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소라빵(@ho_ffang)

 

2021. 09. 18

한세영 X 도해준

KP : 곰탱

PL : 레시 펜들턴

 

세션카드
 
여름, 꽃, 우울
 
Written By. 소라빵
 
2021. 09. 18
 
14 : 03
 
KPC 한세영
 
PC 도해준
 
START
 
장면전환
 
당신은 눈을 뜹니다.
 
방과 후, 아무도 없는 교실입니다.
 
지금 시간은 7시 23분.
 
창에 쳐진 커튼에 노을의 붉음이 베여 있습니다.
 
바람에 흔들린 커튼이 스치는 소리만이 들려옵니다.
 
그에 따라 붉은빛이 일렁이며 어두침침한 교실 안으로 흘러듭니다.
 
깜빡 잠이 들었나 봐요.
 
도해준:깜빡 잠들었나... (눈을 비비며 책상에서 고개를 들어)
 
슬슬 집에 돌아갈 시간인데, 한세영은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요.
 
도해준:같이 있었던 것 같은데.. (화장실이라도 간 걸까. 주변을 둘러보며 세영의 모습을 찾았다.)
 
그때, 당신의 전화기가 요란하게 울립니다.
 
세영의 전화입니다.
 
도해준:..? (어디있길래 전화를 하는거지? 의문이 들면서도 곧장 전화를 받아들었다.) 여보세요? 너 지금 어디야?
 
잠시 침묵이 이어집니다.
 
작은 바람소리만이 당신의 귀를 간지럽힙니다.
 
도해준:(밖에 있나? 창문 너머로 보이는 운동장을 살펴보며) 한세영..?
 
그리고 들려오는 세영의 목소리.
 
한세영:정말 좋아해. 그러니까 우리, 다시는 만나지 말자.
 
도해준:... ... 뭐...?
 
툭, 전화가 끊어집니다.
 
도해준:야..! 한세영!!
 
커튼 너머로 사람의 그림자가 스쳐 지나갑니다.
 
방향은 아래쪽.
 
누군가 추락합니다.
 
눈 깜짝할 사이였습니다.
 
그리고 들려오는 둔탁한 충격음.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을 만큼 아무렇지 않게, 무심하게 들려오는 소리였습니다.
 
평화롭게 흔들리는 커튼, 이마를 간지럽히는 산들바람, 아찔할 만큼 붉은 노을의 색채…
 
도해준:...!!! 지금.... 설마.... (바로 눈 앞에서 보았음에도 믿지 못했다. 그럴리 없잖아. 갑자기 그럴리가 없어요. 하지만 도무지 입 밖으로 말이 나오질 않습니다. 마치 모든걸 잃었던 그때처럼.)
 
세영이 사라진 세상은 아무렇지 않게 흘러갑니다.
 
2019년 8월 25일, 그렇게 너는 순식간에 나의 인생에서 사라졌습니다.
 
장면전환
 
당신은 눈을 뜹니다.
 
공기가 불쾌하게 호흡을 방해하는 것만 같습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커튼 사이로 쏟아지는 햇빛에 눈이 따갑습니다.
 
오늘은 세영의 기일, 그 아이가 사라진 지 딱 1년이 되는 날입니다.
 
도해준:... ... (1년 동안 그랬던 것처럼 무력하게 눈이 떠집니다. 왜... 일어난 걸까요. 그냥 그대로 눈을 감아버렸으면 좋았을텐데.)
 
▶: 잠에서 깨어난 PC는 집 안을 살필 수 있습니다.
 
도해준:(침대에서 일어나 발바닥에 닿는 바닥이 차갑다. 그 감각이 심장까지 파고드는 것 같아서 눈물이 울컥 올라올 뻔했다. 너무나도 고요한 집에 혼자 있으니까... 아무렇게나 나오려는 감정을 참으려 침대 시트를 움켜쥔다.)
 
당신의 방에는 침대, 책장, 책상이 있습니다.
 
도해준:(잠들어 있던 숨을 탁 터뜨리는 소리가 탁하기만 하다. 애써 손등으로 이미 맺힌 눈물을 닦아내며 널부러진 이불을 정리해)
 
당신이 깨어난 침대입니다.
 
이불이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습니다.
 
침대 위에는 당신의 휴대전화가 충전되어 있습니다.
 
도해준:... ...(흐트러진 침대 사이로 보이는 휴대전화를 들어 화면을 켜본다)
 
휴대전화의 오늘 일정에 '납골당 방문' 알림이 떠 있습니다.
 
도해준:아... 맞다.. 그랬지... (새삼스럽지도 않았다. 그날 이후 시간이 되는 날이면 항상 찾아갔으니까. 매일 봐도 믿어지질 않았으니까. 그렇게 옆에서 밝게 웃고 있던 네가 그런 유리창 안에 들어있다는게..)
(타이머가 지났다는 듯이 화면이 검게 꺼져버렸다. 검은 거울 같은 유리에 비친 얼굴이 초쵀하고 흉하기만해서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어버리고 책장으로 걸음을 돌려)
 
당신의 책들이 가득 꽂혀 있습니다.
 
도해준 자료조사 판정
 
도해준:
자료조사
기준치: 70/35/14
굴림: 49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당신은 책 한 권을 발견합니다.
 
제목은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입니다.
 
주인공이 자신의 연인을 구하기 위해 과거로 돌아간다는 내용의 소설입니다.
 
도해준:(정말로 이런 이야기가 현실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아니면 똑같이 되풀이 되려나. 거의 3년 동안 있어서도 안될 마음을 숨겨두고 가식을 떨었던게 연인이라는 명칭은 입에 담을 수도 없었다. 그래도...) 한번이라도... 다시 볼 수 있다면 좋을텐데...
(책에서 눈을 돌리고 무거운 걸음을 책상으로 돌렸다)
 
책상 위에는 달력과 메모지 한 장, 빈 편지지가 놓여 있습니다.
 
도해준:(책상 위에 달력과 메모지를 들어)
 
오늘 날짜에 '세영의 기일'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메모지에는 납골당의 주소와 가는 방법이 적혀 있습니다.
 
버스를 타고 한 번 환승해야 합니다.
 
