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enario Writer : 교수

 

2021. 05. 01

한세영 도해준

KP : 곰탱

PL : 레시 펜들턴

 
세션카드
 
벚꽃나무 교문을 넘어,
 
Written By. 교수
 
2021. 05. 01
 
18 : 25
 
KPC 한세영
 
PC 도해준
 
START
 
장면전환
 
도해준 듣기 판정
 
도해준:
듣기
기준치: 65/32/13
굴림: 3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잠에서 깰만큼 복잡하고 커다란 소음이 들립니다.
 
거대한 것이 떨어지는 것 같기도 하고, 건물이 부서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도해준:...?
 
혹은 땅이 갈라지거나 ….
 
당신은 아주 오랜만에 들어보는 무거운 소란을 들으며 잠에서 깹니다.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자 익숙한 교실이 보입니다.
 
도해준:...(깜빡..)
 
잠을 자기 위해 책상을 한쪽 벽으로 밀어놓고 보건실과 경비실에 있던 이불들을 가져와 바닥에 놓았습니다.
 
학교 안에서 잠을 자는 곳은 매번 바뀌었지만 대부분 이곳에서 세영과 함께 잠들곤 했죠.
 
현재 당신이 있는 교실은 2-A 반입니다.
 
칠판에는 세영과 당신이 적어놓은 글, 그림들이 가득합니다.
 
가끔씩 새로운걸 적기도 하지만 크게 바뀌지는 않았습니다.
 
칠판 왼쪽 아래에 작은 포스트잇이 붙어있습니다.
 
도해준:..뭐지.. (잠이 덜 깬 눈을 부비며 칠판으로 다가가)
 
파란색 분필로 동그라미 쳐 놓은 곳에는 세영의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현재 당신이 있는 곳은 학교 3층입니다.
 
커튼을 치지 않아 밝은 햇빛이 교실 창문 안으로 들어옵니다.
 
전쟁이 일어났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정도로 이 학교 안은 그야말로 평화롭고,
 
… 매우 조용합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이 학교에는 한세영과 당신을 제외하곤 아무도 없습니다.
 
세영은 어디로 갔을까요?
 
당신의 옆자리 이불은 반듯하게 접혀져 있습니다.
 
▶: 창문 밖을 볼 수 있습니다.
 
도해준:일찍부터 밖에 나갔나..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너를 찾다가 창문 밖을 내다본다)
 
교정에 세워진 나무들 틈 사이로 세영이 보입니다.
 
산책이라도 하고 있었을까요?
 
세영은 폐허가 되어버린 운동장을 바라 본 채 서 있습니다.
 
바깥이 싱그러운 느낌이 드는 걸 봐서는 봄이 왔나보네요.
 
이 학교에서 맞이하는 첫번째 봄입니다.
 
곧 벚꽃이 피겠죠.
 
도해준 관찰 판정
 
도해준:저기서 뭐하는 거지..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91
판정결과: 실패
 
교정의 높은 나무들 때문인지 먼 곳까진 보이지 않습니다.
 
꽤 넓은 운동장과 … 흐릿하게 보이는 교문뿐입니다.
 
그러고보니 학교에서 생활한 이후 교문 밖을 한번도 나가보지 못했네요.
 
운동장을 바라본 채 한참 서 있는 세영은 당신의 외침을 듣지 못합니다.
 
마찬가지로 당신을 발견하지도 못합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세영의 얼굴은 너무 멀리있어, 당신에게 잘 보이지 않습니다.
 
운동장에 서 있던 세영은 몸을 돌려 사라집니다.
 
학교 안에 세워진 교목들에 여전히 시야가 가려 세영이 어디로 가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습니다.
 
도해준:... ... 어디가는거지..
 
세영이 없는 학교 안은 매우 적막합니다.
 
이 교실 안에는 당신의 숨소리와 커튼이 벽에 부딪히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습니다.
 
이 조용함이 익숙할때도 되었지만 ….
 
도해준:... 나갈까..(괜히 한쪽 팔을 쓸어내리다가 교실 문 밖으로 다가가)
 
교실 밖으로 나온 당신은 자신에게 매우 익숙한 복도를 보게 됩니다.
 
복도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포스트잇 안에 화살표가 그려진채로 잔뜩 붙어있습니다.
 
화살표는 왼쪽, 2학년 전용 교무실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현재 당신은 2학년 교실이 모여있는 3층에 있고, 3층에는 [2학년 전용 교무실] [화장실] [음악실]이 모여있습니다.
 
도해준:원래 이렇게 붙어있었나?(고개를 갸웃거리며 중얼거려. 화살표가 가리키고 있는 2학년 교무실로 걸어가)
 
교무실 문을 열자 오래된 적막이 당신의 주위를 한껏 돌아섭니다.
 
창문 너머로 들어오는 햇빛은 여전합니다.
 
주인 없이 비어있는 책상과 의자, 서랍장은 쓸쓸하기만 합니다.
 
한때 같은 반이었던 친구들의 사진이 들어있는 출석부는 손쉽게 찾을 수 있을겁니다.
 
세영의 사진까지도요.
 
탁자 위에 올려진 출석부를 살펴보자 세영의 증명사진이 눈에 들어옵니다.
 
어쩐지 지금보다 굉장히 앳된 얼굴입니다.
 
교무실 벽면에는 열쇠함이 걸려있습니다.
 
2학년 반이 있는 층 대부분의 열쇠가 이곳에 걸려있고, 청소를 담당하는 장소 역시 이곳에 있는 열쇠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열쇠함 뚜껑 위로 적힌 글자가 보입니다.
 
세영의 글씨체입니다.
 
도해준:이런건 또 언제 붙여뒀지.. (종이를 빤히 바라보다 교무실을 나온다)
 
다시 복도로 나오면 여전한 적막만이 당신을 반깁니다.
 
당연한 말입니다.
 
지금 이 '학교' 에는 당신만 존재하고 있으니까요.
 
과거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발자국과 목소리가 교차하였지만 현재는 아닙니다.
 
학교 밖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인류는 죽었고, 또 알 수 없는 존재에 의해 죽임을 당하고 있으니까요.
 
도해준:... ...(적막한 복도에 불길한 기억들이 스쳐.) 얘는 어딜 간거야..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화장실을 기웃거려)
 
깔끔하게 정리 된 화장실입니다.
 
벽에 금이 가고 바닥이 부서진 흔적이 있지만 이정도면 양호한 수준입니다.
 
커다란 거울이 세면대를 차지하고 있었는지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화장실에 거울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수도꼭지 물을 틀자 물은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졸졸졸 미세하게 흐르는 물 소리가 화장실 전체에 울려 퍼집니다.
 
도해준 관찰 판정
 
도해준: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37
판정결과: 보통 성공
 
세면대를 자세히 보자 시간이 좀 지난 것 같은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이게 뭐지?
 
말라붙은 피가 수도꼭지와 그 주변에 채 씻겨내려가지 못한 채 묻어있습니다.
 
누구의 피인지 모르겠습니다.
 
이런건 본 적이 없는데 ….
 
화장실 벽에는 포스트잇이 하나 붙어있습니다.
 
도해준:여기도 붙여놨네.. (중얼거리며 왼쪽 세번째 세면대를 틀어)
 
세영의 말대로 왼쪽 세번째 세면대에서 깨끗한 물이 흘러나옵니다.
 
