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를 맞이하는 순간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는 것 만큼 비참하지 않았습니다.
당신의 주변을 가득 메워, 손을 잡고 슬퍼하는 가족들이 보입니다.
목을 놓아 우는 소리가 시끄럽게 느껴지지 않은 것은 청각이 둔해졌기 때문일까요.
마지막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습니다.
저승사자가 마중을 나온 것도 아니고, 여태까지의 인생이 주마등으로 영사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어쩐지 졸립니다.
졸린 눈을 깜빡이며 마지막으로 시야에 담은 것은 재호였습니다.
그에게 마지막 미소를 지어주고, 당신은 고개를 떨굽니다.
몸이 짓누르는, 몸을 짓누르는 무게가 느껴집니다.
어디선가 들어오는 얕은 공기의 흐름이 느껴집니다.
차가운 달빛이 몸을 감싸고 퀘퀘한 먼지냄새가 납니다.
1:03PM윤재호:...엄마, 엄마 맞아? 진짜 엄마야?
부셔오는 눈을 찌푸렸다가 다시 뜨면, 아직 흐린 시야에 누군가의 인영이 보입니다.
1:05PM도해린:...? (분명 자신은 죽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때 총을 제대로 맞는 바람에 더는 손 쓸 수 없는 상태였으니까. 마지막에 눈이 감겨오는 상황까지 전부 기억하고 있었는데 어째서... 눈을 뜰 수가 있는거지?) ...재호야...?
1:07PM윤재호:...엄마, .... (자신을 알아보는 눈하며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마저 익숙하고 그리웠던 것이라 울컥 눈물이 차오른다. 진짜 엄마구나. 내가 미친 것도 아니고 꿈을 꾸는 것도 아니고. 정말 현실이야)
느껴질리 없는 감각과 있을 수 없는 상황에 혼란을 느낍니다.
1:09PM도해린:이...이게 대체 어떻게 된거야... 왜 네가 여기 있어? (딸을 다시 만났다는 반가움과 동시에 걱정이 앞섰다. 자신은 분명 죽었는데 어떻게 재호가 자신의 앞에 있는 건지..)
재호의 주변을 나뒹구는 낡고 수상한 양피지들, 잉크 범벅이 된 그의 손, 그리고 오랫동안 잠을 자지 못한 그의 안색까지….
1:11PM윤재호:응.. .... 아니야, 아무 것도. (애써 웃으며 고개를 내젓는다. 일부러 밝은 척 입꼬리를 올리는 것은 유전일까. 금방이라도 깨어질 듯 얇은 미소에선 재현의 모습이 겹쳐 보이기도 한다) ..여기? 내 자취방이잖아, 엄마.
1:14PM도해린:....(순간 겹쳐보이는 익숙한 얼굴에 감정이 수그러들질 않았다. 그렇게 두고 가서는 안되는 거였는데..) 그러니까... 왜... (주변에 돌아다니는 양피지들과 지쳐보이는 안색에 잠시 말이 멎었다. 분명 뭔가 잘못됐구나.. 하지만 자신은 딸을 혼낼 수가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으니까. 그리운 얼굴에 손을 뻗으며) ...근데 얼굴이 왜 그래.. 우리 딸 예쁜 얼굴 다 망가졌네...
1:15PM윤재호:....조금 못 자서 그래. 괜찮아. (뺨에 닿는 촉감이 정말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 같아서 기쁘면서도.... 서글픈 감정이 들었다. 아니야, 살아 있잖아. 살았으니까 된 거야)
이건 마치…, 내가 살아 돌아오기라도 한 것 같잖아요, 자신의 딸때문에.
1:16PM도해린:
SAN Roll
기준치: |
70/35/14 |
굴림: |
84 |
판정결과: |
실패 |
1:18PM도해린:...?! (자신을 와락 안아오는 무게감에 잠시 휘청거리다 등을 안았다.) ... 우리 딸.. 엄마 많이 보고 싶었구나.. 엄마가 미안해...
1:20PM윤재호:......응... (그리워하던 품에 안겨서 눈물을 뚝뚝 떨군다. 머리로는 알아도 마음으론 도저히 떠나보낼 수가 없었다. 이별이 처음이라 힘들고 받아들이기 어렵겠지만 분명한 사실임을 알아야 한다고 했던, 아빠의 말이 떠오른다. 그렇지만... 있는 그대로 수긍하는 건 너무 힘들어서) ..엄마, 너무 보고 싶었어...
1:22PM도해린:... 엄마가 우리 딸 혼자 두고 가는 게 아니었는데.. (느리게 등을 토닥이며 자신의 품에서 울고 있는 딸을 달랬다. 딸과 아들에게 자신의 직업조차 말해줄 수가 없어서 얼마나 충격이 더 컸을지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런 잘못된 선택을 한거겠지..)
1:24PM윤재호:...아니야, ..괜찮아. 엄마 잘못이 아니잖아. (모든 걸 전해 듣진 못했지만..,
우연한 사고라는 얘기만 들을 수 있었다. 아빠도 그 이상 얘기하고 싶어하지 않는 눈치였다. 해서 자신도 더 이상 캐지 않았다. 아직 일개 순경이기도 하고 감추려는 걸 애써 들추면 화가 생기기 마련이기에. 그렇게 배우고 들었으니까)
1:26PM도해린:우리 딸 다 컸네... 완전 아가였는데... (처음으로 아이들을 품에 안았던 때가 떠올랐다. 너무나 작고 소중해서 자신이 잘 키울 수 있을지 걱정하던 그때가... 이렇게 많이 자라서 독립하는 순간까지 계속 보고 싶었는데..) ... 재..아빠랑 재연이는..?