도해준 지능 판정
 
도해준:
지능
기준치: 75/37/15
굴림: 70
판정결과: 보통 성공
 
맞아, 당신은 세영의 납골당을 방문할 계획을 세웠었죠.
 
분명 어젯밤에 가는 길을 알아보다 잠들었습니다.
 
왜일까요, 불과 하루 전의 일일 텐데.
 
아주 오래된 기억처럼 느껴집니다.
 
도해준:(어쩌면 그 기억을 마지막으로 따라가고 싶었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르지.. 달력을 내려놓는 손에 힘이 떨어져나간다. 곧 시선을 옮겨 옆에 있던 편지지로 눈길이 가)
 
제일 위에 한세영에게.라고 글씨가 적혀 있습니다.
 
세영에게 전할 편지일까요.
 
도해준:... (도무지 적어야할 말을 써내려갈 수가 없었다. 살아있을 때도 하지 못한 말을 이제와서 적어봐야 무슨 소용일까. 쓴다면 무슨 말을 적어도 가식 밖에는 되지 못했다. 잘 지내는 것도 아니고... 죽어서도 내 걱정 해줬으면 좋겠으니까. 참 이기적이고 솔직하질 못해)
(결국 텅빈 편지지를 봉투에 넣어 챙겨두고 나갈 채비를 해)
 
준비를 마치고 집 밖으로 나오면, 푸른 하늘이 펼쳐집니다.
 
한없이 맑은 깨끗한 여름날의 아침 하늘입니다.
 
도해준:... 날씨 좋네...
 
그래, 분명 이런 풍경을 봤었죠.
 
그때는 그 아이도 함께 있었는데.
 
어떤 표정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눴던가요.
 
분명 그때…
 
장면전환
 
당신은 등교 중이었습니다.
 
푸른 하늘과 아무렇지 않게 흐르는 구름.
 
눈이 따가울 정도로 내리쬐는 햇빛과 지면에서 올라오는 후끈한 열기.
 
어디선가 들리는 매미소리.
 
그 아찔한 푸름에 잠시 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봤던 것도 같습니다.
 
도해준 듣기 판정
 
도해준:
듣기
기준치: 65/32/13
굴림: 3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요란한 매미 소리 사이로 들려오는 누군가의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옵니다.
 
도해준:? (요란함이 더해진 발소리에 뒤를 돌아봐)
 
뒤를 돌아보면 세영이 팔을 크게 흔들며 당신에게 뛰어옵니다.
 
당신의 눈앞까지 달려온 세영은 헐떡이며 숨을 고릅니다.
 
땀방울이 그의 턱을 타고 흘러내립니다.
 
한세영:몇 번이나 불렀는데 그걸 못 듣냐.. 너 때문에 뛰어왔잖아.
 
도해준:미안, 잠깐 딴생각하고 있었나봐. 그렇다고 그렇게 뛰어오냐?
 
한세영:대체 뭔 생각을 하면 그렇게 멍때리고 있는 거야.
(땀 슬쩍 닦으며) 불렀는데 못 들으니까 그렇지.
 
도해준:... 까먹었네.. 뭐 아무렴 어때. (가던 등교길을 마저 걸어갔다. 이 더운 여름에도 도중에 널 만났다는게 좋아서 몰래 입꼬리가 올라가) 그래도 육상부라고 잘 쫓아왔네.
 
한세영:그렇지? (해맑게 웃는다) 아, 방금 뛰어서 힘든데 오늘 연습은 쨀까. (장난스런 어조로 말하며 나란히 걷는다)
 
도해준:째긴 뭘 째. 너 저번에도 그러지 않았냐?
 
한세영:... 아닌데? (뜨끔)
 
도해준:어차피 방과후면 체력 회복하기 충분하잖아. 그러다 또 혼나지.
 
한세영:(삐쭉...) 너랑 같이 하교하고 싶어서 그러지. 네가 동아리를 안 하니까.
 
도해준:...(내심 기분이 좋아져서 피식 웃음이 나온다) 등교도 매일 같이 하는데 하교까지 그러고 싶어?
 
한세영:당연한 거 아냐? 어릴 때부터 같이 있었는데. 없는 게 더 이상하잖아.
 
도해준:그건 그렇긴 한데.. (힐끗) 그럼 끝날 때까지 기다려주면 되지?
 
한세영:그래도 돼? 혼자 심심하지 않아?
 
도해준:괜찮아. 기다리면서 숙제나 하지 뭐.
 
한세영:.... 우리 숙제 있었나? (멈칫)
 
도해준:? ... 너 설마 까먹고 안했냐?
 
한세영:......
(눈 피함)
 
도해준:으휴... 빨리 가자. 교실 가서 도와줄게.
 
한세영:어어... (망했음을 직감하는 중)
 
햇빛은 여전히 뜨겁습니다.
 
그 아래를 걷고 있는 두 사람의 얼굴에 땀이 맺힙니다.
 
달콤한 향이 나는 것 같아요.
 
그래, 분명 너는 이렇게 나와 길을 걷고 있어야 하는데.
 
올해의 여름에도 나의 곁에 있었어야 했는데.
 
너는 어째서,
 
장면전환
 
눈을 깜빡이는 순간, 풍경이 뒤바뀝니다.
 
당신이 있는 곳은 집 앞.
 
여전히 푸른 하늘에 아무렇지 않게 구름이 흐르고 있습니다.
 
요란한 매미소리와 간간히 지나가는 자동차의 소리.
 
바람에 흔들리는 줄지어 선 가로수의 잎들.
 
평화롭게 흘러가는 여름의 풍경입니다.
 
환각이라도 본 것일까요?
 
도해준:... (기일이라 예전 생각을 더 많이 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까지 말했었으면서 너도 참 치사해..)
 
버스정류장은 멀지 않은 곳에 있습니다.
 
도해준:(정류장으로 걸어가 안에 놓인 의자에 덜썩 앉았다.)
 
버스정류장에 도착해 주위를 살피면 벤치와 버스노선표가 보입니다.
 
당신은 어느새 버스 정류장의 벤치에 앉아 있습니다.
 
도해준:(벤치에 앉아 타야할 버스의 노선도를 찾아)
 
이곳에 오는 버스들이 적혀 있는 노선표입니다.
 
당신이 타야 하는 버스도 있네요.
 