물은 차갑습니다.
 
도해준:(흐르는 물로 눈가를 닦아내고는 주변을 둘러보며) 여기도 없네.. 밖에서 아직 안 들어왔나.. (화장실 밖으로 나가 음악실로 향해)
 
드르륵-
 
낡은 소리를 내며 열린 음악실 문.
 
음악실 안은 허전합니다.
 
대부분의 자리가 부서져 있고 창문 역시 깨진 곳이 많아 바깥 바람이 그대로 들어옵니다.
 
그래서 그런지 다른 곳보다 조금 춥네요.
 
음악실에는 피아노 한대가 놓여 있습니다.
 
악보가 놓여지고 피아노 뚜껑이 열려있는걸 보면 누군가가 연주했나봅니다.
 
도해준:추워..
(음악실 안을 두리번거리며 피아노 앞으로 다가가)
 
피아노 위에 올려진 악보는 Antonio Lucio Vivaldi - Spring (The Four Seasons) 입니다.
 
어쩐지 피아노를 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피아노 악보 위에 포스트잇이 하나 붙어 있습니다.
 
도해준:여기도.. (손가락으로 레# 건반을 눌러본다)
 
레 # 건반을 눌러보면 고장이 났는지 정말 음이 들리지 않습니다.
 
도해준:이런건 다 언제 붙여둔거야..
아직도 밖에 있나... (음악실을 나와 운동장으로 향하는 계단을 내려가)
 
당신은 세영을 찾기 위해 운동장으로 나왔습니다.
 
우리들이 살고 있는 세상이 무너져 내렸다는걸 모르는 사람이 없을만큼 운동장은 온통 뒤집혀 있습니다.
 
기괴한 모양으로 패인 땅. 무너진 벤치와 단상.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푸른 초목들.
 
그나마 남아있는 나무들도 비틀린채 자라 음산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한세영은 어디있죠?
 
분명 이쪽으로 왔던 것 같은데 ….
 
운동장 옆에 위치한 낡은 강당이 보입니다.
 
덩굴들이 강당의 외벽을 타고 올라 지붕을 비롯해 모은걸 잡아 먹은 모습입니다.
 
도해준:(콜록..) 아까 여기 있었는데.. 어디로 간거야..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너를 찾다가 눈에 걸리는 강당으로 걸음을 옮겨)
 
강당에는 생존에 필요했던 물품들을 보관하는 곳이죠.
 
강당을 출입할 때 필요한 열쇠를 잃어버리면 안된다면서 세영은 당신의 목에 열쇠를 걸어줬습니다.
 
강당 문이 잠겨있는걸로 봐서는 세영이 저곳에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도해준 듣기 판정
 
도해준:
듣기
기준치: 65/32/13
굴림: 99
판정결과: 실패
 
....!
 
방금 강당 안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지 않았나요?
 
바람 소리인가?
 
갈라진 문 틈 사이로 강당 안을 보자 어두운 곳에서 무언가 움직이는게 보입니다.
 
도해준:...? 안에 누가 있나..? (목에 걸린 열쇠로 강당 문을 열어)
 
무거운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듣기 싫은 마찰음이 납니다.
 
오래도록 수리되지 않은 문은 어딘가 위태롭게 지속되고 있었습니다.
 
문을 열자 바깥의 빛이 강당 안으로 쏟아지고 강당 속 모습이 드러납니다.
 
구호용 박스에 들어있는 식량부터 응급용품이 벽에 쌓여있고 고장난 총기, 사용되지 않은 탄피들이 담겨있는 박스도 보입니다.
 
학교 안에 남아있던 이불과 옷들이 걸려있습니다.
 
양동이 안에 든 물, 사용감이 있는 달력 등 생각보다 많은게 들어 있는 강당 안은 2달동안 채워 넣은거라고 하기엔 꽤 양이 많네요.
 
소년:오랜만에 보네.
아직도 그 녀석이랑 여기서 같이 지내?
 
강당 안에 있던 무언가는 '사람' 이었습니다.
 
도해준:...? 누구...
 
세영과 당신의 모습과 다르지 않는 그 사람은 구호용 식품 박스를 뒤지고 있던 도중인듯 합니다.
 
당신을 보더니 자리를 툭툭 털고 일어나 알 수 없는 말을 내뱉습니다.
 
오랜만이라니.
 
마치 만난 적 있는 사람 마냥 ...
 
도해준:절 아세요..?
 
소년:모른 척 하는 거야, 아니면 진짜 기억이 안 나는 거야.
 
도해준:...? (갸웃..)
 
소년:저번에 너랑 같이 있던 애가 쫓아냈었는데, 기억 안 나?
 
도해준:세영이가? (아무리 떠올리려고 해도 없는 기억에 고개를 갸웃거려)
 
더 대화를 이어나가려고 할 때, 열려있던 강당 문이 끌리는 소리가 납니다.
 
누군가 강당 안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외부인은 그 소리를 듣고 인사도 없이 재빠르게 깨진 창문 밖으로 사라집니다.
 
도해준:?!...
 
강당 안으로 들어온 사람은 바로 한세영입니다.
 
세영은 당신이 이곳에 있는걸 의아하게 여기지만 누군가와 함께 있었다는 사실은 눈치채지 못한 듯 합니다.
 
한세영:교실에 없어서 깜짝 놀랐잖아.. 왜 여기 있어?
 
세영의 말이 거짓은 아닌듯 세영의 표정은 다소 굳어있습니다.
 
방금까지 이 곳에 누군가 있었다는 사실을 세영에게 말하는게 좋을까요?
 
아니면 그냥 넘어가는게 좋을까요?
 
도해준:어..? 너 찾으러 온건데. 너야말로 어디 갔다 온거야?
 
한세영:주변 좀 둘러보고 왔어. 바깥에 있던 사람이 혹시 들어올지도 모르니까.
 
도해준:그렇구나..(콜록) 안그래도 아까 사람이 있던데.. 혹시 너도 아는 사람이야?
 
한세영:(기침 소리에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널 바라보다가 누군가 있었다는 말에 표정이 차갑게 식는다) ... 사람?
 
도해준:(차갑게 굳어지는 표정에 조금 당황해) 어..? 어...
 
한세영:(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전에 이 학교에 있던 사람인데.., 위험해서 내보냈어. 너무 충동적이라서. 그 뒤로도 학교 밖에서 몇번 마주쳤는데 이 주위를 계속 돌고 있는 것 같아. 안다고 할 정도로 안면이 있지는 않고.
 
도해준:(주춤..)그래..? 처음 보는 얼굴인 것 같은데 날 알고 있더라고... 마주친 적이 있던가?
 
한세영:... 글쎄. 아마 학교 안에서 잠깐 스쳤던 걸 기억하고 있는 거 아닐까.
 
도해준:그런가... 난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안나서.. (흘끗..)근데 너 괜찮아?
 
한세영:사소한 거까지 다 기억하는 그쪽이 이상한 거지.. ... 괜찮은데? 왜?
 
도해준:아니.. 그냥 기분이 안 좋아보여서..
 
한세영:내가 기분 안 좋을 일이 뭐가 있겠어.. 괜찮아. 그냥 좀... 바깥 상황이 어지러워서 그래.
 