1:30PM윤재호:....아빠는, 일이 바쁘고.. 재연이는 나랑 따로 살아. 걔만 우리 집에서 직업 다른 거 알잖아, 엄마도. (그래서 나보다 먼저 나갔었지. 작업실이 따로 있는 게 편하다고 했던가. 그땐 정말 유별나다 싶었지) ...솔직히.. 본가에 안 간 지 꽤 됐어. 가끔 아빠가 와서 챙겨주긴 하는데..., 잘 못 오는 거 아니까. (본가에 가면 괜히 또 울어버릴까봐. 이제 다 괜찮다고 더 이상 슬프지 않다고 호언장담했는데 앞에서 울 순 없잖아)
1:34PM도해린:... ... 그랬구나...(내가 죽기 전에 경찰 서장이 됐다고 했으니 지금 한창 바쁠 때라는 걸 깨달았다. 그럼에도 잘 챙겨주고 있다는 말에 고맙고 미안했다. 제일 슬픈 건 본인일텐데...)
이 곳은 확실히, 익숙한 재호의 방이 맞는 것 같네요.
당신은
자신의 몸
, 책상 위의
달력
, 바닥에 떨어진
양피지
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1:36PM도해린:(살짝 시선을 내려 자신의 몸을 살펴봅니다. 죽었다면 분명 온전하지 못할게 분명하니까.)
방금 살아나서 그런지 살짝 차갑기도 하지만, 제대로 옷도 입고 있고….
하지만 이 모든걸 재호의 '덕분'이라고 해도 괜찮은 걸까요?
위험한 짓은 안했다고 하더라도 이게 옳은 일이긴 한지….
1:39PM도해린:... (죽은 자가 살아돌아오는 것은 분명 섭리에 어긋나는 일이다. 설령 그게 간절한 사람의 기도라고 할 지라도 이미 사라진 목숨은 돌아갈 수 없으니까... 그래서 나도 그때 찾아헤매다 포기했었지.. 그러니 자신의 하나뿐인 딸이 잘못된 길로 가는 것은 막아내고 싶어 바닥에 떨어진 양피지를 들어 살폈다)
바닥에 떨어져 있는 양피지를 살피려고 하면, 재호가 황급히 양피지를 정리합니다.
1:40PM윤재호:...어, 어어... (어색하게 모아서 들어올린다) ..엄마한테 보여줄 만한 건 아니야.
1:41PM도해린:... 그래..? (저렇게 숨기는 것을 보면 분명 자신이 이렇게 돌아온 것과 관련이 있어보였다. 다만 그게 옳은 방법이 아니라는거지. 결국 시선을 돌려 달력을 본다)
분명 위험한 짓은 하나도 하지 않았다고 했지만요, 혹시 거짓말이라면?
시간의 흐름을 확인해보기 위해, 주위를 둘러보다 벽에 걸린 달력을 확인합니다.
7월 22일…, 당신이 죽은지 딱 3주가 된 날 밤입니다.
1:43PM도해린:... (3주... 거의 한달 가까이 되는 기간 동안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래서 이런 일을 벌인 거겠지.)
1:45PM윤재호:(양피지를 정리한 후 살짝 눈치를 살피다가) ..본가가 조금 멀어서 아쉽네. (가깝다고 해도 지금 상황을 보여줘선 안 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으며 그럴 생각도 없지만. 평소 둘의 사이가 좋았다는 걸 잘 알고 있기로써니 저도 모르게 중얼거리듯이 툭 튀어나간 말이었다)
1:46PM도해린:... (중얼거리는 말을 듣고는 다시금 눈을 돌리며) .. 괜찮아. 너희 아빠 매일 바쁘잖니. 지금도 한창 정신 없는데 엄마가 가면 얼마나 더 힘들겠어. (지금 잘 이겨내고 있을텐데 괜히 만나서 힘들게 할 수는 없었다)
1:47PM윤재호:....응. 역시 그렇지..? (씁쓸하게 웃는다. 이게 최선이었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지난 3주의 자신에게는 이것 말고는 정말... 방법이 없었으니까)
1:48PM도해린:
관찰력
기준치: |
60/30/12 |
굴림: |
14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창으로 밖을 보면 평범한 주택가지만 이상하게도 하늘이 새카맣습니다.
창문 밖으로 살펴보면, 벌써부터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언뜻언뜻 보입니다.
1:50PM도해린:... 이 시간까지 안자고 있었어?
재호는 당신의 창 밖을 향하는 그 시선을 눈치챘는지, 황급히 커튼을 칩니다.
1:50PM윤재호:어어? 으응, 이제 자려고...! (하하, 웃으며)
1:51PM도해린:... (왜 그랬는지는 예상이 가지만..) 엄마가 그렇게 계속 밤새면 안 좋다고 했잖아. 그만 들어가자. 조금이라도 눈 붙여야지.
1:52PM윤재호:(전에는 너무 걱정이 많은 거 아니냐며 투덜거렸던 기억이 난다. 그게 소중한 것도 모르고. 바보같이. 역시 사람은 잃어야 그 가치를 깨닫게 되는구나) ...응. 엄마도 자야지.
재호가 서성이는가 싶더니, 옷장에서 옷가지를 꺼내 빌려줍니다.
