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enario writer : 치하

 

2022. 01. 31

다이스케 나기 & 코메 센이치

KP : 곰탱

PL : 레시 펜들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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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ttten by. 치하
 
2022. 01. 31
 
KPC 코메 센이치
 
PC 다이스케 나기
 
13:27
 
START
 
생경한 푸름을 머금은 하늘.
 
매미 울음의 잔류는 귓가에서 어지러이 맴돕니다.
 
여름을 코 앞에 두고 이어지는, 여지없이 평범한 나날들의 연속입니다.
 
오늘은 유독 날씨가 좋아요.
 
창 밖의 화창한 청천이 눈부시게 쨍한 햇빛과 어우러집니다.
 
먹구름 한 점 없이 맑게 개었네요.
 
이런 날에 마냥 학교에만 있어야 한다니, 참으로 지루하기 그지 없습니다.
 
그런 당신의 마음을 알아챈 걸까요?
 
혹은 동일한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도 몰라요.
 
옆자리에 앉은 코메가 당신 쪽으로 몸을 기울이더니, 귀에다 대고 작은 목소리로 속삭입니다.
 
코메 센이치:오늘 자습 몰래 빠지고 놀러갈래?
 
다이스케 나기:(선생님 힐끔) 그러다 또 나만 혼나는거 아니야?
 
코메 센이치:에이~ 이번엔 나 혼자 안 빠져나간다니까?
 
다이스케 나기:선생님들이 너 예뻐하시는거 뻔히 아는데? (못 믿는 눈) 진짜지?
 
코메 센이치:아이, 그건 선생님들이 성적 때문에 그러는 거고~ (손을 가볍게 내저으며) 그럼 내가 거짓말하겠어?
 
다이스케 나기:그래 그럼! (사람 잘 믿는 편)
 
때마침 수업이 끝났음을 알리는 종이 경쾌하게 울립니다.
 
코메 센이치:가자, 가자. (툭툭 치며)
 
그와 동시에 코메가 눈짓을 보내옵니다.
 
다이스케 나기:(교과서를 덮어버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또 걸리기 전에 빨리 움직여-
 
오른손으로 발치에 놓인 가방을 들썩이더니, 다른 손으로는 다짜고짜 당신의 손목을 답삭 잡고….
 
당신과 코메는 슬그머니 교실을 나섭니다.
 
학교 밖으로 나가려면 필수적으로 교무실 옆 복도를 지나야 합니다.
 
안에 선생님들이 계신지 알아보는 것도 좋겠네요.
 
주의할 수록 더욱 좋으니까요.
 
다이스케 나기:(창문으로 슬금 안을 들여다본다)
 
다이스케 듣기 판정
 
다이스케 나기: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37
판정결과: 보통 성공
 
선생님: 너희 도대체 정신이 있는 거니, 없는 거니? 옥상은 위험하니까 올라가지 말라고 했잖아!
 
…성난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음, 아무래도 누가 몰래 옥상에 올라간 모양이에요.
 
다이스케 나기:(저런..) 야야... 지금이야 (소근) 담탱이 고개 돌리기 전에 빨리 가자
 
코메 센이치:(소리 바짝 듣다가 슬슬 멀어진다) 진짜 대단하네... 난 옥상 열쇠 어딨는지도 모르겠던데.
 
주의깊게 듣던 코메가 갸웃거리며 작게 속삭입니다.
 
누가 몰래 옥상에 올라갔다는 이유로 꾸중을 듣고 있는 모양이네요.
 
어쨌건 선생님께서는 다른 일에 집중하고 계신 듯 합니다.
 
교무실 옆은 이대로 쭉 지나도 괜찮겠군요.
 
다만, 가는 길에 다른 사람을 만나지 않도록 조심해야 겠어요.
 
전원 은밀 행동 판정
 
다이스케 나기:
은밀행동
기준치: 40/20/8
굴림: 49
판정결과: 실패
 
코메 센이치:
은밀행동
기준치: 31/15/6
굴림: 97
판정결과: 대실패
 
학생 부장: 다이스케랑 코메 아니야? 자율은 이미 시작했는데 여기서 뭐 하는 거냐? ... 니들 설마 땡땡이치려는 건 아니지?
 
코메 센이치:(와. 망했다)
 
다이스케 나기:어...어? 아니야! (머리속을 빙빙 굴리다가) 그! 코메가 아프다고 해서 보건실 데려다 주는 길이야. 그치? (옆구리 쿡)
 
코메 센이치:마, 맞아요! (작게 콜록대며) 여름인데 감기에 조금.. 걸려가지고.. (하하)
 
다이스케 설득 판정
 
다이스케 나기:
설득
기준치: 20/10/4
굴림: 54
판정결과: 실패
 
코메 센이치:(야 넌 그걸 변명이라고 해? 하는 눈)
 
다이스케 나기:(그럼 니가 하지 그랬냐는 눈)
 
학생 부장: 뭔가 이상한데. 혼나기 전에 다시 교실로 돌아가지 그러니?
 
코메 센이치:(아이 씨... 안 되겠다) 야, (다이스케 툭 치며 소근거린다)
 
다이스케 나기:... (묘하게 흐르는 긴장감의 기류..) 튀어!
 
전원 민첩 판정
 
다이스케 나기:
민첩
기준치: 70/35/14
굴림: 70
판정결과: 보통 성공
 
코메 센이치:
민첩
기준치: 70/35/14
굴림: 83
판정결과: 실패
 
화가 난 선생님을 뒤로 한 채, 무작정 도망을 쳐 겨우겨우 학교 건물 밖으로 빠져나옵니다.
 
코메는 잡힐 뻔 했지만요.
 
학교에 가면 많이 혼날지도 모르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입니다.
 
그건 내일의 두 사람 몫으로 미루어 버리자고요!
 
그나저나 숨이 차서 도저히 더 걸을 수가 없어요.
 
잠깐만 쉬었다 갈까요?
 
코메 센이치:하 씨.... 부장은 왜 하필 체육이어가지고.. .(무릎에 손 짚으며)
 
다이스케 나기:하...하아.. 야 너 요즘 달리기 연습 안하냐? (숨을 헉헉거리며 가방을 땅에 내려놓는다)
 
코메 센이치:그런 걸 따로 하는 사람이 있냐? (가방을 툭 발치에 떨구며)
 
다이스케 나기:(여기 있다)
 
코메 센이치:내가 넌 줄 알아?
 
다이스케 나기:이런 경우를 대비해서 연습 좀 해두라고-
 
코메 센이치:나중에 뭐 육상 선수 될 것도 아니고...
 
다이스케 나기:경찰 될거면 기본 아니야?
 
코메 센이치: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면 되지. 그리고 네가 너무 이상하게 빠른거거든?
 
다이스케 나기:내가 좀? (괜찮아졌는지 다시 가방을 들고) 야 가기나 하자. 여기까지 쫓아오면 골치 아파
 
코메 센이치:하... 그래야지.. (다시 가방을 주워든다)
 
가쁜 숨을 고르며 교문을 바라보면,
 
굳게 닫혀있습니다.
 
녹이 슨 커다란 자물쇠가 입을 꾹 다문 채, 아무한테나 문을 열어주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출하고 있어요.
 
교문은 확실히 잠긴 상태입니다.
 
……아니, 잠시만요! 잠겨있다고요?
 
기껏 학교를 빠져나왔는데, 우리의 노력이 전부 헛수고로 돌아가버린 건가요?
 
힘이 급격히 쭉 빠집니다.
 
어쩐지 짜증이 마구 치밀어요.
 
다이스케 나기:(잠긴 교문을 빤히 보다가) 어쩔 수 없네! 넘자! (단순)
 
코메 센이치:(깊이 한숨을 내쉬고) 문은 왜 잠가놓는 거야. 어차피 하교 때 다시 열 거면서.
 
다이스케 나기:우리 같은 애들이 있을까봐? (담 너머로 가방을 가볍게 던진다)
 
코메 센이치:.. 니가 하는 거 보면 확실히 납득 된다.
 
다이스케 나기:(이미 넘는 중) 뭐해? 안 넘어?
 
코메 센이치:네가 가야 넘지 멍청아. (저걸 확 차버릴까도 생각함)
 
당신은 발을 적당한 곳에 딛고는, 재빠르게 담을 훌쩍 넘어갑니다.
 
옷을 툭툭 터는 것도 잊지 말자구요!
 
다이스케 나기:(담을 넘어와 웃을 툭툭 털고는) 자! 네 차례야. (장난스레 팔을 벌리며) 받아줄까?
 
코메 센이치:설마 이 정도도 못 넘을까봐? 야 거기서 딱 기다리고 있기나 해. (가방을 담 너머로 넘기며) 이거나 받아줘.
 
