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enario Writer : 미증유(@nevxrheard)

 

 

2021. 05. 19

Lily Renaia Kale Citron

KP : 곰탱

PL : 레시펜들턴

 

 
세션카드
 
나의 작은 죽은 변호사
 
Written By. 미증유(@nevxrheard)
 
2021. 05. 19
 
14 : 04
 
KPC. 케일 시트런
 
PC. 릴리 레나이아
 
START
 
좋은 아침입니다, 릴리!
 
오늘은 아주 즐거운 날이죠.
 
바로 유산을 받는 날입니다!
 
어제부로 아버지의 장례식과 애도 기간이 끝났습니다.
 
장례식에서 추도사를 읊으며 울컥 목이 메이는 척하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뭐, 그래도 산 사람은 살아야 하니까요.
 
릴리 레나이아:하... 연기도 어느 정도여야 말이지.
 
이제 드디어 자신의 몫을 받을 차례입니다.
 
지금 일어난 이 저택부터 시작해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막대한 재산을 생각해 보아요.
 
아, 바로 이것이 백만장자의 냄새로군요.
 
굿 바이, 대디! 헬로, 밀리언 달러스!
 
콧노래를 부르며 1층으로 내려오면 대기하고 있던 집사가 아침을 먹을지 물어보네요.
 
흠, 어떻게 할까요.
 
지금 시각은 아침 7시.
 
변호사 케일과의 약속은 그의 사무실에서 9시에 잡혀 있습니다.
 
케일이 밀봉되어 있던 유언장을 공개하고 집행하기로 되어 있죠.
 
아침을 먹기에는 시간이 조금 빠듯할지도요.
 
릴리 레나이아:생각 없으니 준비하지 마.
 
그래요, 오늘처럼 중요한 날에는 늦을 수 없죠.
 
게다가 평소 케일의 깐깐한 일처리를 생각해 보면 더욱.
 
하지만 그만큼 실력이 훌륭하니 케일보다 곱절은 깐깐했던 아버지가 그렇게 예뻐하셨겠죠?
 
물론 이제 이 집안의 주인은 당신이니 오늘 이후로도 법적 대소사를 맡길지 어쩔지는 오로지 당신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자, 이제 나갈 준비를 해 볼까요?
 
릴리 레나이아:(피식)난 예뻐할 수가 없었겠지. (셔츠의 단추를 잠그며) 이제 가식 떨 필요도 없는건가.
 
릴리 외모 판정
 
릴리 레나이아:
외모
기준치: 85/42/17
굴림: 62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음, 오늘도 훌륭합니다!
 
오늘 같은 중요한 날에 풀어진 모습을 보일 순 없죠.
 
자, 이제 다 됐습니다.
 
백만장자가 될 만반의 준비가 다 되었군요.
 
지금 시각은 8시.
 
출발하면 엘레나 가에 있는 케일의 사무실에 딱 맞춰 도착할 시간입니다.
 
얼마 전에 뽑은 포드와 함께 시내로 나가 보자고요!
 
릴리 레나이아:(가벼운 걸음으로 키를 챙겨 나가 운전석에 앉아서는 차의 시동을 걸어)
 
릴리 자동차 운전 판정
 
릴리 레나이아:
자동차 운전
기준치: 50/25/10
굴림: 71
판정결과: 실패
 
이상하게 오늘따라 가는 길이 순탄치 않습니다.
 
왜 이렇게 길을 막고 있는 것들이 많은지, 사고도 날 뻔했지 뭐예요.
 
장면전환
 
엘레나 가 23번지.
 
케일의 사무실이 있는 곳입니다.
 
당신이 차에서 내려 사무실로 향하면,
 
어라? 뭔가 이상해요.
 
주변이 조금 어수선합니다.
 
원래도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이긴 하지만, 어쩐지 분위기가 다르다고 해야 하나, 이건.......
 
릴리 레나이아:?.. 무슨 일 있나?
 
그때, 당신의 눈에 케일의 사무실 앞에서 진을 치고 있는 경찰들이 보입니다.
 
이 아침부터 대체 무슨 경찰들이란 말이죠?
 
게다가 굉장히 어수선한 이 분위기.
 
불안감이 엄습합니다.
 
그래요, 무언가 일이 단단히 잘못된, 아주 끈적한 재난의 예감이 당신의 살갗을 기어오릅니다.
 
릴리 레나이아:설마...(엄습하는 불안감에 눈을 슬 찌푸려)
 
그리고 그때 당신의 귓가에 신문팔이 소년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신문팔이 소년: 호외요! 호외! 도시 한가운데서 살인사건! 피해자는 게다가 변호사! 한 변호사가 변사체로 발견됐답니다!
 
릴리 레나이아:뭐...?
 
...... 그게 무슨 소리죠?
 
변호사가 죽은 채로 발견됐다는 게?
 
릴리 레나이아: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야...(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사무실 앞에 줄지어 서있는 경찰에게 다가간다)
 
경찰에게 다가가면 그 중 익히 아는 사이인 관할서 '파월 경감'이 보입니다.
 
당신의 관할서에서 근무 중인 경감이죠.
 
나이는 46세. 좋게 말하면 온화하고, 나쁘게 말하면 소극적인 스타일입니다.
 
당신이 가끔 소소한 말썽으로 경찰서에 가게 될 때마다 당신의 편의를 봐주었습니다.
 
릴리 레나이아:(딱 좋은 사람이 있네) 이봐요, 경감님. 여기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테리 파월:아, 릴리. 오랜만이네. 케일 씨가 자신의 사무실에서 변사체로 발견되었어. 아마도 지난밤 강도가 든 것 같네.
 
릴리 레나이아:뭐라고요..? (순식간에 표정이 일그러진다) 강도라니. 그럼 뭐가 사라진겁니까?
 
테리 파월:사무실 금고에 있던 현금과 몇 가지 서류가 사라졌네.
 
릴리 레나이아:서류라니.. 무슨 서류 말입니까? (설마...)
저희...(아랫입술을 꾹 깨물고는) 아버지 유언장은요?
 
테리 파월:금고 안에는 없었어. 사무실 안을 다 검토해봤지만 유언장이 나온 적은 없었네. 아무래도 같이 사라진 모양이야.
 
릴리 레나이아:...하...! 젠장...(한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가 바로 옆에 있던 벽을 걷어차며) 제기랄!! 사무실 경비는 뭘하고 있었던 겁니까?!
 
테리 파월:일단 진정하게, 릴리. (흥분을 가라앉히라는 듯 양손을 든다) 그건 지금 우리가 조사하고 있으니까. 뭔가 나오는대로 알려주겠네.
 
아니, 이게 무슨 소리죠?
 
유언장이 사라졌다고?
 
누가 대체 변호사 사무실을 털어서 남의 유언장을 훔쳐 간단 말입니까?
 
게다가 변호사를 죽여 가면서까지.
 
믿기 어려운 말들이 이어지던 도중에 당신의 머릿속에 문득 그 끈적하고 불길했던 예감의 실체가 스칩니다.
 
아버지의 가장 최근 유언장이 사라졌다면......
 
일전에 법원에서 검인되어 효력이 있는 유언장은
 
내 모든 전 재산은 사회에 환원하며 그 과정과 절차는 전부 변호사 케일 시트런에게 위임한다
 
고 써 있던 그 전 유언장입니다.
 
릴리 레나이아: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거의 다 됐는데... (힘줄이 선명하게 드러난 주먹을 쥐고는 사무실을 올려다보며) 제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겠습니다. 비켜서세요...
 
그래요, 릴리.
 
이대로라면 은행에 가득히 쌓여 있는 수백만 달러가, 여러 사용인이 딸린 대저택이, 그리고 몇백 헥타르의 땅이 송두리째 사라진다는 뜻입니다.
 
이거야말로 청천벽력입니다.
 
말해 보세요, 도련님.
 
재난은 어떤 소리를 내던가요?
 
유산을 한푼도 못 받게 될 위기에 처한 사실을 깨닫게 된
 
릴리, 이성 판정
 
릴리 레나이아:
SAN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82
판정결과: 실패
 
이성을 1d3만큼 손실합니다.
 
릴리 레나이아:
Rolling 1D3
굴림: 1
 
이성 -1
 
테리 파월:(당신의 행동에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막아선다) 외부인을 사건 현장에 들일 순 없네. 자네도 잘 알지 않는가. 우선 경찰 측에서 최선을 다 하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주게.
 
▶: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대인 관계 판정을 통해서 파월 경감의 마음을 움직여야 합니다.
 
릴리 레나이아:(어이없다는 듯이 코웃음을 치고는) 외부인? 그게 지금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이 일 때문에 제가 보게 될 손해가 얼마인지, 경감님도 잘 아실텐데요. (말재주 판정합니다.)
 
릴리 말재주 판정
 
릴리 레나이아:
말재주
기준치: 45/22/9
굴림: 77
판정결과: 실패
 
테리 파월:잘 알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것 아닌가.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을 걸세.
 
릴리 레나이아:그걸 어떻게 믿고 기다립니까? 유언장 집행일이 오늘인데 얼마나 걸릴 줄 알고요. 게다가 그 죽은 변호사.. 저희 아버지 사람이니 관계가 없다고 할 수 없죠. (말재주 재판정 합니다..)
 
릴리 말재주 판정
 
릴리 레나이아:
말재주
기준치: 45/22/9
굴림: 83
판정결과: 실패
 
파월 경감은 계속되는 당신의 고집에 졌다는 듯 깊게 한숨을 내쉬더니 그렇다면 자신이 동행한다는 조건으로 딱 ‘15분’만 사무실 안에 있게 해 주겠다고 합니다.
 
테리 파월:따라오게.
 
릴리 레나이아:... ...
 
빠드득.
 
파월 경감을 따라 걷는 당신의 발 아래에 불안감이 웅덩이처럼 밟힙니다.
 
장면전환
 
당신이 1층 로비를 지나서 2층 사무실에 도착하면 보이는 풍경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살인 사건 현장' 그 자체입니다.
 
죽어 있는 시체, 난장판이 된 서류 더미들, 열려 있는 금고.......
 
누가 봐도 이곳에서 강도 살인이 일어났다고 외치고 있는 수준입니다.
 
직접 눈으로 이것들을 보고 나니 이제야 이 모든 것이 실감이 날지도 모르겠습니다.
 
릴리 이성 판정
 
릴리 레나이아:
SAN Roll
기준치: 69/34/13
굴림: 88
판정결과: 실패
 
이성 -1
 
테리 파월:딱 15분일세. 시체나 현장을 만지거나 훼손해서는 안 되네.
 