1:53PM도해린:(살며시 웃으며)... 고마워. (건네준 옷을 받아든다)
재호는 자신의 침대를 내주며 잇몸을 보이며 씩 웃어보입니다.
1:54PM윤재호:이러니까 엄마가 내 자취방 처음 왔을 때 생각난다. 그때 엄청 혼났었는데, 밥도 제대로 안 해두고 산다고. (외모는 아빠를 똑 닮았지만 손재주라든가... 그런 쪽으로는 닮은 구석이 하나도 없었다. 요리를 포함해서 무언가 하나를 만드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는 건 기본이고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야했다)
1:56PM도해린:..그래 엄마도 기억나네.. (작게 웃으며) 그래서 자취한다고 했을 때 얼마나 걱정했는데.
1:57PM윤재호:(제 몫의 이불을 쥐고 웃으며) 그래도 발령 받은 곳이 집이랑 조금 멀었으니까..~
1:58PM도해린:그래서 어쩔 수 없이 허락한거야. 아니었으면 너 못 나갔어.
1:59PM윤재호:(히잉...) ...아빠도 그래서 내가 엄마까지 설득하느라 진짜 고생했잖아.
2:00PM도해린:(이불을 덮은 배 위를 토닥이며) 그냥 기사 붙여준다니까 고집부려선...
2:01PM윤재호:(우우) 그치만... 사회 초년생이고 파출소 순경이 그렇게 출퇴근하면 엄청 관심 받잖아..
2:03PM도해린:뭐 어때. 출생도 능력인데.
2:03PM윤재호:그렇게... 되나......? (눈을 끔뻑이다가 씩 웃는다) 뭐, 아무튼 꼭 그런 거 아니어도 난 엄마 아빠 딸로 태어난 게 좋아!
2:04PM도해린:(작게 웃으며) 그런 말도 할 줄 알았어? 전에는 항상 투정만 부리더니
2:05PM윤재호:...음, 하고 싶은 말이 엄청 많은데 그 중 하나야. ..나름 철 들었다고 생각해주면 되지...
2:06PM도해린:그러게.. 우리 딸 철들었네.. (손을 뻗어 머리를 쓰다듬었다)
2:07PM윤재호:....응! (쓰다듬는 손길에 웃고는) 엄마 얼른 자. 나 엄마 자는 거 보고 잘래. (괜히 고집을 부리며 침대에 팔을 얹고 엎드린 채 올려다 본다)
2:08PM도해린:오랜만에 엄마 재워주려고? (고집은 누굴 닮았는지 알아서 뭐라고 하지도 못하겠네)
2:09PM윤재호:응! ...나 자취하기 전에도 이런 적 별로 없었잖아. 완~전 어렸을 때 빼면? (그때 방에 갑자기 처들어가서 놀라던 게 생각나는지 큭큭 웃는다)
2:11PM도해린:어릴 때 갑자기 들어와서 재워준다고 해서 놀랐었지-..
2:12PM윤재호:맞아! (거의 사이에 낑겨서 같이 잔 쪽에 가깝지만. 어릴 때부터 참 떨어지기 싫어했구나)
2:14PM도해린:(푸슬 웃고는) 그럼 오랜만에 재호가 엄마 재워줘.
2:15PM윤재호:(헤헤 웃으며 머리맡에 자리 잡는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 자장가를 불러줄 순.... ...아닌가..? 그래도 되나...?
2:16PM도해린:(베개에 머리를 뉘이며) .. 아는 대로 해줘. 뭐가 됐든 엄마는 좋으니까.
2:17PM윤재호:..응, 알았어. (고개를 끄덕이고는 서툴게나마 자신이 어렸을 적 잘 때 받았던 행동을 따라한다. 벌써 20년 가까이 되었네. ...시간 참 빠르다)
아아, 죽을 때 마치 이런 기분이었던 것 같은데….
협탁의 시계를 보면 오후 8시, 재호가 친 커튼 너머의 밖은 이미 밤이 찾아와 어둑어둑합니다.
2:19PM도해린:?? (시간을 보고는 잠시 눈을 의심했다. 아무리 돌아왔다고 해도 이럴 수가 있나..? 몸을 일으키고 주변을 둘러본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면 기분 나쁜 축축함이 몸 전체를 덮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2:20PM도해린:..? 뭐지..? 땀이라도 흘렸나.. (고개를 돌려 시트를 살펴본다)
무언가 비린내가 나서 침대 시트를 살펴보면…,
자신의 것으로 추정되는 피가 흥건히 묻어있습니다.
2:20PM도해린:... ... 피...???
SAN Roll
기준치: |
69/34/13 |
굴림: |
93 |
판정결과: |
실패 |
피라는 사실을 자각한 직후, 피비린내와 동시에 고름이 흐르는 피부의 썩은 내가 느껴집니다.
2:22PM도해린:... ... (역시 완전히 살아돌아온 건 아니었구나. 예상하고 있었지만 이런 식으로 또 마주할 줄은 몰랐다. 역시 나는 여기 있으면 안되는 사람이구나..)
당황해 자신의 몸을 둘러본다면 '앞면은' 상처 하나 없이 깨끗합니다.
2:23PM도해린:(비틀거리는 몸을 일으켜 거울이 있을만한 화장실로 향한다)
집안에 있는 거울이란 거울은 전부
깨져 있습니다.
