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enario Writer : 교수

 

2021. 01. 25

이 율 X 유하란

KP : 곰탱

PL : 레시 펜들턴

 

 
곰탱 (GM):세션카드
 
同級生
 
Written By. 교수
 
2021. 01. 25
 
14 : 07 ~
 
KPC. 유하란
 
PC. 이 율
 
START.
 
비가 옵니다.
 
올해 장마는 유독 길고 지루한 것 같습니다.
 
비는 언제쯤 그칠까요?
 
언제쯤 다시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는걸까 ….
 
교실 한쪽 벽을 차지 하고 있는 투명한 창문에는 빗방울들이 가득 흘러내리고 있습니다.
 
이 율:엄청 쏟아지네.
 
이 여름날 자신들이 왔다고 알리며 노크하는 것 같은 빗소리는 의외로 커서 종례 하시는 선생님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습니다.
 
길게 이어진 장마이긴 하지만, 오늘 아침까지는 분명 날이 좀 맑았던 것 같은데.
 
우산을 가져왔던가요?
 
이 율 행운 판정
 
이 율:
행운
기준치: 75/37/15
굴림: 4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장마철에 방심을 할 수는 없죠.
 
교실 뒷편 우산 꽂이함에 자신의 노란 우산이 잘 보입니다.
 
집까지 걸어가는건 멀지 않지만, 이 빗속을 헤치고 걸어가려면 시간이 꽤 걸릴 듯 합니다.
 
선생님의 목소리가 길게 늘어지고 아이들의 목소리 역시 무거운 습기에 몸을 숨깁니다.
 
이 율:챙겨오길 잘했다.
 
매일 취미처럼 들고 다니는 우산은 언제쯤 당신의 손에서 멀어질까요?
 
종례는 언제 마치는건지 ….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 당신은 건너편에 앉아 있는 하란과 눈이 마주칩니다.
 
아. 하란은 당신을 계속 바라보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당신과 눈이 마주치자 책상 밑으로 짧게 손을 흔듭니다.
 
이 율:?! (손 흔들)
 
유 하란:(우산 가져왔어?)
 
선생님에게 들키지 않게 입모양을 흉내내는 하란입니다.
 
이 율:(당연하지.)
 
그러고보니 하란과 이렇게 가까운 사이가 된 지도 몇 달이 지났습니다.
 
같은 반이 된 둘은 꽤 빠른 시일내에 가까워졌고 하란은 당신과 이래저래 잘 맞았으니까요.
 
당신이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무서워하는 것 …
 
잘 꺼내놓지 않던 속 마음에도 하란은 능숙했습니다.
 
유 하란:(나 안 가져왔는데.)
(종례 끝나고 좀 기다려주라.)
 
하란은 당신에게 종례 후 기다려달라고 말합니다.
 
이 율:(끄덕)
 
오늘은 자신이 주번이라는 이유를 덧붙이기도 하죠.
 
하란은 종례 후 아무도 없는 교실에서 칠판과 바닥.
 
그리고 교실을 청소하고 가야합니다.
 
기다리는게 어려운 일은 아닐거예요.
 
당신이 하란의 말에 대답하면 하란은
 
유 하란:고마워.
 
라고 말하며 웃습니다.
 
곧 종례가 마무리됩니다.
 
이 율:(피식)
 
선생님: 이틀 뒤에 졸업 사진을 찍어야 하는데 비가 많이 와서 큰일이네.
다들 이번 장마가 유독 길어지고 있는 거 알지? 등교, 하교 때 꼭 우산 챙기도록 하고. 미끄럼 주의 하도록 해.
 
그 말을 마지막으로 선생님은 교실 문을 나갑니다.
 
웅성이는 아이들의 소음이 한 순간에 커집니다.
 
가방에 책과 학용품을 챙기는 아이들.
 
다른 반도 비슷한 시간에 종례를 했는지 교실에서 내려다 보는 운동장에는 이미 펼쳐진 우산들이 한가득입니다.
 
이 율:(책상에 엎어짐)
 
파도처럼 밀려 내려가는 인파들.
 
교실도 곧 조용해집니다.
 
삐뚤어진 책상과 의자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비가 세차게 내리는데도 반쯤 열려있는 창문으로 얇은 커튼이 둥근 공간을 가진 채 펄럭이고 있습니다.
 
하란은 당신에게서 뒤돌아 칠판을 지우고 있는 중입니다.
 
[유하란의 자리], [사물함 A], [사물함 B], [창문], [칠판] 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 율:뭐 도와줄 건 없어?(네게 물으며 네 자리에 털썩 앉아)
 
유 하란:괜찮아. 이 정도로 뭘.
 
당신의 바로 건너편 자리에 있는 하란의 자리입니다.
 
책상 위에는 아무것도 없이 깔끔합니다.
 
책상 서랍에는 교과서, 소설책이 놓여있습니다.
 
소설책의 제목은 '장마(上)' 입니다.
 
내용을 살펴봐도 딱히 특별한 것이 없습니다.
 
이 율 관찰 판정
 
이 율:(소설책..?) 이런것도 읽어?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76
판정결과: 실패
 
평범한 연애 소설인듯 합니다.
 
책 표지에는 두명의 아이들이 비 내리는 하늘 아래 같이 노란 우산을 쓰고 있습니다.
 
어쩐지 하란의 취향을 알아버린 듯한 기분이 듭니다.
 
유 하란:무슨 의미야?
 
하란은 이곳에서 항상 당신을 바라보곤 했습니다.
 
수업시간에 서로 눈이 마주친 적이 몇 번이나 있었잖아요?
 
이 율:의외라서 (키득)
 
하란의 자리에 앉으면 칠판을 지우고 있는 하란의 뒷모습이 정면으로 보입니다.
 
당신의 기척을 알아 챈 하란이 슬쩍 뒤를 돌아봅니다.
 
그리곤 자신의 자리에 앉아 있는 당신의 모습을 바라봅니다.
 
유 하란:(어휴..) 근데, 또 거기 앉아있네.
 
하지만 하란의 말은 조금 이상하네요.
 
자신이 이 자리에 앉은 적이 또 있던가요?
 
머리로 떠올려봐도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이 율:또..?(갸웃)
나 여기 앉은거 오늘이 처음인데?
 
유 하란:아, 그래? ... 착각했나? (고개 살짝 기울인다.)
 
아마 정말 착각했을지도 모릅니다.
 
이 율:(갸웃?)
 
당신은 이 자리에 앉은 적이 처음이니까요.
 
이 율:다른 애로 착각한거 아니야?(장난스레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사물함쪽으로 걸어가)
 
유 하란:그럴지도 모르겠네. (어깨 으쓱인다.)
 
사물함은 A, B가 있습니다.
 
이 율:(A사물함을 들여다 본다)
 
열려있는 사물함입니다.
 
누가 물건을 훔쳐가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이렇게 열어 둔 걸까요?
 
닫아주는게 좋겠습니다.
 
이 율:조심성이 없네-
(사물함의 문을 닫아)
 
당신이 사물함 문을 닫으려고 하면 사물함 안에서 무언가가 툭. 떨어집니다.
 
이 율:응?
 
이게 뭐지?
 
이 율:(떨어진 뭔가를 주워들어)
 
떨어진 무언가를 살펴보면 그건 누군가의 '증명사진' 입니다.
 
누구의 증명사진이나면 …
 
이 율. 당신의 증명 사진이네요.
 