파월 경감의 주의사항이 잇따르고 나면 이제 사건 현장을 둘러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제한된 시간만이 주어졌기 때문에, 탐사자는 모든 판정 및 질문을 총 7회만 할 수 있습니다.
판정의 성패 여부와 상관없이 일단 판정을 하고 나면 1회 차감됩니다. 질문 또한 한 번 할 때마다 1회 차감됩니다. 따로 관련 NPC가 나오지 않는 이상 질문은 파월 경감에게 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1920년대는 아직 현대와 같은 정교한 과학 수사가 도입되기 전입니다. DNA 검사와 같은 감식은 당연히 불가능합니다.
 
케일의 시체, 사무실 바닥, 사무실 창문, 금고를 조사할 수 있습니다.
 
릴리 레나이아:하...(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시체로 다가간다)
 
사람의 시체를 보는 건 처음인가요 아니면 익숙한가요, 당신?
 
뭐가 됐든 좋습니다.
 
당신의 눈앞에 있는 케일은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멀쩡하게 보았던 그 모습 그대로입니다.
 
의자에 앉아 있는 채로 고개가 뒤로 젖혀진 채 축 늘어져 있는 케일은 완연히 창백한 동시에 눈이 감겨 있는 모습이 얼핏 보면 잠든 사람처럼 보입니다.
 
목덜미에 선명하게 찍혀 있는 교살의 흔적만 없다면 말입니다.
 
▶: 관찰이나 의료 판정을 하거나 파월 경감에게 질문할 수 있습니다.
 
릴리 레나이아:... ...(시체를 보는 것은 익숙했지만 어제까지 멀쩡하던 사람이 죽어있는 모습이 믿기질 않았다. 그것도 이 사람이... 조금의 불편한 감정을 묻어두고 시체에 시선을 두며) 죽은 지 얼마나 됐습니까..?
 
테리 파월:약 7-8시간 정도 된 것으로 추측하고 있네.
 
릴리 레나이아:그럼... 새벽 1시에서 2시 사이인가...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시체를 살펴본다) (관찰력 판정 합니다)
 
릴리 관찰 판정
 
릴리 레나이아: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1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목덜미를 자세히 보면 손으로 목을 졸라 죽였는지 멍과 울혈이 울긋불긋하게 나 있습니다.
 
또한 평소 칼같이 정갈하던 케일의 수트가 엉망으로 흐트러져 있는 걸 봐서 몸싸움이 제법 있었던 것 같습니다.
 
릴리 레나이아:... 몸싸움으로 봐서는 모르는 사람이었거나.. 놀랄 만한 사람이었나..(하긴 강도라고 했으니까. 결국 시체에서 시선을 돌려 바닥으로 내린다)
 
간밤의 비극적 소란을 대변하는 듯 서류를 비롯한 종이와 물건들이 어지럽게 떨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유언장으로 보이는 것은 없습니다.
 
다만, 널려져 있는 종이들 사이로 핏자국들이 보입니다.
 
살짝 말랐지만 아직 변색이 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아 사건 흔적이 맞는 것 같습니다.
 
▶: 관찰 판정을 하거나 경감에게 질문할 수 있습니다.
 
릴리 레나이아:핏자국...? (목이 졸려서 죽었는데 피가 있다고?) 사인은 질식이 아닌가요? 이건 누구 피죠?
 
테리 파월:케일 씨에게서 찔리거나 베인 상처가 보이지 않으니 범인의 피로 추정하고 있다네.
 
릴리 레나이아:...(턱을 슬 매만지며) 그럼 주변 병원에 그런 환자가 들어온 이력은요?
 
테리 파월:안 그래도 관할 병원들에 다 물어봤지만 간밤에 문을 열었던 병원은 한 군데도 없었어. 아침에 개원한 뒤로도 자상 치료를 위해 방문한 사람은 없었다고 하더군.
 
릴리 레나이아:그럼 관할을 벗어났다는 건가... (그리곤 조금 서둘러 유언장이 있었을 금고를 살펴본다.)
 
케일이 중요한 물건들과 금품을 보관해 두는 금고입니다.
 
원래였다면 바로 여기에 밀봉된 유언장이 들어 있었을 겁니다.
 
지금은 1달러짜리 두어 개만 남겨진 채 아무것도 없지만요.
 
금고 문에는 억지로 딴 흔적이 역력합니다.
 
당신이 금고를 살피고 있던 그때, 근처에서 최초 목격자와 그를 조사 중이던 경찰관 사이의 대화가 들립니다.
 
▶: 듣기 판정을 하거나 목격자에게 따로 가서 질문할 수 있습니다.
 
릴리 레나이아:(살짝 고개를 돌려 대화 소리를 엿듣는다)
 
릴리 듣기 판정
 
릴리 레나이아: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5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들리는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최초 목격자는 1층 로비를 지키고 있던 경비원.
 
처음 사건을 목격한 것은 아침 8시 반 정도입니다.
 
케일 앞으로 편지가 왔길래 전달하기 위해 올라왔다가 참변을 목격하고 경찰에 신고하게 된 것입니다.
 
간밤에 경비원은 밤 10시부터 오늘 아침까지 근무했으며, 그동안 케일이 밖에 나갔다가 돌아오는 모습을 두 번 봤다고 합니다.
 
그동안 그에게서 별다른 이상한 점은 보지 못했다고 합니다.
 
릴리 레나이아:(금고에서 떨어져 목격자에게 다가간다.) 여기 경비원이시죠? 간밤에 시트런씨를 본게 몇시였는지 기억하십니까?
 
경비원:첫 번째는 밤 11시 경에 사무실로 들어오는 모습을 봤어요. 마무리 해야 할 잔업이 남아서 왔다고 하셨죠. 두 번째는 자정 쯤이었어요. 잠시 바람을 쐬겠다며 나갔다가 한 시간 쯤 지나서 다시 오셨습니다.
 
릴리 레나이아:그렇군요... 아침에 왔다는 편지는 누가 보낸거죠?
 
경비원:봉투에 '요그 소토스 클럽'이라고 적혀있는 초대장이었어요. 이미 경찰에 제출해서 보여드릴 순 없을 것 같네요..
 
요그 소토스 클럽이라면 이 도시의 유명한 사교 모임 중 하나입니다.
 
당신 역시 그곳에 주최하는 모임에 참여한 적이 몇 번 있으며 당장 두 달 전 열렸던 파티에도 간 적이 있습니다.
 
거기에서 케일과도 마주쳤었죠.
 
초대장이라면 아마 내일 열릴 자선 파티에 대한 초대장일 겁니다.
 
당신도 어제 받았으니까요.
 
릴리 레나이아:알겠습니다.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고개를 까딱 숙이고는 옆에 있던 창문으로 다가간다)
 
여닫을 수 있게 되어 있는 평범한 창문이지만 안쪽에서 잠글 수 있도록 단단한 걸쇠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걸쇠나 창이 부서지는 등의 밖에서 안으로 억지로 침입한 흔적은 전혀 없습니다.
 
▶: 관찰 판정을 하거나 경감에게 질문할 수 있습니다.
 
릴리 레나이아:경비원이 못 봤다면 여기로 들어오고 나갔을 텐데..(창문을 자세히 살펴본다)
 
릴리 관찰 판정
 
릴리 레나이아: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47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아무리 살펴보아도 깨끗합니다.
 
적어도 범인이 창문을 통해 들어오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릴리 레나이아:창문이 아니라면 어디로 들어온거야..(일이 풀리는 느낌이 전혀 없으니 다소 신경질적인 목소리였다.) 창문과 출입문 말고 다른 경로는 없습니까?
 
테리 파월:(고개를 젓는다) 비밀 통로라든지 그런 건 존재하지 않네. 이 사무실에 들어오려면 창문과 사무실 문 두 가지 방법밖에 없어.
 
정말 이상한 일입니다.
 
창문에는 침입한 흔적이 없고 밤새 누군가 들어온 적도 없는데 변호사는 죽어 있고 유언장은 사라졌습니다.
 
이게 그 말로만 듣던 밀실 살인인가요?
 
세상에, 그런 건 추리 소설에서나 보는 건 줄 알았는데.
 
테리 파월:15분 지났네. 이제 나가도록 하지.
 
당신이 채 골몰하기도 전에 경감이 다가오더니 이제 시간이 다 됐다고 말합니다.
 
릴리 레나이아:... 알겠습니다. 가시죠.
 
경감을 따라 사무실 밖으로 걸음을 돌리려는 찰나, 당신의 머릿속에 무언가 스칩니다.
 
그도 그럴 것이 분명 어떤 위화감을 느끼지 않았었나요?
 
이건 어떤 본능적인 직감입니다.
 
돈에 관해서라면, 적어도 자신이 받을 유산에 관해서라면,
 
그리고 그것이 송두리째 날아가게 생긴 위기 앞에서 발동하는 인간의 어떤 예리한 집착 같은 것 말입니다.
 
릴리 지능 판정
 
릴리 레나이아: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95
판정결과: 실패
 
케일의 시체를 다시 봐야 한다는 생각이 막연하게 듭니다.
 
우뚝 멈춘 당신의 걸음을 경감이 재촉합니다.
 
하지만 당신의 머릿속에는 이대로 나가서는 안 된다는 경고음 같은 것이 들려요.
 
다시 케일의 시체를 봐야 할 것 같은 본능적인 예감이 자꾸만 당신의 발목을 잡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 시체를 다시 한번 보기 위해서는 경감에게 대인 판정을 한 번 더 시도해야 합니다.
혹은 정말 그럴듯한 변명이나 인상적인 RP를 한다면 시체에 딱 한 번의 판정을 더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습니다.
 
릴리 레나이아:(뭔가 이상해..)... 잠시만요. 아주 잠깐이면 됩니다. (고개를 돌려 케일의 시체를 바라본다.) ... 그래도 아버지와 일하던 사람인데 인사 정도는 하게 해주시죠. (그딴 늙은이랑 일하든 말든 상관없지만)
 
테리 파월:... 알겠네. 그렇게 하게.
 
릴리 레나이아:..감사합니다. (형식적인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시체로 다가가 인사를 하는 척 살펴본다)
 
경감의 허락을 받아 시체에 다시 접근하는 당신의 오감은 점점 더 날카로워집니다.
 
약간의 울렁이는 느낌이 동반되고 있지만 무언가 중대한 것을 깨닫기 직전의 매서운 긴장감에 가깝습니다.
 
릴리 관찰 판정
 
릴리 레나이아: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86
판정결과: 실패
 
당신은 케일의 시체를 눈으로 열심히 훑습니다.
 
눈을 감은 채로 창백한 얼굴부터 얼룩덜룩한 목덜미, 흐트러진 수트,
 
그리고 이윽고 의자 팔걸이 아래로 축 늘어진 손에 이르자 그제야 당신은 위화감의 정체를 깨닫습니다.
 
케일의 오른손이 평소와 다르게 굳은 살 하나 없이 매끈합니다.
 
릴리 레나이아:원래... 이랬던가..?
 
당신은 알 수 있습니다.
 
자신의 눈앞에 있는 것은 분명 케일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이것은 케일이 아니라는 것을.
 