학교 밖 상황에 대해서는 놀라울 정도로 단호한 세영의 모습입니다.
 
그때, 강당 밖에서 몰래 들어 올 수 있는 깨진 창문을 발견한 세영의 표정이 순간 굳습니다.
 
창문으로 걸어가 깨진 유리의 밖과 주변을 살피더니 벽에 세워놓은 권총 하나를 당신의 손에 쥐여줍니다.
 
도해준:..??
 
혹시 누군가 학교 안으로 침입한 채 당신과 마주치면 위험할 수도 있으니까요.
 
실탄이 장전되어 있으니 이왕이면 그런 상황에서 큰 소리로 자신을 부르라는 말도 덧붙입니다.
 
도해준:... ... (끄덕..)
 
한세영:...나가자, 이제.
 
도해준:응...(슬쩍 옷자락을 잡아)
 
한세영:(옷깃을 잡는 손을 흘긋 보더니 손을 부드럽게 깍지 껴 잡고 강당을 나온다)
 
강당에서 나온 세영과 당신 앞에 꽃봉오리가 채 피지 못한 꽃 하나 떨어집니다.
 
운동장에 심어진 엉성한 나무 중 한곳에서 떨어진 것 같습니다.
 
그렇죠. 곧 봄입니다.
 
학교 밖 상황이 어떻든, 지금 이 순간 또 누군가가 죽고 누군가가 간절한 기도를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지금 이 시간이 흐르기를 기다리고, 또 무사하기를 바라고.
 
… 함께 있다는 것에 안도할 뿐이죠.
 
떨어진 꽃을 주운 세영이 입을 엽니다.
 
한세영:벚꽃 보러 갈래?
 
도해준:.. 벚꽃? 벌써 필 때가 됐나?
 
한세영:일단 봄이니까..?
 
도해준:그러네.. 응, 보러 가자.
 
당신과 세영은 교문 앞으로 향합니다.
 
눈 깜짝할새 무너져버린 세상때문에 교목이라고 쳐도, 학교 내 성한 벚꽃 나무는 거의 없습니다.
 
교문 앞에 세워진 벚나무 한그루만이 이 학교 안에 존재하는 유일한 벚꽃나무입니다.
 
창문 너머로 어렴풋이 봤던 것처럼 벚꽃나무는 아직 꽃이 피지 않았습니다.
 
터지지 않은 꽃봉오리가 나뭇가지에 매달려있고 바람이 불 때 흔들립니다.
 
한세영:..곧 피겠다.
 
세영의 말대로입니다.
 
벚꽃은 금방 필테고 또 금방 지겠죠.
 
세상에 태어난 모든 것이 그렇듯이요.
 
도해준:(빤히 올려다보며) 봄이 오긴 온 모양이네.. 빨리 폈으면 좋겠다..
 
한세영:그러게... (나무를 올려다보며) .... 내년 봄엔 네가 내 옆에 있을까?
 
세영의 질문은 어딘가 이상합니다.
 
자신은 아무데도 가지 않을거라 했으면서 당신은 어디론가 가버릴거라고 생각하는걸까요?
 
이 학교 안은 안전합니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겁니다.
 
이곳보다 더 적합한 피신처를 찾을 수는 없을테죠.
 
도해준:..? 당연하지.. 내가 네 옆이 아니면 어디 있겠어..
 
한세영:.. 응, 그렇지? (살짝 어두운 미소를 짓는다)
 
도해준 듣기 판정
 
도해준:
듣기
기준치: 65/32/13
굴림: 84
판정결과: 실패
 
" ...... "
 
방금 이상한 소리가 들렸던 것 같은데.
 
잘못 들은걸까요?
 
도해준:?...
 
귓속에서 이상한 외침이 웅얼거렸던 기분이 듭니다.
 
소리가 어디서 들렸는지 알 수 없습니다.
 
교문 쪽에서 들린 것도 같고 ...
 
도해준:(이상한 기분에 손바닥으로 귀 한쪽을 슥 문지르며 교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교문에는 포스트잇이 붙어있습니다.
 
화장실과 교무실, 음악실에 붙어있는 포스트잇과 같은 포스트잇입니다.
 
학교 이곳저곳에 포스트잇이 붙어있습니다.
 
도해준:... 이것도 네가 붙여둔거야? (널 돌아보며 물어)
 
한세영:..아, (포스트잇을 보더니) 맞아. 네가 몸이 심하게 아프고 나면 자꾸 뭔가 하나씩 잊어버리는 게 생겨서 내가 붙여뒀어.
 
도해준:그랬나..? (전에는 그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나 많이 안 좋은건가..
 
한세영:최근에는.. 많이 안 좋아졌어.
 
도해준:겉으로는 잘 모르겠는데... 괜찮을거야, 환절기라 감기 같은거겠지.
 
한세영:.... 응. (교문 밖을 힐끔 보고) 나중에 다 나으면.. 같이 나가자.
 
교문 밖의 모습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무너진 돌담과 도로가 시야를 방해하고 있기 때문이겠죠.
 
도해준:(고개를 끄덕이고는 ) 응, 그러자
 
도해준 건강 판정
 
도해준:
건강
기준치: 50/25/10
굴림: 81
판정결과: 실패
 
다리에 힘이 풀려 당신은 주저 앉습니다.
 
꽃 향기에 머리가 아파옵니다.
 
확실히 몸이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도해준:(콜록콜록...)
 
눈에 보이는 학교가 순간 여러개로 겹쳐 보이고 세영의 목소리도 아득해집니다.
 
누군가의 부축 없이는 일어서기 힘들 지경입니다.
 
한세영:괜찮아..?
 
당신의 몸이 좋지 않다는걸 알아차린 세영의 얼굴에 걱정하는 기색이 또렷하게 드러납니다.
 
도해준:(콜록) 괜찮아.. 잠깐 현기증이 나서 그런거야... ... 나 좀 잡아줄래..
 
한세영:(아랫입술을 꾹 물었다 놓고) 들어가서 쉬는 게 좋겠다. (네 앞에 등을 보이고 쭈그려 앉는다) .. 업혀. 무리해서 걷지 말고.
 
도해준:어..? 괜찮은데.. (머뭇거리다가 네 등에 조심히 업혀)
 
확실히 좀 쉬는게 낫겠습니다.
 
몸이 좋지 않았던건 학교에 들어 온 후 꽤 자주 있는 일이었으니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닙니다.
 
당신과 세영은 다시 교실로 돌아갑니다.
 
장면전환
 
새 한마리가 창문에 붙어 가볍게 날아다닙니다.
 
세영은 또 다시 학교 밖으로 나갔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총을 챙겼죠.
 
나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곳에서 지내기 위해 필요한 생필품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세영도 당신을 학교 안에 혼자 두고 나가고 싶지는 않았을겁니다.
 
여튼, 늦은 오후까지는 또 다시 혼자네요.
 
도해준:... ...
 
어제 봤던 그 사람은 누구일까.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이었는데...
 
꽤 심란한 생각에 빠져 있을때쯤 창문 근처를 날아다니던 새가 교실 안으로 들어옵니다.
 
도해준:..? 새?
 
작은 새지만 당신의 주의를 빼앗는데 충분했습니다.
 
새는 천장을 한번 둥글게 이동하더니 겁도 없이 당신의 근처에 내려 앉습니다.
 