하지만 사물함 A는 당신의 사물함이 아닙니다.
 
당신은 이런 증명 사진을 찍은 적이 있나요?
 
이 율 이성 판정
 
이 율:
SAN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37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 -0
 
이 율:이런 사진 찍은 적이 없는데?
 
사물함은 주인 없는 사물함입니다.
 
사용하지 않은지 꽤 오래된 것 같아요.
 
이 율 지능 판정
 
이 율: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78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당신은 이 사물함이 언제부터 사용하지 않았는지 생각해봅니다.
 
분명 처음부터 누구도 사용하지 않았던것 같습니다.
 
이 사물함은 쓰지 않는다고 선생님께서 그러셨으니까요.
 
그런데 왜 여기서 자신의 '증명 사진' 이 있는건지 의아합니다.
 
이 율:뭐지...(의문이 가득한 채 사물함 문을 다시 열어본다)
 
[사물함 A]를 열어보자, 사물함 안에는 여러개의 물건이 들어 있습니다.
 
누군가가 썼던 것 같은 노란색 우산.
 
교과서따위의 것들이 보입니다.
 
사물함 안에 들어있는 커다란 상자에는 자물쇠가 걸려 있어 열쇠 없이는 확인 할 수 없어보입니다.
 
단 한가지 확실한건, 이 사물함은 알려진것과 다르게 누군가 사용하고 있었다는 것 입니다.
 
이 율:(교과서에 이름이 적혀있는지 확인해본다)
 
오래된 교과서는 표지가 바래있어 이름을 알아볼 수 없습니다.
 
이 율:꽤 오래된 건가...
(사진만 챙겨둔채 사물함 문을 다시 닫아)
 
당신은 사진을 챙긴 뒤 사물함 A의 문을 닫습니다.
 
이 율:(여전히 갸웃거리며 B사물함으로 걸음을 돌려)
 
바로 옆에 있는 사물함은 하란의 사물함입니다.
 
남의 사물함을 몰래 열어보는 것은 좀 꺼림직한 일이죠.
 
이 율:음...(빤) 야, 하란아 네 사물함 구경해도 돼?
 
유 하란:볼 것도 없을 텐데 무슨 구경이야.
 
이 율:심심하단 말이야- 조금만 본다? (대수롭지 않게 말하며 사물함 문을 열어)
 
유 하란:(하.......) 그럴거면 왜 물어본 거야.
 
하란의 사물함을 열어보면 사물함 안에는 평범한 교과서. 체육복. 담요나 학용품 같은 것들이 들어있습니다.
 
이 율 관찰 판정
 
이 율: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66
판정결과: 보통 성공
 
평범한 사물함 안 쪽에 무언가가 있습니다.
 
잘 보이지 않지만 손을 뻗어 살펴보면 ...
 
이 율:?
 
색이 다른 여러개의 명찰들이 보관되어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명찰은 서로 색만 다를 뿐 하란의 이름은 똑같이 적혀있습니다.
 
이 율:이게 다 뭐야?
너 명찰이 왜이렇게 많아?
 
유 하란:(대답 않고 사물함으로 와서는 문 닫는다.) 몰라도 돼.
 
이 율:...치...치사하긴.(투덜거리며 사물함에서 물러나)
 
유 하란:치사하긴.. 멋대로 열어놓고.
 
이 율:네가 보지 말라고도 안했잖아.
 
유 하란:돌려서 거절했잖아.
 
이 율:그게 무슨 거절이야- (뻔뻔하게 툴툴대며 칠판쪽으로 걸어가)
 
유 하란:참내...
 
하란이 서 있던 칠판입니다.
 
당신이 칠판 쪽으로 걸어가면 하란도 다시 걸음을 옮겨 칠판으로 다가갑니다.
 
거의 다 닦기는 했지만, 마저 닦아야 하니까요.
 
하얀 분필가루가 먼지처럼 내려 앉아 있습니다.
 
이 율:으....언제 한번 닦아야겠다..
 
유 하란:어차피 내일 주번 너야. (킥킥 웃더니 다시 칠판을 닦는다.)
 
하란은 깨끗해진 칠판 오른쪽 아래에 '내일 주번' 을 적어놓습니다.
 
그러니까, 내일 주번은 … 자신이네요.
 
이 율:아. 씨... 왜 하필 난데..
 
앞으로 이틀 간은 당신이 이 학급의 주번입니다.
 
유 하란:이름이 그런걸 어떡하냐?
 
하란의 글씨체로 칠판에 적힌 자신의 이름이 낯간지럽기도 합니다.
 
이 율:내 성씨 앞으로 하씨다..
 
하란은 장난스럽게 당신의 이름 옆에 작은 그림을 그립니다.
 
유 하란:미쳤나?
 
이 율:왜 하 율, 하란 괜찮지 않냐? (씩 웃으며 장난스러운 말투다)
 
유 하란:진짜.... 별로다... (진심은 아닌 듯)
 
이 율:유 율보다는 괜찮잖아(키득)
 
유 하란:왜 자꾸 내 이름 들먹이는 것 같지?
 
이 율:네가 좋아서 그런가보지.(장난)
 
유 하란:뻔뻔하네... 학교에 잘 나오지도 않으면서.
 
이 율:(빤) 그래서 서운해?
 
유 하란:어.
 
하란은 삐뚤어진 책상과 의자를 정리하며 청소 도구까지 가지런하게 놓아둡니다.
 
열어두었던 창문에서 흘러 들어온 빗물도 닦고, 교실 바닥을 쓸어 내고.
 
하란에게 그런 행동들은 아주 익숙한듯 보입니다.
 
하루종일 비가 내렸지만 그나마 푸른 빛을 가지고 있었던 하늘에 먹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하자 하란과 당신 단 둘이 서 있는 교실에 어두운 그림자가 생겼습니다.
 
우리들의 발 밑에 모여 있던 흔적들이 창문이 만들어낸 길고 커다란 그림자에 모습을 감춥니다.
 
하란이 창 밖을 바라보며 말합니다.
 
유 하란:내일은 비가 더 많이 오겠는데... 바람도 많이 불 것 같고.
 
이 율:아- 개 싫은데... 언제 끝나냐. 매일 양말 2개씩 챙겨다니는것도 힘든데.
 
유 하란:.. 언젠간 끝나겠지. 참고 기다려봐.
 
나뭇잎이 한 방향으로 스러지는 소리.
 
툭. 툭. 일정하게 떨어지던 비가 긴 호흡을 가지고 끊어지는 소리.
 
더 어두워지기 전에 집에 가야 할텐데.
 
이 여름 끊기지 않는 장마가 더 기승을 부리기 전에 말이죠.
 
당신의 마음을 알았는지, 하란은 자신의 자리에서 가방을 챙깁니다.
 
유 하란:다 했으니까 가자.
 
이 율:수고했네- (기지개를 쭉 피며 가방을 챙겨 나와)
 
교실 밖에 서서 당신에게 손짓하는 하란은 당신이 교실 밖으로 나오자 교실문을 열쇠로 잠굽니다.
 
이제 이 여름날의 장마를 뚫고 집으로 돌아 갈 시간입니다.
 
장면전환
 
툭.
 
투둑.
 
멈추지 않는 장마.
 
하란과 당신은 비어있는 학교를 가로질러 정문으로 나섰습니다.
 
학교 앞에는 작은 다리가 있어서, 평소에도 그 다리 위를 함께 걸어가곤 했습니다.
 