다이스케 나기:아까부터 기다리고 있었는데? (가방을 가볍게 받아내고는)
 
코메 센이치:
민첩
기준치: 70/35/14
굴림: 2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아까 당신이 했듯 코메는 탁, 하고 울리는 작은 소리와 더불어 꽤 완벽하게 착지합니다.
 
코메 센이치:봤지? 굳이 안 잡아줘도 된다니까.
 
다이스케 나기:이여~~ 많이 늘었네-
 
코메 센이치:늘긴 뭐가. (괜히 네 등을 툭 치고) 빨리 가기나 하자.
 
다이스케 나기:(어깨에 팔을 걸치고) 그래 가자~
 
손가락 끝을 간질이는 온도, 눈앞에 펼쳐진 청명과 쏟아지는 광채…….
 
그래요, 새삼스럽지만 확실히 여름입니다.
 
어쩌면 오늘, 정말 최고의 하루가 될지도 모르겠어요.
 
머릿속으로 어렴풋이 앞으로 벌어질 일을 그려보고 있던 찰나, 코메가 천천히 입을 엽니다.
 
코메 센이치:근데 너 배 안 고프냐? 나 오코노미야끼 집 아는데.
 
다이스케 나기:오~ 네가 사주게?
 
코메 센이치:와 얻어먹을 생각부터 하는 거 봐라. 괜히 사주기 싫게.
 
다이스케 나기:에이- 뭘 이런걸로 그래~ 친구끼리 사주고 얻어먹고 하는거지
 
코메 센이치:그래 뭐. 내가 빠지자고 했으니까.
 
다이스케 나기:예이~~
 
당신이 대답하자 코메는 자연스럽게 음식점이 있다는 골목으로 안내합니다.
 
우측으로 꺾어들어가서 모퉁이를 돌고, 또다시 좀 더 앞으로 나아가 이번엔 왼쪽으로 방향을 트는 제법 복잡한 길을 코메는 망설임없이 척척 찾아갑니다.
 
다이스케 지능 판정
 
다이스케 나기: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94
판정결과: 실패
 
가게 치고는 너무 안쪽에 있는 것 같은데….
 
정말 이 길이 확실한지 의심스러워요.
 
다이스케 나기:야 너무 깊이 들어가는거 아니야?
 
코메 센이치:원래 맛집은 다 이런 곳에 있다고~ 좀만 기다려. 거의 다 왔어.
 
다이스케 나기:무슨 암시장 가는 것도 아니고~ (투덜)
 
코메 센이치:야, 암시장은 말이 너무 심하잖아.
 
슬슬 의구심이 머리를 들던 바로 그때.
 
코메 센이치:다 왔다. (툭 치며)
 
다이스케 나기:여기야?
 
탁한 빨간색과 크림색이 조화를 이루는 깔끔한 간판이 인상적인 가게 앞에 도달합니다.
 
들어가볼까요?
 
다이스케 나기:(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실례합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둘을 맞아줍니다.
 
내부는 벌써 사람들로 북적북적합니다.
 
당신과 코메가 앉을 만한 좌석이 남아있을지 모르겠네요.
 
다이스케 나기:와 이렇게 안쪽에 있는데 사람 많네~
 
코메 센이치:맛집이라니까~ (괜히 어깨를 으쓱인다)
 
다이스케 관찰 판정
 
다이스케 나기: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52
판정결과: 보통 성공
 
마지막 남은 자리를 발견합니다!
 
마침 딱 두 명이 마주앉아 식사를 즐길 수 있겠어요.
 
운이 좋군요.
 
다이스케 나기:어?! 자리 찾았다~ (코메의 손을 잡아 끌어)
 
착석한 후 메뉴판을 살피면, 오코노미야끼 식당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음식들이 빼곡히 적혀있습니다.
 
기본적인 베이컨에 새우와 계란이 들어간 것부터 새우나 오징어가 들어간 것, 우동이나 소바, 속재료를 꽉꽉 채워 넣은 타코야끼는 물론이고 음료수나 가벼운 주류도 준비되어 있네요.
 
먹고 싶은 메뉴를 자유롭게 주문하면 될 것 같아요.
 
다이스케 나기:메뉴 많네. (메뉴판을 살펴보며) 뭐 먹을래?
 
코메 센이치:음~ 나는 기본이랑... 우동. 너는?
 
다이스케 나기:그럼 나는 새우 추가에 소바로 할까-
 
코메 센이치:그래. 마실 건? 할 거야?
 
다이스케 나기:콜라!
 
코메 센이치:그럼 콜라 두 잔까지 하자. (메뉴판을 덮고 점원을 불러 익숙하게 주문을 한다)
 
다이스케 나기:~
 
주문을 마치고 얼마간 시간이 지나자 점원이 쟁반에 당신과 코메가 주문한 음식을 들고 다가옵니다.
 
익숙한 손짓으로 테이블 위에 그릇을 내려놓더니, 간단한 목례 후 물러나네요.
 
이제 남은 일은 식사를 즐기는 것뿐입니다.
 
다이스케 나기:(수저와 젓가락을 놓아주고 손을 모으더니) 잘 먹겠습니다~
 
코메 센이치:잘 먹겠습니다. (손을 모아 인사를 하고는 오코노미야끼를 작게 자른다) 이번 여름 진짜 덥지 않냐?
 
다이스케 나기:그런가? 난 잘 모르겠던데? (이미 소바를 입에 가득 물고)
 
코메 센이치:네가 더위를 안 타는 거 아니고? 난 더워 죽겠던데.
 
다이스케 나기:뭐- (우물) 그럴 수도 있고?
 
코메 센이치:너 생일 여름이야? (우동면을 뒤적이다가)
 
다이스케 나기:응 맞아! 8월!
 
코메 센이치:아... 어쩐지. (뭔가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인다)
 
다이스케 나기:여름이 생일이면 뭐가 다른거야? (갸웃)
 
코메 센이치:그냥, 그 계절에 태어난 애들은 대부분 그런 거 같아서. 겨울도 그렇고.
 
다이스케 나기:그런가- 그럼 코메 생일은 겨울이던가?
 
코메 센이치:나? 애매하지. 11월이니까.
 
다이스케 나기:가을이네
 
코메 센이치:근데 요즘은 11월에도 좀 추우니까. 가을도 겨울도 아니고... 애매하기만 하지. (오코노미야끼를 쭈욱 자르며) 근데 난 추위 잘 타.
 
다이스케 나기:오~ 가을 남자네~ (입에 오코노미야끼를 가득 물고 있으면서 장난스러운 말을 하고) 뭐야? 그럼 더위도 잘 타고 추위도 잘 타? 까다롭네-
 
코메 센이치:가을 남자는 무슨. (피식 웃으며) 그러게 말이다~ 그렇게 됐네.
그건 그렇고, 너 원예부 애들 알아?
 
다이스케 나기:원예부?
갑자기 왠 원예부?
 
코메 센이치:아니, 친구가 그쪽에 있어서 이번에 수확한 거 좀 얻어 먹었는데 맛이 예전이랑 완전 달라져서. 너도 알고 있나 해서 물어봤지. 너 발 넓잖아.
 
다이스케 나기:음~~ (눈을 데굴 굴리다가) 글쎄? (아는 친구가 있는지 떠올려봅니다)
 
코메 센이치:이번에 수박이 엄청 쓰더라. 그래서 애들 분위기가 장난이 아니야. 완전 풀이 죽었더라니까.
 
다이스케 나기:수박이 쓰다고? (눈 깜빡) 완전 농사 잘 못 지었네-
 
코메 센이치:그치? 친구 말로는 평소 하던대로 했다고 하는데.. 모르지. 아무튼 이번에 완전 작살났더라.
 
다이스케 나기:이상하네-.. (우물우물) 누가 장난이라도 쳤나?
 
코메 센이치:장난이면 좀 심각해지지 않나..? 남의 텃밭에 이상한 짓 하는 것도 이해 안 가고.
 
다이스케 나기:그것도 그렇네. 가끔 진짜 이상한 놈들 한둘은 있기 마련이니까- 너무 농사가 잘되는게 배 아팠던 걸수도?
 
코메 센이치:(에휴. 작게 한숨을 내쉰다) 그런 놈들이 있으니까 학교가 매일 시끄럽지..
 
어느덧 음식은 바닥을 보입니다.
 
콜라를 한 모금 마신 코메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지갑을 꺼냅니다.
 
코메 센이치:다 먹었으면 슬슬 나가자.
 
다이스케 나기:(음료잔을 다 비우고 손을 탁탁 털어) 그래!
 
계산을 마치고 식당에서 나오는 길, 문득 후미진 구석에 위치한 오락실이 보입니다.
 
저렇게 보이지도 않는 곳에 있으면 손님이 오기나 할까요?
 
그런 상념을 한 지 채 몆 초도 지나지 않아 코메가 당신의 소매를 살짝 잡아당깁니다.
 
코메 센이치:야, 저기 갈래?
 
……네, 손님이 오긴 오는군요!
 