그걸 타면 세영의 납골당으로 갈 수 있습니다.
 
아래 기둥 쪽에 주인 없는 자전거가 묶여 있습니다.
 
꽤 긴 시간 동안 묶여 있었는지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습니다.
 
군데군데 녹이 슨 부분도 보이네요.
 
그러고 보니, 그 아이도 자전거를 가지고 있었죠.
 
주인이 사라진 너의 자전거도 저렇게 아무렇게나 묶여 있을까, 그런 실없는 생각을 해봅니다.
 
세영과 같이 그 자전거를 탄 적도 있었습니다.
 
작년 여름이었죠.
 
그때, 한세영은…
 
장면전환
 
한세영은 갑자기 자전거를 끌고 나타났습니다.
 
서툴지만 들뜬 듯 자전거를 끌고 당신에게 조잘거리며 자랑을 합니다.
 
도해준:왠 자전거야?
 
한세영:그냥, 걸어다니기 힘들어서? (헤헤) 근데... 너 자전거 타는 법 알아? (모르면서 샀습니다)
 
도해준:체력도 좋으면서... 응? 탈 줄도 모르면서 산거야? (어이없음)
 
한세영:(어색하게 웃는다) 아니 뭐.... 둘 중 한 명만 알면 되지 않을까! 해서....?
 
도해준:네 건데 네가 모르면 어떡해.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한세영:나만 탈 것도 아니니까...? (히히..)
 
도해준:... 타 봐. 뒤에서 잡아줄게.
 
한세영:에이, 그러지 말고. 네가 앞에 타! 난 뒤에 있을게.
 
도해준:(한숨..) 이번 만이야. 네 자전거면 타는 법 정도는 배워두란 말이야.
 
한세영:너가 가르쳐주면 되지. 그 정도도 못해주는 건 아니잖아?
 
도해준:그럼 주말에 알려줄게. 스스로 타게 될 때까지 집에 못 갈 줄 알아. (자전거에 올라타며) 타.
 
한세영:... 나 주말에 밖에서 노숙하는 거야..?
 
도해준:빨리 타기나 해. 너 운동신경도 좋아서 금방 배우잖아.
 
한세영:.... 네, 네. (얌전히 뒤에 앉는다)
 
도해준:꽉 잡아.
 
한세영:(어딜? 눈 끔뻑이며 생각하다가 허리에 팔 두른다)
 
도해준:... ... (허리를 감싸드는 팔에 잠시 굳은 듯 멈춰있다. 패달을 밟는다.)
 
당신은 세영을 뒤에 태우고 페달을 밟습니다.
 
갑자기 출발한 반동 때문일까요, 허리를 감싼 세영의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 느껴집니다.
 
이마에 맺힌 땀을 식혀주는 기분 좋은 바람.
 
턱을 따라 흘러내리는 땀방울. 페달이 돌아가고, 작은 자갈들이 바퀴에 짓눌리는 소리.
 
그 사이로 세영의 웃음소리가 들립니다.
 
분명 너는 환하게 웃고 있었겠지.
 
확인할 수는 없지만, 그래.
 
그랬을 겁니다.
 
꽃향기와 같은 달콤한 냄새가 코를 간지럽히는 것만 같습니다.
 
옆으로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풍경들이 아득하게만 느껴지고, 당신은...
 
장면전환
 
덜컹거리는 충격에 당신은 퍼뜩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도해준:...!
 
어느새 버스를 타고 있습니다.
 
시야에 가득하던, 빠르게 스쳐 지나가던 풍경들이 창밖으로 비칩니다.
 
버스를 탄 기억은 없습니다.
 
도해준 이성 판정
 
도해준:
SAN Roll
기준치: 65/32/13
굴림: 97
판정결과: 실패
 
이성 -1
 
도해준:언제... (아무리 생각해도 버스를 탄 기억이 없는데 이상하다. 아까부터 부분부분 기억이 끊어지는 기분인데..)
 
버스 안을 살펴도 특별한 것은 없습니다.
 
잠시 덜컹거리는 버스에 몸을 맡기고 있으니, 당신이 내려야 할 정거장의 안내방송이 흘러나옵니다.
 
도해준:아... 내려야지... (가방을 챙기고 자리에서 일어나)
 
버스에서 내리면 벤치와 노선표가 있는 작은 정거장이 눈에 들어옵니다.
 
당신이 탈 버스가 오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조금 남은 것 같아요.
 
슬슬 정오가 다 되어가는 시간입니다.
 
태양은 점점 더 뜨거워지고, 도로는 달아올라 아지랑이가 피어납니다.
 
제멋대로 일렁거리는 공기의 흐름.
 
도해준:...더워...
 
온 세상이 녹아내리는 것 같습니다.
 
당신은 그런 왜곡된 풍경을 멍하니 바라봅니다.
 
그때도 세영과 이런 풍경을 보았죠.
 
수업이 일찍 끝나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었습니다.
 
해가 한창 열기를 과시하고 있을 때 즈음.
 
일렁이는 아지랑이에 눈앞이 온통 하얘질 만큼 아찔했습니다.
 
현기증에 세상이 핑 도는 것만 같았어요.
 
그리고,
 
장면전환
 
누군가 당신의 눈앞에서 손을 흔듭니다.
 
하얗게 변해가던 시야 한가득 그 손짓이 담깁니다.
 
한세영의 손입니다.
 
도해준:...? (눈 앞에 보이는 손에 고개를 돌려)
 
한세영:뭐해? 갑자기 말이 없길래 봤더니. 요즘 자꾸 멍때리는 거 알아?
 
도해준:그랬어? (눈 깜빡)
 
한세영:그랬어? 라니, 너 진짜 요즘 정신 빼고 다니는구나...
 
도해준:빼고 다닌다니... 더워서 그런거야
 
한세영:음.. 요즘 날이 엄청 덥긴 하지. 이러다 더위 먹겠다.
 
도해준:그러게.. 빨리 가을이 왔으면 좋겠다.
 
한세영:내 말이. 얼른 가을 오고 겨울 왔으면 좋겠다.. 그러면 방학도 올 텐..... (네 손을 힐끔 보더니) 야, 야! 네 거 다 녹는다! 빨리 먹어!
 