다리 아래로 세찬 물이 흘러내립니다.
 
주변에 서 있는 나무들이 빗방울의 무게에 기울어집니다.
 
그 사이에서 함께 우산을 쓴 하란과 당신의 발걸음은 나란합니다.
 
걸을 때 마다 뒷꿈치에 물이 튀지만 서로의 발자국 소리에 그런건 별로 신경쓰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하란은 당신과 함께 걸으며 시시한 이야기를 꺼냅니다.
 
수학 시간은 유독 지루하는 이야기.
 
당신과 함께 짝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
 
…여름이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
 
하란은 세차게 내리는 여름날의 장마를 좋아하는걸까요?
 
물이 흐르는 강을 아래에 두고 하란과 당신의 발 아래에서 작은 풀에 이슬이 떨어지는 동시에, 하란이 당신의 손을 잡습니다.
 
당신의 손등 위에 덮인 하란의 손은 조금 뜨겁고 빗물에 젖어 약간 축축합니다.
 
옆으로 고개를 돌려 바라본 하란의 표정은 긴장한것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이 율:..?
 
유 하란:.... 그때 말야. 이 여름이 다 지나도, 나를 잊지 않겠다고 했던 말.
 
이 율:그랬지...(잡은 손 힐끔..)
 
유 하란:나 아직도 안 잊고 있다? (작게 웃다가) 그 말을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몰라, 난.
 
떨리는 체온의 끝이 고스란히 당신에게 전해집니다.
 
당신은 그 말을 어떻게 했었나요?
 
그 말을 들었던 하란의 표정이 생각나나요?
 
이 율 지능 판정
 
이 율: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15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당신에게도 선명한 기억입니다.
 
분명 하란은 당신에게 " 여름이 지나도 날 잊지 않을거지? " 라고 물은 적이 있습니다.
 
그 말에 당신은 당연한 소리를 한다는듯 대답했었습니다.
 
여름날의 더운 태양처럼 환한 하란의 미소를 그때 보았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어떤 마음으로 하란의 말에 대답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당신의 이번 여름은 기대했던 것 처럼 맑고 파랗지는 않지만 우리의 여름이 마지막인것도 아니니까요.
 
우산 아래에서 보는 하란의 얼굴이 나쁘지만은 않고 말이죠.
 
어느새 다리를 다 건넜습니다.
 
학교는 이제 당신의 시야에서 멀어졌습니다.
 
열려있는 정문. 하얀 현수막.
 
하란과 둘이서 함께 있었던 교실 창문도 저 멀리 ….
 
멀리 …
 
그러나 당신은 자신의 손을 잡고 있는 하란의 온기를 여전히 느낄 수 있습니다.
 
여름은 발음하기 힘들지만 몇번씩 다시 말해본다면 입 안에서 습관처럼 맴도는 것 처럼 우리가 함께 서 있는 이 그치지 않는 장마도 언젠가는 그치겠죠.
 
하란이 당신을 조금 끌어 당깁니다.
 
유 하란:더 어두워지기 전에 얼른 가자.
 
이번에도 아주 익숙하게 말 하면서.
 
이 율:..그래야지. (여전히 손에 닿는 온기에 귓등이 조금 붉다)
 
장면전환
 
다음날.
 
아침, 자신의 집 앞까지 찾아온 하란 덕에 당신은 우산 없이 하란의 우산을 함께 쓰고 등교했습니다.
 
하란의 말대로 비는 더 쏟아지고 바람은 더 강하게 불고 있습니다.
 
창문에는 세찬 바람이 끊임없이 부딪히지만 교실 안은 의외로 평화롭습니다.
 
쉬는시간마다 커졌다가 작아지는 동급생 아이들의 목소리에 비할 바가 못되기 때문이겠죠.
 
체육 수업은 장마로 인해 취소 되었고 자습시간으로 바뀌었습니다.
 
선생님이 계시지 않은 자습은 금방 소란해집니다.
 
내일 있을 졸업 사진 일정 때문입니다.
 
하란도 당신의 옆에 의자를 끌고 와 나란히 앉습니다.
 
반 아이들은 저마다 이야기를 하느라 이쪽은 관심도 없는 모양입니다.
 
하란이 책상 위에 펼쳐진 당신의 공책에 연필로 또 다시 당신의 이름을 적어냅니다.
 
유 하란:내일 졸업 사진 찍잖아. (종이에 뭔가 끄적이다가) 이번에도 나랑 같이 찍자. (힐끔 너 본다.)
 
… 이번에도?
 
당신과 하란이 함께 찍는 졸업 사진은 분명 이번이 처음일텐데.
 
이 율:(눈 깜빡..) 이번에도?
 
유 하란:응? (네가 되묻는걸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눈을 깜빡이다가 아차, 하는 소리 낸다.) 미안. 또 착각했나보네.
 
하란에게 되물으면 하란은 잠시 당황한듯 하다가 또 다시 착각 했다고 합니다.
 
무엇을 착각한걸까요?
 
하지만 날씨가 이래서 졸업 사진은 제대로 찍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비가 오는 배경을 뒤로 하고 찍는 칙칙한 사진은 피하고 싶은데 말이에요.
 
이 율:착각할 것도 많다 무슨 졸업사진 많이 찍어본 사람처럼 그러냐?(피식)
 
유 하란:(네 말에 그저 웃기만 한다.) 그러게..
 
이 율:당연히 너랑 찍어야지. (무의식적으로 손을 올려 네 머리를 헝클었다)
 
유 하란:(네 손이 머리 위로 올라오자 눈을 살짝 감는다.) 그럴 줄 알았어. (아까보단 한결 밝아진 웃음 지으며 엉킨 머리카락 정리한다.)
 
이 율:(머리에서 손을 떼어내며) 한번 뿐인 졸업사진이잖아. 너 아니면 누구랑 찍어.
 
유 하란:그치. 나 아니면 없지. (장난스런 어조)
 
이 율:이왕 찍는거 내일은 날씨가 좀 좋아야될텐데. (창밖을 바라봐)
 
유 하란:(널 따라 우중충한 창 밖을 본다.) ..비가 그쳐야 하는데.
 
하란과 당신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교실 앞 문을 열고 담임 선생님이 들어옵니다.
 
갑작스런 선생님의 출몰로 교실은 조용해졌습니다.
 
선생님: 오늘 주번?
 
선생님은 아랑곳 하지 않으시고 주번을 부릅니다.
 
이 율:(이런..) 네-
 
오늘 주번이 …
 
당신이었죠?
 
당신이 선생님의 말에 대답하면 선생님께선 교실 칠판 바로 옆에 있는 비어있는 학급 책장을 손으로 가리키며 도서관을 가야 할 것 같다고 말합니다.
 
선생님: 도서관에서 연락이 왔는데, 학급당 나눠주는 책을 받으러 오라고 하시네.
주번이 좀 수고해줘야겠다. 다른 녀석들은 떠들지 말고 자습해.
 
선생님이 복도에서 당신을 부릅니다.
 
이 율:하... 네...(싫은데)
 
하란은 아쉬운듯이 당신을 한번 바라보고 그대로 의자를 뒤로 물립니다.
 
교실 밖을 나가는 당신에게 입모양으로 '얼른와' 라고 말하는 걸 잊지 않은 채.
 
당신은 도서관으로 향합니다.
 