다이스케 나기:오락실? 아직 저런 곳이 있구나?
 
코메 센이치:그러게. 신기하니까 가보자.
 
다이스케 나기:그래!
 
얼떨결에 코메에게 이끌려 오락실 내부에 들어가보니, 통통 튀는 음악이 두 사람을 맞아줍니다.
 
예상대로 사람은 하나도 없네요.
 
단 둘이 편안하게 실컷 즐길 수 있겠어요.
 
주변을 둘러보니 다양한 게임기들이 즐비합니다.
 
[펀치 기계]부터 [2인용 격투 게임기], 잡다한 물건이 들어있는 [랜덤 뽑기], [노래방 부스]까지!
 
다이스케 나기:와 전세 낸 것 같네(키득
 
코메 센이치:와, 진짜 좋다. 아무도 없으면 막 놀아도 되는 거 아냐?
 
다이스케 나기:사람 없는데 아직 운영하고 있는 것도 신기하네
 
코메 센이치:무인으로 운영되는 거 아냐? 드문드문 오긴 하나 보지. (주변을 둘러보더니) 뭐 할래?
 
다이스케 나기:흠~ 일단 처음은 가볍게 이거 아니야? (펀치기계를 가리킨다)
 
코메 센이치:오~ 좀 자신 있단 뜻인가?
 
다이스케 나기:꼭꼭 그렇게 밑밥 깔지마라~
 
코메 센이치:가볍다고 한 건 너지 내가 아니잖아.
 
기계에 동전을 넣으면 점수판이 붉은빛으로 점멸하며 전원이 켜졌음을 알립니다.
 
자, 우선 힘껏 때려보자고요!
 
다이스케 나기:(손에 주먹을 쥐고 힘껏 휘둘러)
 
다이스케 근력 판정
 
다이스케 나기:
근력
기준치: 70/35/14
굴림: 94
판정결과: 실패
 
당신의 점수는…
 
1000점 만점에 380점!
 
주먹이 빗겨나간 걸까요?
 
코메 센이치:야~ 육상부 맞냐~
 
다이스케 나기:빗겨나가서 그런거거든?
 
코메 센이치:차라리 내가 하는 게 더 높게 나오겠다. (큭큭 웃으며)
 
다이스케 나기:맨날 도서관에 있는 샌님이면서-
 
코메 센이치:샌님인 건 두고 봐야 알지. 야야, 나와봐. 내가 한번 보여준다.
근력
기준치: 65/32/13
굴림: 5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코메의 점수는 1000점 만점에 920점입니다!
 
대단하네요!
 
코메 센이치:(어깨 으쓱) 봤냐?
 
다이스케 나기:와 뭐냐? 너 몰래 주먹질 하고 다니냐?
 
코메 센이치:뭐래. 꼭 너 같은 생각만 한다...
 
다이스케 나기:난 아니거든? (베~)
 
코메 센이치:나도 아니거든? (어휴)
 
다이스케 나기:됐고 다른거나 하러가자
 
코메 센이치:뭐 할 건데? 주먹 약한 육상부.
 
다이스케 나기:육상부랑 주먹이랑 무슨 상관이냐고-
저거나 할래? (격투게임기를 가리켜)
 
코메 센이치:저것도 지면 알지?
 
다이스케 나기:뭘? 네가 게임에 미친 놈인거?
 
코메 센이치:죽을래?
 
다이스케 나기:(혀 삐죽)
 
코메 센이치:(가방으로 등짝 팍 친다)
 
다이스케 나기:악! 와... 진짜 때렸어 쫌생이
 
코메 센이치:그럼 진짜 치지 가짜로 치냐? 난 누구랑 달라서 거짓말은 안 하고 살거든.
 
다이스케 나기:그 누구가 나는 아니겠네. 잔말 말고 따라와-
 
코메 센이치:(하.... 참자... 참을 인 머릿속에 새기며)
 
게임기에 동전을 짤그랑 넣자 배경 음악이 한층 커지고 화면 속 캐릭터들이 열심히 움직입니다.
 
PRESS BUTTON TO START!
 
시작하려면 버튼을 누르라는 화려한 안내 글씨가 나타납니다.
 
버튼을 꾹 누르면 게임이 시작됩니다.
 
다이스케와 코메 손놀림 대항 판정
 
코메 센이치:
손놀림
기준치: 10/5/2
굴림: 63
판정결과: 실패
 
다이스케 나기:
손놀림
기준치: 25/12/5
굴림: 32
판정결과: 실패
 
화면 속 당신의 캐릭터가 코메의 캐릭터에게 시원한 어퍼컷을 날렸…
 
으나, 코메의 재빠른 대처로 공격은 무산됩니다.
 
잠깐의 정지화면 이후 게임은 싱겁게 끝이 납니다.
 
흠, 비기고 말았네요.
 
다이스케 나기:와...둘다 드릅게 못해..
 
코메 센이치:어디 가서 격투 게임은 하지도 말자.
 
다이스케 나기:너무 좋은 생각이다
 
코메 센이치:좋아하는 애 앞에서 하면 백프로 끝장이다. (자리에서 일어나며)
 
다이스케 나기:있긴 하냐?
 
코메 센이치:그럼 없겠냐?
 
다이스케 나기:이여~~ 누군데? 몇반이냐?
 
코메 센이치:그걸 내가 너한테 뭐하러 알려줘.
 
다이스케 나기:짱친끼리 그런 것도 안 알려주냐? 누군데~? 내가 아는 애야?
 
코메 센이치:짱친이라고 그런 것도 알려주면 나중엔 뭐 다른 것도 알려달라 하겠다? 아 됐어! 그만 캐물어!
 
다이스케 나기:그럼 더 좋고~ (시시하다는 표정으로) 뭐야- 거참 꽁꽁 숨겨두네. 누가 훔쳐가냐-
 
코메 센이치:네가 나한테 궁금한 게 있긴 하냐. 별로 듣는 척도 안 할 거면서. 원래 이런 건 아무한테도 안 알려주는 거야.
 
다이스케 나기:치- 내가 아는 애면 밀어주기라고 하려고 했더니만- 재미없게
 
코메 센이치:네가 밀어주다간 개쫑날 것 같아서 하는 말이다.
... 어차피 짝사랑이야. 멍청아.
 
다이스케 나기:와-... 개 너무해. (말하다가 입을 헙 가리며)
짝~사랑~?
 
코메 센이치:(하... 괜히 말했다)
 
다이스케 나기:천하의 코메가 짝사랑을 해~~? 이야~
 
코메 센이치:그럼 나는 뭐.. 짝사랑도 안 할 줄 알았냐.
 
다이스케 나기:(키득키득) 짝사랑으로 두지 말고 좀 밀고 나가봐- 얼굴도 좀 하는 놈이 뭘 그러고 있냐?
 
코메 센이치:걔가 누구 좋아하는지 직접 들었으니까 그렇지. 안 될 건 쳐다도 보지 않는 게 좋다-. (한숨과 함께 말끝을 늘린다)
 
다이스케 나기:에- 그런거야? 누군진 몰라도 참 보는 눈이 없네. (네 어깨에 손을 턱 올리고) 얼굴도 잘생겨- 공부도 잘해- 좀 고지식한 면은 있지만? 이런 놈을 놓치다니 말이야-
 
코메 센이치:칭찬이냐 욕이냐...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에 널 살짝 흘겨 보다가) 걔가 누구 좋아하는지 말해줘?
 
다이스케 나기:누군데?
 
코메 센이치:너다, 너. 이 웬수 같은 새끼야. (손으로 네 머리카락을 헤집어 놓더니 먼저 오락실을 빠져나간다)
 
다이스케 나기:에?
에? 잠시만? 에??
 
코메 센이치:아 몰라 새끼야! 두 번 말 안 해!
 
다이스케 나기:에~~? (머리가 헝클어진 채 벙찐 얼굴로 있다가 뒤따라 가며) 진짜로? 구라 아니고?
 
코메 센이치:내가 뭐하러 이런 걸로 거짓말치는데. 괜히 사람 열받게 하지마.
 
코메를 따라 오락실을 나오면 하늘에 느지막히 걸려있던 태양은 그새 찾아볼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한낮에는 그토록 무더웠는데, 해가 지고 나니 꽤 선선하네요.
 
이따금 서늘한 바람이 불어와 뺨을 간질입니다.
 
다이스케 나기:(손으로 턱을 매만지다가) 아무리 그래도- 내 친구에게 상처 준 여자는 별론데.. (꽤 심각함)
 
코메 센이치:.... 상처는 무슨. (피식 웃고) 네가 알아서 해. 걔 괜찮은 애니까.
 
다이스케 나기:흠- 어차피 난 딱히 연애 생각 없는데? (턱 문질) 여자애들이 얼마나 무서운데-
 
코메 센이치:.... 넌 진짜 재수없는 새끼야. (괜히 옆구리를 친다)
 
다이스케 나기:아야!
 