2:25PM도해린:... (집 안에 거울이 전부 깨져있다.. 이것이 의미하는 건 단 하나겠지. 내 얼굴을 봐서는 안된다는 것. 그렇다면 지금 자신은.. 그만큼 흉측하다는 걸까)
때마침 현관문을 여는 도어락 소리가 들립니다.
피가 흥건한 거실바닥을 바라보며 그가 외친 것은 당신이 아닌
비명
이었습니다.
그는 잠시동안의 침묵 후에 가방을 떨어트리고 황급히 집안을 둘러봅니다.
2:26PM도해린:(비명소리에 놀라 화장실에서 나온다) ..?! 재호야..?
눈이 마주친다면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와락 껴안습니다.
2:27PM윤재호:엄마, 미안해.. (훌쩍, 하다가) 이렇게 일찍 일어날 줄은 몰랐어...
2:28PM도해린:... 재호 많이 놀랐구나.. (머리를 쓰다듬으며)
2:28PM윤재호:....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아빠는 대단하네... 이런 걸 보면서 일한 거잖아.
2:29PM도해린:... ... 대단하지.. (그래서 더 마주할 수가 없었다. 평소에 그런 걸 보는 사람에게 가까운 사람까지 이런 꼴이 된 것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으니까. 네게도 그랬는데.. ) ... 엄마가 미안해.. 우리 딸한테 안 좋은 걸 보여줬네..
2:31PM윤재호:....아니야, 괜찮아. (자기가 저지른 일이니 값을 치르는 것뿐이다. 그리고... 다시 돌아올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여전히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다. 어려서 미련하다는 것도 모르고) ..아, 슬슬 밥 먹어야겠다...
2:32PM도해린:... (이런 상태로 먹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너도 저녁 먹어야지.
새벽 2시가 되어서야 늦은 저녁을 준비합니다.
모두 자신이 해주겠다며 의기양양하게 저녁식사를 준비하는 재호의 뒷모습은 어쩐지 낯설기만 합니다.
생전에 재호가 준비해주는 음식을 받아 먹어 본 적이 있기는 하던가요…….
2:34PM도해린:(식탁에 앉아 뒷모습을 바라보며 입가에 미소를 띄웠다. 이런 모습이라도 볼 수 있어서 다행이네..)
그렇게 차려진 음식은 꽤 먹음직스러워 보입니다만, 이상하게도 허기가 지지 않습니다.
식탁에 앉아 식사를 시작하더라도 둘 중에서도 배가 고팠다는 듯 선뜻 먹는 이는 없습니다.
2:36PM도해린:...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고 배가 고프지 않으니 선뜻 손을 대기 어려웠다.)
2:37PM도해린:응? (고개를 들고는) 엄마는 별로 배가 안고프네-..
2:38PM윤재호:...그래도, 먹는 게 좋은데.. 엄마가 항상 나한테 그랬잖아. 안 그러면 건강 나빠진다고... 먹어야 일도 하고 그러지 않겠냐고..
2:38PM도해린:... (작게 피식 웃으며) 그런 건 또 잘 기억하고 있었네? 알아서 하겠다고 투정 부리더니.
2:39PM윤재호:.....다 기억하고 있었어.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식기 달그락)
2:40PM윤재호:...응! (그제야 밝게 웃는다)
먹어도 아무런 맛도 나지 않고, 허기가 가신다는 느낌도 들지 않습니다.
애초에 허기라는 것이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일까요.
2:41PM윤재호:..맞다, 나 잠시 휴직했어. 나중에... 복직하려고.
2:42PM도해린:... (뭔가 기분 나쁜 느낌에 표정이 좋지 않다가 금세 가라앉히며 고개를 들었다) 휴직? 그래도 괜찮아?
2:44PM윤재호:(찰나의 표정을 못 본 건지, 아니면 보고서도 아닌 척 외면하는 건지 별 반응이 없다) ..괜찮아. 그러는 편이 더 좋을 것 같다고... 그랬어. (누가 얘기했는지는 말 안 해도 알 것 같아서 구태여 덧붙이진 않는다)
2:44PM도해린:... ... 그래 알았어. 힘들었을 테니까 당분간 쉬는 것도 괜찮지.
2:45PM윤재호:(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정말 걱정이 많다니까... 엄마랑 아빠는.
2:46PM도해린:그럼 소중한 딸인데 걱정이 되지-
2:46PM윤재호:....응, 그치? ..말 안 해도 알고 있어~ (턱을 괴며 웃고는) ....재연이나 아빠한테는.., 나중에 따로 안부 전해줄게.
2:48PM도해린:... 꼭 그러지 않아도 괜찮아. (말하지 않아도 자신의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는 건 이미 눈치채고 있었다. 그럼에도 왜 그랬냐고 묻지 않는 건.. 충분히 알고 있으니까. 조금 더... 있다가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가야겠지)
2:49PM윤재호:..... (어떤 마음으로 뱉은 말인지 알아서일까, 평소와 다르게 고집을 부리지 않았다. ..모르는 게 좋을 거라는 것 쯤은 나도 알아)
문득 시간의 흐름을 느낀 당신은 무심코 커튼이 걷힌 창 밖을 바라봅니다.
2:50PM도해린:
관찰력
기준치: |
60/30/12 |
굴림: |
16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창 밖이 어제보다 더욱 어둡고, 먼 곳에 있는 집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2:51PM도해린:...? (아무리 어두워도 이렇게 까지 안보이나?)
2:52PM윤재호:...? (창밖으로 돌아간 시선을 보고는) 왜 그래?