장면전환
 
당신이 마지막으로 온걸까요?
 
도서관 안에는 사서 한 분만 앉아 계실 뿐, 아무도 없습니다.
 
학교 1층에 마련된 도서관 안에서 빗소리가 고요하게 울려퍼집니다.
 
사서 선생님께 책의 위치를 물어보면 선생님께선 도서관 왼쪽에 마련 된 둥근 나무 탁자에 올려져 있는 책 세권을 알려줍니다.
 
저 책을 들고 가면 될 것 같네요.
 
이 율:네 알겠습니다..(책을 주섬주섬 챙겨)
 
이 율 관찰 판정
 
이 율: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36
판정결과: 보통 성공
 
탁자로 걸어가는 도중, 당신은 도서관 책꽂이에 꽂혀 있는 소설 책 한권을 발견합니다.
 
소설 책 제목은 <장마(中)> 입니다.
 
당신은 똑같은 소설책을 하란의 책상 서랍 아래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이 율:어,이 책은...
 
그리고 그 소설책 아래 차례대로 줄지어 마련되어 있는 학교 졸업 앨범들이 보입니다.
 
사서 선생님께선 다른 업무를 보시느라 이쪽에 신경을 쓰시지 못하는것 같습니다.
 
이 율:(사서 선생님 쪽을 힐끔 보다가 책꽂이에 있는 소설을 꺼내)
 
당신이 책꽂이로 다가가면 보이는 <장마(中)>.
 
맞아요. 1권이 있으면 2권도 있는 법이죠.
 
그렇다면 마지막 3권은 어디있는걸까요?
 
당신이 <장마(中)>을 펼쳐보면 이렇게 적혀있습니다.
 
장마(中): 끊임 없이 내리는 장마 속에서 어른이 되지 못한 아이는 한 소년을 사랑하기로 했다. 동급생으로 만난 둘의 눅눅하고 선명한 이야기 … 나는 이 여름이 끝나도 너를 잊지 않을거야. 약속해. 소년에게 처음으로 그 말을 해준 흐르는 시간 속 장마를 닮은 사람. 소년이 잊지 못하는 여름, 그리고 너.
 
소설 앞 페이지 줄거리 요약본에 적혀 있는 글이 늘어났습니다.
 
이 율 이성 판정
 
이 율:
SAN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1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이성 -0
 
이런 내용이 전에도 적혀 있었던가 싶지만 이건 2권이니까요.
 
내용이 조금 추가된다고 해서 이상할건 없겠죠.
 
하지만 어째서인지 소설의 줄거리가 어딘가 꽤 익숙한 기분이 드는 건, 착각일까요?
 
이 율: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은데...(갸우뚱..)
(책을 다시 꽃아두고 아래에 있는 졸업앨범을 꺼내)
 
그 아래 나열되어있는 학교 졸업 앨범들.
 
꽤 그 수가 많은걸 보면 이미 이 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의 사진인것 같습니다.
 
당신 역시 내일 졸업 사진을 찍을테니까요.
 
잠깐 보는 것 정도는 괜찮을듯합니다.
 
당신이 졸업 사진을 펼쳐보면 어느 학교에서나 볼 법한 평범한 사진들이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전부 처음 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당신과 알고 지낸 '선배' 들이 있다면 눈에 익숙한 사람이 몇명 존재 할 수도 있습니다.
 
한장, 두장 …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졸업 앨범을 넘겨보고 있을때,
 
이 율 관찰 판정
 
이 율: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81
판정결과: 실패
 
.... 방금 익숙한 얼굴이 지나간 것 같은데.
 
나뉘어진 반 마다 다양하게 찍힌 졸업 사진들 틈에서 당신의 눈에 익은 사람을 본 것 같습니다.
 
이 율:어..?
(더욱 자세히 앨범을 들어다본다)(자료조사 판정 되나요?)
 
사진을 다시 살펴보면,
 
... 1년 전 3학년 명찰색인 붉은 색 명찰을 단 하란의 졸업 사진입니다.
 
이 율 이성 판정
 
이 율:
SAN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2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성 -1
 
분명 유하란입니다.
 
하지만 앨범을 다시 살펴봐도 이 졸업 앨범은 1년 전의 졸업 앨범입니다.
 
이 율:왜.....하란이 사진이 여기...
 
무엇이 잘못된걸까요?
 
나열된 다른 졸업 앨범을 살펴봐도 마찬가지입니다.
 
2년 전. 3년 전. 4년 전 …
 
어딜 살펴봐도 다 똑같아요.
 
하란은 어디에나 있습니다.
 
한 해가 갈 수록 달라지는 명찰을 가슴에 달고.
 
졸업 앨범을 살펴보던 당신은 순서대로 나열된 졸업 앨범 중 마지막 한 권이 없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이 율:이게 어떻게된거야?(미간 찌풀)
 
졸업 앨범을 살펴보는 당신을 그제야 발견한 사서 선생님께서 자리에서 일어나 당신에게 다가옵니다.
 
사서 선생님: 아직 안 간거니?
 
그렇게 물어보는 선생님의 시선은 당신이 펼쳐놓은 수많은 졸업 앨범에 고정됩니다.
 
당신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수업의 마무리를 알리는 종이 학교 전체에 울려퍼집니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요?
 
이 율:아...(선생님을 올려다보며) 갈거에요...
 
장면전환
 
도서관을 나와 다시 교실로 돌아가는 도중, 당신은 계단에서 하란과 마주칩니다.
 
하란은 마치 당신이 이곳으로 올 줄 알았다는듯 자연스럽게 당신을 향해 걸어옵니다.
 
유 하란:왜 이렇게 늦었어?
 
라며 묻는 것도 평소와 같습니다.
 
도서관에서 봤던 졸업 앨범 속 모습을 다시 떠올려봐도 하란과 똑같은 얼굴.
 
이걸 … 물어봐야 할까요?
 
이 율:(자신에게 걸어오는 네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봐) ... ...
 
그건 분명 하란이었습니다.
 
이 율:너... 혹시 쌍둥이라던가... 있어?
 
유 하란:? 아니? 갑자기 무슨 소리야? 나 누나만 둘 있는 거 너도 알잖아.
 
이 율:그렇지... 아는데... 도서관에 있는 졸업앨범에서 너랑 똑같이 생긴 사진이 있었다고. 그것도 매년 똑같은 이름으로...
 
유 하란:.... 아,
 
이 율:어떻게 된거야? (사뭇 심각한 표정이다)
 
하란에게 도서관에서 봤던 졸업 앨범에 대해 이야기하면 하란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채로 말 하기를 머뭇거립니다.
 
유 하란:.. 잘못 본 거 아냐?
 
이 율:뭐?
 
당신에게 잘못본게 아니냐며 묻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곤란한 기색입니다.
 
다시 수업을 알리는 종 소리가 울리고 난 후의 계단은 당신과 하란의 숨소리만 들릴 정도로 분위기가 차분해졌습니다.
 
이 율:내가 네 얼굴을 어떻게 잘못 보는데..?
 
하란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도 곧 입을 다물고, 다시 입술을 열기를 반복합니다.
 
몇번이고 어려운 시도를 한 끝에 당신의 두 손목을 붙잡은 하란은 이렇게 말합니다.
 
유 하란:난 지금 너랑 있는게 좋아. 계속 보고 싶었으니까. 너도 함께 있었잖아.
 