그 말에 손을 바라보니, 당신이 들고 있던 아이스크림이 녹아 흐르고 있습니다.
 
도해준:응? 아, (녹아내리는 아이스크림을 서둘러 입에 넣어)
 
한세영:그거 녹는 것도 눈치 못 챌 정도였냐...
 
도해준:(우물..) 몰랐네..
 
한세영:정신 좀 차리고 살아... 아무리 더워도 그렇지... 걱정 된다, 야.
 
도해준:그냥 잠깐 그런 걸로 뭘그래.
 
한세영:잠깐이라니. 너 아까 내 말 안 들었어? 요즘 계속 그런다니까, 너.
 
도해준:하루 종일 그러는 것도 아니잖아. 별거 아니겠지.
 
한세영:... 네 일인데 너무 대수롭지 않은 거 아냐?
 
도해준:뭐... 아프면 병원 가면 되는거고...
 
한세영:.... 너 진짜 본인한테 관심이 없어도 너무 없는 거 아냐?
 
도해준:원래도 그랬잖아. 뭘 새삼스럽게 그래.
 
한세영:그래서 더 신경 쓰이거든. (어휴..)
 
도해준 지능 판정
 
도해준:
지능
기준치: 75/37/15
굴림: 4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어라
 
세영이 저런 말을 한 적이 있던가요?
 
이건 그의 기억이 만들어낸 환상일 텐데, 당신의 기억 속 세영은 저런 말을 한 적이 없습니다.
 
도해준:(원래 저런 말을 했던가..?)
 
길이 갈리는 갈림길.
 
세영과 헤어져야 할 시간입니다.
 
도해준:(작게 손을 흔들며) 그럼 잘 들어가. 내일 보자.
 
한세영:응! 내일 봐! 또 넋놓고 걷다가 넘어지지 말고!
 
내일 또 만나자, 작별인사를 하고 돌아선 순간.
 
당신은 또다시 현기증을 느낍니다.
 
그 해의 여름에는 빈혈이 유독 자주 왔었죠.
 
타는 것 같은 목과 머리로 피가 쏠리는 느낌.
 
어지럽게 일그러지는 시야.
 
눈앞이 하얗게 물드는 것 같았습니다.
 
도해준:어라....
 
한세영:..! 해준아!
 
뒤를 돌아보고 크게 손을 흔들던 세영이 당신을 발견하고 다가옵니다.
 
눈을 동그랗게 뜬 세영의 모습과 당신의 이름을 부르는 그의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당신은…
 
장면전환
 
"... 생"
 
"학생!"
 
도해준:..?!
 
퍼뜩, 정신을 차려보니 눈앞에 버스가 멈춰서 있습니다.
 
납골당으로 향하는 버스입니다.
 
버스기사가 혀를 차며 말을 이어갑니다.
 
기사: 안 탈 거야? 날도 더운데 왜 거기서 자고 있어? 더위 먹으려고 그러지.
 
도해준:아..., 타..타요.. (서둘러 가방을 들고 버스에 올라탄다) 감사합니다..
 
그래, 더위라도 먹은 게 틀림없습니다.
 
이미 죽은 너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는 것도, 그 기억이 그렇게나 생생한 것도.
 
더워서 헛것을 보는 것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잖아요.
 
전부 다 여름이 너무 더운 탓입니다.
 
당신이 버스에 올라타면 버스는 출발합니다.
 
덜컹거리는 차체와 그에 맞추어 흔들리는 손잡이들.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
 
반짝이는 먼지 입자.
 
그 모든 것이 마치 꿈속처럼, 몽롱하기만 합니다.
 
종점을 알리는 방송이 흘러나오고, 버스가 천천히 정차합니다.
 
도해준:(자리에서 일어나 버릇처럼 교통카드를 찍고 버스에서 내려)
 
버스에서 내리면 납골당 건물이 눈에 들어옵니다.
 
정오에 가까운 시간.
 
여전히 날씨는 찜통 같습니다.
 
당신의 눈에 납골당 앞에 위치한 꽃집이 눈에 들어옵니다.
 
바깥에 놓인 꽃들도 뜨거운 열기에 축 처져있는 것만 같습니다.
 
도해준:(오랜만에 왔는데 사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 꽃집으로 들어간다.)
 
그러고 보니, 세영에게 전할 꽃을 사 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죠.
 
꽃집 안으로 들어서면 주인이 반갑게 맞아 줍니다.
 
여러 종류의 꽃들이 놓여 있습니다.
 
그 아이는 무슨 꽃을 좋아했더라, 고민하던 찰나에 한쪽에 놓인 해바라기가 눈에 들어옵니다.
 
그래요, 분명 이 꽃을 좋아했을 텐데.
 
언젠가 한세영이 했던 말은…
 
장면전환
 
한세영:... 해바라기가 좀 싫어졌어.
 
툭 던지듯이 그 아이가 말했습니다.
 
이상하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제일 좋아하는 꽃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도해준:응? 원래 제일 좋아했잖아. 갑자기?
 
한세영:사람 취향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거잖아. (어깨를 으쓱인다)
 
점심시간의 옥상이었습니다.
 
뭉게구름이 피어오르는 평화로운 풍경.
 
아래에서는 운동장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기분 좋게 부는 바람에 그 아이의 머리카락은 살랑거리고… 꽃향기가 나는 것만 같습니다.
 
도해준:... 그렇긴 한데.. 가장 좋아하던게 바뀌기는 쉽지 않잖아.
 
한세영:그런가... (하늘을 멍하니 올려다보며)
 
도해준:...? 무슨 일 있어?
 
한세영:음... 있긴 있지.
 
도해준:무슨 일?
 
한세영:... 나 저번에 연습 짼 거 감독님한테 들켰어. (히잉)
 
도해준:그러게 내가 혼날거라고... (아,) 너 지금 말 돌리는거지.
 
한세영:응? 아니? 그런 거 아닌데!
나 진짜 이번엔 죽을지도 모른단 말이야! 걱정도 안 해주냐..
 
도해준:그럼 앞으로 안 째면 되잖아. 기다려 준다니까.
 
한세영:(입 삐죽..) 알았어...
 
점심시간을 끝내는 종소리가 들려옵니다.
 