코메 센이치:됐어. 집이나 가자. 너 나랑 같은 방향이잖아.
 
다이스케 나기:와 이거 멍들었다.. (엄살 피우면서 따라가는 중)
 
코메 센이치:도서관에 있는 샌님한테 맞은 건데 멍은 무슨.
 
도로 옆에 위치한 바다에서는 잔잔한 파도가 치고 있군요.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익숙합니다.
 
다이스케 나기:아까 펀치 때리던 손이거든?
 
코메 센이치:그건 그냥 운이야.
 
아니, 원래대로라면 익숙해야 했었죠.
 
하지만 오늘은 뭔가 다릅니다.
 
다이스케 자연 판정
 
다이스케 나기:
자연
기준치: 10/5/2
굴림: 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싱그러운 녹음은 간데없고 나무가 힘없이 시들거립니다.
 
다이스케 나기:...? 야, 좀 이상하지 않냐?
 
이리저리 살펴도 병충해에 피해를 입은 흔적은 없습니다.
 
코메 센이치:..? 뭐가?
 
그럼 뜨거운 햇빛 탓일까요?
 
다이스케 나기:나무가 좀... 다 힘이 없는데?
 
코메 센이치:여름이라서 그런 거 아냐?
 
다이스케 나기:여름이라기에는 오히려 파릇해야하는거 아니야?
 
코메 센이치:뭐... 약을 안 줬나 보지.
 
잎사귀를 만져보면, 예상 외로 딱히 바싹 마르지도 않았습니다.
 
다른 이유가 있는 듯 한데… 당최 감을 잡을 수가 없네요.
 
다이스케 나기:뭐지...
 
코메 센이치:그냥 기분탓 아냐? 너 자주 그러잖아. 바람에 스치는 나뭇잎 소리가 이상하다느니, 밤에 골목에서 귀신 같은 걸 본 것 같다느니.
 
다이스케 나기:에. 그것도 진짜였다고? 여기도 봐봐- 하나같이 다 시들시들하잖아
 
코메 센이치:진짜는 무슨... 세상에 귀신 같은 게 있을리가. (나무를 빤히 보더니) 시들한 건 다양한 이유가 있다니까.
 
다이스케 나기:음.... .수상해.
 
코메 센이치:수상한 것도 많다...
 
으레 그렇듯 모든 풍경은 어두컴컴하게 내려앉았으나 어쩐지 여기저기 푸른빛이 감돕니다.
 
바닥에도, 건물에도, 코메에게도 여름을 닮은 새파란 색이.
 
다른 징조 없이 그냥 파랗게 물들었을 뿐인데, 별 거 없는 한낱 색깔일 뿐인데…
 
왜 이렇게 불안하게 느껴지는 걸까요?
 
꼭 만물이 전부 난만한 파란 조각들로, 여름의 마지막 결말로 화하여 덧없이 부서져버릴 것 같다는 착각이 듭니다.
 
다이스케 이성 판정
 
다이스케 나기:
SAN Roll
기준치: 65/32/13
굴림: 42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 변화 없음
 
옆에서 천천히 걷고 있는 코메는 이상한 점을 눈치채지 못했는지 별 반응이 없습니다.
 
다이스케 나기:(뭐지.. 기분 탓이라기에는 너무 신경쓰이는데요. 원래 저녁에 이런 느낌이었나??)
 
코메 센이치:다이스케.
 
다이스케 나기:응?
 
코메 센이치:네가 자꾸 수상하다고 해서 물어보는 건데. (이런 걸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나도 문제라니까. 머리를 긁적이며 한숨을 내쉬더니) 만약에 네 말대로 뭔가 이상하다면 너는 원래대로 돌려놓기 위해서 뭐까지 할 수 있어?
 
다이스케 나기:에?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코메 센이치:네가 자꾸 그랬잖아. 뭔가 이상하다고. 그게 만약 사실이었을 때를 가정해서 물어보는 거야. 성격 상 가만 있진 않을 것 같거든, 너.
 
다이스케 나기:(눈을 깜빡이다가) 돌려놓을 수 있다면 뭐든 해야지 않겠어? 아, 죽는 것만 뺴고?
 
코메 센이치:죽는 건 또 무섭냐? (장난치듯 말을 건네더니) 그냥 물어본 거니까 괜히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마. 너 답지 않네.
 
다이스케 나기:네가 갑자기 물어보니까 그런거잖아- (툭 침)
 
코메 센이치:네가 먼저 나무가 수상하다느니 느낌이 안 좋다느니 이상한 소리했잖아.
 
어느 정도 대화를 나누자 코메가 갑자기 바닷가 쪽으로 방향을 틀어버립니다.
 
다이스케 나기:? 야? 어디가?
 
코메 센이치:그냥, 기분 전환?
 
다이스케 나기:갑자기?
 
코메 센이치:너 같으면 짝사랑이 개작살 났는데 기분이 좋겠냐? (장난치듯 얘기하고는) 농담이야. 별 이유 없어. 너는 안 와?
 
다이스케 나기:너도 오늘 이상... (하다고 말하려다 입을 다문다.) 아 뭐야- 진짜 미안할 뻔했잖아-!
 
코메 센이치:(작게 큭큭 웃으며) 네가 미안하다는 감정이 있긴 하구나? 맨날 뻔뻔하게 나와서 모르는 줄 알았지.
 
다이스케 나기:나도 사람이거든? (삐죽)
 
코메 센이치:사람이 아니라 좀 들개 같아서.
 
다이스케 나기:와... 사람 보고 개같대...
 
코메 센이치:내가 언제 개같다고 했냐? 진짜 없는 소문 잘 지어내네.
 
바다의 물결에 휩쓸려온 모래 알갱이들, 부서진 조개 껍데기 따위가 걸음걸음마다 까슬하게 밟힙니다.
 
코메는 더 말을 얹지 않고 윤슬마저 파랗게 물든 바닷속으로 천천히 걸어들어갑니다.
 
복사뼈 쯤에서 찰랑이던 물이 점점 영역을 높여, 종내에는 코메의 무릎 위를 넘어가고 허벅지 위쪽까지 닿습니다.
 
옷과 신발이 젖어도 그다지 상관하지 않는 것 같네요….
 
…저거, 저대로 두어도 괜찮을까요?
 
위험하다고, 나오라고 하더라도 코메는 듣지 않을 것 같지만요.
 
다이스케 나기:야야-! 너 그러다 빠져-!!
 
코메 센이치:안 빠져-. 걱정이 너무 많은 거 아냐?
 
다이스케 나기:갑자기 뭐하는 건데? 바다 들어갈거면 옷이라도 벗고 들어가던가-
 
코메 센이치:갑자기 옷 벗고 들어가는 게 더 이상하지 않냐? 그냥, 가끔 이러고 싶을 때 있잖아.
더워서 그래. 더워서.
 
다이스케 나기:참... 이유도 그럴 듯 하게 해야지. 얼른 나와-!
 
코메 센이치:조금만 있다가 나갈게. 진짜 걱정도..
 
바다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여전히 넘실거립니다.
 
한 번, 두 번, 밀려왔다가 다시금 깨끗이 뒷걸음질치고, 다가왔다가 또 다시 뒤로 물러나고….
 
바닷물을 빤히 바라보던 코메가 문득 묘한 이야기를 꺼냅니다.
 
코메 센이치:야, 나 어제 진짜 이상한 꿈 꿨어.
 
다이스케 나기:이상한 꿈?
 
코메 센이치:악몽인지 개꿈인지는 모르겠는데. 세상이 갑자기 전부 파란색으로 물들더라.
 
다이스케 나기:파란색으로? (지금도 그런 것 같은데..)
 
코메 센이치:응. 많은 색 중에서 하필 파란색인 이유도 모르겠고.
어차피 꿈은 꿈일 뿐이니까.
 
다이스케 나기:개꿈...은 아닌 것 같은데.. (주변을 둘러보며)
 
때마침 불어온 바닷바람이 부드럽게 코메의 머리카락을 살랑입니다.
 
공기에 실려온 소금향이 새삼스럽네요.
 
다이스케 지능 판정
 
다이스케 나기: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6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생각해보면 그렇습니다.
 
하늘도, 바다도, 기억마저 온통 파르라니 당연한 일일지도요.
 
그런데, 정말 이 여름의 기억이 파랗던가요?
 
언제부터?
 
그렇게 바람을 맞으며 바닷가를 거닐자면…….
 
다이스케 관찰 판정
 
다이스케 나기: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2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명확히 하늘을 가로지르는 한 줄기 푸른 빛이 보입니다.
 
꼭 위로 끝없이 뻗어나갈 것만 같은.
 
다이스케 나기:어... 야. 저건 또 뭐냐?
 
코메 센이치:어? 뭐가?
 