머리를 앞 뒤로 흔들어대며 주변에 머무르는게 제법 귀엽습니다.
 
도해준 관찰 판정
 
도해준:(피식..) 안녕?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90
판정결과: 실패
 
다리가 다친 새인가 봅니다.
 
다리에 작은 종이가 묶여있습니다.
 
붕대가 없었던 탓에 급한대로 이렇게 처치해둔걸까요?
 
종이는 엉성하게 묶여있습니다.
 
도해준:너도 아프니? ... 그런거 치곤 엉성한데.. (다시 묶어줄 생각으로 종이를 풀어)
 
새의 다리에 묶인 종이를 풀어내자 누군가가 쓴 삐뚤 삐뚤한 글씨체가 보입니다.
 
종이에는 ' 물은 어디에 있어? ' 라고 적혀있습니다.
 
설마 이거, 누군가 자신에게 보낸 전서구인가요?
 
도해준:..? 물..?
 
새가 있었던 곳은...
 
당신이 창문 밖을 바라보면 창문 아래에는 어제 강당 안에서 봤던 그 '소년' 이 웃으며 서 있습니다.
 
도해준:..!
 
세영이 나간 틈을 타서 다시 학교 안으로 들어왔나봅니다.
 
소년이 휘파람을 불자 당신의 어깨에 앉아 있던 새가 당신 주변에서 가볍게 소리내어 웁니다.
 
소년은 뻔뻔하게 말합니다.
 
소년:물이 있는 곳만 알려주면 얌전히 나갈게. 학교 대부분은 잠겼거든.
 
이번에는 생수 몇병을 훔쳐 달아나려고 하나 봅니다.
 
세영이 알게되면 안 될텐데…
 
물은 당신이 있는 교실 복도와 2학년 교무실 안에 있습니다.
 
도해준:... ...
 
소년:어제에 이어 오늘도 보네. 그 녀석이 널 꽁꽁 숨긴 채로 도통 보여주질 않거든. 교문을 나가는 걸 확인하고 들어와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던 참이야.
 
소년의 성격은 기본적으로 밝고 능청스럽습니다.
 
소년이 돌보는 것 같은 새와 장난을 치기도 합니다.
 
이상한 녀석이지만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도해준:...(그렇게 위험해 보이진 않는데..) 교실 복도.. 세영이가 돌아오기 전에 빨리 챙겨서 나가..
 
소년:그래? 고마워!
 
소년은 뻔뻔하게 웃으며 학교 안으로 들어오더니 복도에서 물을 챙깁니다.
 
소년:근데, 어제 네가 나한테 너 본 적 있냐고 물었었지?
 
도해준:... 그랬지..
 
소년:그땐 급하게 나가느라 대답을 못해줬는데 말이야. (생수병을 가방에 챙겨 넣으며) 지하실에서 봤어.
 
도해준:지하실에서 봤다고..?
 
소년:응. 자세한 건 기억이 잘 안나. 나는 그냥 궁금해서 따라가본거거든. 뭐, 몰래 엿본 건 맞는데 지하실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건 확실하지. 그때 이후로 그 녀석이 학교에서 지내고 있던 모든 사람들을 다 쫓아냈으니까. 지금도 밖에서 고생 좀 할걸?
 
그렇게 말하는 소년은 세영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진건 확실해보입니다.
 
도해준:... ...
 
하지만 소년은 물을 가져가는 것 외에 별 다른 목적이 없어보입니다.
 
소년:.. 음?
 
대답을 마친 소년은 몸을 일으키다가 뭔가 발견한 듯 작은 소리를 내더니 재빠르게 주워 본인의 옷주머니 안으로 숨깁니다.
 
도해준:..? 왜 그래?
 
그러다 곧 자리를 털고 일어나 당신을 향해 말합니다.
 
소년:아냐. 아무것도. 난 다시 내려갈 건데 넌 안 가?
 
도해준:.. ... 지하실에 가려는거야?
 
소년:응.
 
도해준:(세영이가 싫어할텐데...) ... 가볼래..
 
당신은 소년과 함께 교실을 나섭니다.
 
이 사실을 세영이 알게 되면 분명 화를 내겠죠.
 
하지만 그 당시 자신도 지하실에 있었다고 했잖아요?
 
그렇다면 그냥 넘어갈 수 없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건지 알아봐야겠어요.
 
도해준:(내가 뭘 잊어버린거지..)
 
당신은 소년을 따라 계단을 내려갑니다.
 
1층에 내려오자 운동장을 가로질러 누군가 걸어오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도해준 관찰 판정
 
도해준: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6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처음보는 얼굴입니다.
 
입고 있는 옷은 세영과 같은데 전혀 모르는 얼굴을 가진 사람이 보입니다.
 
누구지?
 
왜 학교 안으로 들어온거지?
 
소년처럼 학교에서 쫓겨난 사람인가?
 
도해준:...? 누구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때 그 사람이 총을 겨눕니다.
 
당신이 아닌 '소년' 에게.
 
소년도 운동장에 선 누군가를 바라보곤 등에 메고 있던 소총을 잡고 조준합니다.
 
두 사람간 팽팽한 긴장감이 주변에 감도는 것 같습니다.
 
무슨 말이라도 꺼내면 그대로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습니다.
 
누군가는 총구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천천히 당신과 소년에게 다가옵니다.
 
?: 해준아. 그 녀석한테서 떨어져.
 
누군지도 모를 사람에게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믿을 수 없게도 세영의 목소리입니다.
 
대체 왜… 처음보는 누군가는 세영과 똑같은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걸까요?
 
도해준 이성 판정
 
도해준:네...? (혼란스러운 상황에 당황한 기색이 그대로 드러났다)
SAN Roll
기준치: 65/32/13
굴림: 1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성 변화 없음
 
알 수 없는 것들 투성이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때,
 
알 수 없는 누군가에게 겨눴던 소년의 총이 당신에게 향합니다.
 
도해준:..?!!
 
그러자 누군가의 눈이 크게 요동칩니다.
 
소년:총 내려. 아니면 쏠 거야.
 
소년의 말에 그가 무슨 말을 할지, 무슨 행동을 취할지 예상하는건 어렵지 않습니다.
 
분한 듯 얼굴을 구기면서도 소년을 겨누고 있던 총을 바닥에 내려놓습니다.
 
그 모습을 확인한 소년은 틈을 타 재빠르게 다가갑니다.
 
당신의 옆을 스치면서 소년은 잘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말을 꺼냅니다.
 
소년:새는 두고 갈게. 미안.
 
복도를 뛰어가는 발 소리.
 
도해준:...
 
정체를 알 수 없는 누군가와 단 둘이서 남았습니다.
 
창문을 통해 들어온 새는 눈치도 없이 당신의 옷을 부리로 물고 지하실로 이끌려고 합니다.
 
눈 앞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왜 이 학교에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왜 저 녀석이랑 같이 있어? 어디서 만난 거야?
 
추궁하듯 물어오는 누군가의 목소리는 세영과 완전히 같습니다.
 
도해준:(발걸음을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나) 네..? 아니 그러니까...
 
눈 앞이 다시 진동하듯 흔들리며 기울어지더니 곧 다시 정신을 차립니다.
 
그리고 눈 앞에는 세영이 서 있습니다.
 