교실로 내려가야 할 시간이에요.
 
도해준:가자. 수업 시작하겠다.
 
그를 바라본 순간.
 
툭, 툭.
 
붉은 액체가 방울져 떨어지고, 바닥에 부딪혀 흩어집니다.
 
세영이 당황한 듯 코를 붙잡고 있습니다.
 
도해준:?! 야. 너..!
 
한세영:아... 최근에 자주 이러더라. 피곤했나...
 
세영은 멋쩍은 듯 웃으며 말합니다.
 
도해준:... (가지고 있던 휴지를 꺼내 코를 잡아주며) 잠은 제대로 자고 있는거야?
 
한세영:나처럼 많이 자는 사람 없을걸? (휴지에 코가 감싸지자 피가 흥건하게 묻은 손을 아래로 내린다)
 
도해준:그런 놈이 코피가 나냐... (피가 멈출 때까지 잡고있어.) 양호실이라도 갈래?
 
한세영:사람이 살면서 코피 좀 날 수도 있지...
그래야겠다. 근데 너 수업 안 들어가도 돼?
 
도해준:... 지각 좀 하지 뭐. 데려다줄게.
 
한세영:헐....
나 방금 살짝 감동 받았어.
 
도해준:..뭘 감동까지야.. (툭 침) 가자.
 
한세영:(끄덕끄덕)
 
옥상을 나서려는 순간,
 
장면전환
 
당신은 퍼뜩 정신을 차립니다.
 
서 있는 곳은 꽃집 앞.
 
꽃을 산 기억은 없습니다.
 
도해준 이성 판정
 
도해준:
SAN Roll
기준치: 64/32/12
굴림: 61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 변화 없음
 
손에는 어느새 꽃다발이 들려 있습니다.
 
너를 닮은 꽃. 네가 좋아하던 꽃.
 
도해준:언제 샀지..?
 
너의 환한 웃음이 그립습니다.
 
도해준:... ...(꽃다발을 들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간다.)
 
... 안으로 들어갈까요.
 
도해준:...가야지... (널 보러 온거니까.. 머뭇거리는 걸음을 겨우 옮긴다)
 
납골당의 안치실에 들어서면, 줄줄이 늘어선 유골함이 보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이 이 좁은 공간에 꽉꽉 들어차 있습니다.
 
그중에, 세영의 함이 눈에 들어옵니다.
 
도해준:... .... (유골함 앞으로 다가가) 나...또 왔어..
보고 싶어서...
 
너의 인생이 이렇게나 작은 곳에 담겨 있다고 생각하니 이상한 기분이 듭니다.
 
누군가 먼저 다녀간 것일까요.
 
유리 너머로 먼저 놓여있는 작은 꽃이 보입니다.
 
세영의 어릴 적 사진도 놓여 있네요.
 
도해준:먼저 다녀간 손님이 있었네... (꽃다발을 안에 넣어주며) 이거... 네가 좋아한다고 했었잖아.. 아니.. 싫다고 했었나...
 
사진 속의 세영은 우산을 들고 있습니다.
 
한세영은 비를 좋아했던가요?
 
아니면 싫어했던가.
 
사진에서 빗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습니다.
 
지면을 두드리는 소리가…
 
도해준:... ...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편지 역시 같이 넣어둔다) 할 말이 있었는데... 어차피 넌 못들으니까..
 
장면전환
 
그날도 빗소리가 주변을 가득 메우고 있었습니다.
 
눅눅한 공기와 발치에서 튀어 오르는 물방울들.
 
갑작스러운 소나기였습니다.
 
구름이 가득 낀 하늘에서 끊임없이 비가 쏟아져 내렸죠.
 
당신이 있던 곳은 학교 현관.
 
우산을 깜빡 잊고 가져오지 않아 곤란하던 참이었습니다.
 
도해준:일 났네...
 
뛰어가야 할까, 고민하던 중.
 
누군가 당신의 어깨를 툭툭 칩니다.
 
한세영:내가 이럴 줄 알았다. 너 우산 안 가져왔지?
 
도해준:아, 응.. 일기예보 봤는데 깜빡했나봐. 너는?
 
한세영:난 당연히 가져왔지. 너 그럴 줄 알고.
 
도해준:(피식 웃고는) 잘 됐네. 같이 쓰고 가면 되겠다.
 
한세영:그러려고 힘들게 현관까지 너 찾으러 왔다. (우산을 팡, 하고 펴더니) 가자.
 
도해준:그냥 전화를 하지. (펼쳐진 우산 속으로 들어와) 응.
 
한세영:너 전화 무음일 것 같아서. (빤히)
 
도해준:아, 그렇네. (종례가 끝나고 핸드폰을 돌려받은 이후에도 한동안은 무음으로 해두는게 습관이었다)
 
한세영:거봐... 내가 널 하루이틀 보냐? (네 어깨를 잡아당겨 우산 가운데 쯔음에 오게 한다) 너 그러면 비 다 맞아.
 
도해준:...! (어깨에 손이 닿자마자 또다시 몸이 굳어) ...너.. 너도 좀 들어와. 어깨 다 젖겠다..
 
한세영:난 이 정도 젖는다고 감기 안 걸려서 괜찮아!
 
당신은 세영과 함께 우산을 쓰고 걸었습니다.
 
우산을 두드리는 빗소리와 발을 디딜 때마다 들리는 찰박이는 소리.
 
어깨를 꾹 잡은 단단한 손.
 
꽃향기가 코 끝을 스칩니다.
 
어지러울 정도로 달콤한 향입니다.
 
그 향기가 주변 공기를 꽉 채우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도해준 건강 판정
 
도해준:
건강
기준치: 50/25/10
굴림: 53
판정결과: 실패
 
현기증이 나는가 싶더니 코피가 뚝, 하고 떨어집니다.
 
도해준:..?
 
한세영:..?! 야, 야 너 코피 나..! 괜찮아...?
 
도해준:어....어 괜찮아.. 피곤해서 그런가봐.
 
한세영:너야말로 잠을 잘 안 자는 거 아니야...?
 
도해준:시험 준비한다고 조금 무리한건 맞는데...
 
한세영:....... 내가 너 그럴 줄 알았어..
얼른 집에 가자.
 