이성적으로나 논리적으로나 말이 되지 않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얼굴도 옷도 키도 다 똑같은데 케일이 아니라니요.
 
겨우 굳은 살 따위로 그가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하다니.
 
하지만 재난 앞에서 잔뜩 벼려진 당신의 본능이 분명하게 말해 주고 있어요.
 
악수할 때마다 느껴지던 그 단단한 굳은 살을 떠올려 봅시다.
 
이 도시, 아니, 온 나라에서 손가락에 굳은 살이 없는 변호사란 없습니다.
 
특히 케일처럼 열심히 일하는 변호사라면 더더욱.
 
그건 일종의 직업병이요, 직업적 성실함의 증거이기도 하단 말입니다.
 
그렇기에 이 기묘한 살인 사건의 현장 가운데에서 당신은 직감할 수 있습니다.
 
이건 케일의 시체가 아니라고.
 
릴리 레나이아:말도 안되는... 그럼 이건 누구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아니, 오히려 더 복잡해졌죠.
 
이 시체가 케일이 아니라면 대체 케일은 어디에 있는 걸까요?
 
그리고 왜 유언장은 사라진 걸까요?
 
모든 것이 이상하기 짝이 없습니다.
 
어쨌든 지금 당신에게 중요한 건 사라진 유언장이고 그것이 케일과 관련이 있는 건 확실해 보입니다.
 
릴리 레나이아:설마... 유언장을 가지고 도망쳤다고..?
 
테리 파월:이제 정말 가야 해, 릴리. 유언장 관련해서 새로운 게 나오면 바로 연락하겠네.
 
당신을 건물 밖으로 내보낸 파월 경감은 그렇게 당신과의 대화를 마무리하고 다시 안으로 들어가 버립니다.
 
이제 당신은 뭘 어떻게 해야 하죠?
 
경찰이 유언장을 찾아 주기를 기다려야 하는 걸까요?
 
하지만 유언장 검인을 위해 법원에 제출까지 남은 시간은 약 사흘에 불과합니다.
 
그때까지 마냥 가만히 기다리기에 당신의 유산은 너무 막대한 재화가 아니던가요.
 
릴리 레나이아:(복잡하고 불쾌한 심경에 손으로 눈 위를 슬 문지르고는) 그 늙은이의 변호사라 이건가... 끝까지 뜻대로 되는게 없어.
 
그리고 그때, 당신의 눈에 띄는 것이 있습니다.
 
건물 바로 옆 골목에 있는 쓰레기장이 정신없이 어질러져 있습니다.
 
평소에도 지저분한 골목이긴 했지만 저렇게 쓰레기들이 난장판이 되어 있는 것은 처음 보는군요.
 
꼭 마치......
 
누군가 그 위로 뚝 떨어진 것처럼.
 
천천히 쓰레기더미들에서 위를 올려다보면, 2층 케일의 사무실의 창문이 있습니다.
 
그리고 쓰레기더미들 아래 보이는 핏자국들은 골목 더 깊은 곳으로 이어져 있습니다.
 
릴리 레나이아:... 역시 창문으로 나와서 떨어졌나..? (미간을 슬 찡그리며 사무실을 올려다 보다 핏자국을 따라 골목 안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수상한 핏자국을 살피고 있던 찰나, 당신의 귀에 갑작스러운 비명이 들립니다.
 
도둑이야!
 
릴리 레나이아:..?!
 
비명이 들리는 쪽을 보니 모자를 눌러 쓴 사람이 무언가를 들고 정신없이 달아나고 있고 그 뒤로는 소리를 지르고 있는 남자가 보입니다.
 
그리고 도둑으로 추정되는 그 사람은......
 
어? 기분 탓인가요?
 
어쩐지 케일과 비슷한 체형인 것 같았는데.
 
▶: 당신은 두 가지 상황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1. 건물 옆 골목을 조사한다.
2. 도둑을 쫓아간다.
 
릴리 레나이아:... (지금 저런 사람을 신경 쓸 때가 아니지. 도둑을 바라보던 시선은 다시 골목으로 향해 핏자국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도둑이 신경 쓰이기는 하지만 이 이상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좀 더 명확한 증거를 쫓을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골목 안쪽으로 더 들어가 보면 방금 본 것처럼 엉망으로 널려 있는 쓰레기들 사이를 지나가게 됩니다.
 
당신이 잘못 본 게 아니었어요.
 
분명 이건 혈흔입니다.
 
안쪽 깊고 어두운 골목으로 이어져 있어요.
 
뭔지는 몰라도 케일의 사무실에서 누군가 창문으로 뛰어내려 골목 안쪽으로 간 게 분명합니다.
 
어떻게 다시 그 창문이 닫히게 된 건지는 몰라도요.
 
그렇다면 그 누군가는 과연 누구일까요?
 
▶: 쓰레기 혹은 혈흔 등에 대해 관찰 판정이 가능합니다.
 
릴리 레나이아:... 한 명. 짐작가는 사람은 있지. (혈흔을 가만히 들여다 본다)
 
릴리 관찰 판정
 
릴리 레나이아: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1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찬찬히 이 난장판을 보고 있자니......
 
어?
 
당신의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습니다.
 
다름 아닌 고급 만년필.
 
은색의 매끄러운 바디와 유려한 촉을 가지고 있는 그것은 뚜껑 부분에 [K.C]가 새겨져 있습니다.
 
릴리 레나이아:(뚜껑을 주워들고는 피식 헛웃음을 지어) 역시...
 
만년필의 상태는 깨끗합니다.
 
건물들 사이에 위치한 이 좁은 골목은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햇볕이 거의 들지 않아 몹시 어둡기 짝이 없습니다.
 
눈이 어둠에 익숙해진다고 해도 아무래도 행동거지가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는 분위기입니다.
 
당신이 한 발씩 안쪽으로 들어가다 보면 아까 쓰레기장에서도 나지 않았던 악취가 슬슬 풍기기 시작합니다.
 
찍찍.
 
세상에, 방금 그 소리는 분명 쥐였던 것 같은......
 
지금 당신의 발목에 뭔가 매끈한 꼬리 같은 것이 스치치 않았나요?
 
으악!
 
릴리 레나이아:(사소한 것들에 신경쓰지 않고 점점 더 깊이 안으로 들어갔다. 정말 그런거라면... 왜 그랬는지나 물어봐야겠지.)
 
혈흔을 따라 한없이 구불구불하게 안쪽으로 이어지는 골목을 더듬듯 따라가다 보면 새삼 이 도시의 이면을 보고 있는 기분입니다.
 
거리마다 울리는 재즈와 멋을 부린 양복쟁이들과 플래퍼들이 포드를 몰며 돌아다니는 거리와 달리 이곳은 정말 축축하고 더럽고 음습하기 짝이 없습니다.
 
도시의 모든 쓰레기들은 보이지 않도록 이곳에 다 몰아 넣어 버린 것 같아요.
 
당신이 유산을 받지 못한다면 어쩌면 이런 곳에서 월세방 하나 얻어 살아야 할지도요.
 
그렇게 당신이 골목을 한참 헤매던 그때,
 
거기 누구야.
 
다소 가쁜 호흡과 함께 싸늘한 음성이 들려 옵니다.
 
릴리 레나이아:... ...
(천천히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
 
그리고 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악질적인 농담처럼 케일이 서 있습니다.
 
피로 얼룩진 셔츠를 입고 당신에게 총을 겨눈 채로.
 
릴리 레나이아:...
 
케일 시트런:.... ... 릴리 씨?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는 탓에 눈을 찌푸린다. 이윽고 너라는 것을 확인하자 표정을 풀며 겨눴던 총구를 내린다) 왜 여기 있어요?
 
릴리 레나이아:역시 살아있었네. 왜냐고? (얼굴이 차갑게 식으며 서늘한 그늘이 내려앉았다.) 정말 몰라서 묻는 건가 아니면... 모른 척하라고 시키던가?
 
케일 시트런:...? 무슨 말을 하고 계신 건지 모르겠는데요. (대뜸 돌아오는 황당한 질문에 눈을 깜빡인다)
 
릴리 레나이아:(일말의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시선으로 바라보며) 그 망할 늙은이의 사람이라 똑같이 뻔뻔한거야? 이런 일까지 꾸며가면서 어지간히도 주기 싫었다고 하던가?
 
케일 시트런:.. 그걸 제가 어떻게 압니까. 나도 지금 다짜고짜 습격 당하고 법조인 생활이 완전 좆되게 생겼는데. 그쪽 아버지가 정말로 시킨 일이라면 내가 이 몰골로 도망이나 치고 있겠어요?
 
릴리 레나이아:시킨게 아니라고? (예상과 다른 반응에 눈가가 살짝 찌푸려졌다.) 아버지라고 하지마. 그딴 새끼, 아버지로 둔 적 없으니까. 그럼 유언장은? 당신이 들고 도망친게 아닌가?
 
케일 시트런:당신의 추측이 틀려서 유감이지만, 그렇네요. (총을 바지 뒷주머니에 차며) 유언장에 관해선 저도 아는 게 없습니다. 일단 제가 가져간 건 아니죠. 어떤 미친놈이 남의 유언장을 가져갔는지는 모르겠지만.
 
릴리 레나이아:하... 그래... 아니라고...(짙은 한숨을 내쉬며 한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이렇게는 안 돼.) 그럼, 그 습격했다는 새끼는 누구지? 몸싸움을 벌였으면 얼굴을 알거 아니야.
 
케일 시트런:복면을 쓰고 있어서 얼굴을 못 봤어요. 게다가 부상도 입은 상태여서.., 그대로 창문으로 뛰어내려 도망치는 바람에 쫓지도 못했고요.
 
릴리 레나이아:젠장... 그게 얼마나 중요한건데...(그럼 그 시체는 누구지? 분명 얼굴은 똑같았는데) 당신이랑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어.. 그 시체. 손 빼고는 전부 똑같았다고.
 
케일 시트런:저도 사무실에 갔다가 제 시체가 발견되었다는 얘길 듣고 얼마나 놀랐는지. (놀라기만 했을까. 울화가 치밀었지. 대체 누군지 몰라도 내 인생을 한순간에 개차반으로 만들었으니) 근데, 손이요? 손이 왜요?
 
릴리 레나이아:(얼굴을 감싸던 손을 내리며 여전히 감정 없는 얼굴을 하고선) 굳은 살 하나 없이 깨끗했거든. 당신 손이랑 정반대로 말이야.
 
케일 시트런:..... (손을 들고 제 손바닥을 내려다본다) .. 그런 건 어떻게 알고 있는 거예요.
 
릴리 레나이아:예전에 처음 악수했을 때 봤던 걸 기억하고 있을 뿐이야. 그래서, 짐작가는 사람도 없나?
 
케일 시트런:별걸 다 기억하고 계시네요. 글쎄요, 그건 아직 모르겠는데... 딱 하나 건진 게 있기는 해요.
 