2:52PM도해린:응? 그냥- 유독 어두운 것 같아서..
2:53PM윤재호:...아, ..가로등이 고장나서 그래. 구청에서 고친다고는 하는데..., 좀 걸리나 봐.
..음, 그래도 저렇게 어두운 걸 보니까 시간이 꽤 지난 것 같네. (자리에서 일어나며) 내가 치울 테니까... 엄마 먼저 자.
2:55PM도해린:응? 지금..? (일어난지 얼마 되지 않아 졸리지 않았다)
2:56PM윤재호:..응. 벌써 (시계를 보고는) 5시인걸.
2:57PM도해린:8시에 일어나서 별로 안 졸린데?
2:57PM윤재호:....그래도 자는 게 몸에 좋아.
...그래 알겠어.
그렇게 시간을 흘러보내면 다시 새벽 5시, 동이 틀 쯤입니다.
재호는 다시 집 안에 있는 모든 창문의 커튼을 칩니다.
3:00PM도해린:(침대에 누워 힐끗 올려다본다)
3:00PM윤재호:...?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갸우뚱 기울인다)
3:00PM도해린:... 아니야-.. 재호 너도 빨리 자야지.
3:01PM윤재호:...응. ...잘 자, 엄마.
3:02PM도해린:... 잘 자.. (천천히 눈을 감는다)
또 아무런 꿈도 꾸지 않고,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시계를 살펴보면, 오늘은 평소보다 조금 이른 시간인 오후 7시에 깨어났습니다.
시간이 지날 수록 몸이 무겁고 속이 더부룩합니다.
이상하게도 첫날부터 흘린 피가 멎지 않습니다.
더 이상한 점은,
이 피는 마르지 않습니다….
이제 침대는 피와 고름으로 푹 젖어있고, 피가 발목 언저리까지 고여 방 바닥까지 흥건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3:04PM도해린:... ... (오늘도 역시 흥건하게 젖어있는 시트를 내려다보며 표정이 점차 심각해진다. 이대로라면 얼마 버티지 못할게 분명했고... 네게도 좋지 않을게 당연했다.)
거울을 찾아본다면 여전히 보이지 않고, 물에 씻어본다면 피는 여전히 몸을 타고 흘러내립니다.
3:06PM도해린:... (아무래도 이제는 제대로 이야기 할 때가 가까워졌다는 기분이 들었다.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갈 때가 왔구나...)
집 안을 둘러본다면, 부엌에 어제 먹다 남은 음식이 잘 보관되어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번에 재호가 말한 '먹어야 한다'는 말이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3:08PM도해린:...(하지만 음식을 먹었을 때 기분 나쁜 느낌 때문에 손이 잘 가지 않았다)
3:10PM도해린:(왠지 몸이 무거워 침대에 앉으려 걸음을 옮긴다)
발을 뗀다면, 몸 속에 무언가가
왈칵,
하고 떨어지는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무엇인지 생각하지도 못할 찰나, 살가죽을 뚫고, 뱃 속에서
끊긴 장기가 쏟아져나옵니다.
3:11PM도해린:... !!... (순간 비명을 지르려던 입을 손으로 막았다. 눈 앞에 벌어진 끔찍한 광경은 지금까지 봤던 어떤 것보다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피를 사방에 튀기며 철퍽 떨어진 장기들은 선홍빛을 띄지 못하고 암녹색으로 썩어 있습니다.
찢어진 장기는 피에 퉁퉁 불어있고, 속에는 음식이 터지려고 하고 있습니다.
분명 여태까지 썩은 내가 사방을 진동했을텐데도 냄새는 느껴지지 않습니다….
피바다를 자세히 살펴보면, 스스로의 인영이 보입니다.
분명 거울을 볼 수 없었으니 이렇게라도 반사된 자기 자신을 확인 할 수 있겠죠.
3:13PM도해린:.... (손으로 입을 막은 채 비춰지는 스스로의 모습을 들여다본다)
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해보면, 그것은 자기 자신이 아닙니다.
얼굴이 반쯤 떨어져 나가고, 남아 있는 피부 마저도 썩은, 눈알이 녹아내린 시체.
3:14PM도해린:
SAN Roll
기준치: |
68/34/13 |
굴림: |
79 |
판정결과: |
실패 |
(역시 이래서 거울들을 다 깨뜨린 거구나...눈치는 채고 있었으니 막상 직면하니 이성이 버티질 못했다. 만나러 가지 않길 잘했지.. 네게 마지막으로 기억에 남는 얼굴은 예쁜 얼굴이고 싶었으니까..)
3:16PM도해린:
지능
기준치: |
75/37/15 |
굴림: |
98 |
판정결과: |
실패 |
생환 직후 재호가 급하게
양피지
를 숨겼다는 사실이 기억납니다.
하지만 방 밖으로 가지고 나가지 않았다는 기억만 날 뿐입니다.
3:17PM도해린:.. ... (겨우 몸을 이끌고 방으로 들어간다)
바닥에 당신이 흘린 피가 고여 있고, 일반적인 다른 방들과 같이 침대와 협탁이 있고,
책상
이 있습니다.
책상은 수납을 위한
서랍장
이 몇 개 달려 있습니다.
3:18PM도해린:.... (방을 둘러보다가 책상을 살펴본다)
그 중에서도 조사할 수 있는 것은
앨범
과
일기장
입니다.
익숙한 글씨체로 짤막한 일기들이 쓰여있습니다.