들려오는 하란의 목소리는 영문을 알 수 없는 종류의 것이지만 거짓말은 아닌 듯 합니다.
 
물어보고 싶은건 많은데 들려오는 빗소리가 자꾸만 머리 속에서 목소리를 지우는 것 같습니다.
 
하란은 장마와 잘 어울립니다.
 
우산 아래에 서 있던 하란의 옆모습.
 
어제, 당신의 손을 조심스럽게 잡았던 손가락.
 
비에 젖은 머리카락 같은 것들이 여름의 하란을 떠올리게 하니까요.
 
그리고 그건 하란뿐만이 아닐겁니다.
 
하란이 여름이 끝나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는 것은 아마도 당신 역시 ….
 
얼른 교실로 돌아가자고 당신을 재촉하며 하란은 당신이 들고 있던 책을 나눠들며 먼저 계단을 올라갑니다.
 
이 율:... ...
 
그 발소리를 따라 당신 역시 교실을 향해 걸어 갈 뿐입니다.
 
장면전환
 
종례 시간은 빠르게 다가왔습니다.
 
비가 많이 오니 바로 집으로 돌아가라는 선생님의 말씀.
 
내일은 졸업 사진을 찍을 예정이니 단정하게 교복을 착용해서 오라는 당부의 말을 마지막으로 교실은 어제와 같이 다시 하교로 들뜹니다.
 
창문에는 여전히 비가 내립니다.
 
등교를 하란과 함께 했으니 당신은 우산이 없습니다.
 
게다가 오늘의 주번은 당신이군요.
 
어제와 다르지만 비슷한 상황에 하란은 움직이지 않고 자신의 책상에 앉아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노란색 우산을 들고 말이죠.
 
하란은 당신을 평소와 다를 것 없이 대합니다.
 
하란이 당신을 기다리며 읽고 있는 책은 '장마' 바로 그 소설책입니다.
 
이 율:(칠판 지우는 중..)
 
시간이 꽤 지났을까요.
 
턱을 괴고 페이지를 넘기며 책을 읽던 하란은 당신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유 하란:이거, 꼭 내 얘기 같아.
 
몇 번이고 계속 읽어봐도 자신의 이야기 같다는 하란입니다.
 
어쩌면 당신 역시 비슷한 느낌을 받았을지도 모릅니다.
 
빗줄기가 창문에 부딪히는 소리가 유독 크게 들립니다.
 
하란은 자신의 자리에 앉아서 당신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습니다.
 
마치 당신을 관찰하는듯이.
 
그게 아니라면 당신을 …
 
떠올려 보려는듯이?
 
이 율:...? 왜 그렇게 봐?
 
유 하란:.. 그냥. (예의 그 웃음을 짓더니)
난 원래 여름을 별로 안 좋아했는데, 비 오는 건 더 그렇고. 근데, 너랑 같은 반 되고나선 여름이 좋아졌어. 예전에도 넌 나한테 그 말을 똑같이 해 준 적이 있었거든.
 
이 율 정신력 판정
 
이 율:
정신
기준치: 70/35/14
굴림: 3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하란은 영문 모를 소리를 꺼냅니다.
 
자신과 하란이 동급생이 된 지 이제 5개월째입니다.
 
그 전에도, 훨씬 전에도 자신은 하란을 만난 적도 없습니다.
 
당신은 무언가 이상함을 느낍니다.
 
이 율:예전에도 말했다고..?
 
유 하란:(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거 알아? 세상에는 '멈춰진 시간'이 존재한다는 거.
일정 시간이 되면 자신에게 주어진 나이에서 완전히 멈춰버리는. 그런 사람들이 있어. (여전히 너와 눈을 맞춘 채) 내가 그들 중 하나고. 다른 아이들은 전부 지나가는데, 나만 벌써 몇 번째 제자리야.
 
이 율:... (이게 지금 다 무슨 말이지. 머리 속 생각들이 복잡해졌다. 완전히 영화나 책 속에서만 나오는 이야기란 말이지. 마주친 눈이 살짝 흔들렸다.) 그 말은... 전에도 나랑 똑같은 사람은 만난적이 있어서 지금껏 그랬다는 소리야..?
 
유 하란:글쎄..... (난처하다는 듯 웃어버린다.)
 
하란의 말을 들은,
 
이 율 이성 판정
 
이 율:
SAN Roll
기준치: 69/34/13
굴림: 2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성 -0
 
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하란의 목소리는 불어오는 바람의 세기와 비슷해서 목소리는 쉽게 흩어졌고 우리의 사이가 꽤 멀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게다가 과거에 자신이 또 있었다니.
 
당신에겐 기억 나지 않는 과거입니다.
 
하란은 '지금 함께 있는 것' 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어차피 이 여름의 장마는 멈추지 않을 것 같아도 멈추게 되어 있어요.
 
당신이 여름을 졸업 하는 그때 당신의 시간 역시 흘러서 하란을 지나칠테죠.
 
우린 아직 여름을 졸업하지 못했을 뿐입니다.
 
이 율:... ...(다소 복잡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교실은 여전히 어둡습니다.
 
꼭 밤이 된 것 처럼.
 
여름. 여름 ….
 
하란이 자리에서 일어나 노란색 우산을 들고 당신에게 다가옵니다.
 
의자가 바닥에 끌리는 적나라함.
 
책상이 밀리는 소음. 아무도 없는 교실.
 
만들어진 창문의 높은 그림자가 진 하란의 얼굴.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더운 여름 장마.
 
유 하란:이제 집에 가자.
 
아니면 …
 
이 율 듣기 판정
 
이 율: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92
판정결과: 실패
 
" 나랑 ... 속에서 ... 같이 .... "
 
빗방울이 창문을 노크하는 유일한 소리를 방해 받고 싶지 않았는지 하란의 목소리는 무거운 비음에 묻힙니다.
 
서로가 입고 있는 푸른 교복이 장마에 잔뜩 젖어 버린 기분입니다.
 
이 율:뭐..?
 
고개를 올려 바라본 곳에 있는 하란의 표정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정말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인 것 같습니다.
 
유 하란:아니야. 아무 것도.
 
이 율:... ... 집에 가자..
 
두 사람은 천천히 교실을 나섭니다.
 
각자 저마다의 사연으로 무거운 마음을 안고.
 
장면전환
 
다음 날.
 
오늘은 3학년들 전체가 소란합니다.
 
아쉽지만 졸업 사진을 찍는 마지막 날 까지 그치지 않은 장마로 인해 3학년 아이들은 모두 강당에 모였습니다.
 
각자의 반 끼리 모여 사진을 찍기 위해 모인 아이들의 웃음 소리가 저마다 즐겁게 들립니다.
 
당신과 하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아직 사진을 찍지 못했지만 줄어드는 줄을 보면 곧 이 졸업 사진 헤프닝도 끝이 나겠어요.
 
하지만 강당에 설치 된 에어컨 바로 앞 줄을 차지해서 일까요?
 
당신은 추위에 몸이 차가워지는 기분을 받습니다.
 
이 율:(추워..)
 
그 변화를 알아차린 하란은 자신이 입고 있던 얇은 겉옷을 당신에게 입혀줍니다.
 
유 하란:별일이네. 너가 추위도 타고.
 
이 율:...(멈칫) 아, 고마워..
 
유 하란:(오늘따라 기분이 좀 안좋아보이네.. 널 힐끔 살펴보며)
 
따분하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쯤.
 