다정하지만 어딘가 위태로운 목소리가, 빗소리가 점점 멀어집니다.
 
장면전환
 
당신은 퍼뜩, 눈을 뜹니다.
 
버스에 앉아 있습니다.
 
덜컹거리는 진동이 느껴집니다.
 
비도, 세영의 모습도, 익숙한 하굣길도 보이지 않습니다.
 
도해준:... ...
 
창 밖의 하늘은 한쪽 끝이 붉게 물들어가고 있습니다.
 
언제 이렇게나 시간이 지난 걸까요.
 
마침 당신의 집이 있는 정류장의 안내방송이 흘러나옵니다.
 
도해준:벌써 다 왔네.. (멈춘 버스에서 내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온통 붉게 보인다)
 
버스에서 내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더위가 한 꺼풀 식어 있습니다.
 
느긋하게 흐르는 뭉게구름과 간간히 불어오는 산들바람.
 
붉게 물들어가는 하늘.
 
익숙한 풍경입니다.
 
꼭 오늘처럼 깨끗한 하늘이 인상적이었죠.
 
그 풍경 속에는 한세영 또한 있었습니다.
 
그리운 향이 나는 그 풍경 속에…
 
장면전환
 
방과 후, 교실.
 
활짝 열린 창으로 간간히 불어오는 산들바람.
 
서서히 물들어가고 있는 붉은 하늘.
 
흔들리는 커튼과 함께 일렁이는 햇빛.
 
뒷문으로 막 교실에 들어선 당신의 눈앞에 펼쳐진 풍경이었습니다.
 
세영이 죽기 일주일 전이었나요.
 
세영은 그의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습니다.
 
새근거리는 숨소리가 들려옵니다.
 
도해준:진짜 잘자네...
 
▶: KPC가 자는 동안 책상을 살필 수 있습니다.
 
도해준:(곤히 잠든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 책상 위를 둘러본다)
 
책상 위에는 노트 한 권이 펼쳐져 있습니다.
 
도해준:..? 숙제하고 있었나? (힐끔 노트를 들여다 봐)
 
난잡한 글씨가 이리저리 적혀 있습니다.
 
'꽃', '병?', '병원에 가보기', '부모님께는…'
 
같은 단어들을 간간히 알아볼 수 있습니다.
 
도해준:병...? 어디 아픈가..?
 
도해준 관찰 판정
 
도해준: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74
판정결과: 실패
 
뒷장에 뭔가 더 있는 것 같은데... 팔로 누르고 있어서 볼 수가 없습니다.
 
도해준:(몰래 빼내면 깨려나..? 자고있는 세영의 눈치를 본다)
 
당신이 세영의 눈치를 보고 있으면, 그의 몸이 들썩이더니 천천히 일어납니다.
 
도해준:..!
 
한세영:... 뭐해..?
(눈 부빗..)
 
도해준:아, 아무것도 아니야.
 
도해준 지능 판정
 
도해준:
지능
기준치: 75/37/15
굴림: 98
판정결과: 실패
 
많이 피곤했던 걸까요?
 
최근 자주 졸려하는 것 같습니다.
 
도해준:너 요즘 자주 피곤해하는 것 같다?
 
한세영:그런가....?
뭐... 연습 때문인가보지,,,
 
도해준:연습을 얼마나 하길래 그래.. 너무 무리하는거 아니야?
 
한세영:여름이라 더 그런 걸지도 모르지...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한세영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한세영:그, 나 화장실이 급해서... 너 먼저 가!
 
입을 가리고 힘겹게 말하고는, 급하게 문을 열고 뛰쳐나갑니다.
 
도해준:...응?
 
연신 들려오는 기침소리와 다급한 발소리.
 
세영이 떠난 자리에는 달콤한 향이 남아 있습니다.
 
도해준:병....진짜 어디 아픈가..? (세영이 떠난 자리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봐)
 
▶: 그대로 집으로 향하거나 Kpc를 쫓아 복도로 나갈 수 있습니다.
 
도해준:... (요즘 상태도 그렇고 걱정이 되니 그냥 집에 갈 수가 없었다. 교실에서 나와 화장실 방향으로 걸어)
 
교실 밖 복도에는 붉은 햇빛이 창틀 사이로 쏟아지고 있습니다.
 
도해준 관찰 판정
 
도해준: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88
판정결과: 실패
 
화장실 쪽으로 가까이 갈수록 짙은 꽃향기가 납니다
 
머리가 아플 정도로 진한 향기에 눈앞이 아찔해집니다.
 
화장실에서는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도해준:야... 한세영..?
 
도해준 듣기 판정
 
도해준:
듣기
기준치: 65/32/13
굴림: 35
판정결과: 보통 성공
 
화장실 안에서 흘러나오는 기침소리와, 작은 신음소리.
 
그리고 무언가를 토해내는 소리.
 
이건.. 한세영의 소리인가요?
 
그 장면을 마지막으로, 당신의 눈앞은 하얗게 물들어갑니다.
 
균형을 잡기가 어렵습니다.
 
그렇게 당신은…
 
장면전환
 
… 깜빡, 깜빡.
 
익숙한 천장이 보입니다.
 
당신의 방이에요.
 
언제 돌아온 것일까요?
 
당신은 침대에 쓰러져 자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방금 본 것은 꿈?
 
자신의 망상에 불과한 건가요?
 
도해준:... (이젠 기억이 끊어지는 것이 익숙해져버렸다. 이젠 회상에 이어 꿈에까지 네가 나오기 시작하네... 분명 어디가 아팠던 것 같은데... 가까이 있었으면서 왜 몰랐을까)
 
1년 전, 세영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끝없는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당신의 방은 아침에 나올 때와 같습니다.
 
침대와 책장, 책상이 있습니다.
 
도해준:... ... (비틀거리며 침대에서 일어나 책장으로 향한다)
 
도해준 자료조사 판정
 
도해준:
자료조사
기준치: 70/35/14
굴림: 3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책 한 권이 눈에 띕니다.
 
도해준:(눈에 띄는 책을 꺼내든다. 이거라도 읽어서 생각을 멈춰둘까 해서)
 
[ 거대한 빛의 구체가 틈새를 향해 모여들었다. … 시공간의 가장 먼 곳보다 더 멀리 있는 혼돈의 핵 속에서 영원히 부글거리는 원초적 점액…]
 
도해준:... 이런 책이 있었나..?
 