케일은 무언가를 주머니 속에서 꺼내더니 당신에게 내밉니다.
 
케일 시트런:몸싸움 도중에 그 강도의 옷자락이 찢어지는 바람에 얻게 된 건데 아까 살펴보니 이런 문양이 있더라고요.
어디서 많이 보지 않았어요?
 
케일의 말을 들으며 내밀어진 것을 보자 정말 찢긴 천조각에 어떤 문양이 수놓아져 있습니다.
 
릴리 지능 판정
 
릴리 레나이아: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47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건 요그 소토스 클럽의 문양입니다!
 
파티에 초대받아 갔을 때 파티장 곳곳에 걸려 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아까 요그 소토스 클럽의 초대장에도 실링으로 찍혀 있었죠.
 
릴리 레나이아:이건...(익숙한 문양을 자세히 들여다보며) 여기랑 관련이 되어있다는건가.
 
케일 시트런:어떻게 된 영문인지는 몰라도 이곳과 관련 있을 것 같긴 합니다. 그래서 요그 소토스 하우스로 향하던 도중이었는데.. 릴리 씨도 같이 가실 겁니까? 저 혼자 가도 상관은 없지만요. 유언장은 찾는 내로 연락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케일의 얼굴은 자못 비장하기도 하면서 동시에 절박해 보이기도 합니다.
 
하긴 그도 그럴 게, 자신은 지금 유산이 도둑맞을 위기지만 케일은 삶 자체가 도둑맞을 위기니까요.
 
어떻게 할까요, 릴리.
 
모르긴 몰라도 분명 쉽지는 않은 동행이 될 것 같은데 말이죠.
 
릴리 레나이아:...하... 같이 가죠. (조금의 평정심을 되찾았지만 여전히 짜증나는 상황들 투성이다) 혼자 보내기는 나도 안심이 안되니까.
 
케일 시트런:제가 그렇게 못 미덥나요? (안심이 안 될 이유가 뭐가 있담. 피식 웃는다)
 
릴리 레나이아:지금 나한테 무엇보다 중요한건 그 재산 밖에 없습니다. (모든게 헛수고가 될거야) 그러니까, 가만히 손 놓고 있을리가 없죠.
 
케일 시트런:아.., 예. (결국 날 전부 믿진 못 하겠다는 뜻 아닌가. 대충 수긍하는 척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럼 따라와요.
 
결국 당신은 케일과의 동행을 결심합니다.
 
변호사의 삶과 고객의 유언장을 훔쳐 간 그 자식을 잡기 위해서 말이죠.
 
사실 당신에게는 전자는 알 것 없고 후자만 중요한 걸 수도요.
 
뭐든 상관없습니다.
 
유언장 제출 기간이 끝나기 전에 범인을 잡아야 합니다.
 
케일 시트런:그때 요그 소토스 파티에서 마주쳤었죠. 기억하세요?
 
골목들 사이로 사람들의 눈을 피해 걸음을 옮기던 중, 케일이 나지막하게 물어 옵니다.
 
약 두 달 전 일이니 기억 못 할 리 없죠.
 
우연히 파티장에서 마주쳐서 잠시 짧게 이야기를 나누었었죠.
 
릴리 레나이아:그랬었죠. 기억합니다.
 
케일 시트런:저는 그때, 그 클럽 소속 회원들 중 제 고객분들이 몇 분 계셔서 참석했던 거였어요. 릴리 씨는... 뭐.. 당연히 초대받았을 테고. 혹시 그 파티에서 이상했던 점이나 수상한 거 본 적 있어요?
 
수상한 것들이라.......
 
그때 당신은 여느 때처럼 별다른 일 없이 보냈던 것 같은데 말이죠.
 
그래도 기억을 한번 더듬어 봅시다.
 
릴리 지능 판정
 
릴리 레나이아: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10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여느 호화로운 파티장과 별다를 게 없었던 것 같습니다.
 
볼룸(무도회장)도 볼룸이었지만 따로 마련되어 있는 빌라드룸(당구장)이 아주 멋졌던 기억이 납니다.
 
외국에서 수입해 온 목재로 만들고 조각한 당구대가 근사했었죠.
 
릴리 레나이아:특별히 수상하게 눈에 띄는 것은 없었던 것 같군요.
 
케일 시트런:..... 하긴.. 제가 괜한 걸 물었네요. (다 안다는 것 같은 말투로)
늘 노는 데에 열중이셨으니까.., 이번에도 그러셨을 것 같았어요.
 
....... 맞는 말이기는 합니다만, 대체 케일은 평소에 당신을 어떻게 생각했던 거죠?
 
다른 것도 아니고 파티는 애초에 놀라고 초대받는 곳 아닌가요?
 
릴리 레나이아:그렇게 보였다니 다행이네요. (피식 웃으며) 그러는 시트런씨는 얼마나 대단한 걸 보셨죠?
 
케일 시트런:......
저도 없네요.
 
릴리 레나이아:그럴 것 같았습니다. (다시금 코웃음을 치고는 순간 표정이 가라앉으며) 생각보다 시트런씨는 모르고 있는게 많겠군요. 그 늙은이가 시킨 일만 하셨을테니.
 
케일 시트런:제가 해야하는 것 외에 일까지 제가 굳이 알아야 할 필요는 없지 않나요? (앞만 보고 걷느라 가라앉은 네 표정을 눈치채지 못한 채)
 
릴리 레나이아:그래요. 그렇겠죠. (하긴 당신이랑은 아무상관 없는 일 일테니까) 아주 좋은 자세네요. 계속 그렇게 하시면 문제는 안 생기겠어요.
 
케일 시트런:(네 말을 듣더니 짧게 피식 웃는다) 문제는 당연히 생기면 안 되죠. .. 이미 생기긴 했지만. (속으로 이를 빠득 갈며 눈을 찌푸린다) 솔직히 변호사라고 해서 의뢰인의 모든 걸 알아야 하는 건 아니거든요. 알아야 될 건 내가 처리해야 하는 일에 관련된 정보면 충분하니까.
 
릴리 레나이아:... 그 의뢰인이 어떤 인물이든 그냥 돈만 받으면 그만이다. 라는게 되는건가? (어두운 얼굴로 작게 중얼거리면서도 조금은 앞서 걸어갔다.)
 
케일 시트런:아무래도 변호인이라는 직업이 그렇죠. 그래서 별로 하고 싶지 않았는데.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됐네요. (뭐하러 그런 버러지 같은 인간들 법률 문제를 해결해주고 있어야 하는지.. 여전히 스스로도 납득하지 못하고 있는 문제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달라질 것도 없었으니 반쯤 포기한 채 일만 해온 게 몇 년째였다. 그랬는데 이제 와서 이상한 일에 휘말리기나 하고. 정말 때려쳐야 하는 건가, 싶네. 혼자 생각에 골몰하다가 짜증 섞인 한숨을 내쉰다)
 
릴리 레나이아:그래요, 자세히 알 필요 없어요. 시트런씨와는 아무 상관 없는 사람들이니까. 의뢰가 끝나면 그걸로 끝이잖아요? 자세히 알려고 들지 않는게 목숨에는 지장이 없겠죠. 이미 이런 일이 생겨버렸지만. (다행히 앞서 걷고 있으니 가라앉은 표정은 보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한가지 말해주자면, 표면적으로 보이는 것만 가지고 그렇게 한심하다는 듯이 입을 놀리면 안된다는 겁니다.
 
케일 시트런:그렇게 해도 죽을 뻔하긴 하더라고요. 지금처럼. (말라붙은 핏물이 가득한 셔츠를 힐끗 내려다보며 자조적인 웃음을 짓는다) 표면적인 것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건 잘못된 일이지만, 아까도 말했듯이 내가 당신을 잘 아는 것도 아니고 저한테 뭔가 알려주실 생각도 없으신 것 같은데. 저보고 뭘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네요.
 
릴리 레나이아:시트런씨한테 뭘 바라고 하는 말은 아닙니다. 어차피 알고 싶은 생각도 없으신 것 같은데. (어차피 당신에게 나는 그저 의뢰인의 한량 아들을 뿐일테니까)
 
케일 시트런:.... 생각이 있다고 해도 알려주실 것도 아니잖아요.
 
릴리 레나이아:... 알고 싶어요? 당신 했던 일과는 전혀 상관 없는데?
 
케일 시트런:알아야 제가 릴리 씨를 더는 그렇게 취급하지 않을 테니까요. 불편하잖아요. 원래 그런 사람도 아닌 것 같은데 그런 취급 받는 거.
 
릴리 레나이아:...의외네요. 그런 생각을 하고 계시다니. (공사가 확실한 사람이니 궁금해 하지도 않을거라 여겼다. 조금은 다행인가) 어차피 이제 그 노인내는 죽었으니 이야기 할 수 있겠지만, 난 비공식적으로 적자가 아닙니다. 흔히 말하는 사생아에요.
 
케일 시트런:릴리 씨도 생각보다 절 너무 뜨문뜨문 알고 계셨던 것 같네요. (공사가 확실한 편이긴 하나 한번 눈에 든 사람에 대해선 이것저것 궁금해지는 게 많은 편이었다. 스스로도 본인 답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중에 하나이긴 했으나, 내가 좋으면 좋은 거라고 여기며 고쳐볼 생각조차 않았다) .. 소문이 사실이긴 했네요. (사생아라는 폭탄 발언에도 별로 놀라지 않았다. 변호사로 일하면서 만난 고객들은 대부분 상류층이었으니까. 그쪽에서 일하다 보면 듣기 싫어도 구설수나 이상한 소문 한두 개 정도는 알음알음 듣게 되는 게 일반적이었으므로)
 
릴리 레나이아:별로 놀라지 않는걸 보니 소문을 들었나보네요? (작게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사생아라면 대부분 그렇듯이 조금이라도 영특한 모습이 보이면 얼마나 주변의 살벌한 눈치를 받아야했던지.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내가 살기 위해서는 최대한 경계 대상이 되지 않는 것이었어요. 원래도 유흥을 즐기는걸 싫어하진 않지만 그 늙은이의 시선을 돌리기에 그만한 것도 없었죠.
 
케일 시트런:네, 뭐.., 듣고 싶어서 들은 건 아니지만요. (어깨를 으쓱이며 말하고는) 현명한 선택이었네요. 겉으로 보이는 모습을 곧이곧대로 믿은 건 사과드리죠. (앞서 걷던 네 보폭을 쫓아가더니 어느새 옆에 선다) .. 정말이지, 살아가기 참 치열한 세상이에요. 그렇지 않나요?
 
릴리 레나이아:소문이라는건 원래 당사자 마음대로 되는게 아니죠. (옆으로 다가와 들리는 목소리에 웃으며) 그 사과 잘 받겠습니다. 원래 그런게 세상인거죠. 특히 약자라면 더 그렇고, 이제는 그럴 사람도 없으니 남은 건 그 도둑 맞은 유언장을 찾아서 처리하면 전부 끝나는 겁니다.
 
