있는 말투, 기품 있는 모습.
 
헬리아 엘리샤:...?!
 
흰 백발을 우아하게 위로 틀어올리고, 검은 망토를 두른 채 전장에 서 있는 모습이 누구보다 잘 어울릴 것만 같은 사람,
 
일평생을 뱀파이어 헌터 일에 바치며 살아온 이 지독하리만치 아름답고 고매한 사람……
 
마담 가넷입니다.
 
마담 가넷:물론 이렇게 될 줄이야 알았다만.
 
마담은 당신을 보며 나붓하게 웃어보입니다.
 
마담 가넷:너를 도와주겠다던 말을 기억하니?
 
당신은 떠올립니다.
 
아직 제대로 동물, 사람 하나 먹지 못하고 상황 파악도 못한 약한 생물을 이용할 정도로 스스로는 야박하진 않다고 했던 것.
 
헬리아 엘리샤:당신 도움 필요없어...
 
모름지기 적이라 한들 사냥은 정정당당하게 해야 한다고 했던 것……
 
당신은 마담의 말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마담은 그런 당신의 표정을 바라보더니
 
마담 가넷:지금도 그 마음에는 변함이 없단다.
 
라고 덧붙입니다.
 
무슨 생각인 걸까요.
 
마담이 손짓하자 순식간에 당신과 에단을 감싸는 수많은 검은 망토 무리들이 보입니다.
 
마을을 내려오는 내내 조용하더니 이곳에 모여있던 걸까요.
 
결코, 좋은 분위기는 아닙니다.
 
마담 가넷:하지만 말이다.
우리들 중 배신자가 있는 건 다른 문제이지 않겠나.
 
철컥, 하는 장전 소리가 들립니다.
 
마담 가넷:쏴라.
 
―탕!!!
 
누군가의 망토가 크게 펄럭입니다.
 
찰나의,
 
짧은 순간이었습니다.
 
아주, 지극히, 말도 안 될 정도로.
 
그러나 당신의 눈에는 일순 주변의 모든 소리가 멎고, 그 장면 하나만이 슬로우 모션처럼 느리게 재생되는 것 같습니다.
 
마담을 마주보던 시선이 어지러이 빙글 돕니다.
 
발이 세상에서 중심을 잃고 흔들립니다.
 
무게를 지탱하지 못한 몸은 종잇장처럼 쓰러집니다.
 
큰 소리가 난 것 같기도 했으나, 어떠한 고통도, 아픔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한 때 시야를 가렸던 당신의 검은 천이 느리게 걷힙니다.
 
그 장막이 아래로 쏟아지는 동시에, 덜덜 떨리는 손이 보입니다.
 
그 손이 움켜쥐고 있던 것은 분명 총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총을 든 사람은……
 
퍽,
 
에단의 얼굴에 당신의 피가 한가득 튑니다.
 
 
……
 
…… 에단?
 
헬리아 엘리샤:에단....? 왜.... 어째서....
 
그렇습니다. 의심할 여지 없는, 에단입니다.
 
이것은 거짓말도, 꿈도 아닙니다.
 
당신에게 쏟아진 지독한 현실입니다.
 
에단이 총으로 당신을 쐈습니다.
 
헬리아 이성 판정
 
헬리아 엘리샤:
SAN Roll
기준치: 63/31/12
굴림: 87
판정결과: 실패
 
이성 -1d3
 
헬리아 엘리샤:
Rolling 1D3
굴림: 2
 
당신의 입가에서 후두둑, 피가 터져나옵니다.
 
몸을 찢으며 관통한 듯한 이 끔찍한 감각.
 
복부가 타들어가는 것처럼 뜨겁습니다.
 
헬리아 엘리샤:(콜록,.....)
 
은탄환.
 
은탄환입니다.
 
화상을 입으면 꼭 이런 느낌일 것이라고 상상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산 채로 피부가 벗겨지고 가죽이 쓸려나가는 듯한 이 고통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지독해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기가 힘듭니다.
 