알 수 없었던 누군가는 사라지고 없습니다.
 
도해준:...? 세영..아?
 
도해준 이성 판정
 
도해준:
SAN Roll
기준치: 65/32/13
굴림: 2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성 -1
 
당신이 이상한걸 알아차린 세영은 당신의 어깨를 잡고 묻습니다.
 
한세영:내가 누군지 알겠어..?
 
도해준:어? 그러니까... 이제 지금...
 
당신의 대답에 한번 더 묻습니다.
 
한세영:내 목소리도 들려?
 
도해준:... 드..들려..
 
이제는 또렷하게 잘 보입니다.
 
눈 앞에 있는 사람은 세영이 확실합니다.
 
착각했던 걸까요?
 
한세영:....하.. 그래.. (안도한 듯 깊은 숨을 내쉬며 네 어깨 위에 올려두었던 손을 내린다)
 
하지만 단순히 착각이라고 하기엔...
 
세영은 당신에게 물어볼게 많은 듯 한 얼굴입니다.
 
그러고보니 세영의 모습이 말이 아니네요.
 
무거운 베낭을 메고 돌아온 세영의 옷은 여기저기 찢어져있고 피가 묻어있습니다.
 
고생 좀 할거라는 소년이 말이 거짓말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도해준:(왜 못 알아봤던거지.. 누가봐도 세영인데..왜... 여전히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시선을 내리다 문뜩 네 모습을 보고는)... 밖에 나갔다 온거야..?
 
한세영:..응. 아침에 나갔다 온다고 했었는데... 못 들었어?
 
도해준:응? 아냐 들었어.. (손끝을 꼼지락 거리다) ... 미안해..
 
한세영:아냐.. 괜찮아. (네 손을 붙잡더니) 지하실 가려고 했었어?
 
도해준:(고개를 들어) 아, 응.. 저 사람이 날 지하실에서 본 적이 있다고 해서..
 
한세영:그렇구나.... .. (잠깐 침묵하고) 지하실은 지금 못들어가. 열쇠를 잃어버렸거든. 우리 힘으로 열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우리가 처음 여기 왔을 때 무너졌어.
 
지하실은 두꺼운 철문으로 닫혀있지만 천장에는 금이 여러군데 가 있습니다.
 
세영의 말이 거짓은 아닌듯 주저 앉은 건물의 모습이 보입니다.
 
확실히 교무실에서 지하실 열쇠만 없었던게 기억 납니다.
 
도해준:처음 왔을 때부터 무너져있었다고? (그럼 날 지하실에서 봤다는 말은 뭐지..?)
 
한세영:.. 궁금하면 가볼래?
 
도해준:... (끄덕)
 
지하실로 내려가도 지하실 문은 굳게 잠겨있습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않고 문 뒤로 무엇이 있는지도 모르지만 당신은 직감 할 수 있을겁니다.
 
감이 좋지 않습니다.
 
들어가면 안 될 것 같다는 본능적인 위화감.
 
…안에 뭔가 있습니다.
 
도해준:분명히 여기서 봤다고 했는데..
 
한세영:.... 그런 거 신경쓰지 마. 네가 날 기억하기만 하면 되는 거잖아. 여기서 나가자, 응?
 
세영도 느꼈나봅니다.
 
감이 좋지 않다는 것을.
 
도해준:... ... 응.. (계속 마음에 걸리는 것을 뒤로하고 걸음을 돌렸다)
 
둘은 다시 학교 밖으로 나옵니다.
 
꽃 향기가 어제보다 더 짙어졌습니다.
 
벚나무를 제외하고 다른 나무들의 가지에는 이미 꽃이 만개했습니다.
 
소년이 두고 간 새는 당신의 어깨에 잘 앉아 있습니다.
 
학교의 모습은 세영과 당신이 학생이었던 시절보다 낡았고, 때가 탔으며 여기저기 무너져 내렸지만 큰 변화는 없습니다.
 
학교 위에 멈춰진 커다란 시계.
 
구부러진 옥상 난간, 깨진 창문들 ….
 
둘은 운동장을 내려가기 전 자리한 벤치에 앉습니다.
 
세영이 가져온 것들은 먹을 것과 약품 몇개, 아마도 누군가가 가지고 있었을 여러개의 총알입니다.
 
중요한건 오늘도 세영이 무사히 돌아왔다는 사실이겠죠.
 
세영은 당신에게 밖에서 봤던 것들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어딘가에서 호수를 발견했다거나, 저번에 발견했던 건물이 무너졌다거나같은 시시한 이야기가 전부지만 당신은 학교에 들어온 이후 밖을 나가 본 적이 없으니까요.
 
노을이 집니다.
 
짧은 봄은 너무 순식간에 흘러가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봄을 만날 수 있을까요?
 
세상이 다 끝난 것 같지만 우리들은 아직 살아있고 계절은 바뀌어 갑니다.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더 행복할 수 있고, 좀 더 절망스러울 수 있겠지만 지금은 눈 앞에 소중한 사람이 있다는 것 만으로도 만족스러울 수 있겠죠.
 
한세영:(멍하니 노을이 지는 하늘을 바라보며) .. 해준아, 난 너랑 여기서 안전하게 살고 싶어. 오늘 다시 봤던 바깥은 너무 위험하고... 나가면 우리가 계속 함께 있을 수 있다는 보장도 없으니까.
 
도해준:(옆에 앉아 네게로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곧 시선이 아래로 떨어졌다) ...그렇겠지.. 그치만.. 항상 너만 힘들게 밖에 다녀오는 것도 나 때문에 고생하는 것도 미안한 걸.. 오늘도.. (갑자기 널 알아보지 못했는걸..)
 
한세영:(눈을 힘없이 깜빡이다가 눈동자를 옆으로 굴려 네 옆모습을 본다) 차라리... 나 혼자 조금 고생하는 게 더 나아. 너 무리하는 것도 싫고.. (뭐라 말을 더 이으려다가 입을 다물어버린다) .... 네가 날 못알아 볼 때마다 내가 계속 날 알겠는지 물어볼게.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 당신의 모습을 눈치 챈 세영의 말이 이어집니다.
 
하지만 어째서?
 
물론 몸이 아프고 나서부터는 이래저래 잊어버리는게 늘었습니다.
 
그게 뭐든 당신의 자의로 할 수 있는 일이 줄어들고 있다는것은 확실합니다.
 
노을이 지는 곳을 등진 세영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지만 세영의 표정을 보지 않아도 지금 세영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알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도해준:... ...
 
한세영:지금은.., 날 알아보겠어?
 
바람이 불자 나무에 핀 꽃잎들이 바닥을 향해 우수수 떨어집니다.
 
도해준:...한세영이잖아. 당연히 알아보지..
 
한세영:.. 그래. 그럼 됐어.
 
장면전환
 
눈을 뜨면 밤입니다.
 
세영과 함께 교실로 돌아와 이른 저녁을 챙겨먹고 두통약을 먹은 뒤 잠에 들었었습니다.
 
몸을 돌리자 누워서 잠이 든 세영의 모습이 보입니다.
 
도해준:...
 
밤이 된 학교는 누군가의 목소리조차 들리지 않아서 좀 더 쓸쓸해보입니다.
 
도해준:(빤...)
 
당신은 물을 마시고 싶다는 갈증을 느낍니다.
 