거실에는 Tv가 켜져 있고,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뉴스: ... 병이 발견된 지 대략 1년째, 인체에 큰 해악을 끼치지는 않지만 현재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환자들은 공통적으로 꽃을 토하는 증상을 보입니다. 꽃의 종류는 천차만별입니다.
이런 독특한 증상에서 이름을 따와 해당 병을 '하나하키 병'이라고 명명했습니다.
병의 원인은 짝사랑이라는 의견이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짝사랑의 감정이 해소되자 병이 나았다는 사례에 대한 보고가 여러 차례 있었으며…
 
도해준:하나하키......짝사랑....? (뉴스에서 들려오는 단어들을 작게 읊조린다. 꿈 속 세영에게서 났던 꽃향기는 저것 때문이었을까. 그렇다면 짝사랑은 누굴...)
 
기자의 목소리와 함께 Tv 화면에 병원의 모습이 비칩니다.
 
그러고 보니, 방금 꿈에서 본 그 날 이후로 세영은 일주일간 학교를 오지 않았습니다.
 
연락 하나 없이, 선생님의 입으로 근처 대형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만을 전해 들었죠.
 
별 일 아닐 거라고, 다음에 만난다면 잔뜩 잔소리를 해 줘야지.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만난 너는, 하얀 국화 사이에서 환하게 웃고 있었습니다.
 
도해준:... ...(TV를 보고 있자니 자꾸 네가 생각나서 입술을 짓이기듯 물어)
 
그때, 세영을 찾아가 봤더라면 무언가 달라졌을까요?
 
그 병원에 가봤더라면…
 
...
 
다음 순간, 당신이 눈을 깜빡인 그 순간.
 
주변 풍경이 뒤바뀝니다.
 
장면전환
 
당신이 서 있는 곳은 병원 앞.
 
세영이 입원했던 그 병원입니다.
 
이것도 단순한 환상인 걸까요?
 
생생하게 느껴지는 오감이 당신을 혼란스럽게 만듭니다.
 
도해준 이성 판정
 
도해준:
SAN Roll
기준치: 64/32/12
굴림: 78
판정결과: 실패
 
이성 -1
 
하늘은 붉습니다.
 
지독하게 외로운 노을의 색.
 
몇 번이고 너를 떠올리게 만드는 색.
 
휴대전화 날짜를 확인해 보면 세영이 죽기 하루 전날임을 알 수 있습니다.
 
도해준:지금... 내가...(제대로 보고 있는게 맞나..? 이제 어떤게 현실이고 어떤게 망상인지 모르겠다. 네가 없어진 나머지 미쳐버린건가?)
(직접 보면 알겠지. 어떤게 현실인지. 높은 병원의 건물을 잠시 올려다 보다 안으로 들어간다)
 
병원으로 들어서면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과 환자, 안내데스크와 양쪽으로 이어진 복도가 보입니다.
 
왼쪽 복도에는 양쪽으로 병실이 늘어서 있고, 오른쪽 복도로는 진료실 문 여러 개가 보입니다.
 
도해준:(병실을 두리면 거리며 세영의 병실을 찾아)
 
104호 병실 앞에 붙여진 이름표에서 익숙한 이름을 발견합니다.
 
세영의 이름입니다.
 
도해준:여기구나... (바짝 말라가는 목에 침을 삼키고 병실 문을 열어)
 
병실은 1인실로, 지금은 비어 있습니다.
 
침대 위에 세영의 것으로 보이는 물건들과 구겨진 종이뭉치가 늘어져 있습니다.
 
침대 옆 선반 위에는 진료차트가 놓여 있습니다.
 
도해준:어디... 갔나보네... (병실 안으로 들어와 구겨진 종이를 펼쳐본다)
 
펼쳐보면 구겨진 편지지임을 알 수 있습니다.
 
위쪽에 적힌 해준이에게. 한 마디를 제외하고는 백지입니다.
 
도해준:... ... (자신이 적었던 것과 비슷한 편지에 눈물이 날 뻔했다. 뭘 쓰려고 했던 걸까..)
(편지지를 침대 옆 선반에 내려두고 진료차트를 넘겨본다)
 
도해준 이성 판정
 
도해준:
SAN Roll
기준치: 63/31/12
굴림: 57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 -1
 
주변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는 것만 같습니다.
 
이 사실을 한세영도 알고 있다면, 그렇다면…
 
그 아이가 죽은 이유는…
 
도해준:정말.....정말 바보 같잖아...
 
눈앞이 캄캄해지며 세상이 어둡게 물들어갑니다.
 
장면전환
 
병실의 풍경을 어둠이 집어삼킵니다.
 
당신은 어둠밖에 존재하지 않는 공간에 서 있습니다.
 
바로 눈앞에 있을 당신의 손도 제대로 보이지 않습니다.
 
이것도 꿈인가요?
 
도해준 이성 판정
 
도해준:
SAN Roll
기준치: 62/31/12
굴림: 50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 -1
 
도해준:여긴... (아무것도 보이는 것이 없으니 빛이라도 있을까 주변을 둘러본다)
 
주변을 둘러보면, 저 멀리에 작은 불빛이 보입니다.
 
빛을 향해 걸어가도 발을 딛는 느낌이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분명 당신은 빛에 가까워져 갑니다.
 
느낄 수 있습니다.
 
어두운 공간 속을 헤치고 나아가면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시간을 되돌리고 싶나?"
 
공간 전체를 울리는 것 같은 위압적인 소리가 들려옵니다.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사람의 목소리입니다.
 
하지만, 어딘가 낯익은…
 
도해준:무슨...
 
그때, 당신의 머리에 잊고 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이제야 기억이 나나요?
 
당신은 누군가에게 빌었습니다.
 
한세영이 죽기 전으로 시간을 되돌려 달라고.
 
그렇게 허무하게 너를 빼앗아 가지 말라고.
 
그리고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와 당신에게 물었죠.
 
당신의 답은 물론…
 
꿈이 아니에요, 도해준.
 
당신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입니다.
 
첫사랑을 다시 만날 기회.
 