바닥에 쓰러진 당신의 시야에 당신의 피로 땅이 흠뻑 젖어가는 것이 보입니다.
 
울컥, 핏덩이가 당신의 목을 타고 한 번 더 쏟아집니다.
 
헬리아 엘리샤:하........
 
당신은 지금 어떤 기분인가요?
 
에단이 자신을 속였다는 생각에 치를 떨며 분노하고 있나요?
 
혹은 애초에 믿지 않았다며 체념하고 있나요?
 
이제서야 이 길고 긴 모든 여정이 끝난다는 생각에 어쩌면 우스울 정도로 홀가분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그렇지만……
 
에단 휴:...... .........
 
헬리아 엘리샤:믿었는데.... 난..... 널.... (믿었단 말이에요. 역시 당신은....)
 
저렇게 총을 맞은 자신보다 더 무너지는 표정을 짓고 있는 사람을 도대체 누가 배신자라고 생각할 수 있단 말인가요.
 
에단 휴:.... .... 아니야,
 
에단은 넋이 나간 것처럼 중얼거립니다.
 
에단 휴:내가 한 게 아니야....!
 
곧이어 터지는 감정에 받쳐 다시 소리칩니다.
 
에단은 손에 들고 있던 총을 멀리 내던집니다.
 
총이 형편없는 소리를 내며 땅을 뒹굴고,
 
그것이 안중에도 없다는 듯 당신에게 한걸음에 다가와 울 것 같은 표정으로 급하게 당신을 끌어안고 망토를 벗어 지혈합니다.
 
에단 휴:제발, 제발...,
 
헬리아 엘리샤:(콜록...) 에단.... ...
 
간절하게 중얼거리는 목소리는 애절하기까지 합니다.
 
자신이 한 게 아니라니, 무슨 말일까요.
 
헬리아 지능 판정
 
헬리아 엘리샤:
지능
기준치: 75/37/15
굴림: 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당신은 일순 권능의 말을 떠올립니다.
 
술자가 한 말을 들으면 진심으로 믿게 되며, 원할 때 자신의 뜻에 따라 조종할 수 있다던 그 주문.
 
동시에 잠시 자리를 비우던 에단의 모습을 떠올립니다.
 
…… 그 때였을가요?
 
마담은 그 때 에단에게 주문을 걸었던 걸까요.
 
하지만, … 이제 와서는 너무 늦은 깨달음입니다.
 
헬리아 엘리샤:....그때.... 널 계속... 잡았어야 했는데.... (더이상 말을 이어가기 버거워집니다.)
 
마담 가넷:왜 그런 표정을 짓는지 모르겠구나.
 
이런 상황 속에도 마담의 목소리는 일체 흔들림이 없습니다.
 
마담은 전부, 예상했던 겁니다.
 
에단 휴:헬리아, 제발.... 제발..., 아니야, 살 수 있어....
 
마음에도 없는 말로, 진실을 교묘하게 엮어 만든 단어들을 당신 앞에서 전시하듯 보여주면서.
 
에단 휴:(울 것 같은 표정으로 헬리아의 환부를 망토로 짓누른다. 피가 터져나올 때마다 눈에서 눈물이 울컥, 터져 나온다. 이윽고 들리는 마담의 목소리에 고개를 푹 숙이며 절규하듯이 외친다) 닥쳐..!
 
마담 가넷:에단, 비키렴. 아니면 네가 저 괴물의 끝을 볼 거니?
한 때의 반항이었다고 생각하마. 두 번은 없어.
 
에단은 마담의 말에도 당신을 바라보며 한참이나 말이 없더니,
 
이윽고 최대한 감정을 짓누르려는 듯 입술을 깨물며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품 안에서 단도를 꺼내듭니다.
 
그리고는 나지막히 당신의 이름을 부릅니다.
 
에단 휴:... 헬리아,
 
헬리아 엘리샤:...! 무슨...생각이야.... 하지.. 마....
 