서로 그렇게 한참 대화에 열중하고 있을 무렵, 두 사람은 드디어 지긋지긋한 뒷골목에서 빠져나옵니다.
 
눈앞에는 이 도시 최고의 사교 클럽, 요그 소토스 클럽의 연회장이 있군요.
 
나름 도시 명소 중 하나인지라 평소에도 관광객들이 제법 있는 편입니다.
 
그런데 오늘은 조금 이상하군요.
 
원래라면 하우스 앞에 사람들이 북적거려야 하는데 오늘은 쥐새끼 한 마리도 보이지 않습니다.
 
릴리 관찰 판정
 
릴리 레나이아: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45
판정결과: 보통 성공
 
찬찬히 살펴보니 출입문 앞에 표지판이 하나 세워져 있군요.
 
그리고 그 옆에는 클럽 경비원이 서 있어요.
 
험상궂은 얼굴 하며 각 잡힌 자세를 보아하니 호락호락해 보이지 않습니다.
 
케일 시트런:이런.., (경비원을 보더니 난처한 표정을 짓는다) 저는 얼굴이 노출되면 안 되는데.
 
옆에 있던 케일도 상황을 파악했는지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살짝 젓습니다.
 
맞는 말이에요.
 
이미 도시에는 케일이 죽었다는 소식이 파다하게 퍼졌을 거란 말입니다.
 
이걸 어떻게 할까요?
 
릴리 레나이아:난감하군요.. 저렇게 지키고 있을 줄은 몰랐는데...
 
▶: 요그 소토스 하우스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클럽 경비원에게 대인 기능 판정어려운 성공 이상 해내야 합니다. 또한 자신뿐 아니라 케일과 같이 들어갈 방법에 대해서도 생각해야겠죠.
 
케일 시트런:그러니까요... (작게 한숨을 내쉰다) 어떻게 들어갈 방법이 없나..
 
릴리 레나이아:다른 곳으로 시선을 끌어야 할 것 같은데... (주변을 둘러보다가 작은 돌을 주워 유리창 쪽으로 던진다.)
 
릴리 투척 판정
 
릴리 레나이아:
투척
기준치: 20/10/4
굴림: 61
판정결과: 실패
 
돌이 유리창 쪽으로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가 싶더니...
 
따악!
 
경비원의 머리를 맞추고 맙니다.
 
아무리 크기가 작아도 돌은 돌이니.......
 
경비원은 머리를 감싸고 그 자리에 주저 앉네요.
 
이 틈에 슬쩍 들어가면 들키지 않을지도 몰라요.
 
케일 시트런:............. (릴리 봄)
 
릴리 레나이아:....저 사람을 맞출 생각은 없었는데.. 일단 빨리 들어가죠. (케일의 손을 잡고 서둘러 클럽 안으로 들어간다.)
 
케일 시트런:..... (경비원을 안쓰럽게 보다가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서둘러 파티장 안으로 들어가던 중, 케일이 잠시 우뚝 서서는 뒤를 잠시 돌아봅니다.
 
케일 시트런:.... ?
 
릴리 레나이아:..? 왜 그러시죠?
 
무슨 일이냐고 물으면 잠시 아무 말 없이 서 있다가 고개를 천천히 젓습니다.
 
케일 시트런:아니에요. 누가 우리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느껴졌었는데.., 제가 예민했던 것 같네요. 얼른 가죠.
 
글쎄요.
 
케일이 쳐다보던 곳을 보아도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는데요.
 
두 사람은 함께 연회장 안으로 들어섭니다.
 
직원들은 모두 점심 식사를 하러 나간 건지, 마침 아무도 없습니다.
 
소품과 가구들만이 어지럽게 널려 있네요.
 
그래도 언제 누군가가 돌아올지 모르는 일입니다.
 
당신의 유언장을 가져간 그 도둑놈 자식에 대한 단서를 어서 찾아야 할 텐데.
 
뭐부터 해야 할까요?
 
파티장은 파티가 열리면 춤을 출 수 있게 되어 있는 볼룸, 당구대가 놓여져 있어 여흥을 즐길 수 있는 빌라드룸,
 
그리고 본격적으로 술을 즐길 수 있는 다이닝 바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릴리 레나이아:여긴 항상 정신 없단 말이지..(고요한 주변을 둘러보다 볼룸을 살펴본다.)
 
모든 것이 반짝이는 이곳은 특히 위압감이 들 정도로 높은 천장과 아름다운 샹들리에가 인상적입니다.
 
입구에 걸린 [192X 요그 소토스 자선 모금 파티]가 내일 열릴 파티의 이름을 알려 주고 있습니다.
 
이 자선 모금 파티는 요그 소토스가 여는 파티 중 가장 큰 행사라고 알려져 있죠.
 
자선 경매를 통해 지역사회에 기부할 돈을 모금하는 이 행사는 각계 유명인사는 물론이고 다양한 전문 분야의 사람들도 모이는 날입니다.
 
지금은 파티 준비 중이라 조금 어수선하지만 대충 둘러볼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릴리 관찰 판정
 
릴리 레나이아: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83
판정결과: 실패
 
너무 이것저것 다 널려져 있어서 그런가 딱히 눈에 들어오는 게 없네요.
 
케일 시트런:.. 어, 릴리 씨. 여기 서류뭉치가 있는데요. 혹시 이것 중에 있지 않을까요? (의자 위에 놓인 서류뭉치를 가리킨다)
 
릴리 레나이아:서류라고..? (네 말에 고개를 돌려 서류 뭉치를 보고는 어수선한 중에 서류를 들어 유언장이 있는지 찾아본다.)
 
유언장일지도 모른다는 마음에 빠르게 다가가 들어 보았지만 역시나 유언장은 아닙니다.
 
젠장.
 
표지에는 [자선 모금 파티 초대 명단]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릴리 레나이아:아무래도 그냥 초대 명단인 것 같은데.. (큰 아쉬움을 남기며 한장씩 넘겨)
 
명단을 넘기다 보면 어렵지 않게 두 사람의 초대 명단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서류 중간 페이지 중 하나에 손글씨로
 
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직원용 체크 리스트인 것 같습니다.
 
릴리 레나이아:그곳..?
 
‘그곳’이 어딘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케일 시트런:(옆에서 같이 보더니) 유언장은 아니지만.., 뭔가 건지긴 했네요. 뭐가 뭔지 아직도 감은 오지 않지만.
 
릴리 레나이아:포켓볼 이야기가 나오는 걸 봐서는 빌라드 룸이랑 관련이 있는 것 같군요. (그대로 서류를 들고 빌라드 룸으로 간다)
 
저번에 보았던 인상적인 당구대가 설치되어 있는 곳입니다.
 
최고급 단풍나무를 이용해 만든 이 당구대는 미관도 미관이지만 일반적인 당구대와 다른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각 모서리에 있는 네 개의 포켓 이외에도 당구대 중앙에 또 하나의 포켓이 뚫려 있기 때문이죠.
 
포켓볼도 스트라이프 볼은 쓰지 않고 1번부터 7번까지의 컬러볼, 그리고 검은색 8번 볼만을 사용합니다.
 
또한 네 개의 포켓 앞 모서리에 양각으로 새겨져 있는 고풍스러운 조각들과 가운데 포켓에 그려져 있는 그림이 인상적입니다.
 
릴리 지능 판정
 
릴리 레나이아: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2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음?
 
그러고 보니 이 조각들 모두 신화에 나오는 뱀들이군요.
 
왼쪽 상단 모서리에는 그리스 신화의 괴물 ‘히드라’가, 오른쪽 상단에는 이집트 신화에 나오는 악신 ‘아펩’이,
 
왼쪽 하단에는 중국 신화의 생명과 파괴의 신 ‘복희와 여의’, 그리고 오른쪽 하단에는 다시 그리스 신화의 ‘메두사’의 머리가 조각되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당구대 중앙 포켓을 둥글게 감싸고 있는 뱀은 북유럽 신화의 ‘요르문간드’인 것 같아요.
 
모두 평범한 모습의 뱀들은 아닙니다.
 
예전에는 파티 중에 대충 봐서 몰랐는데 한참 보고 있자니 제법 으스스한 기분이 듭니다.
 
릴리 이성 판정
 
릴리 레나이아:
SAN Roll
기준치: 68/34/13
굴림: 92
판정결과: 실패
 
이성 -1
 
릴리 레나이아:혹시 이게 '그곳'으로 가는 장치 같은 건가?
 
케일 시트런:아까 서류에도 적혀있긴 했으니까요. (음..)
 
릴리 레나이아:포켓볼이랑 관련이 있는 건 확실한데 정확히 감은 안 잡히는 군요..(혹시 다른 힌트가 있을까 싶어 다이닝 룸으로 다가간다)
 
볼룸 바로 옆 각종 위스키와 술이 진열된 찬장과 그 앞에 긴 카운터 자리가 마련되어 있는 다이닝 바입니다.
 
일반적인 술집에서는 잘 들여놓지 않는 고급 술들이 즐비합니다.
 
파티가 열리면 정장을 갖춰 입은 바텐더들이 술을 내주고는 했었죠.
 
릴리 감정 판정
 
릴리 레나이아:
감정
기준치: 5/2/1
굴림: 56
판정결과: 실패
 
어, 저 찬장 중앙에 놓여 있는 술 낯이 익다 했더니 생전 아버지가 가장 좋아하시던 술이었습니다.
 
당신은 물론이고 손님이 오더라도 대접하지는 않는 유일한 술이었죠.
 
이름이 뭐였더라.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다만 대충 여러 마리의 뱀 그림과 그 모습 위에 찍혀 있는 13이라는 숫자가 도드라져 보입니다.
 
릴리 레나이아:... ...(별로 달갑지 않은 기억에 눈을 돌려버렸다. 쓸데없이 이걸 기억하다니. 그리곤 빌라드 룸으로 돌아와 당구대를 가만히 보며) 뱀의 머리과 관련이 있을 것 같은데.. (모서리에 있는 뱀들의 머리를 세어본다)
 
히드라는 다섯 개의 머리가, 아펩은 길고 구불구불하지만 하나의 몸통과 머리를, 복희와 여의는 하반신이 뱀인 두 신이 두 꼬리를 서로 얽고 있으며, 메두사는 아름다운 얼굴 위로 일곱 마리의 뱀들이 머리카락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릴리 레나이아:5, 1, 2, 7이고.. (마지막으로 가운데 있는 뱀의 머리를 세어본다.)
 
요르문간드는 머리가 꼬리를 물고 있어 끝없이 순환하는 원의 형태를 이루고 있습니다.
 
릴리 레나이아:흠... (잠시 생각하듯 당구대를 내려다 보더니 근처에 있던 당구대를 들어)
 
▶: 당구 기능치는 민첩과 지능을 더해서 2로 나눈 평균값으로 부여합니다.
 