그것은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처럼 유려한 동시에 아스라이 화려하고, 뭔가 묘하고, 어쩐지 눈을 떼기가 어렵고….
 
일축하자면 제법 아름다우면서도 몽환적인 장면이에요.
 
다이스케 나기:저기. (손으로 가리키며) 저 빛 줄기 말이야
 
알 수 없는 기분이 스멀스멀 기어올라와 마음을 쥐고 흔듭니다.
 
코메 센이치:어.... .. 유성 아냐?
 
다이스케 나기:유성? 이 저녁에?
 
멍하니 중얼거리는 코메의 눈동자에 그 빛깔이 스며듭니다.
 
코메 센이치:별똥별이 언제는 시간 가리고 떨어졌어?
 
반짝이는 눈동자, 예쁜 색이 아른거리는 얼굴.
 
하늘에서 쏟아지는 다채로운 색이 어룽지더니 산산이 부서지듯 흩어져 다시금 파랗게 번집니다.
 
빛은 오랫동안 여운을 남기며 천천히 사라집니다.
 
이어 묘한 침묵이 내려앉습니다.
 
찰박, 코메가 물장구를 치는 소리와 규칙적으로 치는 파도 소리만이 들려옵니다.
 
……아니, 정말 그것뿐인가요?
 
풍덩.
 
하고 울리는, 파도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큰 물소리가 귓가에 와닿습니다.
 
다이스케 나기:?!
 
소리를 따라 시선을 옮기면 속절없이 바닷속으로 잠겨드는 코메가…….
 
다이스케 나기:야..야!!
(서둘러 바다로 달려가 바지가 젖는 것도 모르고 안으로 들어갑니다)
 
당신이 코메를 물 밖으로 데리고 나오면, 코메는 멋쩍게 웃으며 콜록거립니다.
 
물에 젖은 옷을 꾹 짜내고 머리에 묻은 물기를 털어내며 나지막하게 사과합니다.
 
코메 센이치:아.. 미안, 갑자기 발이 미끄러졌어.
 
다이스케 나기:그러게 내가 나오라고 말했잖아-!
나 없었으면 어쩔뻔했냐?!
 
코메 센이치:(잔기침을 몇 번 하더니) 그러게-. 뭐... .. (죽을 뻔 하는 거지. 눈동자를 도륵 굴려 뒷말을 삼킨다) 어쨌든 살았으니 됐잖아.
 
다이스케 나기:으휴 진짜! (등 팍 때림)
 
코메 센이치:아! 미친 놈아! 아파!
 
다이스케 나기:아프라고 때린거거든?! 됐으니까 나와!
 
코메 센이치:이미 나왔잖아! (하필 등이라서 아픈 곳 어루만지지도 못하고... 근처에 두었던 가방을 챙겨 들고 일어난다)
 
다이스케 나기:으휴! 감기 걸리기 전에 빨리 집에 가! 추위도 잘 타는 놈이 뭐하는거야-
 
코메 센이치:감기 걸리면 학교 빠지고 좋네. (와중에도 실없는 농담을 던진다) 안 그래도 지금 추워 죽겠다. 얼른 가야지. (젖은 팔을 쓸어내리며)
 
집으로 마저 돌아가는 길에는 별다른 일이 없습니다.
 
여전히 풍경에는 파란 빛깔이 이상스럽게 반짝이고, 집어삼켜 하나라도 될 것처럼 자꾸만 사물을 물들이고 또한 스며듭니다.
 
.
 
코메와 헤어지고 집에 돌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아까 바닷가에서 보았던 유성…
 
아니, 유성과 비슷한 기이한 빛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 빛을 본 기억은 쉽사리 잊혀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갈수록 또렷해지는 것이 영 마음에 걸려요.
 
이에 관해 자세한 정보를 찾아볼 수 있다면 좋을텐데.
 
무슨 방법이 없을까요?
 
다이스케 지능 판정
 
다이스케 나기: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77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일어난 지 그닥 오래 지나지 않은 일이 벌써 신문에 나올 리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실시간으로 소식을 확인할 수 있고, 원한다면 영상까지 볼 수 있는 그런 매체로는 무엇이 있죠?
 
다이스케 나기:(Y투브?)
 
다이스케 자료조사 판정
 
다이스케 나기:
자료조사
기준치: 60/30/12
굴림: 66
판정결과: 실패
 
아까의 그 빛은 이례적인 유성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소원이라도 빌어볼 걸 그랬네요.
 
핸드폰을 보고 나자 그제야 피곤함이 밀려옵니다.
 
아무렴, 종일 열심히 돌아다니긴 했죠.
 
이쯤 해두고 잠을 청하는 것이 좋겠어요.
 
내일을 위해서요!
 
다이스케 나기:흠...에이 모르겠다. (핸드폰을 던져두고 침대에 풀썩 누워)
 
당신이 씻고 잠자리에 누우면 기다렸다는 듯 잠이 쏟아집니다.
 
.
 
눈을 떠보니 어느 새 아침입니다.
 
어젯밤에 정신없이 곯아떨어졌나봐요.
 
깊은 수면을 취해서일까요?
 
기분은 상쾌하고 몸은 개운하군요.
 
시계를 보면, 등교까지 남은 시간조차 여유롭습니다.
 
타이밍 좋게 머리맡에 놓인 휴대폰에서 착신음이 울립니다.
 
코메의 문자네요.
 
다이스케 나기:..? 뭐야? (비몽사몽)
(핸드폰 화면 켬)
 
다이스케 나기:에휴- 어제 그렇게 빠질 때부터 알아봤다- 바보
 
당신은 일어나서 등교할 준비를 합니다.
 
씻고 교복을 갈아 입고 아침밥까지 야무지게 챙겨 먹고 나오면!
 
…문 앞에 자전거를 탄 코메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게 무슨 일이죠?
 
코메는 오늘 아파서 결석한다고 했는데?
 
다이스케 나기:...엥?
 
코메 센이치:야 이제 나오냐?
 
다이스케 나기:너 아프다며?
 
코메 센이치:아 그거.. 그걸 진짜 믿었어?
 
다이스케 나기:뭐야? 아침부터 구라친거야?
 
코메 센이치:학교 좀 빠져볼까 했는데 역시 안 되겠더라. 이래서 선생님들이 아끼는 학생은 피곤하다니까.
 
다이스케 나기:뭐야 그럼 문자는 왜 보낸거야-
 
코메 센이치:너한테 먼저 보내고 쌤한테 보냈는데 나오라잖아-.
 
다이스케 나기:와- 감기 걸렸다고 했는데도 나오라고 한거야? 진짜 쫌팽이다
 
코메 센이치:어쩌면 거짓말인 게 들켰는지도 모르지. 야 우리 이러다가 지각하겠다. 너 빨리 타.
 
다이스케 나기:감기 안걸렸으면 다행이고- (자연스럽게 뒤에 타며) 코메 기사- 출발-
 
질문을 던지며 대화를 시도해도 코메는 시원스럽게 답합니다.
 
음, 안색을 보면 확실히 아픈 것 같지는 않고, 당신이 아는 코메가 분명한데…
 
코메 센이치:내가 왜 네 기사야? 진짜 어이가 없어서.
 
왜 마음 한 켠에는 이유모를 기시감이 자리하는 걸까요.
 
다이스케 나기:운전하는게 너잖아
 
코메 센이치:진짜 짜증나.
 
자전거의 페달을 밟아 속도를 내기 시작하면 뜨겁고 습한 공기조차 시원한 바람이 되어 두 뺨의 열기를 식혀줍니다.
 
머리카락은 공기의 흐름에 따라 제멋대로 나부끼고, 익숙한 등굣길 풍경은 빨리감기 버튼을 누른 것마냥 휙휙 지나갑니다.
 
길을 따라 죽 늘어선 나무도, 늘 걷던 보도도, 빨갛게 물든 신호등도, 고작 잠깐 눈에 띄는 순간에 불과하네요.
 
선명한 코메의 체온은 또 어떻고요.
 
다이스케 지능 판정
 
다이스케 나기: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98
판정결과: 실패
 
나쁘지 않네요.
 
제법 즐겁습니다.
 
이 순간이 계속해서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칩니다.
 
다이스케 나기:야~ 이대로 또 땡땡이 치면 웃기겠다
 
코메 센이치:그랬다간 쌤 손에 죽을걸.
 
다이스케 나기:어차피 어제 그래서 너나 나나 이미 죽은 목숨 아니야?
 
코메 센이치:... 아.. 갑자기 학교 가기 싫어지네.
 
학교에 도착하면 코메는 능숙하게 자전거를 세우고 자물쇠를 채웁니다.
 
교실로 올라가자마자 때마침 종이 치는군요.
 
자전거로 등교하지 않았더라면 꼼짝없이 지각할 뻔 했어요.
 
드르륵, 앞문을 통해 들어온 담임 선생님은 교실 앞에 서자마자 당신과 코메를 향해 눈을 흘깁니다.
 