희미해지는 시야 속에서도 에단이 든 단도는 높이 들려 정확히 당신을 향합니다.
 
아, 그래요. 이게 맞는 겁니다.
 
에단은 괴물을 죽이는 헌터이고, 자신은 괴물.
 
이제는 정말로 끝인 겁니다.
 
이게 맞는 결말인 거예요.
 
……
 
그렇지만, 당신.
 
에단과의 첫 만남을 기억하나요?
 
당신이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말을 하며 총구를 내리던 그 에단을 말이에요.
 
푹,
 
단도가 살결에 깊게 스며들어가는 소리와 함께,
 
당신의 얼굴에 뚝, 뚝 쏟아지기 시작하는 피는 당신의 것이 아닙니다.
 
에단 휴:... ... .. 너도 잘 알 거잖아. ... 인간의 피가 어떤지.. ... 전부 마시면... 여기 정도는.... 얼마든지 뜰 수 있어.., 그러니까...
 
헬리아 엘리샤:... ... 바보야....하지 말라고... (콜록..)
 
에단 휴:그러니까.... 제발 가 ... .. 가서 살아.
 
헬리아 엘리샤:넌....너는....?
 
―탕!!!
 
한 번, 탄환이 에단의 어깨를 스칩니다.
 
에단은 이를 악물고 당신을 끌어안은 채 버팁니다.
 
마치 그동안 어서 자신의 피를 마시라는 듯이요.
 
에단 휴:... 나는 상관 없어. ...
 
헬리아 엘리샤:왜.....상관이 없어......
 
에단 휴:... 너만 살면 돼. ... 너만, ...
 
헬리아 엘리샤:이제.. 나...한테는.... 너 뿐인데.....
 
왜,
 
왜 에단은 당신을 돕나요.
 
왜 에단은 당신을 구해 주려 하나요.
 
왜 에단은 이토록 잔인하리만치 다정한가요.
 
왜 에단은 불가해할 정도로 이타적이고,
 
왜 에단은 그리하여 당신에게 헌신하나요.
 
마담의 뒤, 검은 망토를 입은 사람들이 당신과 에단을 향해 일제히 총을 겨눕니다.
 
괴물에게 천벌을! 괴물에게 천벌을! 괴물에게 천벌을!
 
메아리치듯 머릿속을 울려오던 족쇄 같던 말들 위로,
 
당신의 품에 가지고 있던 흰 종이 묶음이 툭, 피웅덩이 위에 떨어집니다.
 
그리고 들려오는 에단의 말은, 마치 당신에게 찾아온 단 하나의 기적처럼……
 
네 손을 잡으러 갈게.
 
그 말과 함께 어떤 것에도 상처 입지 않던 흰 종이가 에단의 피로 서서히 물들어가며,
 
그의 말을 새기듯 글자를 수놓습니다.
 
아, 결국 이것은 피로써 전해지는 편지입니다.
 
어쩌면 에단과 당신, 서로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편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치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처럼, 끝끝내 서로를 찾아낼 것처럼.
 
헬리아, 이번에는 당신의 차례입니다.
 
대답하지 않을래요?
 
헬리아 엘리샤:....꼭... 내 손을 잡으러 와...
(그래요. 자신이라도 성장한다면 당신을 데리고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을거에요. 그 다음에는 가까운 병원을 찾으면...그럼 살릴 수 있어...)
 
당신이 한 말이 종이에 수놓이듯 새겨집니다.
 
당신은 에단의 피를 마시나요?
 
헬리아 엘리샤:(얼굴에 쏟아진 피를 마시며 당신을 꼭 끌어안습니다. 다시는 빼앗기지 않을 거라고..)
 
탕! 탕! 탕! ……
 
그 이후로는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마담의 지시로 검은 망토를 입은 사람들이 에단과 당신에게 총을 퍼부었던가요?
 
그때 에단은 당신을 끌어안았던가요.
 
그렇다면 에단은 확실히 살아남기 힘들었을지도 모릅니다.
 