며칠은 빼먹기도 하고, 가끔 한탄하듯 긴 줄의 이야기가 쓰여있기도 합니다.
앞장부터 천천히 읽어본다면, 재호다운 이야기들이, 그의 속마음이 가득 쓰여 있습니다.
그 오랜 시간동안 같이 지낸 재호지만, 진정으로 깊은 곳에 있는 이야기들까지 들은 적이 있던가요.
그의 새로운 면을 찾은 것 같아 기분이 묘합니다.
맨 마지막 장으로 날짜를 넘겨 당신이 죽은 날의 일기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딱 한 줄만 적혀 있고, 그 뒤로는 모두 백지입니다.
"엄마 없이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 모르겠어."
3:21PM도해린:...재호야... (일기장을 보자마자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왜 그렇게 일찍 널 두고 떠나야했을까... 지금까지 자신이 한 일들을 후회한 적은 없지만 그 사건 만은 너무나 후회가 됐다. 그때... 현장에 가지 않았다면.. 너희와 같이 집에 있었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까..)
(떨리는 손으로 일기장을 내려놓고 앨범을 펼친다) ...
재호가 가족, 친구들과 함께 찍었던 사진이 비닐 파일 안에 꽂혀 있습니다.
아날로그 하지만, 유독 무언가 사라지는 것을 싫어하던 재호가 '이러면 적어도 데이터가 사라질 일은 없다' 라는 황당한 이유로 고집하던 방법입니다.
파일을 한 장 한 장 넘겨보면, 당신이 익숙히 아는 얼굴들이 많이 보입니다.
그리고 당신이 모르는 얼굴들도 꽤 많이 있습니다.
모든 사진들을 살펴보면, 마지막 장에는 당신과 재호 둘이 찍은 사진이 있습니다.
(지금 재호의 곁에 필요한 건 자신이 아니라 남아있는 이 사람들이었다. 이제는 정말 작별인사를 할 때가 되었다는 걸 말해야겠지.. 널 행복하게 해줄 사람은 내가 아니니까.)
(앨범 속 사진을 쓰다듬다가 서랍을 열어본다) ...
서랍장은 여러 칸으로 이루어져 있으나, 작은 틈으로 열린 것이 보이는 칸이 유독 눈에 띕니다.
3:28PM도해린:... (작게 열려있는 서랍장을 열어본다)
자료조사
기준치: |
60/30/12 |
굴림: |
92 |
판정결과: |
실패 |
이것이 매우 위험한 자료인 것만 알 수 있습니다.
3:31PM도해린:... ... (숨겨둔 양피지를 보고는 완전히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여기 있으면 안된다는 건 알고 있지만 세계가 무너질 줄은 몰랐으니까..)
그렇다면 설마... (방안에 있는 창문을 열어본다)
아직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하늘은 시커멓습니다.
별이나 인공위성, 심지어 달 따위의 반짝이는 것들 없이 칠흑같은 검은 색입니다.
밑을 내려다 보면 첫 날 보았던 평범한 주택가가 눈에 띄게 변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어느 집 한 채도 불이 켜져 있지 않습니다.
먼 곳의 집이 보이지 않는 것은 그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지근거리 너머의 공간은 누군가 잡아먹기라도 한 듯 검은 색으로 원근조차 가늠이 되지 않습니다.
바닥에 무언가 액체가 고여 있으나 어두워 그 색은 구분이 되지 않습니다.
첫날과 같이 바람이 불던 공기의 흐름은 그 어디에서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코를 훅 찌르고 들어오는 강한 피비린내가 느껴집니다.
3:33PM도해린:하.... (내쉬는 숨이 떨려온다.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어..)
꽤나 늦은 시간에도 재호가 돌아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기에 지금 바라본 창문의 밖은 기이하기만 했습니다.
멀리서 언뜻 봐도 어두컴컴하고 괴상한 곳인데.
재호가 저 밖에 나가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끔찍합니다.
3:34PM도해린:... (더 이상 무너져가는 세상에 널 둘 수가 없었다. 방을 나와 현관문을 열었다)
집 밖을 나가기 위해 현관문을 열면, 뭔가 묵직한 것에 걸려 문이 활짝 열리지 않습니다.
열린 문 틈새로 나가서 뭐가 있는지 확인해보면…,
3:36PM도해린:... ... 재호야... (나지막히 이름을 불렀다)
3:36PM도해린:...왜 여기 있어.. 안들어오고..
3:37PM윤재호:... ....무서워서. 내가 엄마를 그렇게 만들었다는 사실도 죄책감이 들고, 세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도... 직접 목도하니까... 두려워서..
3:37PM도해린:... 들어가자. 엄마랑 들어가서 이야기 하자. (손을 잡고 집 안으로 이끌었다)
3:38PM윤재호:....응.. (잡은 손에선 온기가 느껴지지 않지만 어쩐지 따스한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간다)
3:40PM도해린:(집 안으로 들어와 거실로 들어섰다. 소파에 앉아 옆자리를 툭툭 두르리며) 여기 앉아볼래..?
3:42PM윤재호:(당신이 살아있을 적, 언젠가의 기억이 겹쳐 보인다. 무언가 잘못했거나 혼날 짓을 하면 늘 이렇게 옆에 앉아보라 말하곤 했었는데. ....자신이 한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걸 잘 알고 있으므로 말 없이 옆에 앉는다)
3:43PM도해린:... 엄마는 재호를 혼내려는게 아니야. (두 손을 잡아주며) 우리 딸이 엄마가 없어서 많이 힘들었다는 것도 알고 있고, 많이 보고 싶어했다는 것도 알고 있어.