케일 시트런:(그냥 손으로 넣어도 되지 않나.....) (근데 말리진 않음)
 
릴리 당구 판정
 
릴리 레나이아:(시선을 느끼고는 피식 웃으며) 그냥 하는 것 보다는 재밌잖아요? (그리곤 큐대를 잡아 자세를 잡고 가볍게 공을 쳐)
당구 Roll
기준치: 77/38/15
굴림: 44
판정결과: 보통 성공
 
모든 공들이 차례대로 포켓에 들어가 구르던 소리가 뚝 멈추고 얼마간의 짧은 정적이 지나갔던가요.
 
철컥.
 
소리가 난 곳으로 고개를 돌리면 술이 들어 있던 진열장 중 하나가 문처럼 조금 열려 있습니다.
 
역시 이게 아까 체크 리스트에서 본 것처럼 '그곳'에 가기 위한 장치였군요.
 
다가가 문을 열고 안쪽을 보면 돌계단들이 끝없이 아래에 펼쳐져 있고 벽에는 횃불들이 드문드문 꽂혀 있습니다.
 
상당히 어두컴컴할 뿐만 아니라 굉장히 스산한 느낌이 듭니다.
 
여기를 정말 내려가 봐도 괜찮을까요?
 
릴리 레나이아:아무래도 저기가 맞는 것 같죠? (큐대를 던지듯 내려놓고 열린 곳을 바라본다)
 
케일 시트런:.. 그런 것 같네요.
(뭔가 생각하더니 이내 널 부른다) 릴리 씨.
 
옆에서 케일이 당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고개를 돌려 본 케일의 얼굴은 어쩐지 묘합니다.
 
그 어떤 오기랄지 분노랄지 그런 것들을 넘어서 어떠한 당위성 따위까지 보이는.......
 
케일 시트런:받으세요.
 
릴리 레나이아:..?
 
이어지는 말은 제안도 부탁도 아닙니다.
 
손목에 느껴지는 온기와 함께 손바닥에 놓이는 싸늘한 금속의 감촉.
 
다름 아닌 아까 케일이 들고 있던 총입니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유일한 자신의 무기를 감히 맡기다니요.
 
케일 시트런:이거, 릴리 씨가 갖고 계세요. 한 발만 남았으니 신중하게 쓰셔야 합니다.
 
잘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이 모든 일에 휘말리게 된 당신에 대한 위로일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변호사로서 해야 할 일을 완수하지 못한 죄책감일지도 몰라요.
 
아니, 그저 자신이 다친 상태이기 때문에 더 안전한 선택을 한 것일 가능성이 가장 크겠습니다.
 
릴리 레나이아:.. .. 이걸 제가 가지고 있어도 되는 겁니까?
 
케일 시트런:안 될 이유도 없지 않나요? 다친 사람보단 릴리 씨가 사용하는 게 더 안전하잖아요.
 
릴리 레나이아:그것도 맞는 말이지만..(손에 들린 총을 내려다 보다 뒷주머니에 넣으며) 알겠습니다. 그럼 대신 무리하지 마세요. 크게 다치셨으니까.
 
케일 시트런:(네가 총을 건네받는 것을 보고 나서야 고개를 돌린다) 그렇게 하죠.
 
하지만 그보다 분명한 건 두 사람이 지금 무언의 어떤 감정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참 묘한 일이지요.
 
어제까지만 해도 둘은 변호사와 고객이었을 뿐인데.
 
하지만 그런 건 이제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케일 시트런:릴리 씨도 조심하세요. 밑에 뭐가 있을지 모르니까.
 
릴리 레나이아:그렇게 하죠. (피식 웃고는 열린 문으로 천천히 다가간다)
 
왜냐하면 지금 이 순간 두 사람 모두 직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분명 이 아래에 있는 것들은 유쾌하지도 즐겁지도 않을 것임을.
 
아니, 오히려 또 하나의 끔찍한 불행의 웅덩이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모순적이게도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내려가고자 합니다.
 
도둑맞은 유언장과 케일의 삶이 이 아래에 있을 것이라는 믿음.
 
논리적인 설명 따위로 이해할 수 없는 감정입니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인생은 항상 그 기이하고도 강렬한 충동에 의해서 나아갑니다.
 
본능이 이성에 선행합니다.
 
감정이 논리에 선행합니다.
 
삶에 대한 의지가, 자기 자신으로서 살아가고자 하는 욕구가 재난과 고통의 예감에 선행합니다.
 
바로 지금, 케일이 첫 번째 계단에 발을 내딛는 것처럼요.
 
장면전환
 
케일과 함께 한 발 한 발 더듬듯 한참을 내려가다 보면 두 사람은 어느 지하실에 도착하게 됩니다.
 
계단처럼 횃불만이 희미한 불빛을 드리우고 있어요.
 
그 빛을 통해 주위를 둘러보면 이곳은 어쩐지 지상의 무도회장과는 사뭇 다른 느낌입니다.
 
이건 연회장이라기보다는......
 
그 어떤 실험실에 가까운 곳입니다.
 
찬장에는 용도를 알 수 없는 액체들이 든 병들이 즐비하고, 그 옆에는 의미를 알 수 없는 제목의 두꺼운 책들이 꽂혀 있는 큰 책장
 
일반적인 소설, 교양서적들이 꽂힌 작은 책장이 세워져 있으며, 그리고 그 앞에는 드문드문 불길한 자국들이 남아 있는 녹슨 실험대가 있습니다.
 
릴리 레나이아:이런 곳이 있었다니.. 확실히 수상하긴 하네요. (주변을 둘러보며 찬장을 올려다본다)
 
이 액체들의 정체는 한눈에 알아보기 어렵습니다.
 
무어라 붙어 있는 라벨들도 영어가 아닙니다.
 
이 정체불명의 것들은 무엇이란 말이죠?
 
릴리 관찰 판정
 
릴리 레나이아: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15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다만 대부분 액체들이 반 이상 차 있는 다른 병들과 달리 하나가 유독 거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병들이 뚜껑에 먼지가 제법 쌓여 있는 것들과도 대조적으로 깨끗한 모습입니다.
 
릴리 레나이아:이것만 자주 쓰였던 건가? (병을 자세히 들여다 본다)
 
해골 그림과 함께 12h라고 적혀 있는 라벨이 붙어있습니다.
 
릴리 레나이아:12h..? (무슨 말인지 알리가 없으니 슬 미간을 찡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책장을 살펴본다)
 
알 수 없는 말들도 적혀 있는 책들이 즐비하게 꽂혀 있습니다.
 
중간중간 영어로 쓰여 있는 책들도 있습니다만, 그것들은 제목으로 미루어보아 의학 서적들인 것 같습니다.
 
[인체의 해부], [인체의 형성과 발달] 등의 제목인 것을 봐서 말이지요.
 
릴리 자료조사 판정
 
릴리 레나이아:
자료조사
기준치: 70/35/14
굴림: 2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수많은 책들 중 한 가지 익숙한 제목이 있습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바로 톨스토이의 작품입니다.
 
왜 이 책이 이곳에 이렇게 이질적으로 있는 것일까요?
 
대충 손끝으로 페이지들을 넘기다 보면 가장 마지막 장에 아주 작은 글씨로 ‘사랑’ 이라고 쓰여져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릴리 레나이아:...무슨 관련인지 모르겠네..(책을 다시 넣어두고는 이번에는 작은 책장을 둘러본다)
 
큰 책장과 달리 이곳에는 읽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아주 친숙한 책들이 꽂혀 있습니다.
 
시중 서점에 가면 볼 수 있는 소설, 교양 서적들이 대부분입니다.
 
릴리 자료조사 판정
 
릴리 레나이아:
자료조사
기준치: 70/35/14
굴림: 1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많은 책들 중에서 유독 손을 많이 탔는지 표지가 제법 너덜너덜해진 책이 두 권 눈에 띕니다.
 
한 권은 [인어공주], 또 한 권은 [로미오와 줄리엣]이로군요.
 
책을 꺼내 보면 [인어공주]는 인어공주가 처음 왕자를 보고 반하게 되는 장면이,
 
[로미오와 줄리엣]에는 줄리엣이 일정 시간 동안 가사(假死) 상태가 되는 비약을 먹게 되고 그로 인해 로미오가 그녀가 죽은 줄 알게 되는 장면에 책갈피가 꽂혀 있습니다.
 
릴리 레나이아:...(어딘가 기시감이 들어 고개를 슬 기울였다. 하지만 금방 떠올리지 못하고 다시 책장에 넣어두었다. 그리곤 불길한 실험대로 다가가)
 
사람을 살리기 위해 실험할 것 같기보단 오히려 고문하는 데 쓸 것 같은 실험대입니다.
 
여기저기 녹슨 자국이며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상한 자국들이 그런 기운을 배가시킵니다.
 
그런데 그 위에 실험 일지가 하나 놓여 있군요.
 
릴리 레나이아:... (자꾸만 기어오르는 불쾌한 기분을 눌러둔 채 실험일지를 펼친다.)
 
실험이라니?
 
게다가 일지를 읽어 보면 요그 소토스 클럽 관할 아래의 일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내용이 어쩐지 심상치 않아요.
 
워낙 정보가 생략되어 있어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무언가 건강한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케일 시트런:릴리 씨, 뭐 좀 찾았어요?
 
쾅-!
 
다른 쪽을 살피고 있던 케일의 목소리가 들린 그때, 별안간 굉음이 들리더니 순식간에 천장에서 무언가 떨어지는 것이 보입니다.
 
릴리 레나이아:..!! 시트런씨 위험해요!! (서둘러 뛰어가 널 바깥쪽으로 밀친다.)
 
릴리 민첩 판정
 
릴리 레나이아:
민첩
기준치: 75/37/15
굴림: 3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바닥에 몸이 내려앉는 느낌과 함께 눈을 떠 보면 아까는 없었던 철벽이 앞에 보입니다.
 
천장에서 떨어지는 게 이 이것이었던 건가요.
 
그렇다면 케일은?
 
릴리 레나이아:읏... 시트런씨?
 
케일 시트런:릴리 씨! 괜찮아요? 거기 있어요?
 
생각하기가 무섭게 철문 건너편에서 케일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다행히 크게 다친 곳은 없지만 이게 대체 무슨 일이죠?
 
평범한 사교클럽에 이런 장치가 있을 리가.
 
릴리 레나이아:하... 다행이다.. (몸을 일으키며) 전 괜찮습니다. 다치진 않았어요?
 
케일 시트런:저도 괜찮아요. 크게 다친 곳도 없는 것 같고..
 
아니, 애초에 이 방부터 이상했습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약물들과 책들, 그리고 실험일지까지.
 
잠시만.
 
여기 빠져나갈 수는 있는 걸까요?
 
릴리 레나이아:(주변을 빠르게 둘러보며 나갈만한 출구를 찾는다)
 
빠르게 주변을 살펴보니 들어왔던 계단으로 통하는 출입문은 열릴 수 없도록 정확히 철벽이 막고 있습니다.
 