물은 복도에 두었습니다.
 
도해준:(네가 깰까 조용히 몸을 일으켜 복도로 나가)
 
당신이 복도 밖으로 나가자 복도에 마련된 작은 책상 위에 올려진 생수 한병과 그 옆, 깨진 전신 거울을 발견합니다.
 
도해준:(생수병을 집어들다가 문뜩 옆에 보인 거울을 들여야 봐)
 
중앙이 완전히 깨진 거울은 당신의 모습을 비추기에 무리가 있습니다.
 
깨끗하지 않은 천으로 덮여있는 천을 걷어내면 텅 비어있는 거울의 모습이 보입니다.
 
도해준 관찰 판정
 
도해준: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77
판정결과: 실패
 
딱히 특별한게 없습니다.
 
거울을 왜 천으로 덮어놨는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외에도 학교 내에는 폐허가 되어 출입 금지 된 곳이 많으니 특별한 일은 아닙니다.
 
도해준:... (거울에서 시선을 돌려 손에 들고 있던 물을 마시고는 다시 조용히 교실로 돌아갔다)
 
당신은 다시 교실로 돌아옵니다.
 
불빛 하나 없는 교실 내부는 누워있는 세영의 존재만 가늠 할 수 있을정도로 어둡습니다.
 
세영의 얼굴을 자세히 보려고 세영이 자고 있는 곳을 바라본 당신은 그곳에 있는 '전혀 다른 사람' 을 발견합니다.
 
세영이 누워있던 자리에 누워있는 사람은 세영이 아닙니다.
 
도해준:?!
 
당신이 알고 있는 얼굴과 매우 다르게 생겼습니다.
 
그럼 이 사람은 또 누구죠?
 
방금 전 까지 당신 옆에서 잠들어 있는 이 사람은…
 
도해준:세...세영이는...
 
도해준 이성 판정
 
도해준:
SAN Roll
기준치: 64/32/12
굴림: 72
판정결과: 실패
 
▶: 이성을 1D3만큼 손실합니다.
 
도해준:
Rolling 1D3
굴림: 1
 
이성 -1
 
누군가의 기척을 느꼈는지 잠을 자고 있던 '사람'은 어렴풋이 눈을 뜹니다.
 
도해준:..!!
 
눈동자가 당신을 향해 고정됩니다.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당신을 말없이 응시하던 그 사람은 당신을 향해 손을 뻗은 채 입을 뗍니다.
 
?: 왜 이렇게 일찍 깼어?
 
낮에 있었던 일 처럼 세영과 똑같은 목소리입니다.
 
도해준 정신력 판정
 
도해준:
정신
기준치: 65/32/13
굴림: 82
판정결과: 실패
 
한세영은 어디 갔죠?
 
항상 옆에 있어줄 것 같던 세영이 왜…
 
깜박거리던 눈을 꾹 감고 정신을 차리려 노력합니다.
 
또 다시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픕니다.
 
숨이 차올라서 호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지만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도해준:하... ...
 
누군가의 '손길' 이 땀에 젖은 당신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깁니다.
 
?: 괜찮아. 일어나면 다시 잊을거야.
 
능숙하게 달래는 목소리.
 
세영이 아닌 얼굴.
 
당신은 그대로 정신을 잃습니다.
 
장면전환
 
당신은 이틀동안 내리 앓았습니다.
 
모든 힘이 빠져나가는 느낌이 낯섭니다.
 
열이 나고, 누군가의 환청이 들렸습니다.
 
아주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정체 모를 소리도 들렸습니다.
 
당신의 옆을 계속 세영이 지켰고, 정신이 끊어지기를 반복하던 순간에 세영이 미안하다고 작게 중얼거리는 목소리를 들었던 것도 같습니다.
 
눈을 뜨자 가장 먼저 보인 건 창문틈에 내려 앉은 벚꽃 잎입니다.
 
그 며칠동안 교문 앞에 세워졌던 벚꽃이 폈나보네요.
 
여기까지 바람을 타고 날아왔나봅니다.
 
열을 식혔던 수건, 몇알의 약과 먹다 남긴 가벼운 음식까지.
 
당신의 주변은 여러개의 물건들로 가득합니다.
 
도해준 건강 판정
 
도해준:
건강
기준치: 50/25/10
굴림: 72
판정결과: 실패
 
여전히 속이 울렁거리고 머리가 욱신거립니다.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자 몸이 비틀거립니다.
 
도해준:...읏...
 
도해준 정신력 판정
 
도해준:
정신
기준치: 65/32/13
굴림: 96
판정결과: 실패
 
알고 있는 목소리와 알지 못하는 목소리가 머리 안에서 뒤섞입니다.
 
수많은 목소리와 얼굴이 나타났다가 사라지지만 공통점은 모두 당신을 부르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 사이에서 누군가 당신을 향해 손을 뻗습니다.
 
당신이 그의 손을 잡으려고 하자, 일순 모든게 사라집니다.
 
장면전환
 
당신은 어느 교실 안에 있습니다.
 
처음보는 낯선 교실입니다.
 
이곳은 어디죠?
 
칠판에는 알 수 없는 말들이 잔뜩 늘어져 있습니다.
 
누군가의 이름과 당신의 이름.
 
도해준:여...여기가 어디지..?
 
장난처럼 그려진 여러개의 그림들.
 
칠판을 가득채운…
 
누군가의 글씨.
 
도해준 이성 판정
 
도해준:
SAN Roll
기준치: 63/31/12
굴림: 60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 변화 없음
 
칠판 왼쪽 아래에 적혀있는 포스트잇이 보입니다.
 
그 포스트잇에 적힌 글은....
 
파란색 분필로 동그라미 쳐 놓은 곳에는 세영의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당신과 함께 있던 새가 요란한 울음소리를 내며 당신의 주위를 빙빙 돌다 복도로 나갑니다.
 
도해준:...(새를 올려다보다 잔뜩 겁먹은 듯한 걸음을 옮겼다)
 
복도로 나가자 [2학년 전용 교무실] [화장실] [음악실] 이 보입니다.
 
처음보는 복도입니다.
 
계단도, 창문도 모든게 다릅니다.
 
언제 이런 곳이 생긴걸까요?
 
곧 무너질것만 같은 이 학교 안은 어둡고, 외롭고 무섭습니다.
 
복도에는 포스트잇 안에 화살표가 그려진채로 잔뜩 붙어있습니다.
 
화살표의 방향을 따라가면 2학년 전용 교무실이 있고 계단이 존재하고, 또 교실로 돌아가는 방향도 나옵니다.
 
화살표 방향으로만 따라가면,
 
당신은 이 낯선 학교 안을 어디든 갈 수 있습니다.
 
도해준:... ... (화살표가 가리키는 교무실 쪽으로 걸어가)
 
교무실 문을 열려고 하자 문이 열리지 않습니다.
 
교무실 문 앞에 포스트잇이 한 장 붙어있습니다.
 
도해준:(조용히 손을 뻗어 오른쪽 문을 열어)
 
오른쪽 문을 열면 정말 문이 쉽게 열립니다.
 
교무실 문을 열자 오래된 적막이 당신을 감싸 안습니다.
 
창문 너머로 아무런 빛도 들어오지 않습니다.
 
주인 없이 비어있는 책상과 의자, 서랍장, 탁자 위에 출석부가 있습니다.
 