3:44PM윤재호:.....응.. (양손을 잡은 차갑디 차가운 손을 바라본다. 누군가는 두려워하고 무서워 할 모습이건만, 소름이 끼칠 만큼 차가운 온도이건만... 왜 제겐 한없이 따스하게만 느껴지는지)
3:46PM도해린:하지만 엄마가 여기 더 있으면 우리 딸이 살고 있는 이 세상이 사라지잖아. (손등을 살살 쓰다듬으며) 우리 재호한테는 아직 남아있는 사람들이 많아. 아빠도 있고, 재연이도 있고, 우리 재호를 아껴주는 친구들도 있어.
3:47PM윤재호:(기억과 한치도 다르지 않은 목소리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전부 사실이었으니까. 아직 세상에는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많았고, 당신은 이제 없지만 남은 가족들이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세상에 발 붙인 채 자신이 딛고 있는 세계를 지키고 사랑하는 게 맞았다. ...거대한 슬픔에 가려져서 보지 못했던 것 뿐이지)
3:49PM도해린:우리 딸은 아직 시간이 많아. 더 많은 사람들을 알아가고...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거야. 그리고... (감정이 받쳐 차오르는 눈물을 겨우 참아낸다) ... 나중에는 엄마보다 널 사랑해주는 사람을 만나서... 좋은 가족도 만들 수 있잖아.. (그 모습을 꼭 보고 싶었는데..)
3:53PM윤재호:....내가 미안해, 엄마. (마지막 말에서 자신이 느낀 것보다 더한 슬픔이 담겨 있음을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어릴 때도 그랬지만 엄마와 아빠는 우리를 정말 아끼고 사랑해주었으니까. 끝까지 함께하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과 슬픔은 자신이 겪은 상실보다 훨씬 크고 무거운 거겠지. ...그러면 자신이 할 일은 하나뿐이었다. 제 욕심을 위해 죽은 자를 되살려서 곁에 두는 것이 아니라, 지금처럼 손을 잡은 채 자신은 앞으로도 잘 살아갈 것이라 약속하며 안심시켜주는 것이었다. ...그게 세상의 순리고 이치니까) ...엄마 말이 맞아. 언젠가는 나도 엄마랑 아빠처럼, ...우리 가족처럼 ....소중한 사람을 만나게 되겠지. ...하지만 그걸 곁에서 못 본다고 많이 슬퍼하진 말아줬으면 해. 그렇게 된 건, 엄마 잘못이 아니잖아. 난 괜찮아.
3:59PM도해린:... 우리 딸 다 컸네... (작게 웃으며 눈물이 나오려는 걸 막아냈다. 처음 임신 사실을 알고, 처음 아이들을 품에 안아보고, 첫 걸음을 떼고 말하고 키워내던 것까지 주마등처럼 머리속을 스쳐지나갔다. 어느 것도 소중하지 않은 시간이 없었다. 평생 혼자 일거라 생각하던 자신에게 가족이라는 것은 너무나 큰 존재들이었다. 그래서.. 자신이 없어도 더 행복해지길 바랐다. 더 잘 살아줬으면 해..) 엄마를 보고 싶어했던 재호의 마음은 잘못되지 않았지만... 이런 방법은 옳지 않아. 그리고 잘못은 바로잡을 수 있는게 바로 세상이야. 엄마 말 무슨 뜻인지.. 알지..?
4:04PM윤재호:...응. (반성하고 깨달으며 다시 돌릴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게 세상이라고, 누군가에게 듣지 않았지만 오랜 가르침 속에서 자연히 알게 되었다. 그러니 나는, 엄마가 없어도 참고 이겨내서... 바라던 만큼, 아니 그보다 더 행복해질 테니까. 하지만 역시 이별은 다시 겪어도 슬퍼서 눈물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최근에 알게 된 건데, ..아빠는 잘 견디고 있는 줄 알았어. 근데 아니더라. ...생각보다 많이 약한 사람이었어, (눈물을 닦으며 코를 훌쩍인다) 그래서 나랑 재연이가 옆에 있어야 할 거 같아. ...엄마가 없는 대신 우리가 빈 자리를 채워주고 다시.. 진정으로 웃을 수 있을 때까지... 노력할게. (닦아도 자꾸만 흐르는 눈물에 결국 고개를 떨군다) 엄마.. 나 뭐 하나만 물어봐도 돼?
4:07PM도해린:... (역시 그랬구나.. 너라면 그럴 줄 알고 있었다. 아무리 겉으로 강해보이는 사람이라도 속은 너무 여려서 겉으로 표시 내지 않으려고 버티는 사람이니까. 결국 네 이야기에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너희 아빠가... 강해보여도.. 속은 많이 여린 사람이야... 아마 엄마가.. 없어서 많이 힘들거야... 그러니까 아빠랑 같이 있어줘. 같이 밖에도 나가고.. 여행도 가고.. 아빠가 힘들어하지 않게 우리 딸이 재연이랑 많이 도와줘야해.. (서둘러 손으로 뺨을 닦에내고는) ...응? 뭔데..?