케일 시트런:이게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일단 여기를 벗어나야 할 것 같아요. 릴리 씨, 제 말 듣고 있죠?
 
릴리 레나이아:.. ... 듣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이쪽에서 계단으로는 갈 수 없을 것 같으니 다른 출구를 찾아야겠어요.
 
케일 시트런:그러는 게 좋겠어요.. 저는 여기서 다른 문이나 입구를 찾아볼게요.
 
케일의 말이 맞습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이 꺼림칙한 곳에 계속 있을 수는 없습니다.
 
다시 찬찬히 주변을 둘러보면 아마도 다른 곳으로 통하는 것 같은 문이 하나 있군요.
 
지금 이곳이 당신이 출입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입니다.
 
릴리 레나이아:... 조심하세요.
 
케일 시트런:.. 나중에 봐요.
 
긴장된 마음으로 문고리를 붙잡는 당신 뒤로 철벽 너머 케일의 음성이 지나갑니다.
 
릴리 레나이아:... (잡은 문고리를 조심스럽게 열고 들어가)
 
문을 열고 들어가면 또 어디론가 이어지는 복도 같은 것이 이어집니다.
 
다만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횃불들이 다 꺼져 있어서 아무래도 켜져 있는 불을 들고 걸어 가야 할 것 같습니다.
 
릴리 레나이아:(벽에 걸린 횃불을 들고 어두운 길을 천천히 걸어간다) 도대체 여긴 뭐하는 곳이야..
 
걸음을 조심스럽게 옮깁니다.
 
횃불로 언뜻 비춘 이 복도는 굉장히 길고 또 어두워서......
 
아무리 들어가도 끝이 안 보이는 것 같,
 
잠시만요.
 
이게 뭐죠?
 
릴리 레나이아:..?
 
아주 서늘하고 축축한 느낌이 드는 이곳은 단순히 복도가 아닙니다.
 
그러니까, 양옆 벽에 끝을 가늠할 수 없이 빼곡히 가득찬 이것은......
 
누군가 무엇을 세기라도 한 것처럼 네 개의 세로줄과 이를 관통하는 하나의 가로줄로 이어진 빗금들입니다.
 
이게 다 무엇이란 말이죠?
 
릴리 레나이아:지나가는 날을 세고 있었던 건가..?
 
알 수 없습니다.
 
누가 대체 이 모든 빗금들을 새겼단 말이죠?
 
당신이 벽에 비춘 횃불 너머로 보이는 빗금의 수도 없는 반복들은 가슴 한켠을 서늘하게 하다 못해 소름까지 끼치게 합니다.
 
릴리 이성 판정
 
릴리 레나이아:
SAN Roll
기준치: 67/33/13
굴림: 55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 변화 없음
 
릴리 레나이아:누가.. 여기 갇혀있었나..
 
빗금 갯수를 세는 것은 완전히 무의미합니다.
 
너무 많으니까요.
 
천천히 당신이 걸어 나가도 그 끝은 보이지를 않습니다.
 
그러다 드디어 다섯 개로 된 묶음이 아닌 아직 두 개만 그어진 부분을 발견했을 때, 그 옆에는 무언가 다른 것들이 새겨져 있습니다.
 
당신은 천천히 횃불을 들어올려 봅니다.
 
그리고 빛이 조금씩 번져 가면서 글자의 윤곽들이 보일 때 비로소 당신은 그것들이 무엇인지 읽을 수 있게 됩니다.
 
벽의 한 바닥을 거의 채울 듯 반복되는 이름.
 
구역질이 날 정도로 반복적으로 이어지는 그것은 다름 아닌 나란히 쓰인 당신과 케일의 이름입니다.
 
릴리 레나이아:이게... 다 뭐야..?
 
그리고 그 아래 이어지는 말들은......
 
보아라, 나는 피와 살로 이루어져 있다. 명백하게도 인간이다.
 
오늘도 이 젖은 콘크리트 위에 우리의 이름을 쓴다.
 
약속할게. 사랑이 우리를 구원할 거야.
 
당신의 머릿속에 수많은 가능성들이 교차합니다.
 
벽면을 어지럽게 채우고 있는 케일의 이름.
 
그리고 피와 살?
 
젠장, 대체 이게 뭐란 말이죠?
 
알 수 없습니다.
 
추측은 아무것도 증빙하지 못합니다.
 
다만 당신의 눈앞에 펼쳐진 이 젖은 고통들은 대체 뭐란 말이죠.
 
릴리 레나이아:도대체 뭐가 어떻게 되고 있는거야..
 
툭.
 
당신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을 쳤던 걸까요.
 
릴리 레나이아:..?
 
문득 발끝에 무언가가 걸립니다.
 
눈동자만 굴려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그곳에는 공책 같은 것이 하나 있습니다.
 
릴리 레나이아:공책..? (바닥에 떨어져있는 것을 주워 천천히 펼친다) ..
얼굴이...같다고...?(불현듯 스쳐오는 불안감이 온몸을 덮고 낮에 보았던 시체를 떠오르게 했다.)
 
희미한 불빛 아래에 불길하기 짝이 없는 콘크리트 벽.
 
그리고 축축하게 젖어 겨우 글자들을 더듬을 수 있는 종이들, 느릿하게 등줄기를 훑는 오싹함.
 
이성보다는 오로지 본능과 직감만이 날을 갈고 있는 그때에,
 
탕!
 
릴리 레나이아:?!
 
재난이 당신의 고막을 스치고 지나갑니다.
 
릴리 건강 판정
 
릴리 레나이아:
건강
기준치: 85/42/17
굴림: 55
판정결과: 보통 성공
 
분명 탄환이 뒤돌아 있는 당신의 오른쪽 귀 옆을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순식간에 고막이 먹먹해지고 공기가 웅웅대는 소리로 변질됩니다.
 
겨우 중심은 잡아 보고 있으나 몸이 제대로 움직이지를 않습니다.
 
릴리 레나이아:...하...(귀를 스쳐간 재난에 내쉬는 숨이 떨려왔다.)
 
도무지 정신을 차리기가 어렵습니다.
 
상하좌우의 구분선들이 흔들립니다.
 
시야가 정처없이 헤멥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당신은 이 재난을 쏜 사람을 알아야 합니다.
 
릴리 레나이아:... ...(정적이 머무는 곳을 천천히 고개를 돌려 돌아봐)
 
당신이 중심을 겨우 잡았든 혹은 쓰러져 버렸든 다시 뒤를 돌아 고개를 듭니다.
 
시선을 고정하고 초점을 맞춥니다.
 
모든 것이 슬로우모션처럼 펼쳐지는 것 같은 그 순간, 총구를 당신 쪽으로 향하고 있는 얼굴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케일 시트런?:안녕, 자기야.
 
그리고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습니다.
 
마주하는 얼굴은 케일입니다.
 
릴리 레나이아:시...트런...?
 
릴리 이성 판정
 
릴리 레나이아:
SAN Roll
기준치: 67/33/13
굴림: 2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성 -1
 
무언가 잘못됐습니다.
 
어디서부터 꼬인 걸까요?
 
혼란스러운 상황과는 별개로 케일의 얼굴은 너무나 침착합니다.
 
아직 비틀거리는 당신을 보면서 오히려 안타까워하는 듯한 표정마저 지나가는군요.
 
케일 시트런?:일어나. 총 꺼내야지.
 
릴리 레나이아:... 뭐라고..?
 
총을 꺼내라고요?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무기를 버리고 손을 들라고 하지 않나요?
 
총구를 들이밀고 있는 이가 할 말은 아닐 텐데.
 
하지만 당신에게는 선택지가 없습니다.
 
한 발의 탄환이 들은 것을 잡아야 합니다.
 
릴리 레나이아:... ...(그림자가 내려앉은 얼굴로 천천히.. 뒷주머니에 든 총을 꺼내든다.)
 
케일은 당신이 하는 양을 물끄러미 보더니 고개를 한 번 가볍게 끄덕입니다.
 
그러더니 당신 쪽을 향하던 총구를 서서히 돌려 정확히 자신의 관자놀이에 갖다 댑니다.
 
온통 이해할 수 없는 전개입니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란 말이죠.
 
릴리 레나이아:(눈 앞에 있는 사람이 총구를 머리에 겨누니 보통 사람이라면 당연히 놀랄 일이었다) 지금 뭐하는 겁니까.. 그거 내려놔요.
 
하지만 여전히 케일의 표정은 침묵처럼 차분하고, 또,
 
릴리 심리학 판정
 
릴리 레나이아:
심리학
기준치: 35/17/7
굴림: 18
판정결과: 보통 성공
 
바다처럼 서럽습니다.
 
희미하게 흔들리는 불빛 아래의 케일은 방금까지 함께했던 그 변호사의 얼굴과는 어쩐지 다른 것 같은 느낌이 자꾸만 듭니다.
 
그리고 당신의 시선이 총을 스스로에게 겨누고 있는 케일의 손에 향했을 때 그 이유를 비로소 알 수 있습니다.
 
케일 시트런?:나에게 청혼해. 그러면 유언장을 돌려줄게.
 
방아쇠 위 그 손끝이 굳은 살 하나 없이 매끈하니까요.
 
릴리 레나이아:뭐...?
(그래 저 손... 익숙한 손이었다. 내가 알고 있는 당신과는 많이 다른..)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거지..?
 
청혼이라니.
 
갑자기 청혼은 왜 나오는 이야기인 거죠?
 
아니, 당장 저 매끈한 손을 가진 저 사람은 누구란 말이에요.
 
그러나 당신이 무어라 반응하기도 전에 어디선가 또 발걸음 소리가 뚜벅뚜벅 들리더니,
 
케일 시트런:아, 릴리 씨, 여기 계셨....... 뭐야, 이건?
 
두 사람의 대치 상황을 보고 당황한 표정의 케일이 다른 쪽에서 걸어 나옵니다.
 
릴리 레나이아:시트런씨? (다가오는 발소리에 고개를 돌려)
 
케일 시트런?:... .....
 
케일 시트런:(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지? 자신과 똑같은 얼굴의 사람이며, 그 사람에게 총을 겨누고 있는 너까지. 아니, 심지어 나랑 같은 얼굴인 사람은 스스로에게 총까지 겨누고 있잖아? 이게 씨발, 대체... 도저히 상식적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상황이 눈앞에 펼쳐지자 당황스러움과 기이함 등 온갖 부정적인 감정 등이 한데 섞인 표정을 짓는다)
 
케일 시트런?:나는.., 이곳에서 만들어진 생명체야. 원래 이상하고 축축한 덩어리에 불과한 것을 여기 있는 인간들이 나를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만들어줬지. (지금과 같은. 이 대목을 얘기할 때 무의식적으로 자신들을 당혹스럽게 보고 있는 케일을 흘겨본다) 릴리, 너는 모르겠지만.... 그 인간을 설득해서 유언장의 내용을 고치고, 죽게 만든 것까지 다 내가 한 짓이야. 그 모든 것은 다! 내 덕분이라고!
 