당신이 기억하는 것은 자신이 에단의 피를 마셨다는 사실과 그 이후 시야가 점멸했다는 것뿐입니다.
 
마담과 헌터들은 어떻게 됐고, 에단은 어떻게 되었으며, 당신은 무슨 정신으로,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모든 것이 희미하기만 합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장면전환
 
깜빡,
 
단지 당신은 낡은 고성 깊은 곳, 자신의 관 안에서 눈을 뜹니다.
 
깜빡, 깜빡…
 
흐릿한 시야를 몇 번 고치고 나면 어디선가 노랫소리가 들립니다.
 
헬리아 듣기 판정
 
헬리아 엘리샤:
듣기
기준치: 60/30/12
굴림: 2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성 바깥에서 들려오는 노랫소리입니다.
 
관에서 일어나 바깥으로 문을 열고 나갈 수 있습니다.
 
▶: 나가기 전, 고성이나 관 내부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헬리아 엘리샤:무슨 소리지... (관에서 일어나 주변을 둘러봅니다)
 
이전보다 먼지가 무성하게 쌓여있으며, 당신의 관에는 마법진이 그려져 있지 않고, 형제의 관이 있지도 않으며, 벽이나 바닥이 검게 부식되어 있지도 않습니다.
 
헬리아 엘리샤:... ... (관에서 나와 고성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옵니다)
 
마침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며 고성의 문을 열고 들어오려던 어린 아이와 정면으로 마주칩니다.
 
헬리아 엘리샤:...?!
 
아이: 깜짝이야..!
 
어린 아이는 놀란 듯 세 걸음이나 뒤로 총총총 물러선 채 쿵쾅대는 가슴을 부여잡습니다.
 
아이: 먼지 투성이라 사람이 없는 줄 알았어요. 어른 되면 청소 안 해도 되는 거예요..?
 
헬리아 엘리샤:뭐..?
 
말하는 기색이 한 두번 고성에 들어와본 게 아닌 것 같은데, 무단 침입을 한 주제에 제법 건방지기까지 합니다.
 
잠깐, 그런데 방금 뭐라고 했죠?
 
어른 되면?
 
어른…?
 
헬리아 엘리샤:...어른이라고..?
 
당신은 자신의 몸을 내려다봅니다.
 
놀랍게도 당신은 더 이상 성장이 더딘 체형이 아닌, 본래 자신의 나이에 맞는 모습으로 성장해있습니다.
 
설마.
 
휙, 고개를 들어 아이를 바라봅니다.
 
헬리아 관찰 판정
 
헬리아 엘리샤: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50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 아이, 놀랍도록 에단을 닮았네요.
 
에단이 어린 아이가 된다면 꼭 이런 모습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손에는 작은 꽃다발과 편지를 들고 있습니다.
 
헬리아 엘리샤:.... ....
 
에단?:.. 저기요....?
 
헬리아 엘리샤:먼저 여길 들어오려고 한 사람이 누군데... 여긴 어떻게 온거야?
 
에단?:마을에서 길을 잃었어요. 그냥 걸었더니.... 여기였거든요. 요즘 길을 자주 잃어서... (힐끔.. 눈치봄)
 
헬리아 엘리샤:(물끄러미 바라보다 무릎을 굽히며) 그 꽃다발은 뭐고?
 
에단?:2층에 관이 있길래 거기 두려고요! ... 설마 거기서 일어나신 건 아니죠....?
 
헬리아 엘리샤:...맞으면?
 
에단?:..... 침대 없어요?
불편하겠다...
 
헬리아 엘리샤:거기가 내 침대인데?
 
에단?:아... .. 그럼... 그렇구나.. 하는 거죠..?
 
헬리아 엘리샤:.... 너... 이름이 뭐니?
 
에단?:없어요. 별명으로 불려서..
 
헬리아 엘리샤:없어?
 
에단?:(끄덕...)
 
헬리아 엘리샤:.... ... 그럼... 내가 지어줄까?
 