다이스케 나기:(앗)
 
어제 야간 자율 학습을 거르고 도망갔었죠!
 
다이스케 나기:(헤헷 웃음)
 
담임 선생님: 너희는 벌 청소야. 마침 사서 선생님이 바쁘시다니까, 방과후에 가서 도서관 정리를 맡아 하도록.
웃어?
 
코메 센이치:(저 미친놈...)
 
다이스케 나기:아뇨.
 
할 수 없죠, 잘못한 건 맞으니까요!
 
순순히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요.
 
이어지는 조례는 늘 똑같은 내용입니다.
 
규칙을 어기지 마라, 로 시작해서 공부 열심히 해라, 로 끝나는 뻔한 이야기가 끝나면 짧은 쉬는 시간이 찾아듭니다.
 
1교시 시작 전까지는 10분 남짓 남았네요.
 
다이스케 나기:아- 집에 가고 싶다- (책상에 늘어짐)
 
코메 센이치:... 집에 있을 수 있었는데.
 
다이스케 나기:그러게 감기 말고 독감이라고 하지 그랬냐
 
코메 센이치:진짜 그럴 걸 그랬나 보다. (기지개를 쭉 켜더니) 수업 시작하기 전까지만 좀 잘까?
 
다이스케 나기:아 아니다. 너 같이 안왔으면 또 나만 혼나잖아. (이미 팔에 머리 묻었음)
 
코메 센이치:... 치사한 놈..
 
당신이 엎드림과 동시에...
 
…파란 얼룩이 온 시야를 점령합니다.
 
몸을 일으켜도, 눈을 감아도 앞은 온통 새파란 색조 뿐입니다.
 
모든 것이 파란색인, 파랗게 물든, 파랑에 잠식된, 파랑의…
 
오직 파랑의 세계이자 파란 여름.
 
다이스케 나기:엥...?
 
아니, 여름인 건 확실한가요?
 
복잡한 색채가 눈 앞에서도 빙빙 돌아다닙니다.
 
눈에 보이는 것을 전부 믿어?
 
정체를 알 수 없는 누군가가 그렇게 묻습니다.
 
목소리란 실체가 없는 것인데도, 그 음성마저 새파랗다는 사실을 쉽사리 알 수 있습니다.
 
당신은, 눈에 보이는 것을 전부 믿나요?
 
다이스케 나기:..? 이건 또 뭐야?
(눈 부비)
 
글쎄요, 꿈인 걸까요.
 
상황 파악, 여기가 어디인지, 그 모든 것보다 대답이 우선일지도 몰라요.
 
다이스케 나기:... 눈에 보이는게 다는 아니지.. 숨겨둔 진실 같은게 하나씩은 있잖아? 예를 들면 짝사랑 하고 있던 누구씨라던가?
 
당신이 대답을 마치기가 무섭게 잠에서 깨어납니다.
 
하교할 채비를 마치고 가방까지 멘 코메가 앞에 서 있네요.
 
다이스케 나기:(눈 깜빡?)
 
…그건 꿈이었나요.
 
꿈이라기엔 지나치게 생생했는데.
 
코메 센이치:뭐 해? 멍하니 앉아서.
벌 청소하러 가야지.
 
다이스케 나기:엥? 벌써??
 
코메 센이치:.. 너 하루종일 잤는데. 몰랐구나.
 
다이스케 나기:헐... 점심도 못 먹었는데..
 
코메 센이치:그러게 누가 내내 잠만 자랬냐.
 
다이스케 나기:좀 깨워주지 그랬냐-
 
코메 센이치:글쎄다-
아무튼 빨리 가자니까.
 
분명 꿈을 꾼 것은 잠깐이고, 잠에 들던 순간이 방금 같이 가깝게 느껴지는데.
 
하루를 통째로 날려먹고 벌써 집에 갈 시간이라니요.
 
다이스케 나기:치사한 놈. (가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나)
 
영문을 모르겠습니다.
 
어제부터 이해할 수 없는 일들만 계속되는군요.
 
.
 
도서관은 2층에 위치해있습니다.
 
사서 선생님은 출장을 나가셨는지 없고, 쪽지만이 붙어있네요.
 
서가 정리와 청소를 해달라는 부탁입니다.
 
코메 센이치:내가 청소할 테니까 네가 정리해. 하는 법은 알지?
 
다이스케 나기:에- 모르는데?
 
코메 센이치:... 아는 게 뭐냐.
 
다이스케 나기:난 도서부가 아니잖아-!
 
코메 센이치:(에휴...) 책마다 라벨 붙어있어. 같은 글씨랑 숫자에 맞춰서 넣어. 이 정도는 너 같은 야생 바보도 할 수 있겠다.
 
다이스케 나기:야생 바보까진 아니지 않냐? (툴툴거리며 책등에 붙은 라벨을 본다)
 
알아서 일을 분담한 코메는 도구를 가져와 부지런히 바닥을 비질합니다.
 
이 쪽은 서가 정리를 얼른 시작하는 것이 좋겠네요.
 
음, 반납함에 쌓인 책들부터 해치우는 게 낫겠어요.
 
서가 정리는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그저 순서에 맞춰 책을 정리하는 업무니까요.
 
당신을 생각해준 코메의 배려인걸까요…
 
그런 잡다한 생각과 함께 잘못된 위치에 꽂힌 서적을 한 권 빼내면,
 
코메 센이치:나 여기 청소 다 했는데, 육상부의 들개는 아직이냐?
 
간간히 꽂힌 책 사이의 빈틈을 통해 코메가 말을 걸어옵니다.
 
다이스케 나기:거의 다했으니까 재촉하지마-
 
코메 센이치:네, 네.
 
그렇게 말하고 돌아서는 코메의 손가락이 서가를 스침에 따라, 착각처럼 온갖 책들에 옅은 파란색이 어룽지다가 사라집니다.
 
서가를 쭉 살피면 특히 눈에 들어오는 책이 총 세 권입니다.
 
다이스케 나기:...?
 
[소설집], [신문 스크랩북], [파란 표지의 책].
 
전부 들춰보면 뭔가를 알 수 있으려나요.
 
다이스케 나기:(너무 자서 그런가? 눈을 부비다가 소설집을 꺼내봅니다)
 
이리저리 넘기다보면 유독 파란 장이 눈에 밟힙니다.
 
펼쳐보면 진한 글씨로 단 한 문장이 쓰여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을 전부 믿어?
 
…보통 소설집에 이런 내용이, 이런 연출이 있던가요.
 
아니, 애초에 이건 당신의 꿈에서 들려왔던 질문 아닌가요?
 
밀려드는 당혹감에 눈을 한번 깜빡, 감았다 뜨면 거짓말처럼 새파란 종이는 사라지고 없습니다.
 
평범한 소설책만이 남아있을 뿐.
 
다이스케 나기:엥??
(눈 부비부비)
뭐 이런게 다 있어?
(찝찝한 기분으로 소설집을 꽂아두고 신문 스크랩북을 꺼내)
 
시선을 잡아끄는 굵은 헤드라인이 보입니다.
 
그 아래로 빼곡한 글씨가 이어지고 있네요.
 
읽어보면, 알 수 없는 이유로 바닷가의 한 마을이 황폐화되었다는 내용입니다.
 
그 곳에 살고 있던 생명체들이 전부 사라졌다고요.
 
심지어 인간조차도!
 
이 기묘한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는……
 
코메 센이치?
 
동명이인일까요?
 
다이스케 지능 판정
 
다이스케 나기: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100
판정결과: 대실패
 
묘한 내용의 기사네요.
 
다이스케 나기:뭐야? 이게 뭔소리야?
(언제 나온 기사인지 날짜를 찾아봅니다)
 
날짜는 어디에도 적혀있지 않습니다.
 
다이스케 나기:이상하네... 동명이인인가? (갸웃)
(더 찝찝해졌다. 파란 표지의 책을 꺼내)
 
책을 펼치자, 별안간 책장 사이에서 물이 쏟아져 나옵니다.
 
다이스케 관찰 판정
 
다이스케 나기: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3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후각을 자극하는 짠내, 새하얗게 부서지는 포말.
 
다이스케 나기:??? 뭐...뭐야?
 
익숙합니다.
 
그야 자주 봐왔던 거니까요.
 
의심의 여지가 없네요.
 
이건… 바닷물이잖아요?
 
책에서 바다가 쏟아져 나오다니, 말도 안돼요!
 
그러나 손 끝을 적시는 액체의 시원한 촉감과, 바닥에서 넘실거리는 푸름은 너무나도 선연합니다.
 
눈을 씻고 다시 바라봐도 희게 일어나는 파도의 거품은 쉬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불가능한 일을 경험한,
 
다이스케 이성 판정
 
다이스케 나기:
SAN Roll
기준치: 65/32/13
굴림: 8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이성 변화 없음
 
그제야 당신은 책 너머로 코메가 모든 일을 지켜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립니다.
 