릴리 레나이아:뭐...라고..? (믿기지 않는 이야기들에 표정이 일그러진다. 지금 내 눈 앞에 있는건 누구지? 혼란스러운 상황과 머리에 총을 겨누고 있는 네 얼굴이라는 것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모든 것이 네 덕분이라...) 그래서 나한테 원하는게 청혼이라고..?
 
케일 시트런?:우연히 너를 보고 사랑에 빠진 그 날 이후로 내 인생은 완전히 바뀌었어. 모두가 날 인간이 아니라고 인정했지만, 그렇지 않아. 난 이제 감정이 무엇인지 알고 있어. 인간으로서의 자질은 충분하단 말이야. (차분하던 표정이 한순간 일그러지며 서러움을 가득 담아낸다. 당장이라도 울 것만 같은 절박한 표정으로 말한다) 유언장은 나만 아는 곳에 숨겨놨어. 나한테 청혼을 하고 이 자리에서 나와 닮은 저것을 쏘면, 넌 유언장과 함께 돌아갈 수 있어. 하지만.... 조금이라도 허튼 짓을 하려는 기미가 보인다면 바로 여기서 (총을 쥐고 있는 제 손을 눈짓한다) 이 총으로 내 머리를 쏴버리겠어. 그러면 너는 유언장을 영영 찾지 못하게 되겠지.
 
릴리 레나이아:... ... (아주 커다란 갈림길에 놓여있는 기분이었다. 한쪽은 자신이 원하던 길이지만 마음에 두고 있던 널 죽여야한다. 다른 한쪽은 널 살릴 수 있지만 지금까지의 모든 것들이 물거품이 되겠지. 난 다시 어둡고 낡은 집으로 돌아가야 할테고, 원래 있던 자리까지 떨어질 것이다. 하지만 뭔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것을 알 수가 없으니 혼란스러운 표정은 점점 더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케일 시트런:.. 설마 지금 저걸 듣고 고민하는 거예요? 사람까지 죽여가면서 얻어야 할 이유는 없잖아요. (지금까지 네가 그리던 목표를 알지 못하니 정체를 모르는 괴물 같은 놈의 말을 듣고 고민하는 널 이해할 수가 없었다. 기이함을 드러내던 얼굴은 네 태도를 보곤 황당하다는 기색이 묻어났다) 대체 뭐 때문에?
 
케일 시트런?:얼른 결정해. 네가 지금까지 바라던 게 뭔지 나는 알아. 하지만 저 녀석은 모르겠지. 그러니까 이해해주지 않을 거야. (한쪽 입꼬리를 비스듬히 올리며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섬뜩함을 느낄 만큼 비틀린 미소를 짓는다. 절박하고 간절하면서 서럽기까지 하던 아까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자, 어서. (다시금 네게 들이댄 갈림길 중 하나를 선택하길 종용하며 뱀 같은 목소리로 속삭인다) 유언장을 되찾고 싶지 않아?
 
릴리 레나이아:난... 나는... (한 손으로 눈가를 꾹 누르며 아랫입술을 꾹 물었다. 도대체 뜻대로 되는 일이 없지. 양쪽에서 들리는 같은 목소리에 다른 속삭임 정말이지 미쳐버리지 않고는...)
 
온화한 빛깔의 녹안이 일제히 당신을 향합니다.
 
서로 담은 것은 같지만, 원하는 것은 다른, 온전히 다른 두 눈동자가 당신에게 말을 거는 것만 같습니다.
 
어서,
 
선택하라고.
 
총을 들고 서 있는 당신의 귀에 젖은 콘크리트 위 새겨진 글자들 사이로 무언가 기어다니는 소리가 까마득히 들립니다.
 
모독은 웅덩이로 고이고, 삼각형으로 대치되어 있는 세 '사람'의 숨소리는 좁은 지하실 복도를 가득 채웁니다.
 
케일 시트런?:어려운 일 아니잖아. 저 인간을 쏴. 이건 죽이는 게 아니야. 대체하는 거야.
 
케일 시트런:아무리 그래도 사람을 죽일 거예요? 저런 헛소리를 뭐하러 들어주고 있죠?
 
릴리, 결정해야 합니다.
 
유언장인가요, 아니면 변호사인가요?
 
이렇게 말하기에는 너무 복잡한 문제인가요.
 
차라리 변호사가 죽은 줄 알았던 때가 나았다는 생각이 드나요?
 
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시간은 가고 있고, 두 얼굴은 당신만을 바라보고 있으니까요.
 
오히려 어쩌면 신은 당신에게 기회를 주는 것일지도 몰라요.
 
그러기에 선택해야 합니다.
 
이 축축한 재난의 한 장면에서.
 
릴리 레나이아:(머리를 감싸매며 앓는 소리를 내던 그는 결국 벽에 울릴 정도로 소리를 지르며 총을 바닥에 던져버렸다.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이끄는 포효이자 결단을 내리기 위한 울음이었다. 겨우 여기까지 왔다. 모든 걸 걸고 여기까지 왔지만...바닥에 내리친 총은 굉음을 내며 산산 조각이 났고 침묵 속에서 겨우 입을 열었다. 그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 낮고 침착했다.) ... 그래, 그 말대로라면 당신 덕분에 그 인간이 죽었어. 하지만 말이야. 난 내 목표를 이루기 위해 다른 사람의 도움같은 건 필요없어. 그 지옥에서 여기까지 올라온건 당신 덕분이 아니라... 순전히 내 노력이었으니까. 그리고 내 목표를 이루자고... 그 소름끼치는 늙은이와 똑같은 선택을 저지를 수는 없어. 그것도 진심으로 마음에 두던 사람을... (그렇게 자신의 앞에 서 있는 그것을 바라보는 눈빛은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네 제안은... 거절하겠어.
 
무너질 것만 같은 당신의 외침을 들은 그것은 처량한 표정을 지어보이더니,
 
케일 시트런?:...... 그렇구나.. 그래...,
 
자신의 손에 걸고 있던 방아쇠를 당깁니다.
 
탕!
 
단발마의 총성이 지하실을 가로지릅니다.
 
장면전환
 
좋은 아침입니다, 릴리!
 
아, 좋은 아침이 아닌가?
 
뭐가 됐든 좋습니다.
 
오늘은 당신이 첫 출근을 하는 날이기 때문이죠.
 
출근이라니, 세상에.
 
어디 천하의 나이트 가문의 도련님이 노동 따위 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요.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한 달 전 유언장은 효력을 잃었고, 모든 재산은 변호사의 판단 하에 사회에 환원되었는데.
 
이제 당신의 집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내려갈 1층도, 가정부 그레타도, 집사도, 에그 베네딕트도, 운전 기사도, 쌔끈한 포드도 없어요.
 
그래도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입니다.
 
일자리는 있잖아요.
 
그러니 서두릅시다, 늦기 전에.
 
릴리 레나이아:그래.. 원래도 내 것이 아니었잖아. (넥타이를 매며 밖으로 나선다.)
 
도련님일 때와 유독 다르게 느껴지는 것이 있다면 그건 아마도 일상의 소리일 겁니다.
 
도시의 아침은 아주 시끄러워요.
 
일을 나서는 사람들, 자동차 경적 소리, 가게가 문을 여는 종소리 등.
 
그럼에도 놀랄 만큼 별일 하나 없는 일상입니다.
 
죽은 변호사도, 사라진 유언장도 없습니다.
 
아, 그 변호사는 어떻게 되었냐고요?
 
글쎄요.
 
사실 두 사람은 그날에 대해 그뒤로 단 한 번도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총성을 듣고 내려와 시체를 발견한 요그 소토스 사람들이 '그것'을 치울 때도, 얼마 지나지 않아 목격자와 경찰들이 사건을 정정하며 신원을 헷갈렸다고 발표했을 때도,
 
경찰의 발표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어느 순간 싹 사라져 버렸을 때도,
 
유언장은 영영 찾을 수 없었고 케일의 사무실에 의뢰하는 발걸음은 뚝 끊겼을 때도.
 
이상하기 그지없는 일들의 연속에서 어쩌면 이 둘의 합의된 함구야말로 가장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 이야기 들었어? 요그 소토스 클럽 알지? 거기 어제는......"
 
반면에 도시는 한 달째 그곳의 이야기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얼마 전 카터 검사의 청구로 법원에서 요그 소토스 클럽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되었고, 덕분에 지금 요그 소토스 하우스는 하루 종일 폴리스 라인이 쳐진 채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으니까요.
 
아직 그곳을 다 파헤쳤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클럽 회장이 인류의 진보니, 과학의 증명이니 하며 온몸으로 수색을 막으려 했다는 것을 보면 수사가 진행될수록 분명 소기의 성과는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 모든 현장에서 당신은 제외되었습니다.
 
당신이 원해서일 수도 혹은 이제 당신의 의견은 이 도시에서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서일 수도 있습니다.
 
이제 당신에게는 모든 법률적 이해관계를 대변해 줄 개인 변호사가 없으니까요.
 
혹시 그날의 결정에 후회하고 있나요, 릴리?
 
그래도 당신은 다시 또 살아 가게 될 겁니다.
 
유언장도, 유산도 없지만, 당신은 그날 자신의 손으로 선택했고 결정했으며 행동했으니까요.
 
그리고 놀랍게도 인간은 그 모든 재난을 겪고도 다시 살아 갈 수 있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젖은 고통 속에서도 일상을 다시 영위할 원동력을 찾아내고야 말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카터 검사가 케일과 절친한 동창이라는 사실이나 최근 익명의 거부가 지역사회를 위한 새로운 재단을 설립했다든가 하는 소식들이 당신에게는 그리 불쾌한 일만은 아닐 것입니다.
 
당신의 앞으로의 이야기는 어떻게 될까요?
 
무엇이 그 삶을 추동하게 될까요?
 
무엇이 당신을 사람으로서 살게 할까요?
 
또 다른 죽음? 또 다른 고통? 또 다른 상실?
 
글쎄요, 릴리.
 
당신은 이미 답을 알고 있잖아요.
 
그러니 어서 첫 직장의 문을 열고 들어가 당신의 상사에게 인사합시다.
 
릴리 레나이아:안녕하십니까. 오늘부터 일하게 된 릴리 레나이아라고 합니다.
 
들어간 사무실 안은 시체도 혈흔도 없지만 대신 산더미 같은 서류와 타자기만 잔뜩 쌓여 있는 곳입니다.
 
케일 시트런:기다리고 있었어요, 릴리 씨.
 
그리고 그 일상의 한가운데에서 서서히 고개를 드는 그 사람은,
 
END3. 나의 작은 살아있는 변호사
 
탐사자 생환, KPC 생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