너와 여름을 함께할 기회.
 
그리고, 너를 살릴 기회.
 
어째서 잊고 있었던 걸까요?
 
잊을 수 있는 일이 아닌데도.
 
뒤죽박죽이었던 기억들이 맞물려갑니다.
 
도해준:... ... 돌려줘... (어둠 속에서 물이 차오르는 듯한 감각은 곧 눈에서 물이 떨어진다) 그 바보가.... 한세영이 멍청한 짓을 하기 전으로...
 
어느새 당신은 빛에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네모난 문이라도 되는 듯, 어둠 속에 하얀빛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눈을 뜨세요, 도해준.
 
현실로 돌아갈 시간이에요.
 
장면전환
 
당신은 눈을 뜹니다.
 
방과 후, 아무도 없는 교실입니다.
 
지금 시간은 6시 53분.
 
창에 쳐진 커튼에 노을의 붉음이 베여 있습니다.
 
바람에 흔들린 커튼이 스치는 소리만이 들려옵니다.
 
그에 따라 붉은빛이 일렁이며 어두침침한 교실 안으로 흘러듭니다.
 
그 날.
 
바로 그 날입니다.
 
늦여름의 노을이 무척이나 아름다웠던 날.
 
네가 사라져 버린 날.
 
너와 함께했던 마지막 여름날.
 
교실 안에는 당신만이 있습니다.
 
도해준:.... ... 정말...이네.. (교실을 둘러보며 그날을 떠올린다.)
 
한세영은 옥상에 있겠죠.
 
▶: 바로 옥상으로 향할 수도, 교실을 둘러볼 수도 있습니다.
 
도해준:(일단은 교실을 둘러봅니다...)
 
도해준 관찰 판정
 
도해준: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55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당신은 세영의 책상에서 삐져나온 봉투를 발견합니다.
 
백색의 깨끗한 편지봉투입니다.
 
도해준:... ....(아무도 없는 교실에 네 책상으로 걸어가는 발걸음만이 울린다. 널 닮아 어질러진 책상속에서 봉투를 빼내 편지를 꺼내 펼쳐)
진짜....진짜 바보잖아....
(편지를 움켜쥐고 품에 끌어안아버렸다. 이렇게 멍청할 수가 없다.) 무슨 고백이 이래...
(아직 시간이 남아있으니까 이제라도 붙잡아야한다. 더 늦기 전에 그 바보가 또 그 선택을 해버리는 멍청한 일이 있으면 안되니까. 바닥을 박차고 일어나 옥상까지 죽어라 달렸다. 달리기에 소질이 없음에도..)
 
당신은 옥상을 향해 달립니다.
 
복도를 지나치고, 계단을 올라갑니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올라 폐가 터질 것만 같습니다.
 
조금은 녹슨 철문 틈으로 붉은빛이 길게 뻗어 나와 있습니다.
 
도해준:(힘껏 문을 밀어 열고 옥상으로 들어서서) 야!! 한세영!!!
 
문을 열자, 눈부신 햇빛이 쏟아집니다.
 
눈을 뜰 수가 없습니다.
 
기분 좋은 바람이 이마를 간지럽힙니다.
 
반사적으로 감았던 눈을 다시 뜨면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집니다.
 
아찔할 만큼 붉은 노을, 느긋하게 흘러가는 구름.
 
그 아래 서있는 한세영.
 
세영은 눈물 고인 눈을 크게 뜨고 당신을 바라봅니다.
 
한세영:... 해준아?
 
도해준:지금 뭐하는 건데. (손에 들고 있던 편지를 들어보이며) 이러면 내가 아, 그러냐. 그럼 잘 지낼게. 라고 할 줄 알았어?!
 
한세영:.... 아니, 그게... (금방이라도 울어버릴 것 같은 표정을 하고서 답지 않게 우물쭈물한다. 편지, 읽었구나. 근데... 그거만 쓰여있는 게 아닐 텐데...? 깨달음은 한박자 늦게 찾아온다. 울음기 가득한 얼굴이 노을빛처럼 붉어진다. 하늘 때문이라고 변명도 못 하도록 선명한 색이라. 입도 채 열지 못한다)
 
도해준:어릴 때부터 같이 있었는데 없는 게 더 이상하다며! 자전거도 가르쳐 달라며!! (그동안 참아왔던 눈물이 고여 눈 앞에 흐려진다. 그럼에도 또박또박 말을 이어갔다. 널 붙잡아야만 했으니까. 널 제대로 봐야하니까 소매로 눈물을 닦아낸다.) 같이 있는게 좋다면서, 나... 좋아한다며!! 그럼 옆에 있어달란 말이야! 날 두고 그렇게 가도... 가버리면 어쩌자는거야... 나도...
나도 너 좋아한단 말이야!!
 
당신은 당신의 진심을 전합니다.
 
한 글자 한 글자, 그 아이를 생각하는 마음을 담아 또박또박 전달합니다.
 
몇 번이고 당신의 진심을 되묻는 한세영의 목소리.
 
외로웠던 사랑에 종지부를 찍는 순간.
 
세영이 웃습니다.
 
꽃처럼 환하게, 눈앞이 아찔할 만큼 환하게.
 
바람을 타고 흘러오던 꽃향기가 물거품처럼 흩어집니다.
 
손끝에 닿는 생생한 감각, 꿈이 아닙니다.
 
한세영:.. 나도, 진짜 좋아해. 그니까 울지 마. (아직도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아주며 말갛게 웃는다. 아까 울 것만 같았던 표정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도해준:이 바보야... 개자식아....(어깨를 퍽 때려)
 
한세영:... 아! 야, 그렇다고 이렇게 세게 때리면, (악)
 
늦여름, 노을이 지는 풍경.
 
그 풍경을 보아도 더 이상 외롭지 않습니다.
 
끝나가는 여름이 우울하지 않습니다.
 
두 사람이 함께하는 여름이니까요.
 
END 1. 여름, 우울의 끝.
 
Kpc, 탐사자 생존.
 
생환 보상 이성 회복 1d10
 
두 사람은 몇 번이고 함께 여름을 맞을 겁니다. 더 많은 추억들을 쌓아가겠죠.
 
도해준:
rolling 1d10
 
(
1
 
)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