온통 이상한 일 투성이인데도, 정작 함께 그 일을 지켜본 코메는 아주 태연하네요.
 
뭔가를 알고 있는 걸까요?
 
다이스케 나기:(뭐야 쟤는 왜이렇게 태연해???)
 
코메 센이치:... 옥상에 올라가자. 거기서 다 설명해줄게. 얘기가 좀 길거든.
.. 아, 그 전에 잠깐만.
 
코메는 짤막한 문장으로 당신에게 기다려줄 것을 요청합니다.
 
다이스케 나기:에? 뭘??
 
서가 안쪽으로 사라진 코메는 이윽고 파란 표지의 책을 챙겨든 채 나타나고, 말없이 앞서서 계단을 오릅니다.
 
그러고 보니 코메는 옥상 열쇠가 어디 있는지 모른다고 했었는데.
 
어쩌자고 무작정 위로 올라가는 걸까요?
 
다이스케 나기:뭐하는 건데? 무슨 세상 일 다 겪은 사람 같냐?
 
코메 센이치:... 시끄럽고 따라오기나 해.
 
다이스케 나기:... ..
(읽던 신문을 집어넣고 따라 계단을 올라갑니다)
 
걱정이 무색하게 계단의 끝자락을 딛고 선 코메는 구석에 놓인 소화기 뒤쪽에서 열쇠를 끄집어냅니다.
 
익숙하게 열쇠로 옥상 문을 열고는, 말없이 당신을 향해 손짓하네요.
 
아니, 어제는 열쇠가 숨겨진 곳을 모른다고 하지 않았었나요?
 
다이스케 나기:?? 여기 열쇠있는건 또 어떻게 알았어??
 
코메 센이치:.. 예전부터 여기 있었으니까.
 
다이스케 나기:너 모른다며?
 
코메 센이치:(못 들은 척 옥상 문 너머로 발을 내딛는다)
 
다이스케 나기:(와 이젠 씹네)
 
옥상에 들어가자, 코메는 그늘진 곳을 찾더니 당신에게 옆에 앉을 것을 권합니다.
 
다이스케 나기:...(찝찝한 눈)
 
코메 센이치:네가 아는 는 오늘 아픈 게 맞아. 아니... 나도 네가 아는 나니까. 진짜, 가짜를 나누는 건 별로 쓸모 없는 일이겠네.
 
다이스케 나기:.... ...에?
 
코메 센이치:그래. 미래와 현재라고 하자.
 
다이스케 나기:뭐야. 감기 걸렸다더니 진짜 머리 아파?
 
코메 센이치:(하... 작게 한숨 쉬더니) 농담 할 시간 없어. 제대로 들어.
 
다이스케 나기:나도 농담 아닌데
 
코메 센이치:장난치는 거 아니야.
난 미래에서 왔어.
 
다이스케 나기:... ...에????????
 
코메 센이치:아까 너도 봤잖아. 도서관에서의 신문 기사.
그건 정확히 두 달 후 이곳에서 일어나는 일이야.
 
다이스케 나기:아니...그러니까... (벙찜) 진짜로???
 
코메 센이치:.. 그래. (마른 세수를 하더니) 정말 모든 게 사라져. 사람을 포함해서. 하나도 남지 않아. (그리 말하는 낯빛이 어둡다) 나는 그때 우연히 다른 현에 가 있어서 목숨을 건진 것 뿐이야. 모든 건 운이었다고. (마지막 말을 중얼거리며 헛웃음을 친다)
 
다이스케 나기:와... 운 개쩌네.
그래도 다행이다.
너라도 살아서
 
코메 센이치:......... 너 진짜 짜증나니까 그딴 소리 좀 하지 마. (혼자 살아남은 게 죄라도 되는 것처럼 제 머리를 감싸쥔다)
 
다이스케 나기:아무튼 너라도 살았으니까 이렇게 다시 만나러 온거 아니야? (앞에 무릎을 굽히고 앉아.) 바꿔보려고 온거잖아. 그렇지?
 
코메 센이치:....... ....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이유도 몰라서... .... 돌아와 보니 온통 파랗기만 하길래 색이랑 관련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때 틈을 발견하게 됐고.. .... 그걸로 돌아온 거야. 여름을 돌려놓고 싶었어.
 
다이스케 나기:대견하네~ 그런 생각도 다하고- (씩- 웃으며 손을 뻗어 어깨를 툭툭 두드려준다)
 
코메 센이치:.... 갑자기 모두가 죽었으니까. .. 그걸 견딜 수 없는 게 당연하잖아. (입술을 꾹 물었다 놓고)
 
다이스케 나기:음- 그렇네. 아무리 나라도 당연히 힘들었을거야. (곧 얼굴이 부드럽게 풀어지며 미소지어) 내가 뭘 도와주면 될까?
 
코메 센이치:.... ....
 
당신의 궁금증이 충분히 풀리면 코메는 잠깐 망설이다가 미안하다는 듯 얘기합니다.
 
코메 센이치:... 이 책에 원인이 있을 거야. 이렇게 만든 근본이..., .. 이걸 네가 처리해 줘. 이곳으로부터 최대한 멀리.
 
다이스케 나기:(파란 책을 가리키며) 이걸?
 
코메 센이치:(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저 추측에 불과할 뿐이지만..,
 
다이스케 나기:추측이라도 똑똑한 네가 생각한 방법인데 맞겠지. (네 손에서 책을 가져오며) 이건 어떻게 없애는데?
 
코메 센이치:... 그냥, 여기서 최대한 먼 곳으로 옮겨줘. 나도 정확한 방법은 몰라.
 
다이스케 나기:그건 뭐 어렵진 않으니까- 어쨌든 내가 도울 수 있어서 다행이네!
 
코메 센이치:..... 그래. (쓰게 웃으며)
 
다이스케 나기:아, 그럼 너는? 여기에도 네가 있는데 넌 어떻게 되는거야?
 
코메 센이치:.... ... 미래의 시간선은 전부 무너졌어. 내가 여기 있는 게 증거지.
그러니까...,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난다) 질서를 바로 잡으려면 난 여기서 죽어야 해.
 
다이스케 나기:... ... 에?
 
코메 센이치:뻔한 얘기잖아. 미래의 사람이 과거에 와 있으면 시간이 꼬이고 질서가 붕괴된다는... 지극히 SF적인 얘기.
너도 오늘 경험했을 거야. 시간이 갑자기 빨리 흐른다던가... 그런 것들 말이야.
 
다이스케 나기:... ... 꼭 그래야 하는거야?
 
코메 센이치:...... 난 단지 모든 걸 있어야 할 곳으로 돌려놓는 것 뿐이야.
 
다이스케 나기:... ...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잠시 조용히 있다가 팔을 벌리며) 이리 와 봐.
 
코메 센이치:...? 갑자기 뭐야.. (네게 다가가며)
 
다이스케 나기:(다가온 너를 안아주며 등을 토닥인다) 고마워. 힘든 결정해줘서. 내가 이야기는 안했지만 넌 나한테 최고의 친구거든.
 
코메 센이치:.... ... 진짜 낯간지럽다. 네가 이러니까. (피식 웃는다)
 
다이스케 나기:여기에도 네가 있으니까... 되풀이 되지 않게 내가 도와줄게. 아니, 그렇게 할거야.
미래의 너는 꼭 행복할거야. 내가 약속할게.
 
코메 센이치:... 그래. 꼭 그렇게 해줘. ... 나중에 보자. (품에서 나와 엷은 미소를 짓더니 옥상 난간으로 향한다)
.. 왜 그 애가 널 좋아했는지 조금 알 것 같네.
 
다이스케 나기:잠깐만! (난간으로 올라가는 네 뒷모습을 보고)
 
코메 센이치:...? (고개를 돌린다)
 
다이스케 나기:내일 보자. (씩 웃어)
 
코메 센이치:(하. 바람 빠진 웃음을 내뱉더니) 그래. 내일 봐.
 
고작 그 말만을 남긴 코메는 그대로 손을 놓고 난간 밖으로 떨어집니다.
 
허나 추락하기는 커녕 중력의 영향권에서 벗어난 것처럼 고요히 허공에서 맴돌더니, 순식간에 새파란 파편들로 흩어집니다.
 
다이스케 나기:... ...
 
다이스케 이성 판정
 
다이스케 나기:
SAN Roll
기준치: 65/32/13
굴림: 73
판정결과: 실패
 
이성 -1
 
이 아닙니다 -1d3입니다
 
다이스케 나기:
Rolling 1D3
굴림: 3
 
코메가 있던 자리에 남은 것은 파란 표지의 책 한 권이 전부입니다.
 
방금까지 곁에 맴돌던 온기가 찰나의 꿈처럼 현실감 없이 다가오는군요.
 