펼친 출석부에는 생전 처음보는 낯선 이들의 얼굴이 가득 들어있습니다.
 
당신이 알고 있는 얼굴은 아무도 없지만.
 
낯선 얼굴 속 익숙한 이름이 보입니다.
 
칠판에서 봤던 그 이름입니다.
 
교무실 벽면에는 부서진 열쇠함이 걸려있습니다.
 
열쇠함 뚜껑 위로 적힌 글자가 보입니다.
 
외에도 2학년 교무실 안에는 여러장의 포스트잇이 붙어있습니다.
 
두번째 창문이 흔들려 위험하다는 것과 생수병, 필요한 물건들의 위치가 어디에 있는지도 적혀있습니다.
 
도해준:(낯설고 무섭기만 한 공간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서둘러 교무실을 나왔다. 복도를 따라 걸으며 보이는 화장실로 들어가)
 
벽에 금이 가고 바닥이 부서진 흔적이 많은 화장실입니다.
 
낯선 화장실에 들어서자 커다란 거울이 세면대를 차지하고 있었는지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수도꼭지 물을 틀면 물은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화장실 세면대 수는 생각보다 많고 대부분이 녹슬어 있습니다.
 
세면대에 남아있는 핏자국이 눈에 들어옵니다.
 
며칠 전에도 본 적이 있는 핏자국을 보자 당신의 머릿 속에 한 장면이 스쳐지나갑니다.
 
교문 밖을 나섰다가 부상을 입고 돌아온 세영의 상처를 씻어내린 적이 있습니다.
 
언제?
 
… 그러니까, 그게 언제였더라.
 
생각이 잘 나지 않습니다.
 
화장실 벽에는 포스트잇이 하나 붙어있습니다.
 
도해준:대체 언제... (자꾸만 끊기는 기억을 중얼거리다 포스트잇을 보곤 세면대에 물을 틀어)
 
포스트잇에 적힌대로 왼쪽 세번째 세면대에서 깨끗한 물이 흘러나옵니다.
 
물은, 매우 차갑습니다.
 
도해준 관찰 판정
 
도해준: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79
판정결과: 실패
 
딱히 특별한게 없습니다.
 
화장실은 인기척도 없이 조용합니다.
 
도해준:... 나가고 싶어.. 세영이는..?(소름끼칠 정도로 조용한 화장실에서 나와 복도를 두리번거리며 널 찾아)
 
복도에 나오면 여전히 아무도 없습니다.
 
도해준:... ... 세영아..? (아무도 없는 복도에서 널 부르며 음악실로 다가갔다)
 
음악실 밖에 서자 피아노 음이 들려옵니다.
 
어쩐지 어색한 곡.
 
어딘가 완벽하지 않은 화음이 쌓입니다.
 
그건 아마도 ...
 
' 레 # 건반은 소리가 안 나와. ' 라고 적혔던 포스트잇이 떠오릅니다.
 
도해준:... (조심스레 음악실 문을 열어)
 
음악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피아노 곡이 뚝 끊깁니다.
 
처음 보는 얼굴입니다.
 
처음보는 누군가는 당신을 바라보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누구죠?
 
이번에도 한세영인가요?
 
누군가는 당신이 입을 열 동안 먼저 목소리를 뱉지 않습니다.
 
도해준:...누구..
 
소년:악보가 있길래 궁금해서 한번 쳐봤어.
 
한세영의 목소리가 아닙니다.
 
당신은 알 수 있습니다.
 
눈 앞에 있는, 이 처음 보는 사람은 당신이 또 다시 낯설게 느끼는 모습을 한 익숙한 소년입니다.
 
당신의 주변을 돌던 새가 소년에게 날아갑니다.
 
도해준:...! (세영의 목소리가 아닌 것을 알아채자마자 주춤 뒤로 물러나)
 
소년:어젯밤에 지하실에 들어가봤어. 너희가 있던 교실 앞 복도에서 열쇠를 찾았거든.
... 너희들 대체 지하실에서 무슨 짓을 한 거야? 거기에 뭘 만들어낸 거냐고. 내가 본 게 뭔 줄 알아?
그때 지하실에서 기억을 잃어버렸어. 3년 전에. 너도 그렇지?
 
3년 전?
 
당신이 세영과 함께 이 학교에 온 건 분명 2달 전일텐데...
 
도해준:3년 전이라고..?
 
소년은 당신과 세영이 3년 전 이 학교에 정착했다고 말합니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고도 하죠.
 
그럼 지난 3년간의 기억은 다 어디로 갔나요?
 
도해준:그게 무슨 말이야.. 여기 온지 2달 밖에 안됐는데..
 
소년은 당신에게 자신이 지하실에서 봤던 '것' 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것은 무너진 지하실 벽 너머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수십개의 몸통을 가지고 형체를 알 수 없는 윤곽이 매우 섬뜩했을겁니다.
 
하지만 당신은 기억나는게 없습니다.
 
아니,
 
…머리가 아파와서 기억 해 낼 수가 없습니다.
 
도해준:윽...!
 
소년:... 네가 그렇게 된 것도, 관련있는 거...
 
그때, 당신의 뒤에서 소름끼치는 총 소리가 들리더니 매우 빠르게 당신을 지나쳐 소년의 주위를 날아다니던 새에게 명중합니다.
 
붉은 피가 터지고 날개를 움직이며 날던 새는 속수무책으로 추락합니다.
 
도해준:..!!!
 
도해준 이성 판정
 
도해준:
SAN Roll
기준치: 63/31/12
굴림: 3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 -1
 
피아노 건반을 무작위로 누르며 쓰러지는 묵직한 소리.
 
뒤를 돌아보자 보이는건 총을 들고 있는 한세영입니다.
 
한세영: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마. 똑같은 꼴 되기 싫으면.
 
도해준:세...세영아..?
 
세영은 한참이나 당신을 바라보며 서 있습니다.
 
한세영:.. 놀랐지. 미안해.
 
미안하다는 말만 계속 반복하다 세영이 당신을 음악실 밖으로 이끕니다.
 
세영의 목소리가 떨립니다.
 
도해준:... ...
 
한세영:보여 줄게 있어.
 
도해준:보여줄거..?
 
세영이 당신을 데리고 간 곳은 지하실 입구입니다.
 
소년이 지하실에 갔던게 사실인지 문이 열려있고 그 안으로 음산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습니다.
 
세영은 지하실 문 너머를 말 없이 바라봅니다.
 
세영이 지하실 문을 조심스럽게 열자 무너진 학교의 자재들 사이로 '무언가'의 존재가 보입니다.
 
그 앞에 붙어있는 알 수 없는 주문서 한 장이 있습니다.
 
도해준 이성 판정
 
도해준:
SAN Roll
기준치: 62/31/12
굴림: 57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 -1
 
도해준 듣기 판정
 
도해준:
듣기
기준치: 65/32/13
굴림: 54
판정결과: 보통 성공
 
무언가의 존재의 움직임이 멈췄습니다.
 
그냥 멈춘게 아닙니다.
 
선명한 시선이 당신에게 고정되어 굴려지고 있는 소리를 듣습니다.
 
무언가는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도해준:...!!
 
당신의 앞을 세영이 막아섭니다.
 