담임 선생님께서도 오늘도 주번을 찾습니다.
 
선생님: 오늘 주번?
 
오늘 주번 역시 당신입니다.
 
이 율:네- (널 뒤로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선생님께선 당신에게 반으로 가서 교실 창문을 닫고 와달라고 말합니다.
 
비가 조금 점점 더 많이 내려서 환기 시키기 위해 열어 둔 창문 틈으로 비가 들어와 교실이 전부 젖어 버릴것 같다면서요.
 
확실히 강당 창문 밖으로 보이는 빗줄기는 강당에 오기 전보다 훨씬 거세져 있었습니다.
 
이 율:네. (잠시 널 흘긋 보고는) .... 다녀올게..
 
유 하란:... 어? 어..
 
당신은 혼자 교실로 향합니다.
 
하란은 밖에 비가 많이 와 추울테니 겉옷을 벗지 말고 다녀오라는 말을 함께 덧붙입니다.
 
강당 문을 열면,
 
쏴아아 -
 
당신의 발목을 적시는 뜨거운 빗줄기가 당신을 맞이합니다.
 
이 율:언제쯤 그치려나..(중얼거리며 교실로 향해)
 
장면전환
 
혼자 있던 적이 없던 교실의 고요함이 어색합니다.
 
선생님의 말씀대로 교실 창문은 절반이 열려있습니다.
 
열려있는 창문 틈 사이로 들어 온 비가 교실 바닥을 적시고 있습니다.
 
운동장처럼 물이 고이기 전에 창문을 닫는게 좋겠습니다.
 
이 율:벌써 난리났네 (서둘러 창문을 닫고 걸어잠갔다)
 
창문을 닫자 당신의 손바닥이 물기에 가볍게 젖어듭니다.
 
창문을 전부 닫자 교실 안으로 들어오는 비는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다시 강당으로 돌아갈까요?
 
하란이 기다리고 있을테고, 졸업 사진을 찍어야 할 테니까요.
 
이 율:(창 밖을 가만히 바라보다 네 생각이 떠올라서 등을 돌렸다.)
 
당신이 창문에서 멀어져 다시 교실 밖으로 나가려고 할 때.
 
당신이 입고 있던 겉옷에서 무언가 툭.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날카로운 금속음을 내며 바닥에 떨어진 것을 살펴보면 '열쇠' 입니다.
 
이 율:?...
 
하란의 겉옷 안주머니에서 떨어진 듯 한데 …
 
이 율:어디서 떨어진거지?
 
무슨 열쇠일까요?
 
이 율:(허리를 숙여 열쇠를 주웠다)
 
열쇠를 집어 살펴보면 열쇠에는 <사물함 A> 라고 적혀있습니다.
 
사물함 A …?
 
이 율:안쓰는 사물함 열쇠를 하란이가 왜 가지고 있는거야..?
 
당신은 사물함 A가 '사용하지 않는다고 알려진' 사물함이란것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그 사물함 안에는 분명 잠겨있었던 상자가 있었다는 것도 말이에요.
 
당신의 시선이 사물함 A로 향합니다.
 
하란은 왜 사물함 A의 열쇠를 가지고 있는거죠?
 
이것도 하란이 말했던 것과 상관이 있는걸까요?
 
그러나 당신은 분명 그 사물함에서 자신의 '증명 사진' 을 발견했습니다.
 
그 증명 사진은 또 …
 
이 율:(자연스레 시선은 사물함을 향하고 뭔가 비밀스러운 행동이라도 하는 것 마냥 마른 침을 삼키며 사물함의 문을 다시 열었다)
 
자신이 홀로 들어왔던 교실은 조금 전과 다르지 않습니다.
 
조용하고 … 뜨겁습니다.
 
사물함 A를 열면 사물함은 삐걱이는 낡은 소리를 내며 아주 쉽게 열립니다.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사물함이라고 가장 처음에 말한 사람이 우스울 정도로, 사물함 안에는 처음 봤던 물건들이 그대로 들어있습니다.
 
그리고, 그때 보지 못했던 물건 하나가 함께 놓여있습니다.
 
[졸업 앨범] 입니다.
 
도서관에서 보지 못했던 마지막 졸업 앨범입니다.
 
이 율:못보던 건데..(졸업앨범을 꺼내 들어)
 
그때 도서관에서 미처 보지 못했던 앨범이 이것인걸까요?
 
박스 안에 들어있는 앨범은 한 눈에 봐도 많은 세월이 지난듯 낡아 있습니다.
 
이 앨범을 열어보면, 알고 싶지 않았던 것에 대해 알게 될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그러나 그 불안감에 지금 이대로 멈추면 분명 나중에 후회 할지도 모릅니다.
 
이 율:(조용한 교실에서 천천히 숨을 내쉬며 앨범의 표지를 넘겼다)
 
당신은 천천히 앨범을 열어봅니다.
 
한 페이지. 두 페이지 …
 
여러번 넘긴 졸업 앨범에는 도서관에서 봤듯 지금과 다르지 않은 하란의 모습이 사진으로 남아있습니다.
 
이 율 관찰 판정
 
이 율: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1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그리고 그 졸업 앨범 아래.
 
당신의 눈에 또 다시 익숙한 '누군가' 의 얼굴.
 
내려가는 시선의 끝에 있는 그 누군가의 얼굴은…
 
당신과 아주 많이 닮아있습니다.
 
이 율 이성 판정
 
이 율:
SAN Roll
기준치: 69/34/13
굴림: 4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 -1
 
… 자신이 대체 왜 여기에?
 
오래된 앨범에 찍혀 있는 사람은 누가 보아도 당신의 얼굴과 닮았습니다.
 
머리색. 눈매. 미세하게 웃는 표정까지.
 
그럴리 없는데.
 
이 율:왜 내 사진이 여기 있는거야...?
 
당신은 이런 사진을 찍은 적이 없습니다.
 
혹시 하란이 말했던 과거의 '자신' 인걸까요?
 
당신 역시 생각나지 않는 그때의 자신일까요?
 
아니, 그렇다기엔 …
 
당신과 똑같이 닮은 사람의 사진 아래, 이름을 확인해보면 그 사람은 당신과는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율:... ...
(그 이름을 보는 순간 심장이 잠시 멈춘 기분이 들었다. 난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거지?)
(떨리는 손으로 앨범의 표지를 덮어버리고 사물함 안에 있는 상자로 시선이 돌아갔다. 저 상자의 열쇠인가. 손을 뻗어 상자를 꺼냈고 열쇠로 뚜껑을 열어)
 
당신은 잠겨있는 사물함 박스를 열쇠로 열어봅니다.
 
도대체 무엇을 넣어둔 곳이길래 …
 
왜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
 
박스 안을 살펴보면 그곳에는 [파란 다이어리] , [장마(下)] 가 들어있습니다.
 
이 율:(파란 다이어리를 들어 안에 적힌 글들을 읽어)
 
누군가 쓴 파란색 다이어리입니다.
 
앨범과 마찬가지로 세월의 흔적이 묻어있습니다.
 
부서지는 소리를 내며 겨우 붙어있는 색이 바랜 페이지.
 
번진 글씨들이 문득 문득 보입니다.
 
파란 다이어리를 펼쳐보면 다이어리에 적혀져 있는 짧은 글들을 볼 수 있습니다.
 