에단?:(얼굴이 화악 밝아진다) 진짜요?
 
헬리아 엘리샤:....응.... 네 이름은.... (씁쓸하고 슬픈 미소가 그려진다) ...에단이야..
 
에단:(이름을 듣고 나면 굉장히 만족스러워 하는 얼굴로 웃다가 문득 당신의 표정을 보고는 조용해진다) .. 왜 그런 표정이에요?
 
헬리아 엘리샤:... ...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은 눈물을 서둘러 닦아내며) 응? 아무것도 아니야. 그럴 일이 좀 있어서....
 
에단:...... 음,
자요. (꽃다발을 당신에게 내민다)
 
헬리아 엘리샤:....응?
 
그런 당신에게 아이는 불쑥 들고 있던 꽃다발을 내밉니다.
 
에단:이곳에서 처음 만난 사람에게 주는 선물이에요.
 
헬리아 엘리샤:....어머...고마워... (씁쓸한 미소를 싱긋 지어보이며 꽃다발을 받아)
 
아이는 곧이어 만족스럽다는 듯이 웃고 천천히 노래를 다시 시작합니다.
 
고성의 문에서 마주쳐서 한 번 끊겼던 노래입니다.
 
어쩌면 당신에게는 익숙한, 그리운 멜로디의……
 
에단:아아, 성자의 가호가 스러지니
마녀의 마법은 눈을 감고
잠들지 않는 기사만이 남아
아아, 무덤에게 꽃을 바쳐요
우리가 살아 숨쉬는 한
약속은 결코 시들지 않을 테니
 
에단:아아, 함께 춤추지 않을래요
끝나지 않는 노래를 드릴게요
당신의 손을 잡고 있을게요
 
아이는 그 노래의 맺음말과 함께 당신에게 손을 내밉니다.
 
그 다정한 행동과 올곧은 시선은 꼭, 그래요,
 
그 날의 에단과 같아서…
 
헬리아 엘리샤:.... ....
(내민 손을 빤히 바라봅니다. 이걸... 내가 다시 잡아도 되는걸까요.. 또다시 그렇게 당신을 잃어버리면 어떡하죠. 이렇게 자랐어도 자신에게는 소중한 사람 하나 지킬 힘도 없는데...)
 
바라만 보고 있노라면, 아이의 품에서 편지가 툭 떨어집니다.
 
꼭 내 손을 잡으러 와.
 
편지는 짧은 단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헬리아 엘리샤:.... ...하....!
 
아이는 여전히 그 날의 에단과 같이 다정하고 올곧은 눈빛을 한 채 당신을 바라봅니다.
 
헬리아 엘리샤:(결국 눈물이 뺨을 타고 떨어집니다. 왜 이렇게... 이렇게 돌아온거야... 다리에 힘이 풀리고 주저앉아 그대로 앞에 있는 아이를 끌어안습니다.)
 
손을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렇게 돌아온 당신이 그리워서, 사무치게 슬퍼서,
 
다른 행동은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았거든요.
 
아이는 잠시 당황한 듯 하다가 얌전히 품에 안깁니다.
 
그래요. 엔딩이라고 다 정해져 있는 건 아니잖아요.
 
아무리 우리가 한 약속이라고 한들,
 
새로운 시작을 만들면 돼요.
 
그러니, 이 밤,
 
당신과 함께,
 
END 3. 담피르와 함께 새로운 시작을
 
탐사자 생환, KPC 로스트?
 
생환 보수 SAN +1d20, 체력 전체 회복
 
탐사자는 이후로도 성장한 담피르로 살아가게 됩니다.
 
헬리아 엘리샤:
Rolling 1D20
굴림: 3

'CoC'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현채이] 우리… 친구지?  (0) 2022.01.23
[데빌] 이브의 비망록  (0) 2022.01.18
[루이리츠] 캔디 울프  (0) 2022.01.18
[히나세츠] 마지막 무화과  (0) 2022.01.18
[데빌] 새로운 포도주  (0) 2022.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