한세영:.. 우리가 3년 전에 이 학교에서 불러낸 존재야.
 
도해준:우리가... 불러냈다고..?
 
한세영:.....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 해준아, 너는 학교 밖으로 나갈 수 없어. 저기 붙어 있는 주문서의 주인이 바로 너라서. ... 그리고 학교 밖에서 너를 찾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
기억나지 않는 거 알아. 많은 걸 잊었고, 또 앞으로는 더 많은 걸 잊게 되겠지. 언젠가는 나도 잊게 될 거고 내가 누군지도 알지 못하게 될 거야. 우리가 이곳에 있는 한.
.... 이 얘기도 벌쎄 네 번째네. 지금 이 말도.. 나중엔 다시 잊게 될 거야.
 
세영은 이 사실을 당신에게 여러번 말했던 모양입니다.
 
도해준:뭐...? (혼란스러움에 눈동자가 잘게 떨려)
 
세영이 눈을 질끈 감고 지하실 문을 닫습니다.
 
너머로 무언가의 울음소리가 들립니다.
 
당신은 직감합니다.
 
그 무언가는 바로 당신을 '원하고 있습니다.'
 
한세영:3년 전 우리는 이 학교에서 안전하게 생존하는 걸 택했어. (네 손을 잡으며 시선을 아래로 내린다) ... 난 너랑 함께 있을 수 있다면, 그래서 살아갈 수 있으면 뭐든 괜찮아. 저번처럼 네가 날 알아보지 못해도.. 내가 몇 번이고 다시 말해줄 테니까. 기억나지 않으면 계속 그렇게 할 수 있어. 그래서 말 안 했어. 이번에는...., 그냥 네가 모른 척 날 잊었으면 했으니까.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세영의 표정은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기억하지 못할 당신을 위해 학교 안에 붙여놓은 수많은 포스트잇들.
 
당신이 자신을 알아보지 못할 때 마다 지었던 표정들.
 
잊혀질까 두려운 저 얼굴.
 
낡아가는 학교에서 들리는 소음들의 정체는 아주 가까운 곳에 있었습니다.
 
이곳은 당신과 세영이 만들어낸 공간이나 다름없습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안전한 요새.
 
그리고 그 요새에서 자라 성인이 된 우리.
 
한세영:또 다시 전부 잊고, 나랑 여기서 살자... ..
 
올려다 본 곳에는 교문에서 날아 온 벚꽃잎이 보입니다.
 
당신이 이곳에서 기억하는 첫번째 봄입니다.
 
이곳에 있으면 모든걸 잊게 될 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안전할테고, 좀 더 오래 된 미래를 상상해 볼 수 있을테죠.
 
세영의 말에 의하면 이런 일도 벌써 몇번째라고 했던가요?
 
하지만 상관없습니다.
 
기억이 있을때,
 
당신은 다시 선택해야 합니다.
 
도해준:3년이라고... (떨리는 숨을 천천히 내쉬며 생각들을 정리해 나갔다. 복도에 붙어있던 그 수많은 쪽지들과 글귀, 내가 널 잊어버릴 때마다 날 붙잡고 지었던 얼굴...) 거짓말... 내가 널 어떻게 잊어... 그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어떻게 그래... 난 기억도 못하는 3년 동안이나... 너를 힘들게 했어... 그랬는데 또 그걸 잊어버리고 나만...
세영아 너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네 모습이 뭐라고 생각해...?
 
한세영:.... 그래도, 난 너랑 같이 있으면.... 뭐든 좋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평소였으면 올곧게 널 향하고 있을 눈이 총기 없이 바닥만을 향하고 있다. 결국엔 제 욕심이고 이기심이라는 걸 안다. 하지만 그럼에도 너와 조금이라도 더 오래, 함께 있고 싶었다. 네가 없는 내 삶은 상상조차 되지 않으니까. 뺨에 닿아오는 온기에 눈가가 빨갛게 물들더니 촉촉하게 젖어든다) ..... 뭔데?
 
도해준:(얼굴을 감싼 손이 어느새 축축하게 젖었음에도 부드럽게 뺨을 쓸어내렸다.) 난... 네가 밝게 웃는 얼굴을 제일 좋아했어.. 그런데.. 내가 기억하고 있는 그 두달이라는 시간에도.. 네가 웃는걸 한번도 본 적이 없어 세영아... 널 위해서.. 우리를 위해서 만든 곳인데도... 난 계속 널 불안하게만 만들고 있어. 이런건 행복이 아니잖아.. (손을 천천히 아래로 내려 네 손을 붙잡아) 나가자. 난 더이상 널 이렇게 만들고 싶지 않아.
 
보장된 삶이 가져다 주는 행복은 속아 넘어가기 쉽습니다.
 
세영과 함께 이 세상에서, 혹은 이 학교 안에서 다소 어리게 살아가고 싶었던 것이지, 세영을 완전히 잊으면서까지 함께 있고 싶었던 것이 아닙니다.
 
멀리서 알 수 없는 거대한 울음 소리가 들립니다.
 
세영이 말했던 지하실에 갇힌 '그 존재' 겠죠.
 
세영은 어쩔 수 없다는 듯한 표정입니다.
 
당장이라도 울 것처럼 눈물이 고였지만 울지는 않습니다.
 
한세영:... 우리가 교문 밖으로 나가도 다시 함께 할 수 있을까? 난.. , 난 아직.. 무서워, 해준아.
 
사실 그 답은 당신도 알 수 없습니다.
 
우린 이 학교에서 성인이 될 때까지 함께였지만 교문 밖에 펼쳐진 세상은 매우 위험하고, 아무것도 보장되지 않습니다.
 
당신을 찾고 있다는 누군가 역시 생각보다 빠르게 만나게 될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그 모든 것보다 세영과 함께 살아가고 싶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같이 숨을 쉬고 싶을 뿐 입니다.
 
벚꽃 나무에 만개한 꽃이 비처럼 흩어집니다.
 
교문 앞에 붙여진 포스트잇이 힘없이 떨어집니다.
 
학교에 붙어 있었던 모든 포스트잇은 한세영이 도해준, 당신을 위해서 지난 3년동안 적어둔거겠죠.
 
그런건 이제 상관 없어요.
 
당신은 세영을 계속 기억할겁니다.
 
도해준:... 난 내년 봄에도 네 옆에 있을거야. 약속할게.
 
세영이 당신의 손을 잡습니다.
 
요동치는 학교는 곧 무너질 겁니다.
 
우리들이 살았던 세상이 그랬듯이.
 
하지만 지금은 봄입니다.
 
머리 위로 떨어지는 벚꽃잎은 바람을 타고 더 멀리 갈겁니다.
 
이번이 우리들의 마지막 봄인지 모르겠지만 확실한건 다음 봄을 보자고 약속 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 봄에서 우리가 만약 벚꽃이라면.
 
함께 하기 위해 넘어야 할 곳은 바로 여기겠죠.
 
우리들의 너무 오래 된 터전.
 
… 이, 학교.
 
END 1. 벚꽃나무 교문을 넘어,
 
KPC 생환 , 탐사자 생환
 
생환 보너스 : 이성 1d5 향상 + 1d3만큼 정신력 향상 + 소중한 사람과 함께 있을 용기
 
도해준:
Rolling 1D5
굴림: 1
Rolling 1D3
굴림: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