다이어리: XXXX.XX.XX
끝나지 않는 장마.
하란은 여름 장마 속에서 살고 있다고 했다. 이 습하고 눅눅한 장마가 아주 익숙하다고도 했다. 왜 하란이 오늘 나에게 " 여름이 지나도 날 잊지 않을거지? " 라고 물었는지 알 것만 같다. 나는 그 대답에 잊지 않겠다고 …
XXXX.XX.XX
오늘은 하란이 학급 주번이었다. 하란이 주번 일이 다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우리는 함께 하교했다. 학교 앞에 짧은 다리가 있는데, 그 다리를 건너면 집과 너무 가까워져서. 그게 아쉬웠다. 우리가 걷는 길이 조금만 더 길었더라면 좋았을텐데.
XXXX.XX.XX
 
다이어리: 선생님 심부름으로 도서관에 책을 가지러 갔다. 사서 선생님께 잡혀서 고생을 꽤 했지만 ... 교실로 돌아가기 위해 계단을 오르던 도중 나를 기다리고 있던 하란을 만났다. 우린 그대로 옥상으로 올라갔다. 비를 맞았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XXXX.XX.XX
방과 후 하란과 함께 단 둘이 교실에 남았다. 하란은 자신이 앓고 있는 비밀을 내게 알려주었다. 여름을 떠날 수 없는 사람이라니. 나와 똑같은 사람이었다니. 하란의 멈춰진 시간은 여름이지만, 내가 멈춰질 시간은 언제일까? 분명한건, 하란과 같은 시간은 아니라는 사실.
XXXX.XX.XX
비가 그칠까봐 두려워. 분명 그 아이를 잊게 될 테니까. 내가 떠나면 하란은 어디에서 나를 볼 수 있을까?
XXXX.XX.XX
 
다이어리: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여름 장마가 끝났다.
 
파란 다이어리 안에 적힌 하란과 다이어리 주인과의 일들은 당신이 겪은 것과 비슷합니다.
 
하란이 당신에게 그렇게 물었던 것도.
 
하교 시간을 기다려 같이 학교 앞 다리를 건넜던 것도.
 
계단에서 마주쳤던 것도.
 
당신에게 했던 ….
 
이 율:... ...
 
파란 다이어리 앞에 쓰여 있는 이름을 발견하면, 그 이름은 졸업 앨범 속에 있던 그 아이의 이름과 똑같습니다.
 
동시에 다이어리 가장 뒷면에서 '사진' 이 떨어집니다.
 
이 율:(묵묵히 사진을 주워)
 
당신이 봤던 '증명사진' 그리고 하란과 함께 찍힌 '그 아이'의 사진입니다.
 
자신과 놀랍도록 비슷하게 생겼지만, 당신은 알 수 있습니다.
 
이건. 이 다이어리의 주인과 앨범에 찍힌 사진의 주인은 …
 
자신이 아니라는 사실을요.
 
이 율 이성 판정
 
이 율:
SAN Roll
기준치: 68/34/13
굴림: 78
판정결과: 실패
 
이성 -1d3
 
이 율:
rolling 1d3
 
(
3
 
)
 
 
=
3
 
이성 -3
 
이 율:이건 내가....내가 아니야... ...
(형용할 수 없이 밀려오는 기시감과 어지러움은 누구에게 떨어놓아야되는 감정인걸까. 지금은 아무도 없는 교실에서 멍하니 서서 들고 있는 사진의 끝부분이 구겨졌다. 그리고...조용히 소설의 마지막 권을 손에 들었다)
 
익숙한 표지. 익숙한 내용.
 
이 소설책의 마지막권이 이곳에 있었네요.
 
소설책을 펼쳐, 줄거리가 요약된 부분을 읽어보면 다음과 같이 쓰여있습니다.
 
장마(下): 끊임 없이 내리는 장마 속에서 어른이 되지 못한 아이는 한 소년을 사랑하기로 했다. 동급생으로 만난 둘의 눅눅하고 선명한 이야기 … 나는 이 여름이 끝나도 너를 잊지 않을거야. 약속해. 소년에게 처음으로 그 말을 해준 흐르는 시간 속 장마를 닮은 사람. 소년이 잊지 못하는 여름, 그리고 너.
하지만 그 소년이 잊지 못하는 사람이 너는 아닐거야.
 
이 율 이성 판정
 
이 율:... ...
SAN Roll
기준치: 65/32/13
굴림: 38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 -1
 
이 율:그래...내가 아니지....
 
… 맞아요.
 
졸업 앨범에 찍혀 있는 저 사람은 당신이 아닙니다.
 
이 파란 다이어리의 주인 역시 당신이 아닙니다.
 
당신과 아주 '닮았던' 다른 사람일 뿐입니다.
 
멈추지 않는 여름의 장마 속에서 살아가고 있던 하란에게 처음으로 잊지 않겠다고 말해줬던 그 사람 역시 당신이 아니죠.
 
그렇다면 하란은 당신에게서 무엇을 보고 있었던걸까요?
 
이 율 이성 판정
 
이 율:
SAN Roll
기준치: 64/32/12
굴림: 86
판정결과: 실패
 
이성 -1d2
 
이 율:
rolling 1d2
 
(
2
 
)
 
 
=
2
 
이성 -2
 
착각이라고 말했던 하란의 대답들이 당신의 머릿속에 스쳐지나갑니다.
 
하란은 당신에게서 앨범 속 이 아이를 보고 있었습니다.
 
잊지 않겠다고 처음으로 말해줬던, 지난 여름 날의 그 돌아오지 않을 동급생을 말이에요.
 
도저히 멈추지 않을 것 같은 빗소리를 앓으면서.
 
당신이 손에 든 물건을 떨어뜨리고
 
이 율:... ...
 
동시에,
 
교실 문이 열립니다.
 
유 하란:야, 이 율. 너 왜 안.....
 
문이 열린 곳에 서 있는 사람은 뛰어왔는지 턱 끝 까지 숨이 찬 하란입니다.
 
하란은 다이어리와 앨범을 보고 있는 당신과 마주합니다.
 
둘은 서로 한동안 말이 없습니다.
 
이 율:... (멍하니 고개를 돌려 너와 눈이 마주쳤다.) ...
 
그러나 이제는 알아요.
 
하란의 오랜 기다림에 누가 있는지.
 
그게 왜 자신이 아닌지.
 
이 여름 장마가 대체 왜. 끝나지 않는지.
 
여름의 뜨거운 장마가 우리를 덮쳤습니다.
 
이 율:내가....아니야... 그렇지..?
 
교복 소매 끝이 젖어가고 고인 물 웅덩이를 밟은 신발이 축축해졌습니다.
 
책상에 두 팔을 기댄 채 엎드려 옆을 돌아보면 푸른 액자처럼 걸린 창문의 틈 사이로 우리가 보였고 꼭지처럼 매달린 투명한 물방울에 늘어진 색깔은 선명했습니다.
 
함께 있는 우리를 사람들은 同級生 이라고 불렀죠.
 
자신의 시야에 하란이 있었고 하란의 시야에도 …
 
자신이 있는 줄 알았으니까요.
 
누가 뭐라고 해도, 우리 둘은 여름의 장마를 같이 보냈으니까.
 
하지만 정말 그런가요?
 
적막한 교실이 숨 막힙니다.
 
비가 오는 날의 습도 때문이 아닙니다.
 
여전히 들려오는 저 빗소리 때문이 아니에요.
 
하란이 천천히 당신에게 다가옵니다.
 