4:10PM윤재호:...엄마는, 아빠를 만나고.. 우리랑 지내면서 행복했어? 후회하지 않을 만큼? (당신을 떠나보내며 마지막에 같은 질문을 아빠에게 했었다. 그때 먼 곳을 보며 옅게 웃는 얼굴로 행복했고 지금도 행복하다고, 주저하지 않고 말하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4:12PM도해린:(질문을 듣고는 입가에 미소를 띄우며) 그럼~.. 너무 행복했지. 엄마는 한 순간도 후회하지 않을 만큼 행복했어. 지금도.. 재호가 엄마를 잊지 않고 불러줘서 너무 행복했는걸...
4:14PM윤재호:....응. (역시 그랬구나. 사실 자신의 질문에 대한 답 뒤에 조용히 따라붙은 말이 있었다. 해린이도 그럴 거라고. ...아빠만큼 엄마를 잘 아는 사람은 없겠지, 아마. ..그러니까 더 힘든 걸 거야. 어쩌면 나보다도 더. 함께 한 시간이 훨씬 기니까. 손등으로 눈을 누르며 울음기 가득한 목소리로 말을 잇는다) ..아빠도 그렇게 말했어. 그러니까, ...가끔 한두 번 정도는.. 꿈에도 찾아와 주고 그래. 나한테는, 많이 안 와도 돼.
4:18PM도해린:(눈물에 섞인 웃음을 터뜨리고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우리 딸 보고 싶으면 엄마가 보러와야지-.. 아빠한테도.. 재연이한테도... 그리고 재호도.. 엄마가 꼭 보러갈게.
4:23PM윤재호:(눈물 콧물 범벅이 된 얼굴로 어떻게든 미소지으려 노력한다. 마지막은, 정말 마지막은 웃으면서 보내주고 싶었으니까) ..응. ....기다릴게. 우리 다 같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언제든 다시 돌아와. 꿈이든, 뭐든.. 요즘에는 날씨나 계절로도 사람을 비유한다고 하잖아. (당신의 가족은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그것만큼은 변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감히 영원을 약속할 만큼)
4:25PM도해린:(손가락으로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며 뺨을 쓰다듬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딸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을 엄마가 어디 있을까. 고개를 끄덕이며 마지막으로 품에 끌어안았다.)
4:28PM윤재호:(이번이 정말 마지막임을 안다. 그래서 더더욱 놓기 힘들었고 놓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놔주어야 한다. 산 사람은 살아야 하고 이승과 저승을 이루는 요소는 제각기 다르기 때문에. 있어야 할 자리로, 본래의 모습대로 전부 되돌려 놓는 것 뿐이다. ...어차피 많은 시간이 흐르면 다시 볼 수 있잖아. 사후세계가 있다면) ..그리고 엄마, 나 사실... 본가로 돌아가려고 했어. 아니, 돌아갈 거야. 혼자는 외롭잖아. ...윤재연은 안 올 거 같지만, 걔는... 가끔 찾아가면 되니까. 아니면 오라고 하지 뭐..
4:31PM도해린:...그래... 돌아가서 아빠랑 같이 있어줘. 아빠도 재호가 같이 있으면 더 힘이 날 거야. (뒷머리를 살살 쓰다듬으며) 우리 딸은 당차고 강하니까 엄마가 우리 딸한테 아빠를 부탁해도 될 거라고 믿어. 그리고 우리 재호도 훌륭한 경찰이 될거야.. 아빠를 꼭 닮았으니까.
4:34PM윤재호:...응. (슬픔은 같이 들면 덜어지는 법이니까. 혼자 떠안고 있으면 힘들잖아. 작게 훌쩍이며) 나, 엄마랑 아빠... 많이 사랑해. 혼나고 싸웠어도 미워한 적 한 번도 없고... ...항상 그렇게 착한 딸로 있을 테니까... 그러니까... 다음 생에도 다시 우리 엄마 해줘. 그때는 같이.. 오래 살자.
4:36PM도해린:엄마도 우리 딸 많이 많이 사랑해... (몸을 뒤로 물리며) 당연히 우리 딸 엄마 해야지- 그리고 안 착해도 괜찮아. 건강하면 돼. 그거면 되는거야...
대화가 끝날 쯤에는 저 새카만 하늘 너머로 동이 트는 것이 느껴집니다.
오직 이 순간을 막기 위해서 어둠 속에 자신을 숨기던 재호는 이제 그저 당신의 손을 잡고 뜨는 해를 바라볼 뿐입니다.
4:38PM윤재호:..엄마 없이도 잘 살 수 있도록, 노력할게. 건강도 늘 챙길 거고... ... 지금까지 엄마가 말해준 거 지켜야지.
4:39PM도해린:그래야 우리 딸이지... 엄마가 걱정하지 않아도 잘 살겠네-..
그것이 피투성이의 발에 닿았을 때, 몸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몸이 사라진다는 것은 이런 감각임을 삶의 마지막에 처음으로 깨닫습니다.
잡은 재호의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시 한 번 맞이하는 죽음은 어쩐지 새롭습니다.
산 사람의 따뜻한 온기를 느끼며 눈을 감습니다.
당신은 재호의, 가족들의 기억 속에 영원히 살아있을 것을 알기에, 죽음 따위는 두렵지 않았습니다.
피가 흥건하던 골목도 숨결이 느껴지지 않던 하늘도 온데간데 없습니다.
나의 세계는 이렇게 돌아왔고, 나는 그렇게 내일을 살아갑니다.
이후 재호는 원래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갑니다. 자신의 가족이 기다리는 집으로. 더 이상 외롭지 않도록. 슬프지 않도록. 다시 한 발짝 더 앞으로 나가기 위해.