다이스케 나기:... ... 고마워... 내일 보자... (중얼거리며 손에 파란 책을 힘껏 쥐어낸다)
 
그렇지만 이대로 감상에 젖어있을 수는 없습니다.
 
정신을 똑바로 차려요.
 
다이스케 지능 판정
 
다이스케 나기: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59
판정결과: 보통 성공
 
새파란 색, 그리고 이 곳으로부터 멀리 떨어뜨려 놔야 한다는 코메의 말.
 
파랗고, 지나치게 넓어 책을 어디로든 실어가줄 무언가라면 단번에 떠오르는 것은 파란 물결, 탁 트인 풍경.
 
그래요, 바다가 적당할 것 같습니다.
 
다이스케 나기:(손등으로 눈가를 닦아내고는 낮은 표정이 자리한다.) 가야지. (옥상에서 내려와. 서둘러 교문으로 향해)
 
당신이 학교 건물을 나서고, 교문을 지나 바닷가로 향한다면 이마에 차가운 물방울이 툭 떨어집니다.
 
하늘을 올려다보자 착각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여름철이면 늘 찾아오는, 예보에도 없는 소나기.
 
그 뿐일 거예요.
 
우산을 챙길 시간이 없으니 그냥 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다이스케 나기:... 할 수 있어. (놓치지 않으려 책을 힘껏 쥐고 학교 밖을 향해 힘껏 내달립니다)
 
…하지만 갈 수록 빗줄기는 거세지고, 굵은 물방울이 당신의 온몸을 적십니다.
 
모든 것을 쓸어버릴 듯 매섭게 내리는 비가 슬슬 버거울 정도예요.
 
장마의 시작인가요?
 
하아, 숨을 내쉬면 찬 공기 사이로 더운 김이 피어오릅니다.
 
과연 바닷가까지 도달할 수 있을까요.
 
막연한 불안함이 샘솟습니다.
 
다이스케 이성 판정
 
다이스케 나기:
SAN Roll
기준치: 62/31/12
굴림: 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이성 변화 없음
 
세찬 빗방울 탓에 시야는 가물가물합니다.
 
폭포와 흡사한 소리를 내며 쏟아져 내려오던 비가…
 
툭, 투둑, 이전보다 더 소심한 소리로 방울져 떨어집니다.
 
갑자기 비가 그칠 리도 없고,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가요?
 
다이스케 나기:...? (갑자기 그친 비에 고개를 들어)
 
고개를 돌려 주위를 둘러보면 그제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당신에게 우산을 씌워주는 코메를요.
 
다이스케 나기:...!
 
코메 센이치:너 여기서 뭐해?
 
다이스케 나기:코메...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어)
 
이번에는 당신이 알던 바로 그 코메 센이치네요.
 
지금의 코메요.
 
코메 센이치:우산도 없이 뭐 하는 거야? 전국 체전 연습이라도 해? 네가 아무리 바보라지만 여름에도 감기는 걸릴 수 있다는 사실을 자꾸 잊나 본데...
 
코메가 겉옷을 벗어 당신의 어깨에 둘러줍니다.
 
따뜻한 체온이 몸을 감싸주니 한층 낫군요.
 
이대로 가만히 안주하고 싶다는 생각이 절실하지만…
 
역시 나아가지 않을 수 없네요.
 
왜냐면…….
 
다이스케 관찰 판정
 
다이스케 나기: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62
판정결과: 보통 성공
 
한순간, 딛고 있던 땅이 일렁이더니 새파란 색으로 점점 물듭니다.
 
문득 코메의 그 말이 떠오릅니다.
 
눈을 깜빡이면 파란 빛깔은 흐물흐물 부서지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흔적도 없이 사라집니다.
 
구태여 길게 생각하지 않아도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경계가, 혹은 이 땅의 운명이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붕괴하고 있다는 사실을요.
 
다이스케 나기:(무너질 듯한 하늘을 보고는) 아.... 그... 미안! 잔소리는 나중에 들을게! 내일 보자!! (우산을 씌워주는 널 뒤로하고 바다를 향해 다시 달려)
 
코메 센이치:...? 야, 야!
 
서두르는 것이 좋겠어요.
 
우산을 든 코메를 뒤로 한 채 바닷가에 다다르면, 오늘따라 유독 파도는 높고 사납습니다.
 
허나 바다로 들어가야만 합니다.
 
해변에서 책을 던졌다간, 거센 파도에 떠밀려 도로 당신에게 돌아올 테니까요.
 
다이스케 나기:.... (심호흡을 하고는) 약속했으니까... (숨을 한껏 들이마시고 망설임 없이 바다 속으로 뛰어든다)
 
당신이 물 속으로 뛰어들면 바다는 무엇이든 집어삼킬 기세로 의기양양하게 허리를 곧이 세웁니다.
 
만만치 않네요….
 
책이 풍덩, 소리를 내며 깊이 가라앉자 그제야 온몸의 힘이 스르르 풀립니다.
 
미처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중심을 잃고 수면 아래로 가라앉습니다.
 
그러고 보니, 지난번에 코메 역시 이쯤에서 미끄러져 물에 빠졌었죠.
 
조심했어야 했는데.
 
뒤늦은 후회가 솟아오르는지도 모르겠네요.
 
가물가물 흐려지는 의식 사이로 어제 나누었던 대화가 떠오릅니다.
 
만약에 네 말대로 뭔가 이상하다면 너는 원래대로 돌려놓기 위해서 뭐까지 할 수 있어?
 
코메는 분명 그렇게 물어봤었습니다.
 
그때 당신은 뭐라고 답했었나요?
 
다이스케 나기:(뭐든 할 수 있죠. 뭐든... 하지만 죽는 건 빼고. 기껏 행복할 거라고 장담했는데 친구의 죽음으로 슬프게 만들 수는 없잖아요? 자신도 아직은... 아직은 죽을 생각이 없습니다. 악착 같이 살아서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요. 마지막 남은 힘까지 쥐어 짜내서 위로 헤엄치려 해봅니다)
 
실은, 이제 와서 따져봤자 소용은 없습니다.
 
이미 결말은 정해져 있으니까요.
 
밀려드는 바닷물 탓에 숨이 턱 막혀옵니다.
 
순간 누군가가 당신을 붙잡습니다.
 
바다는 차갑기 그지없는데 맞잡은 손의 온도는 너무도 따뜻합니다.
 
상황을 가늠할 새 없이 당신은 그대로 물 밖으로 끌려나옵니다.
 
폐에 신선한 공기가 들어참에 따라 콜록, 밭은 기침이 나옵니다.
 
그새 점점 약해지는 빗줄기 너머로 투명한 시선이 맞부딪힙니다.
 
다이스케 나기:콜록콜록!
 
코메 센이치:너 진짜 정신 나갔어?
비도 오는데 여기서 뭐 하는 거야!
 
다이스케 나기:약간? (콜록)
 
코메 센이치:진짜 미친놈... (등을 쓸어주며 중얼거리고는)
 
둘 다 흠뻑 젖었네요.
 
한 쪽은 바닷물에, 다른 쪽은 빗물에.
 
지평선 위로 한 갈래 빛이 뻗어나갑니다.
 
이번에는 새파랗지도, 기이하지도 않은 빛이.
 
아름다운 여러 색깔이 서로 번지듯 섞여듭니다.
 
비가 그친 뒤에는 반드시 무지개가 뜨는 법이니까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금 파랗게 개는 하늘이 생경합니다.
 
흰 뭉게구름 위를 가로지르는 파란빛이, 언젠가 보았던 것만 같은 색채가 뻗어나갑니다.
 
위로, 끝없이 위로.
 
다이스케 나기:(씩 웃으며) 야.
 
코메 센이치:.. 왜.
 
다이스케 나기:... ...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같이 라멘 먹으러 갈래?
 
코메 센이치:... 진짜 뜬금 없는데, 그래. (툭툭 털고 일어난다) 추워서 따뜻한 게 생각나긴 하니까.
 
다이스케 나기:(헤헤 웃으며 어깨동무를 걸쳐) 가자~! 내가 잘 아는 곳 있어-
 
코메 센이치:이번엔 당연히 네가 사는 거겠지? (어깨에 둘러진 팔 때문에 상체가 자연스레 앞으로 살짝 굽어진다)
 
다이스케 나기:음...그래 기분이다! 오늘은 내가 사줄게!
 
그러니까, 시간이 지나면 우리는 이 계절을 이렇게 회고하게 될 겁니다.
 
그 해의 여름은 유달리 푸르렀으며 눈부시게 찬란했다고.
 
그 날의 책장에는 바다의 파편을 닮은 새파란 여름이 가득 담겨있었다고.
 
남은 우리는 그렇게 내일을 기대하게 됩니다.
 
우리의 청춘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END 2. 내일에 재회할 너에게
 
탐사자 생환, KPC 생환
 
이성치 회복 +3, 6일 후 미래와 관련된 기억들을 전부 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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