유 하란:.. 율아. 이건... ..
 
여전히 모르겠는 말을 건네면서.
 
내리는 비를 맞고 달려온건지 하란의 교복과 머리카락 끝에는 물방울이 맺힌 채로 젖어있습니다.
 
당신을 잡기 위해 뻗은 손이 안쓰러울 정도로 떨립니다.
 
도저히 그때. 그 다리 위에서 당신의 손을 잡아 온 사람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입니다.
 
이 율:(다가오는 걸음에 조금 뒤로 걸음이 도망쳤다.) ...
 
유 하란:... 처음엔 그냥 닮아서.. 그래서 그랬어. 똑같이 생겼으니까. 반가워서.. (뒤로 물러나는 널 보고선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이 된다.) ... 계속 기다렸단 말이야. 잊지 않겠다 했으니까.. 와 줄거라고.... 그치지 않는 비가 무서웠어. 다른 사람들은 모두 날 이 여름에 남겨두고 떠나가니까.. 그래서, 널 봤을 땐... (떨리는 입술을 물며 고개를 아래로 숙인다. 회백색의 바닥이 차츰 흰색으로 뭉뚱그려지더니 경계를 나눠둔 선마저 흐릿해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난 정말 너를....
 
교실에 울려 퍼지는 하란의 울음 섞인 목소리.
 
당신에게는 익숙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하란의 처음 보는 모습입니다.
 
여름. 여름 ….
 
꼭 여름 안에 갇혀버린 듯한 기분이 듭니다.
 
모든 아이들은 썰물을 따라 학교 밖을 나가지만, 당신과 유하란 둘만 이곳에 남아 있는 것 같아요.
 
기울어지는 빗방울 소리 안에 말이죠.
 
발음하기 어려운, 여름.
 
그 속에서 단 둘만.
 
이 율:유하란... 네가 기다리던 사람은 내가 아니야. 그저 난... 그 사람은 닮은 사람이었을 뿐이지. 그저 닮아서...(고개가 아래로 떨어졌다.) 그냥 평범하게 만났다면 좋았을텐데...그럼...이렇게 누굴 좋아한다는게 비참하지 않았을거야. 지금까지 한번이라도...나랑 그 사람을 겹쳐보지 않았다고 할 수 있어?
 
그러나 언제까지 모르는 척, 남을 대신하는 동급생으로 남을 수는 없습니다.
 
혹은 지금 당신을 잡는 하란의 유일한 동급생이 되어 줘야 할지도 모릅니다.
 
… 우리들이 동급생이라 불릴 수 있는 여름의 시간이 별로 남지 않은 것 같으니까요.
 
우리는 어쩌면, 정말로 이 여름을 졸업해야 할 지도 모릅니다.
 
유 하란:.... 맞아. 나도 알아. 내가 기다리는 사람은 결코 너와 같을 수 없다는걸. (안쓰럽게 떨리는 손이 동그랗게 말린다.) ... ..... 그건..
 
이 율:그게 현실인거야....존나 비참하지만...(떨어진 손에 주먹이 쥐어 힘이 들어갔다.) 하란아, 난 그 사람이 될 수 없어. 아무리 닮았다고 해도 넌 언젠간 내가 아닌 그 사람을 그리워할 거잖아...
 
유 하란:... .....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지금의 너한텐 하나도 닿지 않을걸 알아. 그럴리 없다 해도.. 안 믿을 거잖아. (차가운 바닥 위로 맑은 눈물 방울이 툭, 떨어진다.)
 
이 율:글쎄...? 어쩌면 난....네가 아니라고 대답해주길 바랐을지도 몰라.. 그만큼 좋아했으니까.
네가 좋아하는 사람은.... 나야 그 사람이야..?
 
유 하란:... 바라는 것과 믿는건 달라. (이윽고 손을 들어 제 얼굴을 감싼다.) ...... 너라고 했잖아. 지금은 너라고, (울음에 잠겨 끝이 늘어진 목소리가 손틈을 타고 웅웅거리는 음성으로 새어나온다.)
 
이 율:(이 순간에도 네 한마디 때문에 결심이 흔들렸다. 정말 이대로 너랑 함께 있어도 괜찮은걸까. 하지만 이 관계는 이미 한번 크게 흔들렸기에 감정만을 앞세울 수가 없었다. 이 선택이 너와 날 위한건지 아직도 확실하지 않아. 둘 모두 편해지길 바랄 뿐이다.) 그래... 바라는 것과 믿는 건 달라... 우리 이제 그만... 졸업할 때가 됐어. 하란아...
 
모든 일엔 마지노선이 있기 마련입니다.
 
여기까지 왔다면 더 나아갈 수 없는 곳도 존재하는 법이겠죠.
 
하란은 아주 오래 그 '동급생' 을 기다려왔을겁니다.
 
자신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긴 장마 속 여름 날을 살아가면서 말이에요.
 
하란의 사물함에 있던 여러개의 명찰들.
 
버리지 못한 앨범.
 
이 율, 바로 당신에게 했던 수많은 착각들.
 
아마 하란은 이 비를 그치는 법을 영영 찾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게 율, 당신의 탓은 아닐겁니다.
 
사람들은 우리를 동급생이라고 불렀고 단지, 고개를 돌리면 항상 그 자리에 있었을 뿐이죠.
 
당신을 바라보는 투명한 소매 사이 속으로 보이는 하란의 얼굴이.
 
당신은 하란을 지나쳐 교실 밖으로 나갑니다.
 
이 율:...안녕....
 
자신을 따라 나오지 못한 하란의 표정이 어떨지 잘 상상이 가지 않습니다.
 
어떤 모습으로, 무엇을 보며 아무도 없는 턴 빈 교실에 서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뒤를 돌아보지 말도록 해요.
 
왜냐하면...
 
툭.
 
투둑.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비가 서서히 그쳐가고 있습니다.
 
당신이 고개를 들어 올리면 커다란 창문에는 고작 몇개의 빗방울만 흔적을 남기면서 흘러내리고 있을 뿐입니다.
 
날이 맑아오고, 구름이 물러갑니다.
 
그림자의 크기에 허리를 숙였던 푸르고 파란 빛깔들이 여름의 끝을 알립니다.
 
그리고 복도 끝에 보이는 노란색 작은 우산.
 
… 노란색 우산?
 
누가 이 곳에 우산을 가져다 놓은걸까요?
 
조금 젖어있는 우산이 어딘가 익숙하지만 당신은 이 우산의 주인을 알 수 없습니다.
 
주인 없는 우산을 가져갈까, 고민하던 찰나.
 
밖에서 당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아. 같은 반 동급생이네요.
 
비가 그쳤다고 얼른 뛰어오라는 손짓이 멀리서 보입니다.
 
비가 그쳤는데 우산은 필요 없겠죠.
 
여름의 장마가 그쳤으므로,
 
누군가를 흘러가는 시간에 따라 잊은 것 같다는 느낌 역시 더 이상 생각 할 필요가 없을겁니다.
 
비는 다음에도 또 내릴테니까요.
 
… 분명. 다시.
 
END 1. 그 시절, 그 때. 안녕. 나의 동급생.
 
KPC 로스트, PC 생환
 
생환 보너스 이성 1d10 회복 + 누군가에 대한 흐릿한 기억
 
이 율:
rolling 1d10
 
(
4
 
)
 
 
=
4
 
이성 +4 회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